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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리반' 크리스마스의 악몽…노래하는 이들이 지켜온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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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리반' 크리스마스의 악몽…노래하는 이들이 지켜온 1년 음악가·작가·영화감독·성직자들 참여해 '철거 투쟁'의 새로운 장
서울 지하철역 홍대입구역 인근의 칼국수집 '두리반'. 그들에게 2009년 크리스마스 이브는 용역들에게 집기를 철거당하고 거리로 내쫓긴 악몽 같은 날이다. 그리고 1년이 지나 다시 크리스마스 이브. '두리반' 주인 안종녀 씨와 남편 유채림 씨는 아직까지 철거된 장소에서 농성 중이다.

농성 1년인 24일을 맞아 '두리반 강제철거 반대 대책위원회'는 '두리반'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1년 전과 달라진 건 없다. 다른 곳에서 가게를 열수 있는 돈만이라도 달라는 안종녀 씨의 요구에 재건축 시행사 남전DNC는 묵묵부답이다. 1년 전과 다른 게 있다면 집기가 철거된 '두리반'에 안종녀 씨 부부만 있는 게 아니라 음악가, 성직자, 시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리반' 투쟁은 새로운 투쟁 방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는 '두리반' 투쟁을 두고 "새로운 투쟁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박 이사는 "시공사 등 가진 자들은 돈으로, 법으로, 용역들로 철거민들을 몰아내고 있다"며 "하지만 '두리반'에는 함께 하는 이들이 있어, 그들이 쉽게 들어오지 못 한다"고 말했다.

박 이사는 "그런 분위기는 음악 활동가 등이 만들어왔다"며 "시간은 우리 편이기에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함께 하자"고 밝혔다.

▲ 농성 1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프레시안(허환주)

실제 그간 '두리반'을 지탱해온 건 홍대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음악가들의 힘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들은 매주 토요일 '자립음악회'라는 이름으로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벌써 10개월이 지났다.

여기에 매주 금요일에는 '칼국수 음악회'가 열린다. 또한 용산 남일당 앞에서 월요일마다 노래를 했던 듀엣 '엄보컬·김선수'가 '두리반'으로 장소를 옮겨 '하늘지붕음악회'를 매주 월요일마다 한다.

음악가뿐만이 아니다.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주관으로 매달 한 번씩 '두리반'에서는 '문학포럼'과 문학 낭독회가 열린다. 매주 화요일에는 독립영화단체 '푸른영상' 주관으로 '다큐멘터리상영회'도 열린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노래밖에 없다"

음악가 단편선 씨는 "지난 2월 처음 이곳을 알게 됐다"며 "이후 매주 금요일마다 음악회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단편선 씨는 "지금까지 음악회를 열게 될 줄은 몰랐다"며 "상황이 달라진 게 없는 것처럼 우리 역시 달라진 게 없다"고 밝혔다.

그는 "반면 '두리반'이 달라진 점은 1년 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노래를 한다는 점"이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노래하는 것밖에 없기에 노래로 연대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동자에겐 노동자의 방식이 있고, 작가에겐 작가의 방식이 있다. 음악가에겐 음악가의 방식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바보 동네 형 같은 우리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진심을 다해서 했다"고 말했다.

김근 한국작가회의 사무처장은 "사람이 있다고 말하고자 문학 강연, 낭독회 등을 열고 있다"며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없는 현실이 슬프다"고 밝혔다.

한편 '두리반'에서는 농성 1년을 맞아 오후 6시부터 '두리반 365 막개발을 멈춰라'라는 이름으로 영상상연, 안종녀-유채림과 대화의 시간, 돌잡이 퍼포먼스 등을 진행한다. 저녁 8시부터는 모나미, 조한석, 연영석 등 인디밴드 16개 팀이 공연을 진행한다.

'두리반' 주인 안종녀 씨는 시행사 남전DNC에게 새롭게 가게를 열 수 있는 보상금을 요구하고 있으나 남전DNC는 협상 테이블 조차 마련하지 않은채 이주비 300만 원만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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