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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당, 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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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당, 봄날은 간다 [민교협의 정치시평]<4> 노회찬, 심상정, 조승수, 이정희는 어디로?
꽃이 피면 함께 웃고
꽃이 지면 함께 울던
봄날은 간다.


요즈음 술을 마시면 자주 부르게 되는 노래이다. 그렇다. 한국정치에 뒤늦게 꽃피기 시작했던 진보정당의 짧은 봄날은 가고 있다. 아니 이미 갔다.

지금까지 한국의 진보정당운동은 네 번의 순환을 거쳤다고 할 수 있다. 일제하에 진행됐던 첫 번째 실험, 해방정국에서 꽃피었던 두 번째 실험, 4.19 이후 살아났던 세 번째 실험에 이어 87년 민주화 이후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 실험은 네 번째 실험이다. 그리고 이 네 번째 실험은 이미 처절한 실패로 끝났다고 말하는 것이 옳다.

그 같은 실패가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 70여 일로 가까워진 이번 대선이다. 대선이 70여 일로 다가왔지만 진보정당은 그 존재감을 찾아볼 수가 없다. 2004년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이 원내 제 3정당으로 급부상하며 관심을 모았던 것과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당시 민주노동당의 3인방으로 '노, 심, 조'로 불렸던 노회찬, 심상정 의원, 조승수 전 의원은 진보정당의 밝은 미래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들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가장 안타까운 것은 조 전 의원이다. 조 전 의원은 노 의원이나 심 의원처럼 언론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지만 내실 있는 의정활동으로 주목받았었다. 그리고 2008년 분당 당시 최근 그 구체적 실상이 폭로된 경기동부 등 당권파의 종북주의와 패권주의를 비판하며 제일 먼저 탈당을 하고 나왔던 '순수한 원칙론자'이다. 그러나 결국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의 통합이 실패하면서 예상을 깨고 노 의원, 심 의원과 함께 진보신당을 탈당해 통합진보당에 합류했다(개인적으로 조 전 의원이 통합 논의 과정에서 통합에 극렬 반대했던 일부 극단 세력에 하도 정이 떨어져 그 같은 결정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 의원과 심 의원은 또 그렇다고 하더라도 조 전 의원의 경우 민주노동당의 분당과 진보신당의 창당에 가장 책임이 있는 만큼 진보신당을 지켜야 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는 통합진보당을 택했고 그의 이 같은 선택은 가장 비극적 결말로 귀결되고 말았다. 즉 민주노동당의 당권파들은 2008년 분당의 선봉에 섰던 그를 결코 용서하지 않았다. 그는 통합진보당에서 자신의 지역구를 떠나 울산의 다른 지역구로 밀려나야 했고 경선에서 패배해 지난 총선에 출마조차 하지 못하고 말았다.

▲ 지난 2월 '통합진보당 총선승리 전진대회'에서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노회찬 의원, 심상정 의원, 이정희 전 공동대표, 유시민 전 공동대표. 진보정당의 '봄날'은 갔다. ⓒ뉴시스

인물이 아니라 불판 자체를 갈아야 한다는 '불판론' 등 탁월한 소통술로 진보정당의 스타로 자리 잡았던 노회찬 의원, 발군의 의정 활동으로 국민들에게 진보정치인이 얼마나 유능한가를 보여줬던 심상정 의원은 조 전 의원과 달리 지난 총선에서 승리해 금배지를 달았다는 점에서 겉으로 보기엔 재기에 성공하고 제 2의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전혀 그런 것 같지 않다.

현재 그들이 같이하고 있는 것은 그들이 그토록 비판했던 노무현정부의 신자유주의의 전령사였던 유시민 전 장관이다. 아니 사실 그들은 지난 부정선거와 폭력사태 이후 통합진보당을 탈당하면서 현재 대주주인 유시민의 국민참여당 세력에 얹혀 살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충격적인 것이 이들이 만든 정당의 이름이다.

한때 21세기 한국진보정당운동의 희망이었던 노회찬, 심상정 의원이 만든 새로운 정당의 이름이 민주정의당(민정당) 아니 진보정의당이라니, 망가진다 망가진다 해도 이건 너무하다. 한국정치사에서 가장 부정의한 정권이면서 한국정당사에서 유일하게 당명에 정의라는 단어를 넣은 민정당의 전두환에 대한 향수가 있는 것은 아닐 턴데,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유분수지 진보정의당이 웬 말인가?

진보정의당, 이해를 해주려고 아무리 노력을 해 보아도 이해가 되지 않는 당명이다. 이같이 엉뚱한 이름이 선택된 것은 다수파인 국민참여당계열이 사회진보당 등 사회민주주의나 사회주의를 연상시키는 당명을 피하려고 이를 선택했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에서 노, 심 의원의 현재의 위상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사실 진보정의당이란 당명이야말로 한국의 진보정당의 제 4기 실험이 끝났다는 것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008년 분당 사태를 겪으면서 민주노동당의 당권파가 노, 심, 조를 대신할 스타정치인으로 키우기 위해 영입한 이정희 전 의원의 경우 더욱 문제는 심각하다. 그는 노, 심, 조의 공백을 메우고 일약 스타로 성장했지만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해 비판을 거부하는 것에서부터 휘청거리기 시작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통합 논의 과정에서 정작 진보신당과의 통합에는 소극적이면서 유시민과 밀월관계를 유지함으로써 비판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 총선 때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부정 선거 시비로 타격을 받다가 이번 통합진보당 내분사태에서 치명상을 입었다.

이 전 의원은 이 같은 타격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물론 통합진보당 당권파의 조직적 결집력과 충성도를 고려할 때 이 전 의원은 이들의 계파 리더로서 계속 활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중적 진보정치인으로 그의 생명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정치란 이념과 조직도 중요하지만 인물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리고 전국적인 지명도와 인기를 가진 한 명의 대중정치인을 키우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가를 생각하면 이들의 비극은 안타깝기만 하다. 그러나 어쩔 것인가, 진보정당의 봄날은 간 것을.

이 같은 현실을 고려해 부산 한진중공업 크레인 고공 농성투쟁과 희망버스 운동의 상징인 김진숙 민주노총부산본부 지도위원을 이번 대선에서 노동자민중후보로 추대하려던 민교협, 진교연 등의 노력(☞관련기사 바로가기)도 김 위원이 고공농성 투쟁 때문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피선거권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물 건너가고 말았다. 그나마 진보신당이 가설정당을 만들어 다양한 진보세력을 결집시켜 노동자 후보를 내세우려고 하고 있고 노동운동의 좌파세력들이 밑으로부터 노동자 후보를 만들어내려는 것이 주목할 만하다.

이제 제 5기 진보정당운동의 봄날을 위해 새로운 씨를 뿌려야 할 때인 것 같다.

꽃이 피면 함께 웃고
꽃이 지면 함께 울던
봄날은 갔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는 1000여 명의 교수 회원들로 구성된 교수단체다. 1987년 창립된 이후 현재까지 사회민주화와 교육개혁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을 해왔다. <민교협의 정치시평>은 민교협 회원들이 돌아가면서 연재하며, 매주 1회 금요일에 게재한다. 이 칼럼은 민교협의 홈페이지에도 함께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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