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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리반은 GS건설이 저질 기업임을 분명히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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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리반은 GS건설이 저질 기업임을 분명히 하겠다" [여기가 용산이다] 5개월 동안 강제 철거와 싸워온 두리반
아는가, 그날의 더럽고 축축한 기분을. 그 기분을 보다 명료히 설명할 길은 없다. 무슨 수로 그날의 기분을 적확한 단어로써 표현할 수 있단 말인가. 한마디로 과욕이다.

법은 무질서했고, 법은 난폭했다. 재개발이나 재건축, 두리반처럼 지구단위계획 지역에 속한 상가는 6개월이나 1년, 2년 만에 내쫓아도 아무 문제가 없다니 말이다. 영업을 시작한 지 2년 10개월 만에 명도 소송장을 받아든 두리반으로선 그야말로 '상가임대차보호법'은 독배였다. 상가세입자들의 영업권을 5년간 보장한다는 그 법이 세입자들의 식도와 내장을 태워버린 것이다.

뿐인가. '도시 정비 사업법(도정법)'은 어떤가. 지구단위계획 지역은 영업보상에 대한 의무나 시설투자에 대한 보상의 의무조차 없다고 한다. 어떻게 똑같은 철거민인데 재개발 지역의 철거민은 눈 가리고 아웅이나마 보상이 있고, 지구단위계획 지역의 철거민은 단 한 푼의 보상도 없단 말인가. 도대체 균형도 없고 일관성도 없는 게 법이 아니고 무엇인가.

GS건설은 그 법에 따라 행동했다. 그들은 확정 판결이 떨어지기 바쁘게, 스님 머리를 밀듯 삭도를 집어 들고 불불이 날뛰었다. 두리반을 비롯한 상가세입자들을 금방이라도 밀어버리려 들었다. 법적으로 사망선고 받았다, 이사 비용이라도 줄 때 나가라! 이사 비용 없어서 못 나가는 세입자도 있는 모양이었다.

▲ 두리반. ⓒ프레시안(최형락)

법은 무질서하고 난폭했으므로 두리반은 법과 맞섰다. 아직 확정판결이 나기도 전, GS건설의 용역들이 두리반 뒤편에 있던 라틴댄스클럽을 어떻게 했는지 두리반은 익히 알고 있었다. 철거용역들은 4층 건물 유리창을 모조리 박살낸 것으로 모자라, '위험', '철거'까지 휘갈겨놓고 라틴댄스클럽을 노골적으로 고사시켰다. 손님 다 떨어져 나간 클럽은 항소심 비용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오죽하면 앉아서 죽는 길을 택했을까. 라틴댄스클럽은 1심이 확정되자 3개월도 못 버텨내고 떠밀려나갔다.

이럴 땐 법, 저럴 땐 무법으로 삭도를 휘둘러대는 GS건설의 법 타령에 두리반은 의연히 무법으로 맞서겠다고 선언했다. '이건 아니다. 어딘가에서 영업을 재개할 수 있기 전엔 결코 나갈 수 없다' 그렇게 입술을 사려 물었다.

그러나 GS건설이 어떤 곳인가. 웰컴씨티라는 유령회사를 만들어 종로구 청진1지구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던 GS건설이 실로 어떤 곳인가. 개발 시행사인 (주)메트로피에프브이의 실제 주인인 GS건설이 실로 어떤 곳인가. 두리반 일대를 개발하면서 또다시 남전디앤씨라는 유령회사를 내세운 GS건설이 실로 어떤 곳인가. 유령회사를 세울 때마다 자금이 흘러간 흔적은 있는데, 되돌아온 흔적은 남기지 않고 있는 GS건설이 실로 어떤 곳인가.

GS건설은 용역 30여 명을 앞세워 두리반을 강제로 들어냈다. 끌고 온 5톤짜리 트럭 두 대에 모든 집기를 싣더니 어디론가 빼돌려버렸다. 최종적으로 사람을 들어낸 뒤, 두리반 앞에는 철판까지 둘러쳤다. 그게 하필 지난해 12월 24일 일이다. 모두 들뜰 때 슬픔은 오히려 두 배가 됨을 어찌도 잘 아는지.

두리반은 그날 이후 5개월 남짓 강제철거에 맞서 농성 중이다. 이사비용 받고 나가봐야 길바닥이다. 애면글면 모은 재산은 고사하고 대출 빚까지 짊어진 채 길바닥에 나서면 뭘 하겠는가. 라틴댄스클럽처럼 말라죽거나, 이미 쫓겨난 신발가게처럼 유리걸식하는 게 고작이다. 평당 800만 원 땅을 평당 8000만 원에 팔았으니 두리반 건물주는 떼돈을 벌었다. 평당 8000만 원씩 주고라도 사들인 GS건설은 또 분양사업을 해서 얼마나 많은 돈을 챙길 것인가.

그런데 5년도 안 된 두리반은 왜 빚만 짊어진 채 길바닥에 내동댕이쳐져야 하는가. 하여 두리반은 싸운다. 때론 난폭하고 무질서한 상가임대차보호법과 도정법을 앞세우고, 때론 법을 짓뭉개기도 하는 GS건설의 좌충우돌 폭력을 낱낱이 알리기 위해서. 살기 좋은 'GS자이'(GS건설 아파트 브랜드)가 아니라, 철거민들의 울부짖음이 울려 퍼지는 'GS자이'임을 천하에 알리기 위해서.

지난 5월 1일 인디뮤지션들의 '51+두리반'은 오픈 세레모니였다. 2000명이 넘게 모인 자리에서 두리반은 GS건설이 저질 기업임을 분명히 했다. 지난 5월 5일 '방 있어요?' 행사에서도 120여 명에게 두리반은 GS건설이 저질 기업임을 분명히 했다. 5월 23일, '생명 가꾸기' 행사에서도 두리반은 GS건설이 저질 기업임을 분명히 하겠다.

메인이벤트는 조만간 있을 예정이다. 이렇게 한다고 GS건설이 분노할까. 천만에. 농성한 지 150일이 다돼가는데도 여태 꿈쩍 않는 GS건설이다. 한 포털사이트에 두리반 기사가 올랐을 때 단 한 번, '왜 아무 상관없는 GS건설 이름이 두리반 대문에 버젓이 걸려 있느냐'고 볼멘소리를 한 적 있긴 하다. 그로 인해 두리반은 GS건설에게 거짓말 자본이라는 별칭을 하나 더 달아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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