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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풍력 에너지가 일자리 파괴…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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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풍력 에너지가 일자리 파괴…정말로?" [기고] "녹색 성장은 허구, 일자리 창출은커녕 파괴" 기사를 읽고
4월 11일 <프레시안>에 보도된 이승선 기자의 '스페인 보고서' 기사가 독자에게 녹색성장과 관련해 한쪽 측면만을 강조하는 일방적 정보를 제공하지 않을까 싶어 이 글을 작성하게 되었다. (☞관련 기사 : "녹색 성장은 허구"…일자리 창출은커녕 파괴)

나는 이 기사가 태양, 풍력 에너지와 같은 재생 가능 에너지로 인한 녹색 일자리 창출 담론을 성찰적으로 보겠다는 의도에서 작성된 것이라고 본다. 녹색 일자리 창출의 긍정적인 측면만을 다룬 보고서와 달리 기사가 전하는 스페인 보고서는 재생 가능 에너지의 이면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보고서에 대한 기사는 독자의 균형 잡힌 의견 형성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 기사는 보고서가 작성된 스페인에서는 물론, 미국에서 보고서 작성 배경이나 보고서 내용으로 인해 논쟁이 휩싸였다는 점은 보도하지 않고 있다. 이런 사실이 전달되지 않음으로써, 이 보고서가 재생 가능 에너지에 의한 일자리 창출이 마치 사실과 달리 오도되고 있음을 입증해주는 것으로 읽히고 있다.

또 이 기사는 보고서가 (사실과 다르게)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재생 가능 에너지 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이런 오독을 피하려면 이 보고서를 둘러싼 논쟁도 같이 전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내가 굳이 기사에 토를 달고자 이 글을 쓴 것은 이 때문이다.

나는 미국 에너지부의 지원으로 2009년 8월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실(National Renewable Energy Laboratory)에서 발간한 반박 백서((☞바로 보기 : NREL Response to the Report Study of the Effects on Employment of Public Aid to Renewable Energy Sources from King Juan Carlos University)의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아울러 스페인에서 재생 가능 에너지를 비롯한 청정 에너지 확산을 지원하는 사이트 'Renewable Energy Magazin'에서 2009년 9월 3일에 다루었던 이 보고서를 둘러싼 논쟁도 전하고자 한다.

▲ 재생 가능 에너지의 경제성과 이의 고용 효과를 둘러싼 논의, 재생 가능 에너지 정책의 방향 등은 여전히 논란 중이다. 정책의 역사가 짧고, 기술 불확실성도 높아서 재생 가능 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 효과 등을 아직은 누구도 확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논란 중에 있는 사안과 연관된 보고서, 혹은 논문들을 다룰 때에는 보다 균형잡힌 보도 태도가 필요하다. ⓒ프레시안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실에서 발간한 백서를 보면, 이 스페인 보고서는 전통적으로 재생 가능 에너지의 고용 효과를 측정하는 방법을 따르지 않고 있다. 또 이 보고서가 채택한 방법은 고용 효과 분석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국립재생에너지연구실은 보고서가 주장하는 '재생 가능 에너지에 대한 정치적 지원이 결국 일자리 소멸을 가져온다'는 결론은 입증되고 있지 않다고 보았다.

스페인 보고서에서는 일자리 창출에 들어가는 스페인 경제의 평균 자본 투입과 일자리당 평균 생산성을 일자리당 들어가는 재생 가능 에너지 보조금과 비교하고 있는데,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실에 따르면 이것은 일자리 손실을 측정하는 방식이 아니다. 더구나 이 스페인 보고서는 재생 가능 에너지 분야의 기술 수출 잠재력을 고려하지 않았다.

또 스페인 보고서는 일반적으로 신생 기술 시장을 성숙시키기 위한 국가의 역할을 무시하고 있는 것으로, 이는 현재 성숙 기술 초기에 있었던 실제 정부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노동자 일인당 평균 자본 투입과 평균 생산성은 직간접으로 창출되는 일자리뿐만 아니라, 이로부터 유발되는 일자리를 포함하는 경제 활동 전반에 나타나는 일자리들에 근거해야 한다.

그런데 이 스페인 보고서에서는 재생 가능 에너지 고용 효과를 다만 재생 가능 에너지에 대한 투자로부터 발생하는 직·간접 일자리에만 근거해서 계산하였다. 이밖에도 보고서는 일자리 창출 효과를 놓고 2003년에 작성된 데이터만을 사용하고 있고, 2009년의 스페인 재생 가능 에너지 산업의 데이터는 사용하지 않았다.

또 보고서는 재생 가능 에너지 가치를 평가하는 유일한 잣대로 일자리만을 보고 있는데,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실은 재생 가능 에너지는 일자리에만 그 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스페인의 경우 전기 생산의 52퍼센트를 천연가스와 석탄에 의존하고 있는데, 재생 가능 에너지 발달로 이 의존율이 줄어들게 되면, 에너지 안보가 높아지게 되어 경제 안보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페인 보고서의 저자들은 자기의 결론이 다른 국가 정책에 의미 있는 시사점을 줄 수 있다고 보는 데 비해,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실은 국가마다 재생 가능 에너지 정책이 다르고, 이런 정책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이 보고서의 결론을 다른 나라에 적용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즉, 국립재생에너지연구실은 데이터의 신뢰도, 보고서에 적용된 방법론, 저자들의 분석에 사용된 가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이 보고서의 결론에 근거해서 현재의 재생 가능 에너지 정책 타당성을 재검토할 이유는 없다고 본 것이다.

한편, Renewable Energy Magazin의 논쟁을 보면, 이 보고서는 대표적인 석유 기업 엑손의 지원을 받아 이루어졌다. 이 보고서가 발간된 이후로 미국의 보수 컬럼니스트, 보수 싱크탱크 연구소, 석유 대기업에서 이를 인용하며 오바마 정부의 재생 가능 에너지 정책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였다. 이런 논쟁이 진행되던 차에 국립재생에너지연구실이 백서를 발간하면서 보고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했던 것이다.

매거진에 따르면, 국립재생에너지연구실 이외에도 스페인 노동조합총연맹 지원을 받는 노동·환경 건강 연구소(Spanish Union Institute of Work, Environment and Health)에서도 이 보고서를 자세히 분석해서 반론을 제시하였다. 연구소는 "이 보고서가 분석 방법에 대한 설명도 없이 그저 언론의 관심을 끌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이 보고서가 재생 가능 에너지 성장이 결국 일자리 손실을 가져온다는 것을 입증할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린피스의 에너지기후변화 국장인 호세 루이스 가르시아(Jose Luis Garcia)는 이 스페인 보고서가 재생 가능 에너지를 공격하려는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정확하지 않은 데이터를 제시하고 있다고 보았다. 그는 "이 보고서가 다국적 회사인 엑손으로부터 17만 달러를 받는 싱크탱크 신유럽 센터(Center for the New Europe) 회원인 저자에 의해 작성된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재생 가능 에너지의 경제성과 이의 고용 효과를 둘러싼 논의, 재생 가능 에너지 정책의 방향 등은 여전히 논란 중에 있는 사안이다. 정책의 역사가 짧고, 기술 불확실성도 높아서 재생 가능 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 효과 등을 아직은 누구도 확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논란 중에 있는 사안과 연관된 보고서, 혹은 논문들을 다룰 때에는 보다 균형잡힌 보도 태도가 필요할 것이다.

보고서가 작성된 맥락이나 이와 관련된 논쟁들이 있었음에도 이를 같이 다루지 않을 경우, 독자들은 이 보고서를 검증된 사실로 받아들이고 이에 따라 재생 가능 에너지 정책에 대해 편향된 시각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에서 이 보고서 관련된 논쟁을 정리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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