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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서비스 직원 자살…노동계 "삼성과 전쟁" 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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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삼성전자서비스 직원 자살…노동계 "삼성과 전쟁" 선포 50여 개 시민·사회 단체로 구성된 '최종범 열사 대책위' 출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50여 개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살인기업 삼성에 맞선 공동 투쟁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서비스 수리 기사 고(故) 최종범(32) 씨의 자결을 계기로, 노동계가 "삼성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4일 민주노총과 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삼성전자서비스 불법고용근절 및 근로기준법 준수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준비위원회, 삼성노사파괴전략 대책을 위한 연석회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은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공동 투쟁의 골격은 이날 출범한 '삼성전자서비스 최종범 열사 대책위원회'다. 최종범 씨는 지난달 30일 "삼성서비스 다니며 너무 힘들었다. 배고파서 못 살았다"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남기고 자신의 차 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현재 최 씨의 주검은 충남 천안 의료원에 안치돼 있으며 구체적인 장례 일정은 결정되지 않았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문제 해결의 열쇠는 삼성이 쥐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날 회견에서 △ 고인에 대한 삼성의 사과 △ 노조원 상대의 표적 감사 중단 △ 일감 빼앗기 중단 △ 부당 인사 발령 중단 △ '노조 파괴 매뉴얼(설명서)' 인정 및 사과 △ 적정 생계비 보장 및 임금 체계 개선 △ 삼성과 삼성전자서비스 차원의 성실 교섭 등을 요구했다.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최 씨의 죽음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었다"며 "오늘을 기점으로 민주노총은 삼성의 노동자들과 이들을 지원해 왔던 각종 시민·사회단체들과 연합해 반(反) 노동 정책을 일삼는 삼성 재벌과 전쟁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대책위는 삼성에 대한 비판 여론을 국내에서만이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형성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신 위원장은 "투쟁의 외연을 전 세계로 확대할 것"이라며 "민주노총이 국내에서는 탄압받는 조직이지만, 국제 사회에서는 연대를 확장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위영일 삼성전자서비스 지회장은 "(삼성전자서비스 수리 기사들은) 십수 년 간 삼성의 무노조 경영 방침 아래 고통스러운 나날을 견디다 못해 지난 7월 14일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며 "이제 노조 설립 100일이 막 지난 시점에 두 사람이 삼성에 타살됐다.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서비스 지회에선 지난 9월 27일 수리기사 임현우(36) 씨가 뇌출혈로 사망하는 사건도 있었다. 노조는 임 씨의 죽음을 과다한 노동과 실적 압박 스트레스에 따른 '과로사'라고 보고 있다. 임 씨 역시 최근 사망한 최 씨와 마찬가지로 오전 8시에 출근해 저녁 9시에 퇴근하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위 지회장은 이날 회견에서 두 고인을 언급하며 "동료의 죽음을 부끄럽지 않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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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일 민주노총을 비롯한 50여 개 시민·단체는 '최종범 열사 대책위원회'를 출범하고 삼성에 대한 광범위한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프레시안(최하얀)
                  권영국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은 최 씨의 죽음에는 고용노동부의 책임 또한 작지 않다고 비판했다. 권 위원장은 "고용노동부가 두 달 가까이 수시근로감독을 벌이고 나서, '불법 파견이 아니다'란 면죄부를 삼성에 줬다"며 "면죄부를 받은 순간, 삼성 그룹과 그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는 표적 감사와 '지역 쪼개기', '지역 경쟁' 등을 통해 노동조합을 본격 탄압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서비스에서는 지난 7월 노동조합(삼성전자서비스 지회)이 설립된 이후, 광범위한 감사 및 징계가 진행되고 있다. 노동조합은 감사의 주체는 하청이 아닌 원청, 즉 삼성전자서비스이며 감사 대상 10명 중 9명은 노조 조합원이라는 '표적 감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권 위원장은 "삼성은 감사가 연례 일정이라고 하지만, 3년 전 자료까지 들고 와 노동자들을 압박하는 것은 명백한 '표적 감사'"라고 말했다.

                  위장 도급 의혹이 막 제기됐던 때 <프레시안>이 하루를 동행했던 삼성전자서비스 서울 동대문 센터 안양근 수리 기사 역시 지난 9월 강도 높은 감사를 받은 후 징계 해고된 상태다. 안 씨는 사건이 불거지던 당시 삼성전자서비스 수리 기사들의 일과와 업무 방식을 자세히 설명했고, 이는 <프레시안> 지면을 통해 소개된 바 있다.(☞해당 기사 보기 : "아빠는 최고 삼성 직원", 아들 말에 가슴이 찢어졌다)

                  '지역 쪼개기'와 '지역 경쟁'은 감사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진행됐다. 노조 조합원이 많은 센터의 일감을 본사로 일부 넘기는 것은 '지역 쪼개기', 다른 협력사로 이관하는 것은 '지역 경쟁'이라고 부른다. 수리 건수당 수수료를 급여로 지급받는 수리 기사들은 일감이 줄면 그만큼 소득이 줄어든다. 노동계가 삼성전자서비스가 노조 조합원들의 생계를 흔들고 있다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삼성전자서비스 측은 그러나 '표적 감사 및 일감 빼앗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측은 "일부 협력사의 업무를 다른 곳으로 이관한 시기는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금속노조에 가입하기 3개월 전"이며 "이는 쏟아지는 수리 요청 물량을 제때 소화해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표적 감사에 대해서는 "이상 데이터 검증(감사)은 서비스 표준 요금제를 준수하지 않고 고객에게 과다 서비스 비용을 받는 사례를 확인하기 위해 연례적으로 하는 것"이라며 "감사 결과 실제 이상 데이터 검증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천호선 "삼성, 무노조 경영 노동자에 고통"

                  삼성에 대한 정치권의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의 연이은 삼성 비판에 이어, 4일 오전엔 정의당 천호선 대표도 삼성의 무노조 경영에 대한 공격과 진상 규명 요구에 가세했다.

                  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최 씨의 죽음을 거론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서비스 노동자들에게 '웃는 기계'가 될 것을 강요하는 것은 고객 친절 서비스가 아니라 폭력적인 강제 노동이자 인권 유린"이라고 비판했다.

                  천 대표는 또 "삼성은 무노조 경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회사의 잘못을 노동자에게 떠넘기고 덮어 버리려는 잔혹 행위를 이제는 그만두어야 한다"며 "당 차원의 진상 조사는 물론이고, 이미 검찰 수사에 들어간 'S그룹 전략 문건'을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는지 철저히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2년 S그룹 전략 문건'은 정의당 심상정 의원인 지난달 14일 공개한 것으로, 삼성 그룹 차원에서 작성한 상세한 노동조합 파괴 전략을 담은 매뉴얼이다. 삼성은 문건이 공개된 후 "해당 문건이 삼성이 작성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으나 "동일한 내용으로 임원 세미나를 한 적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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