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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A TODAY> 사내 야구장보다 부러웠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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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A TODAY> 사내 야구장보다 부러웠던 것 [project 광없페]<8>콘텐츠+기술+디자인 3박자
2003년이었습니다. 지금은 미국에서 유학 중인 최서영 기자가 어느 날 이런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기사의 특정 단어나 문장에 마우스 커서를 올리면 그와 관련된 기사나 사전 내용이 포스트잇처럼 뜨게 하는 건 어때요?"
"음, 좋은 아이디어인데. 그런데 그게 가능할까?"


기술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에 흘려 넘겼습니다. 그런데 얼마 뒤 이런 아이디어가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키워드 광고'라는 것이 생긴 겁니다. 기자들이 '이건 안 돼'라고 머뭇거리는 사이, 광고업계에서는 현실화 시켰던 거죠.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에 출마한 문성근 씨는 최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IT기술을 활용한 직접민주주의의 가능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문용식 유비쿼터스 위원장에게 물어봤더니 '구상하고 있는 모든 것이 기술적으로 구현 가능하고 상상하지 못하는 많은 것도 구현이 가능하다'고 하더라. 다만 각 정파별로 불안해서 안 받아들여 지체됐을 뿐이란다."(☞문성근 "안철수, 민주당 경선 참여하거나 편지 들고 와야")
▲ 키워드 광고. 문제는 기술이 아니다. 그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대한 상상력의 문제다. ⓒ프레시안

2007년 탐사보도협회 컨퍼런스 참석차 미국 연수를 할 때였습니다. 미국에도 인터넷신문이 있었는데, 그들의 콘텐츠 전략에 깜짝 놀랐습니다. 탐사보도를 통해 축적한 데이터들을 모두 독자들에게 서비스하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매우 세련된 방식으로요. 이를테면 한 지역 언론사에서 지리정보 시스템을 활용해 그 지역의 소방차 출동 시간을 거주 지역별로 모두 조사해 지역별 편차를 조사한 적이 있습니다. 이 조사를 통해 어떤 특정 지역은 소방 서비스에 취약하다는 내용을 고발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그치지 않고, 독자가 웹페이지에서 자신이 사는 지역을 검색하거나 지도 위에서 찍어보면 소방차 출동 시간이 표시되도록 자신들의 데이터를 서비스하는 것이었습니다.

워싱턴DC 인근에 있는 <유에스에이 투데이>(USA TODAY) 본사를 방문했습니다. 버스를 타고 입구에 들어서자 공원처럼 꾸며진 회사 부지 안에 커다란 호수는 물론, 야구장까지 갖춰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더 놀란 것은 그들이 웹페이지 기사 발행에 쏟고 있는 열정이었습니다. 당시 우리를 맞이한 부편집장이 설명하기로는 지면 편집을 하던 기자들을 웹 편집 부서에 전환 배치해 어떻게 하면 기사들을 웹을 통해 독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개발 중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일반적인 웹디자인이나 프로그래밍 능력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저널리즘에 대한 기본이 있어야 합니다. 단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할 뿐 상상하는 것은 무엇이든 실현할 수 있으니까요." 더불어 개발자들과 디자이너들은 기자들보다 급여가 더 많다고 덧붙였습니다.

'아, 미국은 인터넷이 왜 이렇게 느릴까'라고 투덜대던 자만심이 순식간에 무너졌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빠르게 도래한 인터넷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저널리즘에 새 기술과 디자인을 접목시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반면 우리는 각자의 영역에 선을 긋고 개별적으로만 사고할 뿐 통합적 전략을 세우지 못 했다는 반성이 생겼습니다.

과연 우리는 IT 강국일까요? 2009년 아이폰이 국내에 상륙했습니다. 마치 신세계가 열리듯 떠들썩했습니다. 뒤늦게 부랴부랴 안드로이드를 도입해 대응하고 있지만, 걱정이 들었습니다. 국내 컴퓨터 제조업체들이 CF마다 'Intel inside'를 홍보하듯이 국산 스마트폰 광고마다 안드로보이가 휘젓고 다녔습니다. 안드로이드가 확산될수록 국내 소비자들에게 구글 인터페이스는 더욱 친숙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구글 뿐 아니라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 서비스가 시장을 잠식하고 있습니다. 가장 빠른 초고속 인터넷망을 갖춘 나라라는 하드웨어에 집착하는 사이 개발자와 디자이너 등 소프트웨어 인재들이 찬밥 신세였던 건 아닐까요? 뒤늦게 이들에 대한 지원책이 발표됐지만, 살림살이들이 좀 나아졌을까요? 부끄럽지만 <프레시안>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널리즘과 기술, 디자인의 3박자가 균형을 갖춰야 하지만 저널리즘 한 쪽에 쏠려 있던 것이 사실입니다.

2011년 '광고 없는 페이지'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왔을 때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하자 개발팀의 답변은 이랬습니다. "간단합니다. 대신 로그인 정도는 해야죠."

상상하세요. 당신 주변의 개발자들과 디자이너들은 유능합니다. 문제는 당신의 상상력입니다.

[다음 회에 계속]
[지난 회 보기]
①"굶길 순 있어도 울릴 순 없다"
②구글에서 날아오는 수표 한 장
③금요일 밤마다 찾아오는 벌레들
④2005년 황우석, 2008년 촛불…살벌한 추억
⑤TV보면서 기사 쓰는 기자들? '어뷰징'의 유혹
⑥구글이 한국을 점령하지 못한 이유는?
⑦MP3, 개별 구매-월정액 구매? "이런 고민을 하게 되다니"

지금부터라도 광고 없는 페이지를 보시려면 하단의 캠페인 배너를 이용하시거나 다음 링크를 클릭 하십쇼.
☞프레시앙 가입
안녕하세요. 프레시안 전략기획팀장 김하영입니다. 프레시안이 2012년 새해를 맞이해 '광없페'라는 생소한 이름의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광없페'란 '광고 없는 페이지'를 줄인 말입니다. 자발적 구독료, 혹은 후원회원을 뜻하는 '프레시앙'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입니다. 프레시안 애독자들에게서 "지저분한 광고를 안 볼 수 없느냐"라는 요구가 많았습니다. 이에 '프레시앙'들에게는 광고가 전혀 없는 웹페이지를 서비스하자고 결정을 내렸습니다. 광고수입이 매출의 상당비율을 차지하는 입장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그게 2011년 4월이었습니다.

그런데 저희 홍보 역량이 부족해서인지 아직 이 획기적인 서비스를 모르시는 독자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올 1월부터는 광고 없는 페이지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자 합니다. 저희가 이 캠페인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광없페'가 단순한 서비스에 그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본디 목적은 '프레시앙' 가입을 권유하기 위해서이지만 이렇게 제가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이유는 독자 여러분들과 독립언론의 길, 광고에 대한 담론, 더 나은 인터넷 환경에 대한 고민을 공유하기 위해서입니다. 앞으로 한 달 동안 '광없페'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아이디어와 생각, 고민이 담긴 기고도 환영합니다.(보내주실 곳: [email protected])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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