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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또 광고 외압 논란…'두리반' 광고 누락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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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또 광고 외압 논란…'두리반' 광고 누락시켜 두리반 "GS건설 외압 때문" vs <경향> "일방적 주장…외압 없었다"
<경향신문> 13일자 2면에 실릴 예정이었던 재건축으로 철거 위기에 몰린 칼국수집 '두리반' 광고가 다른 광고로 대체돼 두리반 측의 강한 항의를 받고 있다. 두리반 대책위원회는 13일자 <경향신문>에 573명이 마련한 기금으로 '두리반에 전기를 당장 공급하라!'는 제목의 광고를 실으려 했다.

두리반 대책위에 따르면 23일째 전기가 끊긴 두리반의 상황을 알리고자 <경향신문>에 광고를 싣기로 결정했다. 지난 9일 <경향신문> 광고국에 이에 대한 문의를 했고 13일자 2면 하단에 광고를 싣기로 구두계약하고 광고료를 지불했다.

하지만 13일자 신문 마감 1시간 전에 <경향신문> 광고국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GS건설과 관련한 일방적인 주장이 담겨 있기에 내용을 수정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 두리반 대책위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고 결국 광고를 빼기로 결정했다. 광고에서는 두리반 일대를 재건축하는 실질적인 시행사를 GS건설로 지목했다.

▲ <경향신문>에 실으려 했던 광고 시안. ⓒ두리반

두리반 "<경향신문> GS건설 때문에 광고 내렸다"

두리반 대책위 유채림 씨는 "12일 오후 6시께 두리반 광고를 내려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2면을 배당받고 광고료까지 보냈는데 무슨 소리냐고 물었더니 그저 죄송하다고 밖에 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 씨는 "광고를 못 내는 게 한국전력 때문이냐고 묻자 <경향신문> 광고국에서는 '솔직히 최대 광고주인 GS건설 때문'이라고 답했다"고 주장하면서 "지난 2월, 김상봉 교수 칼럼 게재 불가로 사과문까지 냈던 <경향신문>이 또다시 이러한 일을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 씨는 "애초 계획했던 400인 선언을 훌쩍 넘겨 573인 선언이 되었는데 두리반을 돕는 그 따뜻한 손길들에게는 뭐라고 답해야 할지 난감하다"며 "두리반 농성 8개월 동안 정말 벅찰 정도로 다종다양한 모순과 싸우고 있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경향신문> "일방적 주장이 담겨 있는 광고라 싣지 못했다"

하지만 <경향신문> 측은 "일방적인 주장이 담겨 있는 광고라 부득이하게 싣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동현 <경향신문> 광고국장은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광고를 내기 전날 오후에야 두리반에서 광고 내용을 보내와 내용을 보게 됐다"며 "내용을 봤더니 '눈먼 GS건설' 등 일방적인 주장들이 곳곳에 들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국장은 "문제가 될 수 있기에 법률팀에 자문을 구하니 역시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소견을 밝혀왔다"며 "그래서 두리반에 연락을 해 내부에서 논의를 해봐야 한다며 광고 내는 것을 며칠 미뤄줄 것을 부탁했다"고 밝혔다. 이 국장은 "하지만 두리반에서는 이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광고를 내리게 된 것이 GS건설의 영향 때문이란 주장을 두고 "솔직히 마감을 한 시간 앞두고 GS건설에게 압박을 받을 여건도, 이유도 없었다"며 "하지만 개인적으로 광고국장이라는 직무를 가진 사람으로서 (GS건설이) 부담이 되지 않을 순 없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GS건설이 신경 쓰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이것은 그것과 상관없이 광고 내용 자체가 일방적이기 때문에 검토해보자고 두리반에 요청을 한 것이다"고 GS건설의 외압 의혹을 부인했다.

아래는 두리반 대책위가 실으려 했던 광고 내용.

두리반은 비정한 세계의 정수리를 쳐 유정한 세계를 꿈꾼다

서울 도심에 위태롭게 떠 있는 섬이 하나 있다. 눈먼 자들의 부도덕한 탐욕에 맞서느라 스스로 단애절벽에 이른 위험천만의 섬이다. 그 섬은 24일째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깜깜절벽이다. 어둠은 깊고 짙다. 흐르는 땀과 모기와 싸워내며 견뎌내기에는 지나치게 모멸의 시간이다.

돈에 눈먼 탐욕자본

그곳은 홍대 앞 두리반이다. 2006년 3월, 마포구청이 지구단위계획지역으로 발표하면서 졸지에 투기꾼들의 먹잇감이 된 두리반은 8월 13일로 강제철거 반대농성 231일째, 단전 24일째를 맞고 있다. 애초 건설시행사인 GS건설은 영업을 시작한 지 5년이 안 된 두리반을 밀어내면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해당되지 않는 곳임을 악용하여 영업보상이나 시설투자에 대한 보상도 없이 그저 이사비용만 운운했다. 두리반은 이를 거부했다. 생계터전을 잃고서는 살아갈 길이 없기에 두리반을 다시 열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탐욕에 눈먼 GS건설은 지난해 12월 24일 유령회사 남전디앤씨를 내세워 두리반을 들어내고 말았다. 생계터전을 잃고 단애절벽으로 내몰린 자가 선택할 길은 양극뿐이다. 길바닥인가, 두리반으로 다시 들어가 생존을 보장받기까지 농성할 것인가. 두리반은 생존을 보장받기 위한 길을 택했다.

한국전력의 관행이 돼버린 직무유기

하지만 생존을 보장받으려는 농성은 강퍅한 길이다. 농성 231일째를 맞는 오늘까지 GS건설은 단 한 차례도 협상테이블을 마련하지 않았다. 오히려 유령회사 남전디앤씨를 내세워 단전을 통한 극한의 삶을 강요했을 뿐이다. 하여 두리반은 불야성 속 칠흑의 섬으로 떠 있다. 한국전력을 찾아가 전기 공급을 요구했으나 그마저 묵살됐다. 전기 공급 약관대로라면 한국전력은 자신들의 직무유기를 사과하고 즉시 두리반 전기 공급을 재개해야 한다. 전기 공급을 해지할 때 현장에 나와 전기 실사용자를 확인하고, 실사용자에게 공급 해지에 동의하느냐는 물음을 던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전력은 이를 어겼다. 두리반 단전을 감행한 곳은 GS건설의 유령회사 남전디앤씨였고, 한국전력은 두리반에 나와보지도 않은 채, 그 이틀 뒤 책상에 앉아 해지신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있을 수 없는 직무유기를 두고 두리반이 문제 삼았으나 그동안 온갖 재개발 현장에서 방조해온 관행에 젖어 아예 자신들의 죄과조차 인정하려들지 않는다. 얼마나 많은 건설시행사들이 기초에너지를 무기삼아 철거민들을 내쫓아왔는지를 돌아본다면 한전의 직무유기는 가히 살인방조에 가깝다.

약속을 너스레로 바꾼 마포구청

구청은 어떤가. 두리반은 단전 6일째를 맞아 마포구청 도시계획과에 들어갔다. 잘못된 도시계획 발표로 희생양이 된 두리반에 전기 공급 재개를 요구하며 일주일간 항의농성을 벌였다. 농성 일주일째 되는 날 구청장은 두리반 대책위원을 통해, "두리반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전기 공급을 하겠다"는 전향적 답변을 했다. 두리반은 마침내 농성을 풀었다. 하지만 현재 두리반 뒤편에는 구청장의 하사품인 경유발전기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세상에! 하루 7만 원에 이르는 기름 값을 두리반이 알아서 하라니! 구청장은 전기 공급 약속 대신 그림의 떡을 보내준 꼴이다.

폭염은 전기 끊긴 두리반을 극한으로 내몰며 GS건설의 탐욕이 그 얼마나 살인적인가를 돌아보게 한다. 폭염은 한국전력과 마포구청의 직무유기와 약속파기가 두리반에게 그 얼마나 악무한적 인권유린인가를 돌아보게 한다. 하여 그토록 완악하고 간특한 투기자본과 관청의 영혼 없는 천박함에 애써 노여움을 삭히며 여기 뜻을 모으니, 두리반이여 일어나라!

두리반이여 일어나라! 이 땅의 모든 두리반이여 일어나라!

2010년 8월 13일
573인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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