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귀때기 뭉개진 점쟁이가 판치는 동작구 '지옥'"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귀때기 뭉개진 점쟁이가 판치는 동작구 '지옥'" [여기가 용산이다] 용역들의 세상인 정금 마을
현대건설은 번들번들하다. 번들번들한 얼굴은 신뢰감을 못 준다. 현대건설도 이점을 좀 아는지 지난 5월 6일 유엔글로벌콤팩트(UNGC)에 가입했음을 은근짜 과시했다. 이를 테면 번들번들한 얼굴에 분칠을 좀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분칠을 해도 너무 심하게 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국제 협약인 유엔글로벌콤팩트가 어떤 곳인가. 인권, 노동 규칙, 환경, 반부패 등 10대 원칙을 엄격히 준수함을 기본으로 하지 않는가. 그러니 서울 동작구 정금 마을에 뛰어든 현대건설이 유엔글로벌콤팩트에 가입했다는 건 두억시니(모질고 사나운 귀신의 하나) 따라가던 저승객조차 입 벌려 박장대소할 일이다.

현대건설이 어떤 곳인가. 다양성이 더욱 빛나는 삶의 공간 힐 스테이를 외치면서, 개개인의 단순함을 극대화하느라 콘크리트 기둥 힐 스테이를 세우는 곳 아닌가. 또 현대건설이 어떤 곳인가. 자신들은 피 묻히지 않겠다는 심보로 철거 용역 업체를 내세워 수많은 점쟁이들을 애지중지 키우고 있는 곳이 아닌가. 뭣이, 점쟁이들까지?

▲ 정금 마을. ⓒ유채림

그렇다, 현대건설은 정금 마을 상가세입자들의 동전 지갑까지 빼앗아 돌려, 그 돈으로 점쟁이들을 키우고 있다. 못 믿겠다면 4호선 이수역에 하차하여 정금 마을로 가보라. 마을입구에는 너덧 명의 점쟁이들이 주야장천 손님을 맞고 있다.

점쟁이들의 귀때기는 하나같이 짓뭉개져 있다. 레슬링 선수였는지, 유도 선수였는지, 아니면 현대건설에서 성형수술까지 해줬는지는 알 수 없다. 그들은 마을 입구에 버티고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삐딱하게 바라보면서 일일이 점을 치고 있다. "정금 마을 사람 아니지?" "근데 '씨발' 왜 왔어? 철거민들과 연대하려고? 아니 붙어먹으려고?" "당장 꺼지쇼!" "여긴 당신들이 올 곳이 못 돼!"

용케 첫 번째 점쟁이 집단을 통과해도 두 번째 점쟁이 집단을 만난다. 철거 농성 중인 사람들 사이를 왔다갔다하는 두 번째 점쟁이들은 입구에서 만난 점쟁이들과는 약간 다르다. 일단 귀때기들이 정상이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누구십니까? 왜 오셨습니까? …?" 마치 손님을 심문하여 일정한 답을 얻은 뒤, 점을 치겠다는 야릇한 배짱을 부리는 점쟁이들이다.

알고 보니 동작경찰서 정보과 형사들이다. 그런데 왜 이 자들이 여기 있는가. 혹시 이 자들도 현대건설의 녹을 먹고 있나? 아니면 아현 뉴타운개발 때 마포경찰서가 그랬고, 상도4, 5동 개발 때 동작경찰서가 그랬듯, 뒤로 먹은 돈이 켕겨서 현대건설의 점쟁이들을 비호해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실제로 이 자들은 충분히 의심 살 만한 짓을 했다.

지난 5월 3일 새벽, 귀때기 짓뭉개진 점쟁이들이 난입하여 농성 중인 철거민들을 가차 없이 패대기칠 때 동작경찰서 정보과 고모(某) 형사는, "죽이지는 마, 죽이지는 마" 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격려만 했던 것이다. 뿐인가.

지난 5월 6일 새벽은 더욱 아비규환이었는데도 실실 웃고만 있었다. 70여 명이 넘는 귀때기 짓뭉개진 점쟁이들이 철거 농성 중인 김밥천국 집으로 들어가 농성 주민들을 닥치는 대로 내동댕이치는 동안 그들은 웃다가 전화 걸고, 웃다가 하품만 해댔다. 이게 동작경찰서 정보과 형사들이니 현대건설의 또 다른 점쟁이들이 아닌가 의심할밖에 없는 일이다.

▲ 철거 용역들에 의해 폭행을 당하는 정금 마을 철거민. ⓒ유채림

그날 5월 6일, 김밥천국 집에서 내동댕이쳐진 정금 마을 철거민들은 다시는 김밥천국 집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됐다. 귀때기 짓뭉개진 점쟁이들이 문짝과 벽을 박살낸 뒤 어디서 구했는지 똥물까지 좍좍 끼얹어 놓았기 때문이다. 두들겨 맞고 졸지에 농성장까지 빼앗긴 철거민들은 그날 저녁이 되어서야 겨우 몸을 추슬렀다. 그들은 전철연(전국철거민연합회) 회원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다른 가게에다 농성장을 꾸릴 수 있었다. 그러나 개발 이익 환수금 챙기기에 급급한 천한 대한민국 관청과 건설 투기꾼의 배 불림이 목적이 돼버린 오늘의 재개발 사업으로 보아, 철거민들의 주장이 쉬 받아들여질 리 없다.

"내 가게를 빼앗은 자리에 15층짜리 아파트를 685세대나 분양할 계획이면서, 나는 왜 길거리로 내동댕이쳐져야 하는가!" 고개 숙여 귀담아 들어야 할 생존의 절규를 돈에 눈먼 자들은 결코 받아들일 자세가 아니다. 오히려 귀때기 짓뭉개진 점쟁이들을 동원하여 철저히 짓밟거나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으니 천한 나라의 서민은 서러워라! 서러워도 모질게 서러우니 이를 어찌할거나!

투기꾼 자본 먹여 살리는 게 목적이면서도 함께 사는 세상 운운하는 이 한심한 나라!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할머니를 패대기치고, 아기 업은 아녀자를 패대기치는 패륜을 비호하는 이 한심한 나라! 그 같은 패륜아의 밑구멍이나 닦아주는 동작경찰서 정보과를 도대체 어쩌지 못하는 이 한심한 나라! 전염병 위험이 있어 소독을 부탁했더니 철거민 주제에 별걸 다 걱정한다면서 발길을 돌리는 동작구청을 보고서도 도대체 어쩌지 못하는 이 한심한 나라!

귀때기 짓뭉개진 점쟁이들의 패륜에 박수를 치는 무격의 기업주제에 유엔글로벌콤팩트(UNGC)에 가입했다고 득의양양해하는 이 한심한 나라! 이 나라는 왜 정말 이다지도 천한 것뿐인가. 오호, 애재라! 오호, 통재라!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원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2-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