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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듣다 울어본 적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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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듣다 울어본 적이 있는가" [화제의 책] <이지상 사람을 노래하다>
'노래로 보는 한국 사회.' 성공회대학교에서 진행된 한 강의 제목이다. 집회나 시위 현장에서 많은 노래가 불리지만 TV, 라디오와 같은 대중 매체를 상업 노래들이 점령한 한국 사회에서 과연 노래로 한국 사회를 볼 수 있는 걸까. 여기 고집스럽게 한국 사회를 노래하는 한 가수가 있다. 그것도 대부분이 외면하는 사회의 어두운 면에 시선을 두는 이가 있으니 바로 이지상이다.

그가 <이지상 사람을 노래하다>(삼인 펴냄)라는 책을 냈다. 이 책에는 그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과 흔적이 담겨져 있다. 김중미의 소설 <거대한 뿌리>(김중미 지음)에 담긴 '동두천 양공주'의 세계와 1992년 윤금이 사건은 그의 유년 시절 동두천에서 살았던 추억과 맞닿아 그는 '보산리 그 겨울'이라는 곡을 만들었다.

▲ <이지상 사람을 노래하다>(이지상 지음, 삼인 펴냄). ⓒ프레시안
과거 난곡 재개발 지구부터 최근의 용산 참사, 가재울 재개발 구역까지 그의 시선은 줄곧 사회적 약자들에게 머물러 있다. 난곡을 드나들며 쓴 곡이 '해빙기'다. 대구 지하철 참사를 기억하며 쓴 '편지'라는 곡이 있고, 위안부 할머니를 노래한 '사이판에 가면'을, 뇌성마비 장애인 축구단 '곰두리 사랑회'를 위해 응원가(꿈은 이루어진다)도 만들었으며, 일본 도쿄의 한 초등학교가 땅을 빼앗길 위기에 처하자 발로 뛰어다니며 지원 활동을 하다 아직 철없는 해맑은 동포 아이들에게 '아이들이 이것이 우리 학교다'라는 곡을 만들어 불러줬다.

그는 책의 초반부와 후반부에 두 번 묻는다. "노래를 듣다 울어본 적이 있는가?" 그는 노래 속에서 '삶에 대한 경외'를 잊지 못한다고 한다.

그가 "지금 역시 가슴 두근거린다"는 딥 퍼플의 'Apri'이 있고, 1991년 분신 정국 거리에서 부르던 '그날이 오면'이 있을 수 있고, "넌 눈물이 있으니 참 좋겠다. 눈물 보일 수 없는 난 어쩌겠니"라는 가사가 있는 김원중의 '가을이 빨간 이유'라는 노래도 있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가 직접 만들어 '나눔의 집'에서 위안부 할머니들 앞에서 '사이판에 가면'을 부른다면, 일본 조선 학교 아이들 앞에서 '아이들아 이것이 우리 학교다'를 부른다면.

이 씨는 "노래 한 줄이 가지는 해원(解怨)의 힘이 얼마나 의미 있는가와 그 힘이 나 자신을 구성해나가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말한다.

그는 또 "휴대전화의 벨소리, 컬러링에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들, 길거리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 들려오는 라디오 소리나 귀에 꽂힌 휴대용 mp3까지, 인식을 하든 못하든 숨을 쉬는 것만큼 많은 선율이 귓속에 들어온다"며 "그러나 그 많은 노래 중 자신의 가슴에 각인되어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는 연장처럼 눈물이 되고 또 힘이 되는 노래를 찾기는 쉽지 않다"고 말한다.

책에 자기 노래만 담아 놓지는 않았다. 도종환, 안도현, 정호승, 복효근 등의 시를 통해서도 세상을 들여다 보고 있고 정태춘, 김민기, 안치환의 곡도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자 기록물이다.

이 책을 통해 세상과 예술가가 어떻게 소통을 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종이라는 매체의 한계 상 곡을 함께 들을 수 없다는 것. 하지만 이 책이 TV나 라디오 같은 대중 매체에서는 들려주지 않는 또 다른 깊은 예술 세계로 통하는 길의 이정표 정도로는 손색이 없을 듯 하다.

고집스럽게 자신의 길을 가는 이지상 씨의 고민은 다음 단락에 설명돼 있는 것 같다. 이 씨와 같은 꿈을 꾸고 있는 사람이 이 시대에 얼마나 남아 있을까. 그리고 그와 같은 꿈을 꾸는 이들이 얼마나 생기게 될까.

"때로 예술가란 존재는, 뱀 같은 동물처럼 다른 곳을 볼 줄 모르는 고집이 있어야 하고, 자신의 작품에는 베짱이처럼 관대하며 자존(自存)을 지키기 위해선 외나무다리의 염소처럼 싸울 줄 알아야 합니다. 모든 사회가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예술가들의 존재를 특별하다고 여기는 것은 그들이 품고 있는 세상에 대한 인식과 고민의 폭이 남달리 넓다는 것을 용인하기 때문입니다. 게릴라와도 같은 위험한 상상을 통한 예술가들의 위대한 소통 능력은 한 시대의 환부를 꿰매기도, 해부하기도 하며 막강한 대중적 지지를 토대로 사회를 진보의 단상 위로 끌어올리기도 합니다. 진보의 역사 위에는 늘 그 시대를 대표할 만한 예술가와 작품이 있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합니다. 그러므로 진정한 예술가의 고집이나 자존은 세상으로부터의 단절과 독립된 자기 확신에서가 아니라 세상과의 불화 속에서도 적극적인 치유의 방식을 찾아 나서는 순례자의 고통 속에서 나와야 합니다. 예술가의 예지적 능력 또한 스스로 만들어내는 상상력보다 사회와의 관계로부터 부여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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