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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한명숙, 서울시민을 다시 길거리로 내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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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한명숙, 서울시민을 다시 길거리로 내모나 [기고] 정치 TV토론, 좀 합시다!
서울시장 선거를 둘러싸고 KBS는 물론 MBC까지 TV 토론이 무산되었다. 누가 나올 것인가,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 그야말로 '선수'와 '룰'을 둘러싼 공방 끝에 무산된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도 민주화의 역사가 만만치는 않은데, 경선을 비롯해서 여전히 룰 공방이 매번 도마 위에 오른다. 아직도 우리는 룰을 제대로 만들지 못한 것인가? 어쨌든 선수들의 그 고민은 이해할 수는 있고, 현 상황에서 오세훈이든 한명숙이든, 그 사실 자체를 가지고 탓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잊고 있는 것이 하나 있는 것 같다. 왜 TV 토론이라는 것이 하나의 제도로써 자리 잡게 되었는가? 그것은 선거에서 대중집회가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일이고, 또 그 과정에서 사람을 동원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부패가 생겨나기 때문에 그 비용을 줄이자고 TV 토론이라는 제도가 도입된 것이 아닌가? 기원부터 따지자면 지금의 한나라당이 야당에게 많이 양보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조직력이 튼튼한 한나라당에 비해서 그렇지 않은 정당들이 너무 열세이므로 이를 보완할 수 있게 TV 토론이라는 것을 우리가 하나의 제도로 도입한 것이 아닌가? 불리함을 따지자면 평균적으로는 현재의 여당이 불리하지만, 새로운 시대를 맞아, 저비용 정치를 만들자는 정신에서 어느 정도 양보한 측면이 있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TV 토론은 약자들, 정치신인, 소수당을 배려하기 위해 만들어진 성격이 강하다. 그게 원래의 정신이 아닌가? 경선과정에서 한명숙 후보에게 이계안 후보가 TV 토론을 거듭 주장했던 것도, 지금의 노회찬 후보가 TV 토론을 거듭 요구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이들이 약자라서 그런 것이다. TV 토론에서는 강자든 약자든, 동등하게 마이크를 잡을 수 있는데, 강자의 입장에서는 이건 불합리해 보이기는 하겠지만, 원래 이 제도의 취지가 그렇다. 강자들이 다시 예전처럼 장충동 광장이나 시청앞 광장에서 누가 더 많은 사람을 모을 수 있는가의 동원 경쟁으로 가게 되면, 필연적으로 그 안에서 어쩔 수 없이 부패가 생겨나게 된다. 여전히 가끔 돈다발 스캔들이 생겨나기도 하지만, 그래도 80년대와 90년대 선거에 비해 한국 선거가 전체적으로 많이 깨끗해졌다.

넓게 보면, TV 토론은 언제나 조직세에서 약세였던 민주당을 위한 제도이기도 하고, 그보다 훨씬 약세인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 혹은 국민참여당 같은, 작은 세력들을 위한 제도이기도 하다. 언제나 지역 조직에서는 절대 강자였던 한나라당이 TV 토론이라는 것을 통넓게 받아들인 것에 대해서, 나는 아직도 그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있다. 만약 그들이 이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선관위에서 합동 유세가 아니라 합동 토론회라는 방식으로 제도화시키는 것을 국회에서 통과시켜주지 않았다면, 우리는 우리가 지지하는 후보들을 위해서 여전히 아스팔트와 광장 위를 헤매고 다니고 있었을 것이다.

선거는 한 번이지만, TV 토론은 한 번이 아니다. 이 좋은 제도를 후보 개개인의 유불리를 앞세워 매번 정략적으로 끌고나간다면, TV 토론이라는 제도 자체가 흔들린다. 앞으로도 우리나라의 정치가 가야할 방향은 더 저비용 구조로 가고, 정치신인들 그리고 참신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방향으로 가야하는 것이 아닌가?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와 한명숙 민주당 후보, 두 사람에게는 이번 선거가 개인적으로는 명운이 걸린 선거이기도 하겠지만, 또한 선거라는 우리 모두가 만들어야 하는 제도와 장치들을 같이 진화시키는 그 대표 선수들이라는 점을 생각해주시면 고맙겠다.

이번 TV 토론과 관련해서, 한국 정치의 독특한 풍토 하나가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진국의 경우는 정치를 하면서 유명해지는데, 우리나라에는 유명한 사람만이 정치를 할 수 있는 구조가 있는 것 같다. 오바마도 유명한 사람이 대통령이 된 것이 아니라, 상원의원으로서 부시 재선 시기에 명연설로 유명해져서 대통령이 됐다. 정치인이라서 유명해진 것이 아니라 유명한 사람이 정치를 하는 구조, 그 구조는 우리가 깨야 할 좋지 않은 문화인 것 같다. 생각해보자. 노무현 대통령이 유명해서 정치를 했는가, 아니면 정치를 해서 유명해진 것인가? 그를 전국구 스타로 만들어준 것은 5공 청문회가 아니었던가? 정치를 통해서 유명해질 수 있는 우리의 마지막 장치가 바로 TV 토론회다. 이번 선거에서 비록 소수자이지만, 20대 출마자도 있고, 대학생 출마자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들이 국민들과 유권자에게 스스로 어필할 수 있는 기회를 활용할 것인가 아닌가는 개인의 역량 문제가 크겠지만, 그들이 판에 올라가서 춤이라도 한 번 출 기회를 주어야 지금 모두가 문제라고 하는 우리의 정치 문화가 개선되고, 새로운 의제와 주제들이 선거와 정치라는 장을 통해서 새롭게 등장하는 것 아닌가?

우리 모두, 미국처럼 40대 대통령, 프랑스처럼 30대 장관도 등장하는 그런 젊고 역동적인 정치를 속으로는 원하고 있지 않은가? TV 정치토론, 제발 좀 합시다. 그리고 더 많이, 더 자주, 그래야 20대 후보들도 어떻게 한 번이라도 스크린 앞에 서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지 않겠는가? 방송 비용은 길거리 유세 비용에 비하면 비용도 아니다. TV 토론을 이렇게 갖은 핑계를 대서 전부 막아버리면, 결국 우리가 안방이 아니라 길바닥에서 다시 선거를 치루어야 하는 과거로 돌아가 버리게 된다. 제발 앞서가는 서울시장 두 후보에게 부탁한다. 두 분이 이런저런 핑계로 TV 토론을 막아버리면, 서울시민이 다시 길바닥으로 두 분 말씀을 듣기 위해서 돌아다녀야 하는 어려움이 생긴다. 제발 안방에서 차 한 잔 마시면서 선거할 수 있게 좀 해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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