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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어 사망한 자매, 남은 가족들의 죄책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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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어 사망한 자매, 남은 가족들의 죄책감은… [끝나지 않은 고통, 가습기 살균제 비극<7>] 자매의 죽음
인천에 우애 좋기로 소문난 자매가 있었다. 충북 보은이 고향인 두 자매는 5남매 중 첫째(1957년생)와 넷째(1968년생)로 11살 터울이다. 큰언니가 먼저 인천에 올라와 자리를 잡고 살았다. 뒤이어 동생도 큰언니가 있는 집 근처로 이사 왔다. 그 후로 두 자매는 10년 동안 줄곧 같은 동네에서 지냈다.

가습기 살균제를 처음 알게 된 것은 2009년 12월쯤이다. 큰언니 장은순(가명) 씨의 시집간 딸 김미경(가명) 씨가 가습기를 구입하면서 가습기 살균제도 구매하고, 친정집에도 하나 더 사드렸다. 기관지가 약했던 장은순 씨는 그때부터 거실에 놓은 가습기에 가습기 살균제를 넣어 종일 사용했다. 큰언니 집에 거의 매일 낮에 놀러 갔던 동생 은숙(가명) 씨는 자연스럽게 가습기 살균제를 알게 된다. 언니는 동생에게 "먼저 써보니까 소독하고 가습기를 헹구기가 번거롭지 않느냐. 소독제가 좋은 게 나왔는데 사다 쓰지 왜 안 쓰느냐"고 권유했다. 동생은 큰언니 집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가습기 살균제를 샀다. 그리고 아이들이 어릴 적 환절기에 가끔 틀어줬던 가습기를 꺼내어 사용하게 되었다.

큰언니는 거실의 가습기를 하루 종일 틀어 놓고 잠도 거실에서 잤다. 남매를 둔 동생도 기관지가 약해서 큰언니 집에 낮에 놀러 가서 가습기를 쏘였다. 밤에는 집 안이 번잡해서 가습기를 틀어 놓고 혼자 따로 잠을 잤다.

그렇게 두 자매는 환절기에 가습기 살균제 사용하다가 2011년 8월 말, 방송을 통해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던 사람들에게서 피해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놀란 큰언니는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아보았다. 폐는 이미 섬유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겁이 덜컥 났다. 동생네 가족에게는 알리지 않고 같은 병원에 동생의 진료 예약을 잡은 뒤 검진을 받게 했다. 동생의 폐도 똑같은 폐 섬유화가 진행 중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큰언니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바로 입원을 하게 되었다. 간병할 사람이 마땅치 않아 큰언니 가족들은 동생에게 병간호를 부탁하였다. 폐질환이 차도는 없고 병은 깊어만 갔다. 큰언니의 병 앓이를 답습하는 것을 알고 있는 동생네 가족은, 큰언니네 가족이 병간호를 부탁한 것과 가습기 살균제를 소개해준 것을 두고 불협화음이 생겼다.

▲ 가습기 살균제 자매 희생자의 큰언니(사진 아래 맨왼쪽)인 장은경 씨(가명)가 딸의 결혼식에서 찍은 사진. ⓒ환경보건시민센터

두 자매 모두 폐 이식 검사 도중 안타깝게 숨져

그러는 와중에도 큰언니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모든 가족이 백방으로 수소문했다. 그리고 폐 이식을 받으면 살 수 있는 길이 있다는 소식을 접한다. 강남세브란스병원에 폐 이식으로 유명하다는 교수님을 알게 되었다.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에 폐 이식 대기자로 등록을 요청해 소견서를 받고 병원을 옮겼다. 폐 이식에 필요한 사전 검사를 1주일간 하고 대기자로 등록했다. 인천에 있는 집으로 돌아와서 기증자를 기다렸다. 하지만 허망하게도 4일 후인 10월 19일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즈음 동생도 큰언니가 앓았던 증상과 똑같이 병이 진행되었다. 병간호를 하면서 큰언니가 겪는 고통이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에게도 일어날 일인 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동생은 자신에게 진단된 병을 인정하지 않았다. 처음 진단한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에 입원조차 하지 않았다. 차도는 없었다. 병이 깊어지고 환자는 괴로워했다. 보다 못한 동생네 가족은 강제로 길병원에 입원을 시켰다. 두 달의 입원 동안 큰언니와 똑같이 병이 진행되었다.

병세가 계속 악화하자 가족들은, 환자가 다 죽게 생겼으니 큰 병원에 가서 폐 이식 대기자로 등록하겠다고 의료진에게 요청했다. 이들은 "입원해 있는 동안 폐 이식에 관해 일언반구도 해주지 않던 의료진은 그때야 소견서를 써줬다"고 말했다. 큰언니가 겪었던 폐 이식 절차를 받기 위해 사설 응급차를 불러서 강남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겼다. 큰언니처럼 폐 이식에 필요한 사전검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동생마저 검사받는 와중에 사망하였다. 큰언니가 사망한 지 4개월 후인 2012년 2월 11일이었다.

두 자매는 모두 기관지가 약했다고 한다. 겨울이면 감기에 자주 걸리고, 한여름 무더위에도 에어컨을 틀지 않았다. 선풍기 바람조차 싫어했다. 그래서 그 해 겨울철에 가습기를 많이 사용했다. 가족들은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병이 생길 줄은 상상조차 못 했다. 그래서 가습기 살균제 사용과 관련한 정부의 환경조사를 받으면서 과거의 상처가 되살아나자 무척이나 괴로워했다.

죄책감 속에 사는 피해자 가족, 사회의 포옹 절실

자매가 4개월 차이로 목숨을 잃게 되자 주위에서는 유전인 것 같다고 수군거렸다. 그 소리가 듣기 괴로워서 동생의 남편은 아내 집안에 폐 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이 있었는지 알아보기까지 했다. "처조부모님은 여든 넘게 장수하셨고, 집안에 폐 질환으로 돌아가신 분이 없으며 장인 장모 두 분 모두 팔순이 지났는데도 건강하시다."고 그는 말했다. 아내를 떠나보낸 뒤 빈집에 들어가면 자꾸 집사람이 생각나, 10개월 후인 지난해 12월에 다른 동네로 이사했다. 자매가 안타깝게 세상을 등지는 과정에서 두 가족 간 불편했던 관계는 이제는 다행히도 화해 후 괜찮아졌다고 한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신고를 한 사람은 큰언니의 시집간 딸 미경 씨이다. 그녀는 2011년 방송을 통해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 미상 폐 질환의 원인임이 알려지면서 자기가 사다 준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엄마와 이모를 잃게 됐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본인과 가족도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해서 피해 증상이 있음에도 돌아가신 분에 비해 경미하다고 판단했는지 선뜻 신고하기를 무안해한다. 죄책감에 망설이다가 피해 신고도 한참 후에 하였다. 본인 가족은 피해조사에 참여도 못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가족 대부분이 김 씨처럼 죄책감 속에 살아가고 있다. 가족이 겪는 아픔 중 하나가, 살균제를 선택하거나 사용한 사람이 가족에게 죄를 지었다고 생각하며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 비극은 안심하고 믿을 수 있는 제품이라고 기업들이 판매한 생활용품을 사용하다 벌어진 사건이다. 살균제 성분도 유해물질임이 확실하게 밝혀졌다. 대한민국이 정상적인 사회라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회사에 대한 처벌뿐만 아니라 가족을 잃은 슬픔 속에서 고통을 겪고 있는 피해자 가족들이 적어도 죄책감은 가지지 않도록 사회가 보듬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끝나지 않은 고통, 가습기 살균제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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