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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 "취업규칙 바꿔 노조 차단하라"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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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 "취업규칙 바꿔 노조 차단하라" 지시 각 계열사에 전달…신세계 경영전략실장, 이마트 대표이사로 승진
신세계 그룹이 노조 설립에 대비해 노조 활동을 차단하는 내용의 취업규칙 개정안을 각 계열사 대표이사에게 하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마트노조 불법 사찰 문건'으로 촉발된 노조 탄압 논란이 신세계 전 계열사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주통합당 노웅래·장하나 의원실은 지난 2011년 8월 4일 신세계 그룹이 각 계열사 대표이사에게 전달한 '각사 취업규칙 개정 진행 안내' 공문과 '취업규칙 개정 가이드'를 17일 공개했다. 가이드는 '온라인 노조 활동', '집단 행동·회사 비방' 등 6가지 항목을 징계 해고 사유에 포함하도록 지시했다.

허인철 신세계 경영전략실장 명의로 발송된 해당 문건은 이마트, 신세계건설, 신세계푸드, 신세계SI, 신세계I&C, 신세계SVN, 스타벅스, 신세계첼시, 신세계L&B 등 10개사 대표이사에게 전달됐다. 허인철 당시 경영전략실장은 같은 해 11월 30일 이마트 대표이사로 전격 승진했다. 이마트에 노조가 설립된 지 33일, 전수찬 이마트노조 위원장이 해고된 지 13일 뒤다.

▲ 경영전략실장 명의로 신세계 각 계열사 대표이사에게 발송된 '취업규칙 개정 진행 안내' 공문.

"노조 활동 차단 위해 징계 해고 요건 강화"

가이드라인은 "노조의 각종 홍보 활동을 차단할 근거가 필요"하므로 회사의 허가 없이 사내 유인물·현수막·대자보 등을 게시한 경우를 징계해직 사유에 포함하라고 지시했다. "노조 가입 권유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사내 통신망으로 업무와 무관한 사이트에 접속할 경우 징계해직할 수 있도록 했다.

노조가 "집단행동을 통해 회사의 정책을 비판할 경우에 대비"해 회사의 허가 없이 집회, 시위, 방송, 연설을 하거나 회사 내지 상사에 대한 비방, 허위 사실 유포 등을 하면 징계해직 사유에 추가하라고 지시했다. 회사 시스템을 통해 "회사 정책 비판, 세력 확장 등을 시도"하지 못하도록 정보 보안 규정을 강화했다.

또 "조합원 단결 차원에서 조끼 착용 등을 제재"하기 위해 회사가 정한 복장과 표식 외에는 착용할 수 없도록 했으며, "노조 설립 직후 잠적·외부 집회·기자회견 참석 등을 위해 연차휴가 사용을 요청할 경우에 대비"해 휴가를 쓰기 최소 7일 전에 회사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 신세계 경영전략실 인사팀이 작성한 '취업규칙 개정 가이드' 가운데 한 페이지. '온라인 노조 활동'을 차단할 목적으로 징계 조항을 개정하라고 지시했음을 알 수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8월 24일 고용노동부의 승인을 받아 이같이 개정된 취업규칙을 근거로 지난해 11월 17일 전수찬 이마트노조 위원장을 해고했다. 전 위원장이 관리자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했으며, 휴직을 빙자해 무단결근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전 위원장의 휴직 신청은 회사에서 반려된 바 있다.

전 위원장의 해고에 대해 이마트 관계자는 "회사 내규(취업규칙)에 의해 절차적으로 진행된 부분이고, 특정 노조를 탄압한다거나 노조 위원장에게만 불공정한 대우를 한 건 아니"라고 해명한 바 있다.

"신세계 자문 노무법인 대표, 삼성 출신"

그밖에 신세계 경영전략실은 가이드대로 취업규칙을 개정해도 되는지 여부를 노무법인 A컨설팅에 자문한 결과 '기존 조항에 내용을 추가한다면 합법'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공문에 첨부했다. 만약 취업규칙 내용을 "각 사별 상황에 따라 일부 보완, 수정, 추가할 경우 노무법인이 검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측이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취업규칙을 변경할 때 노동자의 동의를 받지 않으면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신세계 경영전략실이 자문한 노무법인 A컨설팅은 자사 홈페이지에 삼성SDS, 제일모직, CGV, 신세계 그룹, 신세계푸드, 신세계I&C 등을 파트너 업체로 소개하고 있다. A컨설팅 이모 대표는 '삼성SDS 인사팀 13년 근무, 지방노동지청 직능훈련 심사위원, 삼성SDS 교육 과정개발 자문역 및 전문강사' 등의 이력을 내걸고 있다. 삼성 그룹 및 신세계 그룹과 긴밀한 관계를 맺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삼성 그룹의 취업규칙도 이마트의 개정된 취업규칙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10월 진보정의당 심상정 의원(당시 무소속)은 삼성SDS 등 삼성 그룹 12개 계열사의 취업규칙을 분석한 결과, 모든 계열사에 언론·출판, 집회·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조항이 있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 관련 기사 : "소지품검사까지…삼성 취업규칙, 해도 너무해", "삼성 취업규칙이 영업기밀인가?")

노조 간부가 해고된 근거도 이마트와 비슷하다. 박원우 삼성노조 위원장은 2011년 9월 용인 에버랜드 기숙사 앞에서 노동조합 가입을 독려하는 노조 신문을 배포했다가 지난해 7월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사측이 노조 신문 배포를 막는 행위는 불법"이라고 결정했지만 당시 에버랜드 측은 '취업규칙'을 근거로 맞섰다.

노웅래·장하나 의원은 "이마트는 노조 사찰이 인사과 직원의 자의적 행동이라고 꼬리 자르기를 했지만 이번 문건을 통해 신세계 그룹 차원에서 기획됐음이 드러났다"며 "고용노동부는 이마트에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는 중이라 정확한 답변을 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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