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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나쁜 예상이 그대로 실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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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나쁜 예상이 그대로 실현되고 있다" [4대강은 지금] 교수, 시민단체 "4대강 사업으론 가뭄 막을 수 없었다"
"200년 빈도의 기상이변에 대비해 추진된 수자원 인프라 개선사업(4대강 살리기 사업)은 홍수와 가뭄 모두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있다"

남미 순방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브라질에서 열린 유엔지속가능발전 정상회의(리우 +20)에서 이 같이 말했다. 하지만 104년만에 찾아온 대가뭄으로 농토가 갈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 문제가 되고 있다.

브라질은 현재 40년만의 가뭄으로 북동부 지역이 비상사태 지역으로 선포됐다. 약 200만 명이 가뭄으로 인해 물 부족과 식량 위기를 겪고 있다. 이런 브라질에서 나온 이 대통령의 발언은 국내 상황이 어떻게 됐든 본인이 추진한 '4대강 사업'을 과시하려고 한 것이 아니냐는 질타까지 받고 있다.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며 주요 다섯 가지 목적 가운데 하나로 내세운 것은 바로 가뭄 해소였다. 4대강에 16개의 보를 설치, 인위적으로 물그릇을 넓혀 물을 추가로 확보해 가뭄에 대비하겠다는 것이었다.

4대강 사업 공식 홈페이지에도 "풍부한 수자원을 확보해 물 부족과 가뭄에 대비한다"고 사업목적이 설명돼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사업으로 가뭄을 극복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이 같은 의미에서 나온 셈이다.

▲ 13일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는 가운데 인천 옹진군 북도면 신도3리 저수지가 물이 말라 바닥이 갈라져 있다. ⓒ연합뉴스

쩍쩍 갈라지는 농토, 부서지는 농민의 가슴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가뭄 상황을 보면 4대강 사업은 별다른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전국이 극심한 가뭄으로 진통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기상청의 가뭄판단 지수를 보면 충남과 전북, 경기 북부, 전남, 강원, 경북 일부지역에 가뭄이 심하게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충남은 지난 1월1일부터 지난달까지 평균 185mm가 내렸다. 평년보다 65%의 강수량을 기록할 만큼 물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 충남과 전남 일부지역의 논 1만9700ha와 밭 2600ha에서 가뭄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충남 홍성군은 5월 이후 강수량이 16㎜로 작년 144.8㎜의 11% 수준에 그치는 극심한 가뭄이 계속되면서 20일 현재 평균 저수율이 15% 이하로 내려갔다.

이런 사정은 충북도 예외가 아니다. 올해 들어 지난 13일까지 내린 강수량은 248mm이다. 평년 301mm와 전년 329mm보다 적다. 강수량이 적다 보니 저수율도 크게 떨어졌다. 소방방제청은 전국적으로 농업용 저수지의 저수율이 54%에 그치고 있다고 밝혔다. 충북 지역에 있는 783개 저수지의 저수율은 55.3%로 평년(60.0%)과 전년(67%)보다 낮은 수치를 보였다.

전북 지역도 마찬가지다. 올 들어 최근까지 205.9mm의 강수량을 보여 평년(380.4mm)보다 54.1%의 적은 강수량을 기록하고 있다. 기상청이 발표한 '가뭄판단지수'에서도 매우 위험 단계로 나타나고 있다. 50년 동안 마르지 않았던 전북 완주군 구이면 구이저수지는 평소 수심이 깊은 곳이지만 이번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냈다.

"4대강 사업 시작 때부터 지적했던 문제가 터졌다"

상황이 이렇지만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4대강 사업 추진본부는 극히 일부분에서 진행된 가뭄 현상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가뭄 발생 지역은 천수답(물의 근원이 없어 빗물에 의지하는 논)뿐이라며 관계시설 없이 빗물에 의존하는 지역에 국한된 일일 뿐 4대강 본류 주변 농경지나 대규모 농경지는 문제가 없다는 것.

나아가 가뭄이 때 아닌 폭염 때문에 정서적으로 발생한 느낌이지 실제로는 아직 나타나지 않는 착시현상이라며 전국적으로 발생하는 가뭄 현상을 부인했다.

그러나 학자 및 시민단체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지금의 가뭄현상은 이미 4대강 사업 때부터 비판했던 부분이라고 비판했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4대강 사업은 가뭄이 발생하지 않는 지역을 정비한 사업"이라며 "정작 가뭄이 발생하는 산간 지역이나 지천 지역을 정비하지 않으니 지금의 가뭄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일례로 4대강 사업을 진행한 낙동강 본류 지역은 가뭄 피해를 본 적이 거의 없는 지역"이라며 "그럼에도 정부는 가뭄 피해를 막는다는 이유로 4대강 사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명호 생태지평 사무처장은 "예견됐던 일이 발생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명호 처장은 "4대강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가뭄에 대한 논쟁이 있어왔다"며 "정부에선 4대강 사업을 할 경우, 전국의 가뭄을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 우린 그렇게 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명호 처장은 "그 당시 시민단체가 그런 주장을 한 건, 4대강 사업이 진행되는 구간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상류지역 및 소하천 유역 등 가뭄 지역이 아니었기 때문"이라며 "그런 곳을 내버려 두고 가뭄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본류를 정비한다고 하니 가뭄이 해소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명호 처장은 "정부는 4대강 사업을 통해 모아 둔 물을 끌어다 가뭄 지역에 쓴다고 했지만 그것을 어떻게 끌어 쓸지에 대해선 아무런 방법도 마련하지 못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라며 "강 본류에서 물을 뽑아 가뭄 지역인 상류로 보내는 용수로 시설을 마련하면 모르겠지만, 그런 시설을 마련하려면 또 다시 대규모 공사를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명호 처장은 "그렇기에 가뭄을 막기 위해선 지금의 4대강 사업, 즉 본류를 정비하는 사업이 아닌 지천을 정비하는 사업을 먼저 해야 한다고 시민단체에선 주장했다"며 "결국, 이미 4년 전 부터 예측한 나쁜 현상이 그대로 실현되고 있는 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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