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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비리'가 교육감 선거 탓? 공정택 격려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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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비리'가 교육감 선거 탓? 공정택 격려하더니! [김명신의 '카르페디엠'] MB 교육 정책의 명암 ②
생각을 바꿔놓고 상상해보자. 만약에 전국 주부 5명 중 1명이 불법 도박 의혹이 있다면, 그 사회가 정상인가? 여가 문화가 문제가 되든지, 가치관이 문제가 되든지, 아무튼 나라를 발칵 뒤집어서라도 바로 잡으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서울시내 초등학교장 5명에 1명 꼴로 비리 연루 의혹이 있다면 그 나라 교육은 과연 정상인가?

이명박 대통령이 교육감 직선제를 문제 삼고 나섰다. 공정택 전 교육감 구속 사건을 비롯해, 지난 3월은 한 달 내내 교육계 비리가 온통 나라를 뒤흔들었던 새 학년 첫 달이었다. 오죽하면 한 교사는 트위터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오늘 수업 끝나고 시간이 좀 남아서 쉬도록 했는데 어떤 학생이 옆 아이에게 '야, 너 어제 뉴스 봤냐? 강북구 무슨 초등학교장이 수학 여행비 떼 먹었대' 이런 말을 하는 겁니다. 순간 창피해서 못들은 척하고 나왔답니다. 제가 그런 건 아니지만, 이거 애들 앞에서 너무 작아지네요." (교사 유모 씨, 트위터에 올린 글 중에서)

지금 우리나라 공교육은 마치 천안함 침몰처럼, 교사에 대한 신뢰 상실이라는 최대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 서울시내 초등학교장 5명 중 1명이 수학 여행 관련 비리 혐의를 받고 있다. 학교장의 행사비 리베이트 사건을 취재한 한 언론 보도를 보면, '액수에 상관없이 이번 사건에 연루된 서울시내 초등학교 전·현직 교장이 120명'이라고 한다. 서울시내 초등학교장이 586명 남짓 된다고 하니까, 5명 중 1명은 이번에 조사 대상에 오른 셈이다. 제대로 수사를 하려면 2년은 걸릴 정도의 규모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수사 기관이 수사 결과를 통보하는 대로, 이들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계획이라고 한다. 시교육청의 '신고 포상금제' 신설 이후 들어온 40여 건의 제보도 있다.

지난 7일, 서울시교육청은 징계위원회를 거쳐 초등학교장 2명 등 모두 8명을 파면했고, 교사 2명을 해임했다는 가자회견을 열었다. 파면은 공무원 직위가 해제되고 각각 5년과 3년 동안 재임용이 금지되는 중징계 중 하나다. 파면된 8명 중 2명의 교장은 방과 후 학교 운영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업체로부터 각각 2000만 원과 1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가 결국 파면됐다. 이밖에도 일명 '하이힐 사건'으로 불리는, 장학사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게 해주겠다며 교사로부터 4600만 원을 받아 1년 8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장학사와 그에게 뇌물을 건넨 교사 2명도 함께 파면됐다.

학교 공사 발주 과정에서 창호 업체로부터 각각 2500만 원과 2000만 원을 받아 챙긴 공무원 2명도 파면 조치됐다. 이밖에도 여중생을 성추행한 교사 2명과 사기 혐의의 교사도 해임됐다.

전국 방방곳곳에서 관행이란 이름으로 교육 비리가 수없이 발생하며, 그 고비마다 일부 교장의 비리가 굳건히 자리 잡고 있다. 교육 비리를 없애려면 무엇보다 교장 승진제를 손봐야 하는 이유다.

5명 중 1명이 비리 의혹을 산 현행 교장 승진제를 대폭 개선하고, '짝퉁' 4·15 학교 자율화 조치 역시 거둬들여야 한다. 지난해 모든 사람을 난감하게 했던 임실의 일제고사 성적 조작 등 수많은 거짓말을 양산한 전국 학교 서열 매기기도 중단해야 한다.

그동안 교육 운동 단체들은 현행 교육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제도와 사람은 너무나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잘못된 교원 승진 제도와 인사 제도, 견제 받지 않는 교장의 권한 등은 결국 교장들이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교육 현실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결국 올해 4월, 우리는 '대용량 교육 비리' 앞에 섰다. 할 말을 잃는다.

▲ 각종 비리 혐의로 구속된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 이명박 대통령은 공 전 교육감을 청와대로 불러서 당선을 축하했었다. ⓒ뉴시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교장 자격증이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교장 공모제'를 한다고 해법 아닌 해법을 내놓았다. 1.1대1의 경쟁률도 되지 않는 후보자를 대상으로 무슨 공모제를 한다는 것인가? '그 나물에 그 밥'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표현이다. 초등학생도 코웃음 칠 내용을 교육 비리 근절 정책이라며 국민의 혈세를 받는 공무원들이 내놓아도 되는가?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20억 원에 이르는 불법 찬조금을 조성한 대원외고에 대해 '부실 감사'를 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대원외고는 1년 동안 한 학급 당 3600만 원을 걷어 3년 동안 21억 원에 이르는 돈 잔치를 벌여왔다고 한다. 이 학교의 불법 찬조금 문제는 '찬조금'이 아니라 '비자금' 수준이다. 감사 결과, 시교육청은 대원학원의 이사장과 교장, 교사들까지 해임과 징계를 내렸지만 의혹은 아직 남아 있다. 취재 기자들의 말을 빌리면, '돈 계산'이 안 맞는 다는 것이다.

시교육청이 학생들의 면학 분위기에 해가 된다며, 제대로 감사를 하지 않았다는 소문이 세간에 파다하다. 교육 비리 감사를 하면 뭐하는가? 한 학교의 교사, 학부모 전원이 불법 찬조금에 연루되고 사학 이사장이 스스로를 해임시켜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 학교는 정상인가? 관선 이사 파견 감인 사건인데, 스스로가 스스로를 '정화'시키라는 것인가? 교육 비리가 솜방망이 처벌로 그치는 것엔 이번 일도 예외는 아니었다. 보다 못한 교육 운동 단체들은 해당 학교 이사장과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를 고발했다.

이런 식의 '솜방망이' 처벌이 계속되는 한, 앞으로도 불법 찬조금 문제는 계속될 것이다. 지금도 금액의 규모는 다르지만 거의 같은 유형의 찬조금이 학교장의 묵인 하에 전국의 학교에 일반화됐다.

한 예로 올해 신설된 자율형 사립고 학부모들은 "학비가 58만 원에서 134만 원으로, 갑자기 80만 원 정도가 올랐지만 학원비 안들이고 대학만 보내준다면 학교에 '올인'하고 싶다"고 이야기 한다. 그러나 여기서부터 학부모의 욕망과 학교 측의 야합이 시작된다.

대원외고뿐만이 아니라, 전국의 대다수 고등학교가 그런 불법 찬조금을 '윤활유' 삼아 새벽부터 야밤까지 학생들을 붙잡아 놓고 굴러가고 있다. 그런 '야합'의 현실에서 불법 찬조금 관행이 뿌리 뽑힐 것인가? 교육 비리의 바탕에는 명문대 입시에 유리하다면 불법이든 탈법이든 용인하는 사회의 풍토가 뿌리내리고 있고, 내부 고발자가 용기를 내 '도둑 잡아라!'라고 소리치면 교육청과 학교는 잡으라는 도둑은 안 잡고 소리친 사람에게 뭇매를 내린다.

그런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교육 비리에 전혀 쌩뚱한 해법을 내놓고 있다. 이 대통령은 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서 "요즘 국민들이 실망하는 것이 교육 비리 문제다. 사회 제도상 교육감이 선거로 되면서 그런 부작용이 일어나지 않는가 생각한다." 이렇게 말했다.

결국 교육감 직선제가 교육 비리를 양산한다는 것이다. 지난 2008년 7·30 교육감 선거 이후 공정택 교육감이 당선되었을 때 누구보다 먼저 이 대통령이 공 교육감 당선자를 청와대로 불러 당선을 축하하고 선거 노고를 치하하던 때가 기억에 생생한데 무슨 앞뒤 불일치의 언행인가? "MB 교육 전도사", "리틀 MB"가 공정택 씨의 별칭이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옛사람들의 처세를 대통령도 닮아 가는 것인가?

바야흐로 교육감 선거는 두 달 남았다. 서울 교육감 선거에는 1200억 원이 든다. 교육감 선거에 대한 낮은 투표율과 낮은 관심은 골치이다. 지금 교육감이 모든 교원의 인사권과 예·결산을 쥐고 있어 문제가 되는 것이지 직선이 문제인지 아닌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교육감 선거, 얼핏 보면 소모적인 것 같으나 현재로서는 선거를 통해 주민들의 교육적 요구를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교육 정책에 반영하는 의미 있는 제도이다.

교육감 직선이 문제가 아니라 교육감에 권한이 집중되었으나 견제 장치가 부재한 것이 문제이다. 그러니 전국적으로 처음 실시되는 교육감 직선제 자체를 문제시 삼기엔 아직 이르다. 청와대가 교육 비리 원인이라며 교육감 직선을 지목하는 것은 천안함 사건으로 정부가 통째로 우왕좌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대통령이 나서려면 교육감 선거에 관심을 갖도록 권위 있는 자세와 정책 대안으로 제대로 나서야지 불과 두 달도 남지 않은 교육감 선거를 흔들어 대는 것은 뜻밖인 것이다. 이젠 대통령의 말도 가려들을 때가 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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