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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R&D 클러스터'로 그 심장을 펌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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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R&D 클러스터'로 그 심장을 펌프하자 [전순옥·권은정의 D-프로젝트]<3> 서울대학교 조동성 교수
관악산 등산객들로 붐비는 서울대입구역을 겨우 빠져나와 다시 마을버스를 타고 서울대 캠퍼스로 들어갔다. 경영대학 세미나실은 바깥 세계와는 정말 달랐다. 3개국 학자들이 모여 자신의 연구주제를 워크숍 형식으로 발표하고 있었다. 석박사 과정 학생들도 함께 참여해 토요일 오후를 공부에 바치고 있었다.

중국 베이징대학교 거시경제학자인 리안 쪼우 교수, 일본 히또츠바시대학교 전략전공학자인 에미 오소노 교수, 그리고 이날 워크숍을 주관한 서울대학교 조동성 교수가 한 팀을 이뤄 세 나라 클러스터(cluster, 유사 업종에서 다른 기능을 수행하는 기업·기관이 한 곳에 모여있는 것을 말한다)의 장점을 비교하는 중이었다. 이날은 그간의 연구 성과를 서로 나누는 자리였다.

리안 쪼우 교수는 중국 베이징의 중관촌을 중심 테마로, 오소노 교수는 일본 여러 지방의 산업단지를 주제로 연구하고 있었다. 조동성 교수는 동대문 패션상가를 연구대상으로 잡고 있었다.

"서로 다른 산업, 다른 분야에 존재하는 클러스터 성격의 공통점을 찾으면 일반론이 나오는 거죠. 중국과 일본의 두 학자와 연구를 통해서 한국의 동대문 디자인 의류상가의 이론을 일반화하는 연구 작업이지요."

▲ 서울대학교 조동성 교수. ⓒ프레시안(손문상)

조동성 교수의 동대문 클러스터 연구는 몇 년 전부터 시작된 것이다. 그는 2008년 연구년 동안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경영학의 세계적 석학인 마이클 포터 교수와 함께 한국의 지역경쟁력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동대문 의류산업 클러스터'를 연구주제로 삼았다. 사실 그가 동대문을 선택한 보다 현실적인 이유는 또 있었다.

"서울시에서 동대문 플라자를 짓겠다고 해서 과연 동대문 디자인플라자를 지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를 주제로 해서 쓴 논문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는 동대문의 지형을 바꿀만한 계획이 시작되기 전에 그 가치와 의미를 꼼꼼히 따지는 연구부터 했다. 서울대는 동대문 의류상가 부근 을지로5가의 1만 3000평(옛 미국 공병대 주둔지)에 대한 연고권을 가지고 있어, 공교롭게도 그의 '동대문 의류산업 클러스터 연구'는 더 설득력이 있다. 이 지역의 자산 가치를 극대화시키는 일이야말로 경영학자로서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일이 아니었겠는가.

조동성 교수는 차근차근 내용을 풀어 설명하기 시작했다. 논리로 설득하려는 학자의 태도다웠다.

"동대문, 이 지역의 의류 상가는 지금 세계패션 시장 중에서 일종의 샌드위치 같은 위치에 놓여 있습니다. 동대문의 직접 모델은 이탈리아의 밀라노라고 할 수 있는데, 프레타포르테(prêt-à-porter, 오트쿠튀르와 함께 세계 양대 의상 박람회로 파리를 중심으로 뉴욕·밀라노·런던 등에서 열린다)를 통해 새로운 디자인이 나오면 바로 사진 찍어서 보내오는데, 그것을 받아서 72시간 만에 생산·납품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습니다. 중국의 광저우 닝보에서 비슷한 작업을 하고 있지만, 아직 우리 같은 물류시스템이나 세련된 디자인 면에서 그다지 철저하지 않지요. 하지만 그것도 시간문제죠. 중국 원가가 우리의 5분의 1밖에 안됩니다. 우리가 밀라노 등 패션선진국 쪽에서 받아먹기만 하고 있고, 중국은 우리 뒤를 바싹 뒤쫓아 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결국 우리가 갈 곳이 없어집니다. 그러면 동대문 의류 상가는 어디로 가겠습니까? 우리가 뒤로 갈 수는 없지 않습니까? 돌아서서 중국하고 경쟁할 수는 없다는 말이지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 위로 치고 올라가야 하는데, 지금 우리에게는 올라갈 힘이 없어요. 그 와중에 중국에 추월당하면, 동대문이 고스트 타운(유령 도시)이 되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지금이야 러시아나 일본 소매상들이 동대문에 많이 오는데 그들이 중국 시장으로 가버리면 여기는 어떻게 되느냐, 그것이 큰 과제죠. 중국이 쫓아오기 전에 한국은 밀라노, 파리를 따라잡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가서 공격해야 한다는 거죠."

동대문은 하루 평균 40만 명이 방문해 400여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한국 최대 의류시장이다. 패션 의류 상가로서의 동대문의 발전을 위해서 발전적인 방향을 제대로 잡아야 한다. 그것도 시간이 빠를수록 좋은 것이다. 조동성 교수는 '클러스터 이론'으로 동대문을 분석하기로 하고, 그것을 위해 먼저 뉴욕 패션 지구인 가먼트 디스트릭트(Garment District)와 비교연구를 했다. 동대문과 뉴욕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프레시안(손문상)
"먼저 수직적으로 비교하면 차이가 있습니다. 동대문은 의류 한 가지 산업만 하고 있는 '단일'인데 비해, 뉴욕 가먼트 지역은 연구개발(R&D, Research and Development)에서 유통까지 그 단계에 여러 분야가 모여 있는 멀티형이지요. 여러 산업군이 모여 있다는 거죠. 의류·건축·예술의 한 부분으로서 패션이 존재하는데, 첼시(Chelsea)와 같이 예술인들이 모여 사는 동네도 있고…. 또 그곳은 저널리즘의 메카가 아닙니까? <뉴욕타임스>, <뉴요커>, <배너티 페어> 등 신문과 잡지 본사가 모두 그곳에 있습니다. 미디어와 언론까지 다 합쳐 있는데, 우리는 의류 한 가지만 달랑 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차이지요. 동대문 클러스터 발전을 위해서는 패션분야에 관련된 모든 산업이 함께 모여야 하고, 업 스트림(up-stream, 상위 산업)에 R&D가 같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 이것이 나의 연구주제입니다."

그럼, 멀티형으로 가는 최선의 길은 무엇인가? 궁금증이 일지 않을 수 없다.

"가장 먼저 R&D가 들어가야 합니다. 그건 바로 학교죠! '브레인(brain, 우수한 인재)'가 필요합니다. 지금 동대문에 치명적인 문제점은 두뇌 구조, 즉 학교가 없다는 것입니다. 세계 의류패션을 이끌어 가는 파리나 밀라노에 비해 창조성에서 현격하게 뒤처져 있습니다. 뉴욕을 보세요. 가먼트 지구에 파슨스(Parsons The New School for Design)나 FIT(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가 있거든요. 그래서 학생들, 교수들이 패션산업에 필요한 정보를 끊임없이 새롭게 생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에 따라 지역의 점포 주인들이 함께 움직입니다."

그의 설명은 계속 이어진다. 미국의 실리콘 밸리가 IT산업에서 경쟁력이 강한 이유는 스탠퍼드대학교가 있기 때문이고, 보스턴을 둘러싼 128번 국도 선상에 자리한 바이오산업이 강한 이유 역시 MIT와 하버드대학교가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중국 베이징 IT업계를 대표하는 지역인 중관춘 또한 베이징대학교와 청화대학교가 이끌고 있다.

"대학에서 아이디어가 나오면 산업발전 쪽으로 흘러가는데, 두뇌가 없으면 흉내밖에 못 내는 것이거든요. 산업 클러스터 경쟁력을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끌어올리는 동력은 산학 연계를 가능케 하는 대학들입니다. 마찬가지로 동대문 의류산업 클러스터를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의류산업 클러스터로 만들려면 '창조인력'을 양성할 대학이 필요합니다."

동대문 클러스터의 핵심은 패션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대학'이라는 말이다. 따라서 패션 분야 인력을 양성할 대학캠퍼스를 이 지역에 건설할 수 있다면, 동대문 일대는 청계천과 을지로·동대문을 연결하는 세계 최대·최고 패션디자인 산업 클러스터로 발전할 수 있다는 말이다.

패션 스쿨이 지역에 끼치는 영향은 세계 3대 패션 스쿨로 불리는 학교와 주변을 둘러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런던의 세인트 마틴 패션 스쿨(Central Saint Martins College of Design and Art), 뉴욕의 파슨tm 디자인 스쿨, 벨기에의 앤드워프 왕립예술학교(Antwerp Royal Academy of Fine Arts). 이들은 현실과 분리된 상아탑으로서의 대학이 아니라, 지역의 중심축으로서 산업을 이끌어가는 '지적 리더십'을 보여주는 교육기관이다. 매년 이 학교 학생들의 졸업 작품으로 이뤄지는 패션쇼는 그것을 보기 위해 세계에서 찾아오는 이들로 성황을 이룬다. 또한, 이들이 보여주는 패션 작품은 향후 세계 디자인의 흐름을 주도하며 패션·의류산업의 풍향계 역할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교가 산업을 끌어주고, 산업은 졸업생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

패션 스쿨은 단순히 하나의 대학이 아니라, 주변산업에 엄청난 기운을 넣어주는 산업의 발아 역할을 하는 존재들인 것이다. 조동성 교수는 '동대문 지역에 학교가 생기고 학생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고 말한다.

ⓒ프레시안(손문상)
"지금 저 동대문 지역에 세계적인 패션 전문스쿨이 생겨 날마다 수천 명의 학생이 오고가는 것을 상상해 보세요. 이 지역이 허파처럼 숨 쉬는 것 같지 않겠어요? 생동감이 넘치면서 말이지요! 새로운 아이디어가 새롭게 솟아날 때 선순환하고 발전하는 것이지요. 창조적 아이디어가 없이는 발전이 없습니다. 어느 나라이든 창조적 아이디어의 본산은 '학교'입니다. 그런데 그 학교는 현실적인 대학이어야 할 것입니다. 하버드나 예일대학교, 그런 대학이 아니라 패션의 경우라면 파슨스나 FIT 같은 전문 직업 스쿨이 좋은 예가 되겠죠. 동대문 안에 그런 대학이 서너 개만 있다면 얼마나 달라질까요. 동대문은 그냥 시장이 아니라, 고품격 패션의 중심으로 성큼 더 클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제 패션은 국제적인 산업입니다. 그에 맞게 준비를 제대로 해야 합니다."

조동성 교수는 일찍이 동대문운동장 터를 이용한다는 면에서도 엄청난 가치를 가질 것이라고 상세하게 계산해 놨다.

'이 터에 용적률 350%로 쾌적한 창조 캠퍼스를 조성하면, 연구원 500명이 활동할 수 있는 연구 공간과 학생 1000명을 위한 교육 공간이 가능하다. 또한 이 지역 전문가들 25만 명은 여기서 계속 교육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연구원 1명 당 가치를 1억 5000만 원, 학생 1명 당 가치를 1억 원, 계속교육 수강자 1명 당 가치를 50만 원으로 보면, 연간 3000억 원대의 가치가 발생하고 이들의 30년간 가치총액은 9조 원이다. 이러한 직접효과 외에 창조캠퍼스가 동대문 의류상가의 연간 매출액 14조 6000억 원에 20%의 부가가치를 올린다고 가정할 때 향후 30년간 87조 원의 간접효과가 추정된다.

이 터를 부동산 업자에게 매각하는 것보다 직접효과 11배, 간접효과 23배의 가치가 국민경제에 직접 유입될 수 있게 된다. 어떻게 하는 것이 도시와 지역경쟁력을 높여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지 깊이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조동성 교수는 동대문 플라자 계획 당시 '종로3가-을지로-청계천'을 이어 서울 패션 클러스터의 근간이 되는 이 지역에 낯선 주상복합단지가 들어선다면, 주변은 초토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한 적이 있다.

"그러나 모든 의사 결정에는 장단점이 있지요. 이제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의 장단점은 무엇인가를 따져 봐야겠지요?"

그는 동대문운동장이 어떤 점에서는 DDP의 장점이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동대문운동장을 없애버렸는데, 그것도 장단점이 있었지요. 운동장의 역할은 그 지역에 한꺼번에 몇 만 명을 모았다가 뿜어내는 힘을 가지고 있었죠. 그런데 이제 그 힘이 죽어버렸어요. 축구, 야구시합 때 동대문에 몇 만 명이 모였는데, 사실 이게 굉장히 큰 기능을 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사람들은 그 중요성을 간과했겠지만…. 하지만 이제 또 다르게 활용하면 그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DDP에 패션디자인이 아니라 '인더스트리(industry)' 즉, 산업디자인 업종을 집어넣자는 아이디어가 지배적이라면서 패션지구인 동대문에 성격이 다른 산업디자인이 포함되는 것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볼 때 당연한 선택이며, 결국 굉장히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이다. 하지만 그도 다른 이들처럼 동대문 패션지구가 패션과 다른 산업디자인과 '이종결합'으로, 마침내 성공할 '그 시간'까지 과연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결국 단기적으로 볼 때 조동성 교수는 '동대문 지구가 패션의 전당이 되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향후 동대문에 R&D 시스템을 구축하길 바라고 있지만, 그보다 먼저 동대문 의류산업 클러스터의 강한 경쟁력에 우리가 주목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창업경영자, 디자이너, 재봉사 25만 명이 전문가 단지를 만들고 있고, 8만 개가 넘는 관련 업체들이 원·부자재 생산에서부터 판매와 유통에 이르기까지 수직적으로 연계되어 있으며, 높은 패션 감각을 가진 서울 시민과 중국·러시아 등지에서 온 까다로운 소매상들이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면서 지속적인 품질 수준을 높이고 또 요구하고 있는 하나의 큰 산호초 같은 동대문이 가진 힘에 주목하자는 말이다.

또한 '동대문 클러스터'는 한국 경제가 클러스터 중심으로 나아가는 하나의 지표가 될 것이라고 그는 기대하고 있다. 동대문 의류상가의 경쟁력 있는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이 동시에 호흡하기를 그는 권한다.

"동대문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이 정책과 전략을 함께 개발해야 합니다. 정부는 R&D, 산업, 세제, 환경, 노동 등에 관한 정책을 세우고, 기업은 M&A, 차별, 제품, 시장에 관한 전략들을 내놓으며 함께 만들어 나아가자는 것이지요."

ⓒ프레시안(손문상)

현재 전국 240개 지방자치단체에서 각자 지역에 맞는 산업을 선택, 클러스터를 만들어 이를 통해서 지역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산업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보자면 동대문 지역은 전국의 클러스터 발전에서 중요한 하나의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한다. 그는 지금까지의 말을 결론 내리려는 듯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 바로 이것이지요! 클러스터 만들 땐 정부정책, 기업의 전략이 함께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제까지는 정부정책에 따라 기업이 전략을 가지고 쫓아갔지요. 이제는 정부와 기업이 공동으로, 함께, 동시에, 정책과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래야 정부와 기업이 서로 핑퐁(ping-pong, 탁구)하는 상황이 안 일어난다는 말입니다. 서로 별개로 움직이면 시간은 한없이 흘러가고 성과도 없게 됩니다. 옛날엔 정부와 기업이 함께하면 '부정부패 온상이다'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있었는데, 이제 그렇게 되지는 않지요.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고 투명한 사회가 되었으니까요. 바람직한 클러스터를 만들기 위해서 정부와 기업은 함께 같이 가야 합니다."

조동성 교수는 '기업중심의 3.0 자본주의'와, '사회중심의 4.0 자본주의'에 이어, 이제 '클러스터 중심의 5.0 자본주의 시대'가 도래한다고 말한다.

"이제 새로운 자본주의는 '클러스터' 중심이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경제는 재벌기업 중심이 아니라, 클러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경제주체의 본보기, 시장을 구성하는 단위를 무엇으로 볼 것인가? 기업이 아니고, 클러스트 중심이라는 것이지요. 정부의 정책은 클러스터를 키우는 쪽으로 가야한다는 말입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몇 개의 재벌 중심이 아니라 크고 작은 기업들이 모여 있는 수십만 개의 기업 클러스터가 모여 있는 나라가 되어야 합니다."

조동성 교수는 1971년 미국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몇 년 간 미국 기업에서 일한 후 1978년부터 서울대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그는 몇 해 전 한 경제신문지가 주관한 '한국의 경영대가' 30인 중에서 3위에 올른 인물이기다. 1,2 위 모두 재계 경영인들이었고, 학계 인물로서는 그가 1위였다. 최고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불황기 경영에 관해 조언을 듣고 싶은 경영대가로, 사람들은 조동성 교수를 꼽았다. 국내뿐 아니라, 국제 경영학계 쪽에서도 이름난 그는 몇 년 전 스위스 다보스 경제포럼에서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세션 사회를 맡기도 했다. 그는 세계 여러 나라 여러 곳을 다니면서 우리나라 국제 경쟁력에 대해서 누구보다 느낀 바가 많은 이다. 그는 다분히 긍정적이고 희망에 차있다.

조동성 교수는 한국의 앞날이 얼마나 전도유망한지, 그 증거를 댄다. 이번 7월에 유럽의회(EU)에 초청받아 '유럽의 재산업화'의 주제로 의원들에게 기조 강연을 한 예가 바로 그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이 해외에서 아주 인기 최고입니다. 우리의 경쟁자로부터 배우자라는 주제였는데, 왜 그럴까요? 유럽을 무너뜨린 게 한국이라고 보는 것이지요. 유럽의 제일 큰 산업이 전자·자동차·조선 산업인데, 이 셋을 한국이 다 가져갔잖아요. 그동안 사람들의 관심사가 미국·유럽·일본이었는데, 요새는 '한국'이 관심의 표적입니다."

그는 이어서 '동대문'의 존재가 어떤 것인지 강조한다.

"사실 밀라노, 파리도 전전긍긍할 거예요. 동대문을 굉장히 무서운 존재로 볼 것입니다. 사실 밀라노나 파리가 뉴욕한테 빼앗겼다라고 말할 수 있을 텐데, 이제 한국에 빼앗길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란 말입니다. '강남스타일'의 나라, R&D 투자가 엄청난 나라, 새로운 문화와 예술 면에서 강한 나라 '한국'이 곧 자기들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을 것이란 말입니다."

그는 우리나라가 R&D 투자 면에서 GDP 대비 4%로 전 세계에서 두 번째 위치라고 설명해주었다. 연구개발 투자가 제일 큰 나라는 스웨덴이고, 다음으로 이스라엘과 한국 순이었는데, 한국이 이스라엘을 따라잡았다는 것이다. R&D 최강국인 한국은 이제 특허출원숫자 면에서도 미국-일본-독일-한국의 순서를, 미국-중국-일본 그리고 한국으로 바꿔 놓았다고 한다. 독일보다 앞에 서 있다는 말이다.

"대한민국은 해외에서 보면 엄청나게 무서운 나라입니다. 그들이 우리를 두려워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지요. 우리는 우리 허약함을 아니까 큰소리를 치지 않고 있는데, 지나친 자기비하도 좋을 수만은 없습니다. 우리의 가능성을 제대로 활용하는데 장애가 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조동성 교수는 IMF 때 윤리경영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한다. 허술한 경제정책과 부실한 기업경영으로 나라가 무너져 버린 그 사태는 기업이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책임을 다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윤리경영이란 기업경영, 그 프로세스를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라며 기업이 무엇을 하느냐의 문제인 사회공헌보다 앞서야 한다고 믿는단다. 그는 우리 기업이 프로세스에서 좀 더 투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조동성 교수와 권은정 인터뷰어(오른쪽). ⓒ프레시안(손문상)

워크숍을 마치고 일행은 모두 어두운 캠퍼스를 벗어나 동대문 패션 타운을 보러 나섰다. 대낮보다 더 밝은 불빛과 사람들로 넘실대는 동대문 의류상가. 그 가운데를 걸어가는 '브레인'들이 머지않아 동대문의 심장을 박동 치게 할 피톨(순우리말 '피의 알갱이')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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