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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전통시장 활성책 "오래된 건물 그대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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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전통시장 활성책 "오래된 건물 그대로 사용"

[김경민의 도시이야기]<25> 보스턴의 '퀸시마켓' 재생 사례

* 앞선 연재(☞바로 보기)에서 이어집니다.

미트패킹 지구와 같이 건물의 원형을 살려두고, 건물 내부의 기능을 색다르게 바꾸는 시도는 이미 1960년대부터 존재하였다. 학계에서는 적응적 재활용(Adaptive reuse)이라 불리는데, 하버드대 건축대학원 벤저민 톰슨 교수에 의해 샌프란시스코의 유명 초콜릿 상표드인 기라델리 공장을 재활용한 사례가 그 시초이다.①

톰슨 교수는 이후, 개발자인 제임스 라우즈와 함께 보스턴 다운타운의 재래 시장인 퀸시마켓 재생 사업에도 적응적 재활용 개념을 이용하였고, 보스턴의 성공은 이 개념을 폭발적으로 다른 지역에 파급시킨 계기가 되었다.

▲ 샌프란시스코 기라델리스퀘어, 과거 기라델리 초콜릿 공장의 원형을 보존한 채, 내부에 레스토랑과 가게들을 입점시켰다. ⓒ김경민

미국 대도시 다운타운에 남아있던 재래시장들은 193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그럭저럭 운영이 잘 되었다. 하지만, 40년대 이후, 주요 고객인 백인 중산층이 다운타운을 떠나면서 위기에 빠지기 시작하였다. 더군다나 미국 가정에 냉장고가 보급되고 자동차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교외 지역에 편리한 주차장을 제공하고, 좋은 인테리어 갖추고, 이미 패킹 된 음식을 판매하는 (교외 지역) 쇼핑몰에 사람들이 몰리게 되면서, 다운타운에 있던 재래시장은 몰락의 길에 접어들었다.

"저는 다운타운 (쇼핑시설) 개발에 한 푼도 투자할 생각이 없습니다.
(다운타운은 너무나) 후져요.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황폐해진) 다운타운에 왜 오겠습니까?
사람들은 무질서한 지역, 그리고 위험한 지역 가기 싫어합니다."
- 1970년대 당시 가장 성공적인 쇼핑몰 디벨로퍼였던 에드워드 드발토로 인터뷰, Downtown, Inc에서 재인용


황폐해지고 버려진 재래 시장을 되살릴 길이 묘연한 와중 개발자 제임스 라우즈는 재래 시장의 가능성을 알아본 최초의 인물이었다. 그의 재래 시장 활성화 전략은 기존에 이미 쇠퇴한 도심 내 재래 시장과 차별화되면서 교외 지역에 있는 쇼핑몰과도 차별화된 것이어야 했다.

그가 제안한 페스티벌 마켓플레이스라는 개념은 지역 주민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하고 특색있는 지역상품(local products)을 판매하는 장소를 의미하였고, 지역 커뮤니티에 기반을 두었기에 판매자와 구매자가 상호 신뢰가 구축되어 도시민뿐 아니라 외부 관광객들에게도 사회적 이익을 제공하는 것이어야 했다.

이 개념의 개발에는 고급 프랜차이즈 레스토랑과 카페뿐 아니라 지역 특유의 고유한 음식점과 푸드 센터도 존재해야 했고, 엔터테인먼트를 느낄 수 있도록 갤러리와 골동품 가게, 공방, 옷가게 등 다양한 형태의 기능들이 입점하였다.

그리고 재래시장 2층에는 아티스트, 건축디자인 오피스, 시민단체와 문화예술단체 들을 위한 오피스들이 입점하였다. 여기서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는 기존의 쇼핑몰이 대형 백화점들을 앵커 임차인으로 활용하여 고객들을 끌어들인 것에 비해, 도심 내 위치한 패스티벌 마켓플레이스에 기반을 둔 전략에서는 대형 백화점을 입점시키는 것이 아니라, 작지만 다양한 임차인들을 앵커 임차인으로 활용하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매일매일 새롭고 다양한 이벤트를 제공하고 삶의 흔적을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페스티벌 마켓플레이스 개념에 기반을 둔 퀸시마켓은 어마어마한 대성공을 거두었고, 미국의 전국 대도시에 파급되었다. 이 현상을 제임스 라우즈의 이름을 따라 라우스화(Rousification)라 불리게 되었다. 페스티벌 마켓플레이스 개발은 단순히 다운타운에 위치했던 하나의 재래 시장 활성화에 그친 것이 아니라, 다운타운 전체를 활성화시키는 하나의 촉매제로 활용되어 지역을 바꾸는 측면이 강했기에, 다운타운 도시 재생 전략의 위대한 성공사례로 인식되었다.

여기서 페스티벌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하고 있는 위에 언급된 기능들을 잘 살펴보면, 서울 북촌과 상해 티엔즈팡의 성공을 이끌었던 매우 작지만 다양한 기능의 창의적 소매점들과 맥이 닿아있다. 문화와 예술 기능에 기반을 둔 창의적 소매점들이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고, 이러한 기능들이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버려진 도시의 황폐해진 지역을 재생할 수 있다는 점을 40년 전에 간파한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되어서 안 될 부분은 모든 재래 시장이 문화와 예술을 활용한 전략을 차용했다고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퀸시마켓이 성공했던 이유의 하나는 제임스 라우즈회사가 퀸시마켓의 토지 사용권을 보스턴 시로부터 획득하여, 단일화된 운영주체로서 퀸시마켓을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의 운영 주체로서 퀸시마켓을 운영하고 있기에 이벤트 등을 열 수 있고, 매출이 기대 이하로 형편없거나 지역에 큰 임팩트를 주지 못하는 임차인들을 새로운 임차인으로 바꿀 수 있다. 또한 일부 상점으로부터는 더 많은 임대료를 받고 이를 작고 아기자기한 임차인들(매출이 크지 못한)을 지원할 수 있는 주체의 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우리의 일반 재래 시장처럼 상점마다 주인이 다른 형편에 무작정 페스티벌 마켓플레이스라는 개념을 적용한다 한들, 각 상점들의 이해관계를 조절할 수 있는 상위조직(umbrella organization)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는 큰 실패에 봉착할 것이다. 한국에서 광장시장이 아직도 건재하고 지속해서 성공적인 사업을 영위하는 이유의 하나는 광장시장은 단일의 회사 (광장시장 주식회사)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는 측면이 무시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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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출처: Hall, P., 《Cities of Tomorrow: An Intellectual History of Urban Planning and Design in the Twentieth Century 3rd eds》, 2003, Oxford, Blackwell Publishing. p. 383~387.


다음 주 수요일 발행될 연재에서 도시 이야기가 계속됩니다.

김경민의 도시 이야기
<1> 서울, '200년 역사' 상하이보다 못하다…왜?
<2> 휘청휘청 용산 개발, '티엔즈팡'만 미리 알았어도…
<3> 서울 최고의 한옥 지구, 역사 속으로 사라지나
<4> 서울 최고의 한옥 지구 만든 그는 왜 잊혔나
<5> 당신이 몰랐던 피맛골, 아직 살아 있다
<6> 박정희 시대 요정 정치 산실, 꼭 헐어야 했나
<7> MB·오세훈 '뉴타운 광풍'과는 다른 '낙원삘딍' 탄생사
<8> 음악인들의 성지, 기어이 밀어버려야겠나
<9> 동대문, 세계적 패션 도시 뉴욕·밀라노처럼 되려면?
<10> 봉제 공장 외면한 '甲' 동대문, 나홀로 생존 가능할까?
<11> 창신숭의 뉴타운 해제, "동대문 패션 타운 몰락할 뻔"
<12> 동대문에선 왜 자라·유니클로가 탄생 못하나
<13> 5000억 들어간 '오세훈 졸작', 동대문 디자인플라자
<14> 오세훈의 전시행정이 낳은 비극, 동대문디자인플라자
<15> 창신동, 패션과 관광산업 메카 가능성
<16> '슈퍼 갑' 동대문에 대응할 '창신동 FTA' 만들자
<17> "오세훈의 야망, 동조한 건축가…역사 파괴한 新청사"
<18> 오세훈의 천박한 논리 "청사 철거로 일제 잔재 청산"
<19> 벽화마을 프로젝트 성공사례 '동피랑 벽화마을'
<20> 독립선언서 낭독 태화관이 보스턴에 있었다면…
<21> 공단에서 IT와 패션의 '메카'로…구로의 변신
<22> 탄광촌이 세계문화유산으로 탈바꿈, 어떻게?
<23> 옛 흔적도, 새 휴식처도 없는 '팍팍한' 구로공단
<24> 미국에서는 마장동이 '패션 1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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