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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는 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에 매달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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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는 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에 매달리나? 포화상태되는 사용후핵연료 처리 필요…미국 "핵 확산 안돼"
박근혜 정부 들어 첫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이 이르면 이번 주 초에 시작된다. 한미 간 본 협상을 여는 건 지난해 2월 5차 협상 이후 1년여 만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오는 2일~4일까지 미국 워싱턴을 방문, 존 케리 국무부 장관과 백악관 고위 관료들을 만날 예정이다. 이 기간 동안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과 관련해 미국의 달라진 입장이 무엇인지를 확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3월 만료되는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위해 한미 양국은 2010년 8월부터 협상을 진행했지만 한국 측 요구 조건에 대해 미국이 완강한 태도를 유지했다.

미국은 우라늄농축과 재처리 허용을 모두 금지하는 내용을 협정에 명문화하는 이른바 '골드 스탠다드'를 한국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와는 재처리와 농축 권리를 배제한 협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핵확산을 반대하는 이들은 UAE와의 협정을 '골드 스탠다드'라고 부른다.

완고한 미국에 한국은 왜 매달릴까

그럼에도 한국이 원자력협정 개정에 목을 매는 이유는 2016년이면 포화상태가 되는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 때문이다. 현재 한국은 임시방편으로 사용후핵연료를 원전 내 저장수조에 넣어 냉각시켜두고 있다. 원전 전문가들은 2016년이 되면 고리원전을 시작으로 2024년에는 사용후핵연료 수조 공간이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2011년 6월 기준으로 전체 저장용량의 71%를 넘어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재처리 작업은 한미원자력협정에 묶여있다. 미국 허락 없인 재처리 시설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재처리는 핵무기의 원료인 플루토늄이 추출되므로, 핵확산의 우려가 따라다닌다.

프랑스, 일본, 러시아, 인도, 중국, 영국 등 6개국 만이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해 사용하고 있다. 이중 핵무기가 없는 나라는 일본 하나 뿐이다. 일본의 경우, 1988년 미국과의 협정을 통해 재처리시설을 인정받았다.

미국은 원자력법을 통해 원자력 협력시 9개 조건이 포함된 원자력 협정 체결을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안전조치, 평화적 이용 보증, 물리적 방호, 사전동의권 등이 조건이다. 1978년 핵비확산법(NNPS) 발효 이후 원자력법의 9개 조건이 포함된 협정 모델을 만들고 이후 협정 체결 시 이를 적용하고 있다. 핵확산을 막는다는 대의명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한국의 요구를 들어주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이 추출된 플루토늄을 안전하게 사용한다 하더라도 다른 나라와의 형평성이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특히 미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 뿐 아니라 워싱턴 정가에서도 원자력 협정과 관련한 여론이 완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행정부가 '핵무기 없는 세상'을 외치고 있는 상황에서 상원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도 한국만을 예외로 두긴 어렵다는 데 대체적으로 동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지난 2월 대통령 특사로 미국을 방문한 뒤 기자간담회를 열고 원자력협정 개정과 관련해서 "원자력과 관련된 국제시장에서의 역할을 기대하면서 한국에 대한 신뢰도가 반영되도록 새 (원자력) 협정이 마련돼야 한다는데 (미국 행정부와) 의견일치를 봤다"면서도 "미국 의회와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걱정되는 부분은 이란과 북한의 핵 관련 활동 때문에 미 의회 내에서는 새 원자력 협정에 대해 행정부와는 반드시는 같지 않은 입장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5월 정상회담 이전에 협상 타결될까

한국도 이러한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설사 미국의 재가가 떨어져도 이것을 제대로 수행하기엔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에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기술로 사용하는 파이로 공정은 아직 기술적, 경제적으로 상용화 가능성이 완전히 검증되지 않은 공법이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는 검증도 안 된 공법을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건 섣부르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또한 파이로 공정에서 얻은 핵연료를 사용하려면 소듐 냉각 고속로(SFR)가 필요한 것도 문제다. 비용도 비용일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 반발도 만만치 않아 짓기 어렵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는 한미 원자력협정의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 대통령은 오는 5월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방한한 에드 로이스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미래 지향적인 방향으로 한미원자력 협정이 개정되도록 로이스 위원장을 비롯한 의회의 여러분이 관심을 갖고 협조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과 관련해서는 윤 장관의 방미 중 진행되는 외교장관 회담과 조만간 개시되는 한미 간 6차 협상에서 어느 정도 윤곽이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담과 협상에서 양측이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할 경우, 5월 한미정상회담 이전에 이견을 좁히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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