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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오는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밝히면서, 정치권이 예상치 못한 '안철수 쇼크'에 휩싸인 모양새다. 안 교수의 출마로 서울시장 보선의 판세 자체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여야의 셈법 역시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특히 야권 통합후보 논의를 진행 중인 민주당의 고민이 크다. 현재 안 교수가 여야 정치권 모두의 '러브콜'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안 교수를 통합 후보 논의에 끌어들여야 할지 고민에 빠진 것.

당 지도부는 안 교수의 '야권 행(行)'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는 반면, 서울시장 출마를 고려 중인 의원들을 중심으로 "정체성을 분명히 하라"는 주문도 나오고 있다. 안 교수의 '무소속' 출마 의사를 놓고 야권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흘러나온다.

전병헌 "안철수, 정체성 분명히 하라"…윤여준 개입에도 의구심

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4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서울시를 바꾸고자 하는 안 원장의 꿈은 '혼자 꾸는 꿈'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서울시민들의 기대와 지지가 실망과 좌절로, 심지어 배반에 이르지 않도록 자신의 '정체성'을 투명하게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의원은 "야권통합과 연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안 원장이 추구하는 가치가 이와 다르지 않다면 무소속 행보가 아니라 민주개혁세력 단일화에 참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안 원장이 주장하는 상식과 비상식의 틀로는 세상을 설명할 수는 있어도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 기존의 정치권이 맘에 들지 않더라도 맥락도 역사도 없는 '제3의 길'은 또 다른 정치 불신만을 부추길 뿐"이라며 "특히 특정 보수인사가 그의 출마설에 관여하고 있다면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분명하게 밝히는 것이 도리"라고 꼬집었다. 김영삼 정부에서 환경부 장관을 역임한 윤여준 한나라당 전 의원이 안 교수의 출마에 개입하고 있는 것을 겨냥한 것이다.

서울시장 출마와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천정배 최고위원 역시 "안 원장 주위에 윤여준 전 의원이 있다는데 주목한다"면서 "민주진보개혁세력은 아닌 걸로 봐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김진표 "안철수, 결국 범야권 후보 중 하나될 것"

반면 김진표 원내대표는 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의 전체 정치 상황에서 안철수 씨 본인의 의사와 관련없이 결국 범야권 후보의 하나가 되는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정장선 사무총장 역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안 원장은 적어도 한나라당 쪽 후보는 아니다. 범야권 후보로 보고 싶다"면서 "안 원장이 야권 통합후보를 만들어내는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야권 통합 후보 영입 가능성을 열어뒀다.

안 교수의 무소속 출마를 계기로 당의 변화와 혁신이 시급하다는 비판도 터져 나왔다. 재선의 조경태 의원은 "안철수 씨의 등장은 민주당이 더 이상 한나라당의 대안정당이 될 수 없다는 위기감을 뜻한다"며 "민주당은 당 이름만 빼고 제2의 창당을 하는 각오로 대대적인 개혁을 해야한다"고 주문했다.

초선의 김진애 의원 역시 안 교수와 박원순 변호사의 '무소속 돌풍'을 언급하며 "폐쇄적이고 기득권적인 정당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과 좌절이 얼마나 큰지, 또 새로운 대안에 얼마나 목이 타는지 보여주는 현상"이라며 "민주당은 기득권을 접고 시민사회 통합경선에 힘을 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민주당의 이 같은 불안감은 안 교수의 지지층이 민주당 등 야권 지지층과 대다수 겹친다는 데서 기인한다. 4일 <프레시안>이 정치컨설팅 전문기관인 '윈지코리아컨설팅'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층의 36.2%, 한나라당 지지층의 25.0%가 안 교수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