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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젠틀'인가 '물렁'인가?…그럼 김두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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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문재인, '젠틀'인가 '물렁'인가?…그럼 김두관은? [고성국-김어준-손석춘 토크콘서트] 덤벼라 2012! ②·끝
바야흐로 '대세론'의 시대다. 대체로 2012년 대선을 바라보는 시각은 '대선의 상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박근혜라는 '항성' 주변에 몇몇 '행성'들이 소리없이 나타났다 다시 사라질 뿐이다.

그러나 그렇게 정리하고 넘어가기엔 허망하고, 또 심심하다. 그래서 '변수'를 한 번 따져봤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가장 먼저 시험대에 올랐고, 최근 논의되는 진보대통합을 중심으로 '2012년 이후'도 점쳐봤다. 평가는 냉혹했지만, 동시에 유머러스했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 손석춘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사장,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의 토크콘서트 '덤벼라 2012'가 20일 오후 서울 장충동 프레시안 사무실에서 열렸다. 콘서트의 1부가 '박근혜 대세론'에 관한 것이었다면, 2부와 3부는 대선의 '변수'에 관한 이야기다. 본 지면에서 소개될 2,3부엔 이들의 걸쭉한 입담만큼 청중들의 질문도 날카로웠다. <편집자>


1회 보기 : "박근혜에겐 재클린 케네디의 아우라가…"

▲ (왼쪽부터)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손석춘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사장,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 ⓒ프레시안(김하영)

문재인은 박근혜의 '대항마'가 될 수 있을까?

김어준 : 제가 2년 전부터 온갖 구박을 받으며 문재인은 반드시 뜬다고 주장해왔거든요. 오늘 여론조사 결과를 보니까 문재인이 박근혜 다음 2등으로 올라왔어요. 놀라운 지식인의 혜안이 증명되는 순간입니다. 제가 역술 지식인에요.

그렇다면 왜 문재인이냐.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 때였죠, 백원우 열사의 '고함폭탄 투척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때 문재인 이사장이 사과를 했어요, 가카한테. 보통 그런 격한 순간에 우리 편이 적장에게 사과를 하면 화가 나기 마련인데, 그게 전혀 비굴해보이지 않고 경우가 바르게 보였단 말이죠. 그건 배울 수 없는 타고난 애티튜트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박근혜도 그런 애티튜트가 있죠. 그 때 처음 깨달았습니다. 아, 이 양반이 박근혜의 상대가 될 수 있구나. 놀라운 혜안이죠. 그 한 장면을 보고.

세상의 모든 큰 유행, 즉 메가트렌드는 반드시 그 전 유행의 결핍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예를 들어 꽃미남이 유행해요. 야들야들하고 좋죠. 근데 어느 순간 너무 야들야들해 지겨워져요, 그러다 보면 짐승남을 찾게 되죠. 근데 짐승남은 목 아래론 좋은데 목 위가 부실한 거야. 그래서 지적이면서 근육도 적당히 있는 차도남을 찾게 돼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유행은 그런 식으로 이전의 유행에서 결핍된 것들을 만회하면서 만들어집니다.

▲ "박근혜와 같은 지점에서 싸워 이길 유일한 사람, 그가 문재인이다!" ⓒ프레시안(김하영)
대통령 정도면, 메가트렌드죠.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의 문제는 정책이나 인간적 매력도 중요하지만 '이전 대통령이 누구였냐'도 중요합니다. 노무현에게 받았던 피로감, 이제 나도 돈 좀 만지고 싶다는 욕망, 이게 우리 가카를 만든 것 아니겠어요? 우리 가카, 3년 반 동안 매우 경이롭게 하셨죠. 그러나 이제 그런 가카의 대척점에 있는 것들, 사사롭지 않아야 한다던가 사기치지 않아야 한다던가, 약속을 지켜야 한다던가. 그런 것에 대한 욕망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우리의 오해죠. 가카는 절대 그럴 분이 아닌데.

그런 품성과 자질에 가장 가깝게 연상되는 사람이 박근혜입니다. 그런 자질을 가졌을 것만 같고, 청렴한 이미지를 선점했어요. 손학규나 유시민은 모두 그 지점에서 게임이 안 됩니다.

그래서 같은 지점에서 싸워 이길 사람을 찾아내야 하는 거에요. 다음 대선에서 대중들이 정서적으로 떠올리는 이미지와 자질, 그 지점에서 싸워서 승산이 있는 유일한 사람이 문재인입니다.
문재인 자서전 제목, <운명>이 아니라 <의지>였다면…

고성국 : 문재인의 잠재적 가능성을 높게 보시는데, 전 안 될거라고 봐요. 책 제목이 <운명>입니다. 마키아벨리가 이런 말을 했어요. '정치인은 운명을 넘어서는 의지다'. 문재인의 <의지>, 이랬으면 가능성을 좀 높게 봤을텐데, 매우 소극적이죠.

제가 문재인 이사장을 처음 본 게 2002년인데, 이제 10년이 지났어요. 그 때 봤던 모습과 지금은 전혀 변함이 없어요. 대단한 일관성을 보여줍니다. 굉장히 좋은 점이긴 한데, 적어도 대통령 몫은 아니죠.

김어준 : 문재인의 약점은 딱 하나입니다. 문재인을 가장 과소평가하는 사람이 문재인 본인이고, 문재인의 파괴력을 유일하게 모르는 사람이 문재인입니다. 문재인의 출마를 가장 강하게 저지하는 사람 역시 문재인이죠. 문재인 본인도 그렇게 얘기합니다. 권력 의지가 없다고, 자기 소명을 다했다고. 가장 결정적으로 자신한테 정치적 자질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자질없는 사람이 나섰다가 다름 사람 기회 뺏고, 피해 입힐까봐 나서지 않는거죠.

그런데 그 양반의 생각은 틀렸어요! 물론 연예인의 자질은 없어요. 무대에 올라 대중을 휘어잡고 설득하는, 노무현에겐 있었던 그 자질이 없는 거죠. 물론 대중 정치인에겐 반드시 필요한 점인데, 이번 대선에선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박근혜한테도 그런 자질은 없죠. 조곤조곤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으면 됩니다. 적어도 이번 대선에선, 이 사람이 진심으로 얘기하고 있구나, 이것만 전달되면 먹힙니다.

고성국 : 화려한 테크닉이 있고 없고는 본질이 아니죠. 정치인에게 가장 어려운 일이 올바른 의미에서 권력의지를 스스로 세우는 겁니다. 정치인이라면 다 권력의지를 갖고 있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정치인은 누구나 욕심이 있지만, 권력의지를 갖고 있는 사람은 굉장히 드물어요.

그리고 권력의지가 없는 사람에게 이걸 심어주는 건 굉장히 어렵습니다. 테크닉은 가르쳐줄 수 있고, 정책도 만들어서 가르칠 수 있습니다. 근데 권력의지를 확립하게끔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왜냐, 이게 그 사람의 삶 전체를 바꾸는 일이기 때문인거죠.

문재인의 '젠틀함', 그게 문제다!

손석춘 : 지식인의 혜안을 부정할 생각은 없는데요.

김어준 : 부정한다고 사라지지 않습니다.
손석춘 : 전 다른 측면을 얘기하고 싶어요. 김어준 총수가 얘기하는 문재인, 아주 신사답죠. 청와대 출입기자들 얘기를 들어봐도 아주 점잖고 젠틀한 사람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우리 시대가 맞닥뜨린 문제를 풀어가는데 과연 그게 덕목이 될 수 있을까 싶어요.

사실 풀어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닙니다. 초과이익공유제를 하다못해 정운찬이 얘기하는데, 거기에 이건희가 반응하는 걸 보세요. 그렇게 대기업과 부딪히면서 풀어야할 문제도 있고, 남북관계에도 상당히 많은 정치적 책략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언론을 상대하는 것도 마찬가지죠. 종편까지 갖춘 조중동은 어떻게 상대하며, 검찰은 또 어떻게 상대합니까? 이런 문제에 있어선 노무현도 실패했어요. 문재인은 그 정부에서 2인자로 있었죠. 본인 스스로도 노무현 같은 능력이 없다고 말한다면, 더군다나 그렇게 '젠틀'한 사람이라면, 그런 신사다운 행동이 유권자들한테 얼마나 신뢰를 줄 수 있을까요?

김어준 : 그건 '젠틀'과 '물렁'의 차이를 오해하는 겁니다. 젠틀하지만, 그 양반에겐 대단한 결기가 있다고 봅니다. 또 문재인에게 권력의지가 없는 건 자기가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흔히 정치인이라면 갖고 있는, 어떻게든 덤벼서 빼앗아야겠다는 그런 사사로운 욕구가 없는 겁니다. 일단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무섭게 달려들 겁니다.

문재인에겐 없고 김두관에게 있는 것은?

고성국 : 야권에선 문재인과 김두관을 주목해야 하는데, 이 시점에서 문재인은 권력의지가 없어보이고, 김두관에겐 있습니다. 어떻게 다른지 느끼시죠? 그 둘은 표정부터 다릅니다. 제가 주목하는 권력의지란 어느날 갑자기 심어지는 것도 아니고, 이길 수 있다고 생각을 고쳐먹는다고 해서 없던 게 바로 나오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선거공학적으로 보면 김두관과 문재인의 나머지 조건은 거의 비슷해요. 당당하기로 김두관이 문재인보다 못하지 않고, 헌신성도 마찬가집니다. 전 권력의지가 있는 김두관이 훨씬 가능성 있다고 봅니다.
▲ "권력의지, 문재인에겐 없고 김두관에겐 있다." ⓒ프레시안(김하영)

그런데 결과적으로 이번 대선에선 둘 다 안될거라고 봐요. 김두관은 경남지사 그만두고 당장 총선에 뛰어들어야 하는데, 당선 1년도 안 돼서 자신을 선출해준 지역을 버리고 총선 가는게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대선주자라면 내년 총선을 지휘해야만 하죠.

당장 한나라당은 박근혜가 전면에서 서서 총선을 지휘할 겁니다. 야권도 손학규, 문재인, 정동영, 그 누구든 대통령에 도전하겠다는 사람은 총선에 모든 걸 걸고 뛰어들어야 합니다. 총선 끝나고 '나 대통령 할게요', 이렇게 나설 수 없는 거죠. 그런 면에서 김두관은 일정상 촉박하고 조건이 안 맞아요. 그러나 아직 젊기 때문에, 다음을 노릴 충분한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면 문재인은 이번이 아니면 다시 이런 기회가 오질 않아요. 그런데 계속 이런 상태라면? 답이 없죠.

문재인이 이번 대선에 나가려면 당장 올해 가을엔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총선에 뛰어들어야 합니다. 부산 지역구에서 출마해 자기가 선봉장이 되어서 대여섯 명이라도 국회의원을 만들어야 하는 거죠. PK전선을 자기 걸로 만들어야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는 겁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 순간 야권은 문재인으로 정리가 될 겁니다. 박근혜-문재인 양강 구도로 가는 거죠. 그런데 문재인이 총선에 뛰어든다고 해도, 한나라당이 정말 위기의식 느끼고 달려든다면 또 어려워집니다. 제가 봤을 땐 이 양반이 프로페셔널한 정치인이 아니기 때문에, 그 위기를 넘고 대선까지 갈 수 있겠나, 그런 회의가 드는거죠.

더구나 최종적 결단은 늦어도 12월엔 해야 하는데, 이제 정치일정상 서너 달밖에 안남았습니다. 정치신인을 대권주자 수준으로 만드는데 필요한 시간이 있어요. 미디어정치 시대이기 때문에 과거보다 단축되기 했지만, 아무리 짧아야 2~3개월은 필요합니다. 적어도 11~12월엔 런칭이 돼야 하는데, 지금 문재인의 행보는 너무 한가해 보입니다.김어준 총수를 비롯한 야권의 책사들이 그 사이 문재인에게 승리의 확신을 불어넣지 않는 한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 거죠.

김어준 : 정치평론하시는 분의 매우 정교한 분석이긴 하나, 그런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떤 시나리오가 있냐, 이것도 중요하지 않아요. 인간이 생각만큼 합리적이지 않아요.

일단 사람들은 목이 말랐습니다. 내 마음을 줄 수 있어야 하는 거죠. 애인이 어떤 순간에 나타나는 건 중요치 않아요, 마음을 줄 수 있는 애인이냐 아니냐는 게 중요한 거지. 노무현이 갑자기 뜬 것도 정치 일정만 봤을 땐 불가능한 거 아니었나요?

아무리 이것저것 따져본다고 해도, 결국엔 한 방에 정리될 수 있다고 봐요. 우리 가카 때문에 진짜 답답하잖아? 그 결핍감을 풀어줄 사람이 나타나는 순간 확 몰리는 거죠.

제가 봤을 때 문재인은 수줍은 노무현이고, 굉장히 샤이한 사람인데요. 그런데 이 '샤이'함은 고칠 필요가 없는 '샤이'에요. 그 특성 그대로 이번 대선에서 먹힐 수 있는거죠. DJ처럼 단상에 올라가 대중들을 사로잡을 필요가 없는 시대에요. 일단 이 양반이 손이 이뻐요. 피부 색깔도 좋아요. 여성에게 먹힙니다. 그게 중요한 시대가 온 거죠!

고성국 : 여성유권자들의 지지율은 문재인보다 김두관이 더 높아요.

김어준 : 어쨌든 이제 사람들에겐 외국 나가서 다른 정상 옆에 섰을 때 부끄럽지 않은, 그런 대통령을 갖고 싶다는 아주 강한 열망이 있단 말이죠. 그건 민주화보다 큰 열망입니다. 그걸 문재인을 실현시킬 수 있다, 이거죠.

또 문재인은 보수에게도 먹히고, 손학규나 유시민 표도 가지고 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반대는 안 되죠. 손학규와 박근혜가 붙으면 손학규가 원사이드로 깨진다고 봅니다. 손학규 대표는 뭐랄까요, 좀 산업스파이같은 느낌이죠. 실제 그렇든 안그렇든. 전 손학규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은 김문수 지사가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돼서 대통령이 될 확률보다도 낮다고 봅니다.

보수는 자신에게 이익이 되면 후보가 부끄러워도 밀어주지만, 진보는 그렇지 않습니다. 진보진영은 자신의 지지가 스스로에게 떳떳해야 하죠. 이 사람을 지지하는게 자랑스러운가 아닌가. 정동영의 사례에서 증명됐죠, 스스로에게 떳떳하지 않으면 투표장에 안 가요.

손학규 대표는, 본인에겐 안타까운 얘기지만…야당 지지자들이 정동영 때보다 투표장에 안 가고 집안에 들어앉아 있게 할 가장 강력한 후보라고 봅니다.

물론 여러 정치공학적인 얘기도 있죠. 전 그런데는 관심이 없어요. 제가 문재인이랑 친한 것도 아닙니다. 딱 한 번 인터뷰를 했는데, 그 이후로 절 다시는 안 보려고 합니다. 이 양반이 노무현의 계보라서도 아닙니다. 승산이 있기 때문이에요.

'일곱 난장이'는 백설공주를 이길 수 있을까?

김어준 : 3부, 진보진영 얘기로 넘어갑시다.

손석춘 : 어쨌든 이 상태대로 간다면 원하진 않지만 박근혜의 당선 가능성이 가장 크죠. 손학규나 문재인, 유시민 등이 박근혜와 맞서서 이길 수 있을까에 대해서도 확신이 서지 않고, 그래서 진보대통합에 더 희망을 걸고 있어요.

노무현이 당선됐던 2002년을 한 번 생각해 봅시다. 어느새 내년이면 10년이 흐르게 되는데, 당시엔 지금처럼 대세론이 지배했죠. 운동하는 어떤 분은 저한테 이런 얘기도 했습니다, 이회창 체제에서 어떻게 싸울건지 얘기해보자고.

▲ "지금 이대로면 박근혜인데…진보대통합만이 답이다!" ⓒ프레시안(김하영)
한국의 이른바 운동권들은 포기한 그 상황을, 한국의 풀뿌리민중들이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던 거죠. 전 그 때가 한국정치를 바꾸는 전환점이었다고 봅니다. 내년 선거도 지금 보면 실망스럽잖아요? 박근혜에 맞설 후보가 보이지 않죠. 흔히 하는 얘기로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 같기도 하고.

그런데 전 우리가 다르게 접근했으면 좋겠어요. 2002년 이후 10년이 흘렀고, 그 사이 촛불을 통해 주권의식과 정치의식이 높아졌습니다. 10년 전 노무현 바람을 일으켰던 참여시민들이, 한 단계 높아진 바람을 다시 일으켜야하지 않을까.

물론 지금의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이 그런 희망을 주고 있지 못하죠. 그러나 두 당의 한계를 느끼는 분들, 두 당엔 가입하지 않았지만 진보에 대한 생각은 강렬한 분들까지 묶어낼 수 있는 진보대통합 정당이 만들어진다면, 새로운 바람이 불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예컨대 내년 4월 총선에서 진보정당이 원내교섭단체를 확보할 수 있다면 상당히 역동적인 국면이 형성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이 복지정책에 대해서 숱하게 얘기했지만 언론이 써주지 않았어요. 심지어 진보언론도 인색했습니다.

만약 원내교섭단체를 확보할 수 있다면 정치부 기자들이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질 거라고 봐요. 더 나아가 진보대통합 정당과 김 총수가 좋아하는 문재인의 후보단일화까지 논의된다면, 어떤 형태로든 박근혜도 이길 수 있을거라고 봐요.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사실 답답해서 그러는 거죠. 이대로 가다간 박근혜 당선이 확실하니까….

고성국 : 저는 후보단일화밖에 답이 없다고 봅니다. 빅텐트론, 이런 거 해봤자 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아요. 정당도 정책과 이념이 달라 찢어진 건데, 그대로 놔두고 선거 때만 단일화를 해 국민들한테 잘 설명할 수 있으면 되는 거죠.

제가 어떤 보수논객이랑 방송에서 논쟁을 할 일이 있었는데, 그 분이 '정치연합은 애들 교육에도 안 좋다'고 하더라고요. 굉장히 센 얘기죠. 정책과 이념에 따라 정치한다는 사람들이 왜 야합하냐, 애들 보기에도 안 좋다, 그런 얘기였어요.

제가 즉각적으로, 정치연합이야말로 애들 교육에 정말 좋은 거라고 반론했습니다. 지면 안되니까. 다원적 사회에서 서로 차이를 인정하고, 그 속에서 공통분모를 찾아 존중하고, 같이하기로 했으면 끝까지 약속을 지키는 게 정치연합이다, 애들한테 이렇게 좋은 교육이 어딨냐. 그렇게 반박했어요. 다급함에 안 지려고 얘기했던 거죠.

근데 정말 그러고 있습니까? 차이 속에서 공통분모 찾아서 하고 있나요? 아니잖아요. 제가 거짓말을 했어요. 논쟁에서 이기려고. 전 그야말로 사술, 삿된 정치 수준의 정치연합은 중단해야 한다고 봅니다. 또 대중들이 모두 공감하는 최소 강령의 요구, 그걸 내세워 비록 정책과 이념은 다르지만 이번 선거에서만은 힘을 모으겠다고 국민들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봐요.

손석춘 : 진보대통합이 어떤 원칙없이 선거를 앞두고 진행하는 건 아니에요. 우선 진보대통합 연석회의에서 합의한 명확한 원칙은, 적어도 신자유주의를 넘어설 수 있어야 한다는 거고 남북관계를 평화적으로 대화를 통해 풀어가자는 겁니다. 이 두 가지 원칙이 합의가 됐고, 거기서 내놓은 20개 정책과제가 또 있어요. 언론이 잘 보도를 안 하는 데 찾아보면 나옵니다. 단순히 원칙없이 선거만을 의식해서 연합하는 건 아니고, 그런 점에서 보수논객과 싸울 때 그렇게 말한 건 참 잘한 말씀입니다.

진보, '미디어 정치'를 너무 모른다

고성국 : 아니 그런데, 유권자들한테 그걸 찾아보라고 하면 안 되죠. 6.2 지방선거에 온갖 정책 나왔지만 결국 유권자가 기억하는 건 무상급식 하나에요. 결국 그거 가지고 선택하는 거 아닌가요? 우리가 뭐 때문에 연합한다, 그런걸 국민한테 한마디로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손석춘 : 사실 무상급식 이야기만 해도요. 선거에서 쟁점화된 것은 지난 교육감선거였지만, 사실 지난 10년 동안 무상급식네트워크라는 시민운동조직이 끊임없이 아래에서부터 풀뿌리 운동을 벌여왔습니다. 사실 진보정당의 생활정치 운동이었던 거죠.

최근 복지 문제도 가장 먼저 얘기한게 진보정당들이거든요? 등록금 문제, 민주노동당이 창당 때부터 얘기한 건데 아무리 얘기해도 어떤 신문도 방송도 보도해주지 않았어요.

김어준 : 보도하지 않는게 하기 싫어서 안 하는게 아니고, 보도해봐야 사람들이 관심이 없기 때문에 안 하는 거죠. 전 그게 진보진영이 가진 가장 큰 문제점이 아닌가 싶어요. 정책이 훌륭하니까 알려지기만 한다면 우릴 지지할 거라는 어마어마한 착각. 그런 게 있다고 봐요.

정치는 기본적으로 연애라고 생각하는데, 연애 처음할 때 본인을 어필하는 방식의 문제입니다. 진보진영은 그걸 어떻게 설명하냐면, 우리 집은 몇 평에 어떻게 대출받아 마련하고 건물시방서와 설계도까지 제시합니다. 나한테 이런 게 있는데 반하지 않고 배겨? 이런 태도죠. 사람은 절대 그렇게 반하지 않죠. 결혼하자면서 설계도 내놓고 왜 나랑 결혼 안 하냐고 화 내면 안 됩니다.
ⓒ프레시안(김하영)

'소년가장' 유시민, 그를 어찌할꼬.

김어준 : 진보대통합 얘기가 나왔으니, 그 한 축이 참여당과 유시민 대표죠. 요즘 진보진영과 유시민 대표가 연애한다, 뭐 이런 말을 쓰는 것 같은데 전 그 말이 틀렸다고 생각해요. 연애는 자신을 위한 선택이죠. 제가 보기엔 유시민은 소년가장이에요. 소년가장이 가족 생계를 위해 입양된 거죠. 그것도 본인들 재혼 문제가 더 시급한 이혼 가정에.

진보통합이 예정대로 되고 참여당이 거기에 낀다고 해도 유시민의 입지는 굉장히 좁아질 거라고 봐요. 진보진영에선 '왜 우리가 유시민 들러리를 서?' 이렇게 생각할 거고. 감정을 논리로 풀 순 없는 거죠. 진보진영 안으로 들어가면 더 손발이 묶일 거고, 어쩌다 후보가 된다한들 당선 가능성은 없고…전 오로지 민주노동당의 승리다, 이렇게 보는데?

손석춘 : 유시민의 참여를 반대하는 분들의 우려는 이런 거죠. 김해에서 패배하고 민주당과 결합 가능성도 없는 유시민이 다시 힘을 얻으려고 진보정당에 끼려고 하는 것 아니냐, 그런 의심을 갖고 있는 거죠. 저는 좀 다르게 생각하는데, 유시민과 국참당을 반드시 동일시할 필요가 있나. 국참당에 촛불시민이 여럿 있고, 20개 정책과제에도 동의한다고 했단 말이죠.

김어준 : 사실 유시민이야말로 오해를 많이 받는 정치인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이미지는 대단히 사리사욕 챙기고 패권에 눈 먼 정치인 같은데, 재보선 당시 김해가 그 결정타였죠. 진짜 대권에 눈이 먼 거라면 그 양반이 억울하지나 않죠. 전 정반대의 사람이라고 봅니다.

그를 변명하자는 건 아닌데, 참여당이 창당한 정서는 이해합니다. 아무도 위로하지 않으니까, 서로서로 위로한 거죠. 민주당도 누구도 위로 안 해주니 서로 위로할 대상이 있어서 기뻤던 겁니다. 그런데 애도를 꼭 정당으로 해야 하나요? 사실 내용적으로 참여당이 민주당과 전혀 다르지 않죠. 열심히 다르다고 주장하지만, 정책도 내용도 똑같습니다. 다만 사람의 결은 좀 다르죠. 제가 이해하기에 참여당은 상당히 낭만적인 조직입니다.

사실 결단해야할 문제인거죠. 그런데 유시민의 결단을 막는 건 유시민 스스로와 참여당입니다. 유시민은 참여당을 자신의 지지율만큼 끌어올리고 싶다고 했지만, 결국 참여당의 지지율만큼 질질 끌려 내려갈 겁니다. 물론 참여당 분들은 절대 인정할 수 없다고 격렬히 반응하겠죠. 본인들에겐 진심이 있으니까. 그런데, 보고 싶지 않은 것까지 봐야 정치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고성국 : 민주당 의원들한테 유시민과 함께해야 하냐고 물어보면, 그렇게 해야한다고 해요. 가능성을 물어보면 없다고 합니다. 누구도 당내에서 유시민 얘기를 안 한다는 거죠.

국참당이 민주당이랑 연합이 안 되니 민노당이랑 해보려고 하는 거 아니냐, 그런 얘기가 나오는데 사실 그 책임은 국참당이 아니라 민주당에 있죠. 그런데 이 문제를 풀 사람은 민주당이 아니라 국참당과 유시민입니다. 책임은 민주당에 있더라도 그 사람들은 답답할 게 없는 사람들이니까요.

김어준 : 고아죠, 고아. 사실 유시민 대표가 정치적 계산이 빨랐다면 혼자 민주당 갔겠죠. 제가 봤을 때 유시민은 굉장히 낭만적인 사람이지만, 상당히 교활한 사람으로 비춰지거든요. 억울하죠. 근데 누굴 탓하겠어요? 지 탓이지, 다.

전 참여당이 딱 탄생까지만 의미가 있었고, 탄생 즉시 해체했어야 한다고 봐요. 그만큼 절실했고 안타깝고 속이 상한 것은 알겠는데, 어쨌든 지금 고아가 됐단 말이죠. 소년가장 유시민도 참여당과 같이 죽고 있고.

왜 그에게 '참회'를 요구하나? 옥주현 싫어하듯 그냥 미운 거 아냐?

청중 1 : 지금 유시민 대표를 보면 진보대통합을 계기로 참여정부의 호위병에서 소신을 바꾸고 있잖아요? 그런 면에서 유시민이 진짜 반성을 안 했다고 보는 시각도 많은 것 같은데.

김어준 : 전 유시민에게 반성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웃기다고 생각해요. 유시민은 그냥 자신의 정치적 선택을 한 거죠. 종교인도 아니고, 왜 신앙고백을 요구하는 거죠? 진보진영은 그저 '우리 말이 맍았잖아!'라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 아닌가요? 너 틀렸지? 틀렸다고 자백해, 그런 요구죠.

물론 유시민이 참여정부의 정책적 실패에 대해 성찰할 여지는 있겠죠. 그런데 진보진영의 태도는 마치 신부님 앞에서 탕아 생활을 반성하고 회개하라는 식입니다. 그렇게 해야 자신들이 가져왔던 순교자적 길이 보상받는 것 같기도 하고…전 굉장히 심리적인 거라고 봅니다.
ⓒ프레시안(김하영)

청중 2 : 유시민 씨가 진보진영으로 들어오겠다고 하지 않았다면 그 얘기를 할 필요가 없었겠죠.

김어준 : 제가 그 말을 하고 있는 건데요. 니가 우리 편이 되려면 반성하라는 거잖아요. 근데 그걸 듣는 게 왜 그렇게 중요한 거죠? 반성을 하면 그 유시민이 더 이상 옛날 유시민이 아니게 됩니까? 유시민이 당시 신자유주의 상황 판단을 잘못해서 정책적 실패를 했다고 말할 순 있어요. 근데 그게 왜 통합을 막는 이유가 됩니까?

청중 3: 유시민에게 그런 걸 요구하는 것은 진정성에 의심이 있기 때문인 거죠. 진보통합을 계단 삼아서 대선으로 가려고 한다는 의심.

김어준 : 그 모든 것이 유시민을 믿지 못하기 때문인 거죠. "유시민, 니가 우릴 이용하려는 거잖아." 논리고 뭐고, 그냥 미운 거 아닌가요? 옥주현 싫어하듯이 그냥 미운거잖아.

손석춘 : 민주당이 올 초 삼무일반 정책을 발표할 때 당시 국참당이, 유시민 대표가 어떻게 반응했나 생각해보세요. 포퓰리즘 비판에 가세했습니다. 그런 분이 불과 몇 개월 만에 20개 정책과제에 동의한다고 나선거죠. 유시민 씨가 왜 갑자기 진보대통합에 적극적일까 의문을 갖는 건 진보정당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마찬가질 겁니다.

삼무일반 정책을 비롯해, 민주당의 최근 변화는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그 사람들도 왼쪽으로 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러나 믿지는 않아요. 민주당이 집권한다고 해도 삼무일반 정책이나 헌법 119조에 기반한 복지국가 건설, 이런걸 스스로 구현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 명확한 노선을 위해서라도 민주당을 견인할 강한 진보대통합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 관점입니다.

김어준 : 그런데 세 정당은 합쳐질까요? 두 정당은 합칠 것 같던데, 참여당을 끼워줄까요?

손석춘 : 열려는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은데, 전 세 정당보단 기존에 어떤 정당에도 참여하지 않았던 많은 분들이 같이 했으면 좋겠어요. 진보대통합이 잘 이뤄져서 원내교섭단체가 구성되는 것, 그게 제 희망입니다.

고성국 : 사실 교섭단체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라디오연설이나 상임위 배분, 약간의 예산, 이런 메리트가 있지만 효과가 크진 않아요. 자유선진당이 교섭단체에 집착한 결과가 결국 그 꼴입니다.

전 이렇게 봐요. 이정희 한 사람이 한나라당 의원 열 사람의 몫을 할 수 있습니다. 강기갑이 민주당 서른 명의 몫도 할 수 있죠. 정치는 그렇게 대중적으로 해야합니다. 한 명이라도 대중적 지지를 더 만들어 내는 것, 그게 진보정당이 가장 시급히 해야할 일이죠. 그런 의미에서 최근 이정희 대표가 상처를 낸 것은 굉장한 손실이라고 봅니다.

김어준 : 그건 이정희가 자처한 것도 있죠.

고성국 : 이정희가 갖고 있던 담백하고 깨끗한 이미지에 굉장한 손상이 났어요. 정치란 결국 사람이 하는 거고, 박근혜의 한나라당이 170석이 아닌 80석 밖에 안 된다고 해도 박근혜는 박근혜라는 겁니다. 한 사람의 정치지도자를 키우는 일이 그만큼 중요한 거고, 진보진영에서 그런 인물을 갖고 있는 건 대단한 메리트인데 그 점에 집중해야죠.
ⓒ프레시안(김하영)

청중 4 : 내년 대선에서 진보가 집권하기 위해선 친노를 결집시키는 것도 과제가 아닐까요? 노무현 대 박정희의 프레임으로 가야한다고 보는데.

고성국 : 6.2 지방선거 때 야권 승리의 핵심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라는 정서였죠. 노무현을 지키진 못했지만 투표장에 가서 행동을 했던 거예요. 그 정서를 내년 총선까지 잘 살려가는 게 야권으로선 굉장힌 중요한 전략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지난 5월 2주기 행사는 그랬나요? 아니죠, 마치 출정식처럼 진행됐어요. 노무현 추모의 애틋한 정서가 더 이상 아니었던 거죠. 친노 세력이 우리가 앞장서겠다고 하는 순간, 국민들에겐 지켜줘야 할 이유가 더 이상 없게 됩니다. 더 이상 미안한 감정을 가질 필요가 없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올해 2주기 추모식은 전략적으로 매우 심각한 오류였다고 봅니다.

문재인이 대권 후보로 나선다면 그 정서의 바탕 위에서 후보가 되려고 하겠죠. 그래서 <운명>이란 책을 쓴 거 아니겠어요. 거기까진 문재인의 전략적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봅니다. 그러나 그것만 가지고 대선까진 갈 순 없을 거예요.

지지자를 투표장에 나가게 하는 힘은 승리의 확신을 주거나, 아니면 무지무지 불쌍해 보이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작년 지방선거는 불쌍해 보였기 때문에 이겼던 것이고, 내년엔 더 이상 안 돼요. 필승 전략으로 가야합니다.

김어준 : 문재인은 가능하다니까요. 여하튼 저와 고성국 박사의 잘난 척, 손석춘 이사장의 다소곳함을 잘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오늘은 여기서 마치죠. 다음주 '나가수' 1위는 박정현입니다. 탈락자는 옥주현 아니면 조관우고요. 1년 후 1위는, 누가되나 한 번 봅시다.

다음에 이 멤버로 한 번 더 모이죠. 그래야 검증이 되잖아요. 틀린 사람에게 반성을 요구하자구요. 하하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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