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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와 'L자형 공황'이 만날 때 무슨 일이 벌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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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와 'L자형 공황'이 만날 때 무슨 일이 벌어질까? [우석훈 칼럼] "이번에는 장(長)파동 문제다"
시장 경제에는 경기 변동이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왜 이러한 경기 현상이 생겨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경제학이 뚜렷한 답을 주고 있지는 못하다. 화폐경제학에서는 중앙은행이나 경제당국의 조정에 따른 시간 격차 때문에 생겨난다고 말하기는 하지만, 모든 경기 현상을 이렇게만 보기는 어렵다. 대부분의 경우, 경기와 관련된 논쟁은, 올라간다, 내려간다, 그리고 당분간 변하지 않는다, 이 세 가지의 답변의 형태를 가지게 되어있다.

조금 더 깊숙이 생각해보면, 경기 변동에도 단파동(short wave)와 장파동(long wave)라는 두 가지 상이한 변동이 있는데, 이는 콘트라티에프라는 경제학자가 제시한 것이다. 이유도 모르고, 인과관계도 모르는 매우 특수한 법칙인데, 그는 세계 경제가 30년에 한 번씩 장파동이라는 등락을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것은 관찰적 법칙이라서, 과학적 명제의 형태가 아니라는 지적도 많다.

1929년 대공황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수 차례의 자본주의 위기에서 주류 경제학은 한 번도 예측에 성공한 적이 없었다. 당연한 것이, 주류 경제학은 '장기 일반균형'이라는 가설, 즉 시간이 지나면 시장이 모든 것을 균형으로 만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이론틀 내에는 '공황론'이라는 분야가 없다. '비지니스 사이클'이라는 이름으로 한 때 자본주의의 내적 동학을 연구하는 분야가 있었는데, 요즘은 별로 인기가 없어서 시들시들하다. 구조변화를 수반한 급격한 경제 변동, 이것은 세계경제는 물론 국민경제에서도 여전히 힘든 도전이다.

OECD는 물론 IEA(국제 에너지 기구) 같은 곳에서도 CGE(Computational General Equilibrium)이라는 모델을 사용해서 경제의 장기 추정을 한다. 한미 FTA 때 논란이 되었던 바로 그 경제성 평가의 모델은 호주에서 만든 국제통상을 포함한 CGE 모델이다. 약간 전문적 용어로 말한다면, 경제 예측모델 중에서 탑다운 방식과 바텀업 방식이 있는데, 운용의 편의상 거시경제에서는 주로 탑다운 모델을 쓴다. 바텀업에서는 밑에서부터 개별 기술의 변화와 부문별 조정 같은 것을 전부 조정해주면서 예측을 하게 되기 때문에, 사실성과 정확성을 많이 높여줄 수 있지만, 사회 DB를 비롯한 각종 파라메타 작업들이라는 거대한 작업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말만 그렇게 하지 운용이 쉽지가 않다. 현실적으로 KDI 등 한국에서 운용하는 CGE 모델들은, 모델러가 진짜로 '경제 공황' 현상을 반영해야겠다고 생각하면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지는 않다.

그러나 기술적 문제와 운용상의 문제가 있다. 전례 없는 구조전환을 패키지 안에서 처리하기 위해서는 산업 부문별 혹은 경제 주체별 상당한 수준의 '조정'이 필요한데, 그게 그렇게 만만한 작업은 아니다. 어쨌든 우리는 다른 나라에서 자기네 나라에 맞게 개발한 모델 패키지를 수입해서 쓰는 실정이라서, 국내 시장이 취약한 것 등 한국의 속성에 잘 맞지도 않고, 또 직접 개발한 것이 아니라서 내부 인코딩을 전부 바꾸어줄 방대한 작업을 모델러 혼자서 하기가 어렵다. 운용상의 문제라고 한다면, 우리가 지금 관심 있는 경제 공황 수준의 경기 변동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하는 정책의 '부정적 효과'와 의도하지 않은 '부수적 효과' 같은 것들이 모델에 반영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고가의 대형 모델들은 주로 정부 연구소에서 운용을 하기 때문에, 연구원장이나 장관이 자기 목을 걸고 모델러에게 "진실을 찾아봐라"라고 특별 명령을 내리기 전에는 그런 방식의 미래의 구조 변화를 반영한 시나리오를 포함시켜서 모델을 운용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정부가 발표하는 예측 결과에서 '데이타 마사지'와 시나리오의 비현실성 같은 것들이 논란이 되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한국에서 경제예측을 하는 각종 기관에서 CGE 모델을 돌린다고 해도, "모년 모월부터 우리에게 공황이 발생합니다"라고 예측할 수 있는 가능성은, 기술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0퍼센트다. 설령 모델에서 그런 결과가 나왔다고 하더라도, 그걸 국민들에게 알려줄 정부는 한국에서 존재한 적이 없었다고 할 수 있다.

"경제는 심리이다"라는 한 마디가 그 모든 것을 가로막고 있다. 그러니 일반인은 KDI든, 한국은행이든, 아니면 삼성경제연구소든, 아무리 쳐다보고 있어도 그들의 입에서 진실이 나올 수가 없다. 그렇다면 일반인들이 기댈 수 있는 전문가는?

한국에서 경제와 관련된 예측을 가장 많이 얘기하는 두 집단은, '증권쟁이'와 '부동산업자'다. 물론 그들에게도 직업과 관련된 양심이 있을 것이고, 그걸 내가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이 집단은 거시경제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다. 그래서 그들이 살펴보는 지수는 제한적이고, 그걸 가지고 종합적인 변화를 판단할 수 있는 상황에 있지는 않다. 그리고 본질적으로, 이 두 집단은 '인플레이션 장사'를 하는 곳이다. 증권이 오르거나, 부동산값이 오르는 상황에서 회사의 이윤이 나는 집단이라서, 그들의 자문에는 때때로 치명적 독이 숨겨져 있는 경우가 있다.

잘 될 때에는 이 모든 것이 어떻게 되더라도 상관없다. 한국이 경험했던 80~90년대의 장기호황에서는 CGE 같은 것은 없었고, 지금처럼 복합적인 판단을 도와주는 여러 통계들도 없었지만, 아무 상관이 없었다. 일단 주식을 사면, 결국은 장기 보유로 올라가게 되어있고, 일단 아파트를 사면, 어차피 올라가거나 아니면 재개발이라는 특수한 장치로 얼마간은 이익을 보게 되어 있고, 그게 우리가 살아왔던 한국이다. 그러나 지금은 좀 다르다.

한국경제에서 1인당 경제성장률이 0 혹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지난 리먼 브라더스의 위기를 제외하면 딱 두 번이다. 1979년에 한번, 1997년에 한 번. '79년 공황'이라고 하는 것은 1977년의 2차 석유파동의 여파로 일어난 것인데, 결국 영원할 것 같은 유신정권이 이 때 무너졌고, 더욱 강력한 군사정권이 집권하게 된다. 국제그룹에 대한 조정을 한편으로는 정치적 길들이기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는 군사정권의 자본에 대한 강제적 조정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1997년은 IMF 경제위기인데, 이 때도 결국 정권이 바뀌었고, 상당한 수준의 변화가 한국에 벌어지게 된다.

두 공황 사이의 시간이 17년이고, 그렇다면 한국은 대체적으로 15~18년 짜리의 장기파동이 존재하는 것 아니냐, 이런 질문을 많은 이론가들이 던졌다. 딱 두 번의 사례이므로, 일반화시키기도 어렵고, 비즈니스 사이클은 인과론에 의존한 법칙이 아니라 경험적으로 관찰된 것에 불과하므로 그걸 통해서 정식을 만드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그러나 국민경제 내에 해소되지 않은 불균형이 누적되면, 그걸 거대한 방식으로 조정하는 것이 바로 경제 공황 혹은 경제 위기라는 현상 아닌가, 이런 식의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앞의 두 가지 위기를 살펴보면, 내부 모순과 외부 모순이 모두 동시에 결합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79년의 경우는, 밖으로는 석유 파동, 안으로는 과잉생산, 즉 중화학공업에 대한 집중적 투자가 조정되지 않으면 안될 불균형을 만든 셈이다. 그렇다면 1997년은? 한국 경제 내부의 모순에 대해서는 몇 가지 엇갈리는 설이 있지만, 어쨌든 세계화와 금융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헤지펀드의 등장 등 금융위기가 발생할 외부적 요인이 있었던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자, 그렇다면 IMF 경제 위기 이후 우리에게는 이런 누적된 내부 요인이 없었을까?

▲ 왜곡된 부동산 시장이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은 누구라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대책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뉴시스

누구나 한국 경제를 국민경제라는 관점에서 보면, 왜곡된 부동산 및 주택 시장, 즉 '아파트 현상'과 토건현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너무 팽배한 것이라서,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국민경제의 지수들 몇 가지만 국제 비교를 해봐도 금방 튀어나온다. 아니, 지수 비교도 필요 없다. '4대강 개발'을 보면, 상식으로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21세기에, 60~70년대에 했던 '자연대개조' 방식을 동원하다니…. 이건 그 시기에 자본주의 국가도 하고, 사회주의 국가도 했던 것인데, 21세기에 자연대개조 방식을 사용하는 나라는, 단연 한국 그리고 이명박 정부 외에는 없다. 이게 부작용을 만들지 않을 것인가?

리만 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시작된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한국으로서는 완벽한 외생변수였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당시의 경제 위기는, 이명박 정부로서는 억울한 감이 있다고 생각했고, 원화가치를 적절히 방어하고, 시장의 불신만 해소하면 큰 탈 없이 넘어갈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야말로 '신뢰의 붕괴'에 의한 외부충격의 내부화 현상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그렇지만 그걸 계기로 국민경제에 축적된 불균형들이 균형을 찾아가는 조정과정을 거치면, 오히려 한국 경제에는 긍정적인 효과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공격적인 재정정책으로, 한국에서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정부 재정적자를 초래했고, 이것이 더욱 역동적으로 늘어갈 것이다. 한 마디로, 미래에 사용해야 할 자원을 미리 당겨서, 그것도 토건사업 방식으로 풀었다. 그리고 이자율도 공격적으로 낮게 유지했다. 지금 한국에서는 이로 인해 이중의 가격 현상이 생겨나는 중인데, 부동산 가격은 상승하지 않고, 비부동산 물가는 상승하는, 그래서 평균을 내보면 잘 포착되지 않지만, 부문별로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이 공존하는, 매우 특수한 상황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정부가 지난 2년 동안 묶어놓고 있던 전기값 인상과 같은 공공요금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극단적으로는, 부동산 값은 폭락하지만, 생필품값은 하이퍼 인플레이션 수준으로 폭등하는, 그런 자본주의 경제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특수 인플레이션을 만날 가능성이 높다.

나는 이러한 변화가 누적된 불균형으로 인한 장파동의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내수시장, 지역경제, 세대별 분배, 이런 것들이 종합되어 설명되어야 할 장기변수인데, 이런 변수들은 몇 주 혹은 몇 달짜리 지수를 살펴보는 증권 전문가나 부동산 전문가가 잘 짚지 않는 변수들이다. 그리고 정부정책에 대해서 '중립성'을 의심받고 있는 CGE 등 예측 모델의 운용집단도 처리하기 까다로운 변수이다.

자, 이제 시작되려고 하는 이 근본적인 경제위기가 단파동인가, 장파동인가? 우리는 이미 2년 전에 V자형 위기를 한 번 겪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근본적 조정은 없었다. 그래서 그런 V자형 위기가 한 번 더 오면, W자형, 즉 '더블딥'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한 번도 온다면? VVV, 이렇게 생긴 파동형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게 장기적으로 계속된다면? 그게 바로 일본형 공황인 L자형 공황이다. 내가 우려하는 것은, 두 가지이다. 이 L자형 공황이 한국에서 실제로 벌어진다면, 우리가 과연 그걸 대처할 능력이 있을까? 그리고 실제로 그런 L자형 공황이 만약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대통령에게 벌어졌을 때, 그 정치적이고 사회적 혼란을 어떻게 우리가 헤쳐나갈 수 있을까?

나는 지금의 위기가 한국 경제의 내부 모순의 중첩에 의한 장파동과 관련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부가 섣불리 거시경제 정책의 지휘자로 나서는 것보다, 지금은 시장을 믿고, 시장의 공정한 작동을 위한 제3자적 조절자 역할을 하는 것이, 1~2년 사이의 '최후보증자'로서 경제당국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 더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한국 경제는 특성상, 정부마저 실패하면 더 이상 손벌릴 데가 없다. 공적자금 투입, 어설픈 구조조정,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정부 보증, 이런 데 대해서 지금 내가 반대하는 이유들은 이것이 장파동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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