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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덕 기업 대명사, 국민 건강 지킴이로 둔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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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덕 기업 대명사, 국민 건강 지킴이로 둔갑?! [안종주의 '건강 사회'] 인산염의 진실 ②
악덕 기업의 대명사인가, 양심 기업인가?

카세인나트륨 사건과 함께 이번 기회에 반드시 살펴볼 것이 하나 더 있다. 얼마 전만 해도(아니 아직도) 남양유업은 악덕 기업의 대명사였다. 대리점에 물건 강제로 떠넘기기 등 힘없는 을에게 이른바 '밀어내기'와 같은 온갖 횡포를 일삼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국민들을 분노케 한 대표적인 슈퍼 갑 기업이 바로 남양유업이다.

지금도 많은 국민들이 이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기업 대표가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물론이고 임직원들이 대거 사법 처리까지 당했다. 한편으로는 이런 못된 행태를 보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국민 건강을 누구보다도 챙기는 식품 회사라는 선전이 서로 어색해 보인다. 물론 두 가지 사안은 별개로 볼 수도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입맛이 씁쓸하다.

☞관련 기사 : 인산염의 진실

남양유업 無인산염 커피믹스, 과연 착한가?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불러온 남양유업 본사-대리점 간 불공정 하도급 사건은 이 회사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바닥으로 떨어트렸다. 여기에다 불매 운동까지 당하는 등 치명상을 입었다. 그래서 이를 만회하고자 시간이 흐르면서 약발이 떨어진 카세인나트륨 논쟁에 이어 이번에는 인산염 유해 논란을 부추기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나의 의심이다.

커피는 적당히 마시면 별 문제가 없지만 많이 마실 경우 카페인 과다 섭취로 얼굴 홍조, 두통, 심장 두근거림 등 각종 이상이 생긴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심한 경우 생명까지 앗아간 사례도 있다. 카페인은 지킬 박사이면서 또 하이드 씨이다. 커피믹스 제품에는 봉지 당 40밀리그램 이상의 카페인이 들어있다. 하루 열 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이보다 적은 양이라도 문제가 된다.

만약 국민 건강을 정말 아끼는 커피 기업이라면 어떻게 할까? 교묘한 광고 카피로 커피를 많이 팔 궁리보다는 설혹 커피 맛이 덜 난다 하더라도 카페인을 대폭 줄이거나 사실상 없앤, 카페인 없는 커피(디카페인) 제품만 내놓아야 하지 않을까. 남양유업이 '건강한 커피'를 외치려면 적어도 이런 결단을 즉각 내려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자사 제품 모두에서 인산염을 포함해 각종 모든 첨가물을 추방해야 할 것이다. 자신들이 만들어 파는 어린이 치즈, 우유 가공품 등 유제품에는 인산염을 버젓이 사용하면서 어른들이 마시는 커피믹스 제품에서만 인산염을 뺐다고 선전하는 전략은 어린이를 둔 소비자들이 점차 널리 이를 깨닫게 되면 만만찮은 역풍을 맞게 되지 않을까.

인산염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엉뚱한 지적을 낳기도 한다. 지난해 몇몇 악덕 불량 식품 업자가 인산염과 빙초산을 마구 사용한 식품을 만들어 팔다 적발된 적이 있다. 이 사건을 보도한 어느 언론의 논설위원은 그 신문의 사설에서 인산염을 선진국처럼 독극물로 분류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들 약품(인산염과 빙초산을 말함)은 미국, 일본 등에서는 독극물로 분류된 것들이다. 가축 사료에 써도 문제인데 사람의 몸에 들어가는, 소중한 먹을거리에 사용했다니 정말 못된 이들이다. 빙초산의 경우 농도가 20%가 넘으면 화상이나 안구 장애를 유발한다고 한다. 인산염은 비료의 원료도도 쓰이는 것으로 골다공증을 유발한다. 우리도 선진국처럼 식품에 사용될 수 있는 이런 약품들을 독극물로 분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 바란다." (<서울신문> 2012년 3월 23일자)

미국 식품의약품청과 유럽 식품안전의약국이 인산염을 독극물로 분류하고 있다는 것은 금시초문이다. 오히려 위해 가능성이 거의 없는 식품 첨가물로 분류해 사용토록 허용하고 있다. 언론사 안에서 최고의 판단과 권위를 대표한다는 논설위원이 사설에서 이런 지적을 한다는 것은 화학 물질이라면 무조건 나쁜 것으로 규정하고 이를 백안시해야 한다는 사회 풍조가 투영된 것은 아닐는지.

식품 첨가물 신경 쓰이는 당신, 가공 식품을 줄여라

ⓒfrenchcafemix.com
선진국의 식품 안전 규제 기관이 그리고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사용을 허가한 식품 첨가물이라고 해서 함부로, 마구 사용하거나 이들이 들어간 식품을 과잉 섭취하는 것은 물론 바람직하지 않다. 식품 첨가물은 필요악일 수도 있다. 이 말이 심하게 느껴지는 사람에게는 필요악 정도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필요선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어떤 이들은 인체 필수 성분인 인을 보충하기 위해 인산염의 구성 성분인 인이 나름대로 착한 구실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인을 보충하기 위해 가공 식품에 인산염을 넣는 것은 아니다. 또 인을 보충하기 위해 인산염이 들어간 가공 식품을 일부러 골라먹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제품을 만든 뒤 하루 이틀이 아니라 몇 주, 몇 개월 뒤 길게는 몇 년 뒤 소비하는 대량 생산, 대량 소비 시대에 산도를 조절하고 미생물 번식을 억제하기 위해 우리가 어쩔 수 없이 기대는 과학의 산물이 인산염이라고 보면 된다. 신선한 식품을 즉석에서 만들어 바로바로 소비하는 가정이나 사회에서는 인산염과 같은 식품 첨가물이 필요 없다. 인산염뿐만 아니라 다른 각종 방부제(합성보존료) 등 많은 첨가물이 필요 없다.

살아있는 싱싱한 게를 즉석에서 쪄 맛있는 게살을 맛볼 수 있는 사람들은 돈이 풍족한 부류들이다. 반면 주머니 사정이 그렇지 못한 서민들은 어쩔 수 없이 게살인 아닌 명태살에 인공 게 향을 첨가한 게맛살, 즉 '무늬만 게살'에 만족해야 하는 것이다. 게에는 게살이 들어있지만 게맛살에는 게의 맛만 느낄 수 있을 뿐 게살은 없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현실이다.

혹 지금 이 순간에도 인산염이 두려운 사람들이 있다면 남양유업이 아닌 다른 회사의 커피믹스는 물론 웬만한 가공 식품은 모두 피하라. 가공 식품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의 온갖 첨가물이 들어 있다. 당신이 마시는 음료수에도, 커피에도, 어묵이나 소시지에도 인산염을 비롯한 각종 인공 향료, 인공 조미료, 합성 보존료, 산도 조절제 등등 수십 종의 식품 첨가물이 들어 있다.

물론 이들 식품 첨가물은 식품 안전 당국의 허가를 받은 것들이다. 허가를 받은 것이라고 해서 마음껏 먹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적당히 먹는 사람, 평균적으로 먹는 사람에게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공 식품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 1년 내내 가공 식품에만 손을 대는 사람, 특히 어린이에게는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다.

식품 첨가물이 두렵다면 먹는 가공 식품 자체를 줄여라. 그리고 식품 첨가물로 인한 건강 피해보다는 가공 식품으로 인한 건강 악영향이 더 문제가 된다는 것을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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