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어떻게 씁니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씁니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중국이나 아랍어권에서 들으면 화를 낼 것이라고 에코는 걱정한다. '장미의 이름'이 수백만 부가 판매된 이유를 많은 기자와 비평가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성공 요인을 컴퓨터 프로그램이라고 평가한 사람도 있다. 사실 에코는 이 책을 타자기로 썼을 가능성이 높다. 그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약간 비웃는다. 그가 소설에 성공한 이유를 드는 것은 그 동안 해왔던 연구 작업의 성과라고 말한다.(움베르토 에코 <젊은 소설가의 고백> 참조)
그래도 이 책을 쓰는 기간은 2년이 걸렸다. 글은 어디다 쓰든 똑같다고 할 수 있을까? 에코는 중세 시대에 대한 방대한 연구작업을 진행해 온 학자이다. 그렇다 보니 기본 줄거리에 중세를 복원한다. 수도원을 직접 방문하여 소설의 현장감 있는 묘사를 더했다. 그는 써내려가는 방식은 구성을 정하고 어느 부분에 무엇을 넣어야 할 지 결정했을 것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용한다고 해서 집필 방식이 바뀌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실 글쓰기보다 어려운 것이 치밀한 계획이다. 계획과 실천(글쓰기)이 공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방대한 지식으로 살을 붙여나가는 글쓰기는 더욱 어렵다. 우리는 이런 글을 쓸 수 있다고 해서 타자기를 사용해서 책을 쓰지는 못한다.
실제 글쓰기는 시작과 결과가 있고 중간이 비어 있는 경우가 많다. 방대한 자료를 연구할 시간이 있다면 모를까? 현실에서 우리는 시작에서 도착까지 비틀거리며 뛰거나 아니면 그어진 선 바깥에서 뛰는 달리기 선수이다. 이렇기 때문에 우리에게 원고지 위에 혹은 타자기로 글쓰기는 어렵다. 현실적인 글쓰기는 의식과 무의식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항상 집중력 있게 일관되게 쓴다는 것은 에코이기에 가능하다. 직접 확인하지 못했으니 그렇다고 생각하자.
과정은 쓰며 고치고 생각해보고 다시 고치고 하는 일이 많다. 그래서 원고의 완성도를 높여간다. 이렇게 보통의 글쓰기로만 이어져도 쓸만하다. 여기에 의식의 흐름이 작용한다. 3분~5분 이상 같은 생각이 이어지지 않는 우리의 머릿속이 문제다. 심지어 의도한 것과 결과가 다르게 나오기도 한다. 처음 글을 쓸 때 많이 일어나는 사고가 있다. 이 사고는 무의식의 영역에서 일어난다.
글을 쓰다보면 아무리 정신을 차려도 내가 쓴 글에 내가 끌려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제 여기서부터는 이 내용을 써야지'라고 생각하고 정신줄을 놓는다. 이 상태에서 글쓰기는 계속 된다. 의도한 내용은 한 단어도 없이 이상한 이야기들을 자판에 퍼부어댄다. 맥락에 부합하지도 않으며 스토리 바깥을 벗어나서 헤매고 있다. 그 부분은 원고에 없어야 할 문장들이 넘쳐난다.
어? 어! 하는 사이에 글은 산으로 가고 있다. 가끔은 산 정상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원래 의도했던 책은 포기하고 전혀 다른 책을 쓰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중간에 멈춰서 하산을 해서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면 다행이다. 한숨 돌리고 썼던 원고를 지우려고 할 때 우리는 깨닫는다. 정신없이 쓴 원고가 매력적이라는 것을…. 거기에 본전 생각이 더해지면 절대 지울 수가 없다. 그렇지만 불필요한 원고는 지워야 한다. 해당 순서에 들어갈 글은 아니지만 버리기 아까운 만족한 글로 탄생되어서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만약 원고지 120페이지를 쓰고 있는데 잠깐 정신줄 놓았다. 그리고 30분 동안 열심히 글을 썼는데 그 동안 쓴 원고가 앞 쪽의 20페이지 정도에 끼워넣는 것이 좋다는 결정을 한다. 원고지 몇 페이지를 다시 쓰거나 찢어서 넣어야 한다. 한글이나 워드로 글을 쓰게 되면 '오려 붙이기' 하나로 원하는 위치에 단 번에 옮겨 넣을 수 있다. 이런 편집툴들은 수 백 가지가 넘는다. 표를 넣거나 그림 삽입도 된다. 맞춤법도 잡아준다. 본문 디자인을 해서 인디자인같은 전문 종이 편집툴로 옮기지 않고 바로 종이책을 만들 수도 있다.
한글이나 워드 기능 중의 최고는 쓰레기통이다. 지금 해당되는 부분에 적합하지 않다면 한 쪽에 모아 놓을 수 있다. 대부분의 작가는 재활용 쓰레기통을 가지고 있다. 워드나 한글로 쓸 때 버리거나 해당 부분에 어울리지 않는 원고 등을 모아놓았다가 글 쓰는 과정에서 필요 할 때 다시 꺼내 써야한다. 이것이 편집의 기본 기능인 'cut, copy, paste'이다. '오려내기, 복사하기, 붙이기'의 기능이다. 이것으로 글쓰기는 달라진다. 이렇게 되면 구성이 짜여진 글쓰기 보다 글쓰기를 우선에 두고 구성을 나중에 가져가는 형태의 글쓰기로 바뀌게 된다. 다른 말로 바꾸면 '일단 쓰면 된다'로 할 수 있다. 움베르토 에코도 이 부분을 강조한다. 글쓰기 형식을 규정하면서 여러 가능성을 찾아볼 수 있다.
만약 나에게 기자가 "글을 어떻게 쓰느냐"고 묻는다면?
"IPAD2로 썼습니다"가 대답이다.
아이패드로 글쓰기가 가능하려면 투자도 해야 한다. 친구가 걸려들어서 아이패드용 외장 키보드를 사주었다. 12만9000원. 3개월 할부. 키보드 없이 글을 쓸 수는 없다. 그 다음에 무슨 앱을 써서 글을 쓸 지 결정해야 한다. 유료 앱이라 어떤 앱이 좋은지 검색을 하고 찾기 시작했다. 모든 앱에 대한 평가가 찬반이 분분해서 결정할 수 없었다. 당장 글은 써야 하고 아이패드에 탑재되어 있는 메모장을 사용했다.
맞춤법 자동 체크 기능도 없고 폰트를 결정할 수도 없고 글자 사이즈도 키울 수도 없고 글씨를 진하게(bold) 만드는 기능도 없다. 이미지를 넣는 다는 생각은 아예 할 수 없는 앱이다. 손가락을 화면에 대서 오려내고 붙이는 편집 기능을 사용해야 한다. 처음에는 무척 불편하였다. 하지만 글을 쓸수록 아이패드 메모장은 단점보다 장점이 많았다.
글을 쓰다보면 가끔은 디자이너나 편집자 역할을 할 때가 있다. 한글이나 워드에서 글을 쓸 때 맞춤법이나 띄어쓰기가 틀리면 빨간 줄이 그어진다. 거기에 마우스를 가져다 댄다. 그리고 수정하게 된다. 맞춤법이 틀렸다고 누가 지적하면 깔끔하게 고치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이리라. 어쩔 수 없이 편집자가 된다. 한글이나 워드에는 글자 수를 세는 기능이 있다. 200자 원고지 몇 매를 썼는지 확인하는 기능이다. 이 기능을 자주 사용하게 된다. 목표 원고 분량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원고지 매수를 채웠는지 자주 확인하게 된다. 시험 공부할 때 남아 있는 뒷부분의 양을 자주 확인하듯이. 이것은 몰입을 방해한다. 메모장에 이 기능. 당연히 없다. 페이지를 나누지도 않는다. 아주 긴 끝이 보이지 않는 두루마리에 글을 쓰고 있다.
메모장은 단락 구분도 가능하다. 엔터키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고마운 일이다. 삭제키가 있는 것은 원하지 않는 글까지 지운다는 약간의 위험성이 있지만 자주 쓰인다. 한글이나 워드를 쓴다면 글쓰기 능력이 안 될 때 쓰는 기능이 있다. 예를 들어 강조를 위해 써야하는 글을 쓰지 않고 bold 기능을 사용한다. 색깔을 바꿔 써버린다. 이미지도 써야하니 사진을 찾느라 글쓰기가 두 시간이나 중단된 적도 있다. 이런 글쓰기 오지랖을 사용할 시간이 없다. 스티브 잡스처럼 디자인이나 폰트에 신경을 쓴다고 하면 모를까. 온전히 작가의 글쓰기만 남겨 놓는 것이 아이패드의 메모장이다. 오직 글쓰기에만 몰두하게 한다. 아쉬운 것은 'ctrl+z' 기능이 없어 한 단계 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나중에 이야기하겠지만 저자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이 쓴 글을 수백 번 봐야 한다. 저자가 조각가 보다 나은 이유는 컴퓨터나 아이패드가 생기면서 부터이다. 조각가가 실수로 구상한 것보다 너무 많이 깎아냈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우리는 원고를 계속 보며 손가락의 움직임으로 자판을 다루면 된다.
'교보문고가 '교보이리더'라는 새로운 전자책 단말기를 선보였습니다. 그런데 5.7인치의 화면에 제한된 기능(주로 전자책 구독 용도), 적지 않은 가격(34만 원)을 갖고 아이패드, 갤럭시탭과 같은 '화려한' 태블릿PC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교보문고는 삼성전자와 e-ink 형태의 전자책 단말기를 내놨었지만 외면을 당한 아픈 기억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자책 시장' 자체는 앞으로 더디지만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전자책 독서에 강점을 가진 태블릿PC의 보급이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콘텐츠입니다. 미국의 아마존이 '킨들'이라는 제품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엄청난 양의 전자책 콘텐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마존은 향후 콘텐츠 수익이 커질 것임을 예상해 싼 값에 킨들을 보급했습니다. 결국 전자책 시장의 성패는 얼마나 좋은 콘텐츠를 얼마나 싸고 편리하게 제공하느냐에 걸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제2의 킨들'을 기대하며 인터넷서점과 통신사(태블릿PC 서비스)들이 전자책에 내놓을 콘텐츠들을 끌어 모으고 있습니다. 이제 누구나 양질의 콘텐츠를 갖고 있다면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도 쉽게 전자책을 낼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프레시안>이 이 기회를 잡고자 하는 독자들을 위해 길잡이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 12월 7일 전자책 저자(작가) 되기 강의에 대해 더 많은 내용을 보시려면 아래 링크된 웹페이지를 참조하세요. //www.ershouche688.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111118142928§ion_code=04 ☞1편, <'나꼼수', 무료 전자책 버전이 나왔다고?…전자책, 기계가 아닌 사람이 관건> ☞2편, <전자책 시대…"나도 해볼까?"의 현실. 꿈을 먹고 살면 굶어 죽는다> ☞3편, <까뮈도 공무원이었다…전업작가가 될 수 없다면? 불어로 책을 쓰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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