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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출범 직후, 교도소에서 들려온 불길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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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출범 직후, 교도소에서 들려온 불길한 목소리 [기고] "추락하는 구금시설 인권에 날개는 없다"
구금시설 수용자 인권침해 문제 대응 활동을 해 온 필자는 2010년 11월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며 67명의 전문위원들과 함께 사퇴 기자회견을 하기 전까지 7년이 넘는 시간동안 국가인권위원회 자유권전문위원이었다.

전국 40여개의 구치소, 교도소 중 새로 생긴 몇 개소와 바다건너 제주교도소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의 구금시설을 실태조사, 방문조사, 면담조사 등의 이름으로 다녀왔다. 사회보호법 폐지 운동을 할 때는 청송감호소를 서른 번도 넘게 다녀올 정도로 어떤 문제가 생기든, 어떤 편지를 받든 한걸음에 구치소로, 교도소로 달려가던 시절이 있었다.

몇몇 교도소는 시설 내부 지도를 그릴 수 있을 정도로 많이 다녔고, 하루 수십 명의 수용자들을 만나며 면담을 하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구금시설 수용자들의 인권문제는 인권활동가 김덕진에게는 지금도 가장 중요한 현재진행형 현안이다.

변기를 싱크대 삼아 설거지하는 구치소

필자가 1999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음 모 구치소에 수감되었을 때, 너무나도 낙후한 시설과 수용자들에 대한 처우에 경악했었다. 2년 6개월 옥살이의 초반 몇 달을 보냈던 모 구치소의 1평짜리 독방에는 수도가 없었다. '식구통'이라고 부르는 배식구로 하루에 두 번 기다란 호스가 들어오면 15분 동안 수세식이 아닌 변기를 싱크대 삼아 설거지를 하고, 변기 옆 시멘트 바닥을 빨래판 삼아 빨래를 하고, 문도 없어 아무것도 가릴 수도 없는 상태로 번개같이 샤워를 해야 했다.

눅눅해진 마룻바닥에서 올라오는 습기 때문에 1년 열두 달 사과박스 몇 개를 담요아래 깔아야 했고 볼일을 보려고 쭈그리고 앉았다가 지나가던 교도관과 손바닥만 한 쇠창살창으로 눈이 마주쳐도 놀라거나 어색해 하지 않고 목례를 나눌 정도로 무덤덤하게 살았다. 밀레니엄이라고 부르는 2000년대 시작된 서울에서 재래식 정화조에서 올라오는 화장실 냄새를 막아보기 위해 고무장갑에 물을 넣어 풍선을 부풀려서 변기 구멍을 막고, 문도 없는 화장실 옆에 앉아 해리포터 시리즈를 읽고, 애인에게 편지도 쓰고, 꿈에서라도 벗들과 소주한잔 하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잠도 청했다.

잠을 자며 몸을 돌리다가 휘둘린 팔이 반대쪽 벽을 때려 잠에서 깬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고, 하루 24시간 끌 수 없는 거실 형광등 불빛을 피하려 한여름에도 담요를 뒤집어 써야했다. 냉난방은 꿈도 꿀 수 없는 시절이었으니, 여름에는 면회 갈 때를 빼고는 거의 벗고 살았고 겨울에는 껴입은 내복과 담요를 넣은 침낭도 모자라, 교도관 몰래 취사장을 통해 구한 플라스틱 물병에 뜨거운 물을 담고는 양말을 겹겹이 씌워 침낭 속에서 꼭 끌어안고 새우잠을 자야했다.

공안사범인 나에게는 그러지 않았지만, 빈번히 들려오는 수용자들을 향한 교도관의 반말과 폭언, 매일 감시와 검열을 감수해야했던 내 편지와 면회시간, 전화통화. '인권의 사각지대'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몸과 마음으로 체험하는 하루하루였다.

대화가 조금 통하는 교도관들에게는 일부러 수용자들만큼이나 열악한 교도관들의 근무환경과 처우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며 수용자 처우이야기를 슬쩍 꺼내곤 했다. 그때마다 교도관들은 자신이 예전에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정치인들이나 민주화투사들을 '데리고' 있었는데, 교도소 안에 있을 때나 수용자 처우나 인권을 떠들지, 교도소 밖으로 나가기만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 잊고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그때마다 나는 결심했다. 나는 여길 나가면 그러지 말아야지, 나는 다른 이들처럼 교도관들의 조롱거리가 되지 말고, 구금시설 수용자들의 인권상황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지 다짐했다. 부족하지만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까지는 못하더라도 나름의 노력을 하며 살아왔다. 10년 전에 비해 나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워낙 후진적이었던 시설과 제도가 개선되었을 뿐이지 여전히 국제사회의 기준에는 현저히 미치지 못한다.

2007년 이후, 또다시 인권침해의 시대 시작

2007년 12월 19일 대통령선거가 끝나고 며칠이 지난 후, 진정사건 하나를 처리하기 위해 모 구치소에 전화를 했다. 늘 통화하던 보안과 문서담당 교도관과 통화를 하는데, 그의 목소리가 예전과 다르게 느껴졌다. 이전에는 바로 처리 해 줄 간단한 요구였는데, 경직된 목소리의 그는 내게 공문을 요구했고 민간단체의 질문에 모두 대답을 해야 하는 의무는 자신들에게 없다고 했다.

공문을 보내겠다하고 서둘러 전화를 끊었지만 나는 두려웠다. 혹시 이 교도관의 목소리가 변한 것이, 지난 세월 수많은 이들의 피와 땀의 대가로 바꾸어 왔던 구금시설 수용자들의 인권이 다시 후퇴 하게 될 것이라는 불안한 전조가 아닐까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구금시설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전반에서 권력을 가진 이들이 국민 위에 군림하는 인권침해의 시대가 다시 시작되지는 않을까하는 위기감이 들었다.

머지않아 내 느낌은 사실이 되었고 법무부(검찰)와 경찰을 중심으로 때로는 법을 바꾸고, 때로는 규정을 새로 만들며, 끝이 보이지 않는 인권의 후퇴가 시작되었다. 구금시설은 그야말로 엄청난 퇴보를 해오고 있는데, 그 사례들을 일일이 다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종교집회나 문화행사는 축소되고 폐지되었으며, 규정을 내세우며 수용자들이 편히 쉴 수 없게 만들었다.

밖에서 속옷이나 셔츠를 차입해서 입을 수도 없고 돈을 내고 구금시설에서 판매하는 제품들을 마지못해 사 입어야하고, 돈이 없는 사람들은 구금시설에서 1년에 몇 개씩 배급처럼 나누어 주는 저질 속옷을 입고 수건을 쓰며 살아야 한다. 교도소의 창문이란 창문은 다 바늘구멍 크기의 구멍만이 뚫린 철판으로 가로막혀 해도 볼 수 없고 맑은 공기도 마실 수 없게 해 버렸다. 자살을 예방하겠다고 만든 이 구멍창문은 오히려 수용자들을 스트레스와 자괴감속에 살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법무부는 지난 3월 법무부는 지난 3월 '수용자 의료관리지침'(법무부예규 제971호)을 개정하였다. 또, 4월에는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을 입법예고 하였고 8월 국회에 제출하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되어 있다.

개정된 '수용자 의료관리지침'은 구금시설에 입소하는 모든 신입 수용자에게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이하 에이즈) 검사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고, 에이즈 감염인을 즉시 격리수용하도록 하는 차별적 처우를 규정하고 있다. 또,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신입 수용자가 '수용자 의료관리지침'에서 규정하고 있는 에이즈검사를 거부할 수 없도록 건강진단을 의무화(개정안 12조 2항) 하였다.

이는 수용자 개인의 의사에 상관없이 건강진단을 하겠다는 것으로 에이즈 감염인 뿐 아니라 모든 수용자들에 대한 과도한 신체의 자유 침해이며 심각한 인권침해를 야기한다. 모든 수용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실상의 강제 진단 또는 진료에 대해 의료전문가들은 보건학적으로 전혀 타당성이 없다는 의견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수용자가 스스로 건강진단과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기본적으로 보장되는 방향으로 지침은 개정되고 법 개정은 중단되어야 한다.

'수용자 의료관리지침'은 수용자 의료정보시스템을 구축하여 운영하며 수용자의 의료정보를 장기간 보관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법무부의 예규만으로 철저히 보호되어야 하는 민감한 의료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여 장기간 보관하겠다는 것은 정보인권을 위협하는 심각한 방침이며, 이는 곧 제정을 앞두고 있는 '개인정보 보호법'에도 위배되는 규정이므로 즉각 개정되어야 한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수용자의 수ㆍ발신 서신에 대한 검열 요건을 강화하고 도서의 구입과 열독을 제한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또, 수용자의 처우를 하향 조정할 수 있도록 하여 여전히 열악한 수용자 처우를 자의적인 판단으로 하향조정하여 사실상의 징벌효과를 얻으려고 하는 것은 수용자의 권리를 담보로 수용자를 통제하고 법적 소송의 여지를 없애겠다는 비겁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이명박 정부 4년, 구금시설 수용자는 인권 사각지대에서 살고 있다

이명박 정부 4년간 구금시설 수용자들은 군사독재 시절과 같은 인권의 사각지대에 살고 있다. 인권침해 사건을 진정하더라도 제대로 처리해 줄 국가인권위원회가 아무 일도 하지 않으니 어디 기댈 곳도 없다. 군사독재 시절과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어느 정도 향상되었던 인권수준이 떨어지게 되면 그 체감은 상대적으로 더 강할 수밖에 없다.

또, 사회의 변화에 견주어 뒤떨어질 때 박탈감은 더 심한 법이다. 우리가 거의 완성되었다고 착각했던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인권이 얼마나 허망한 것이었는지 지난 4년간의 교도소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이명박 정부의 남은 1년, 제발 더 뒤로 가지만 말고 이대로만 두어라. 물론,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 제일 힘든 권력이니 크게 기대는 하지 않는다. 4대강도, 강정마을도 그대로 두지 못하는 정권이니 말이다.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인권과 민주주의를 다시 회복시킬 수 있는 국회의원과 대통령을 잘 선별하여 당선시키는 일이 중요하다하겠다. 물론, 그렇게 믿었던 이들이 변절하지 않고 끝까지 임무를 수행하도록 감시하고 견인하는 일도 잊지 말아야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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