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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이 '대한민국 최고의 공무원' 칭찬한 이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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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원순 시장이 '대한민국 최고의 공무원' 칭찬한 이 사람은? [마을주의자]<6>완주군청 마을행정가 강평석
""마을도, 마을사람도 스스로 힐링할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가까운 곳에서 따뜻한 시선을 한시도 놓치지 않고 차분히 지켜볼 생각입니다."

올초 마을공동체사업이 지지부진, 표류하고 있는 완주군의 어느 체험휴양마을을 자문한 적이 있다. 마을사업을 떠맡은 마을지도자들이 털어놓은 피치 못할 저간의 사정은 구구절절하고 장황했다. 결국 '사람'의 문제가 지배적이어서 해결책은 뚜렷할 수 없었다. 외부인에게 말로는 미처 다 털어놓지 못할 사연은 눈치로 거의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일방적이고 감성적인 민원성 하소연으로는 마을 사태의 속살을 들여다보기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자기 안에서 원인을 찾기보다는 주로 밖에서, 남에게서 원인을 찾으려다보니 전후사정의 설명은 면피성 변명으로 자꾸 들렸다. 매끄럽지 못하고 불편해 정리가 잘 되지 않았다.

정확하고 객관적인 사연을 청취하고 실질적인 해법을 논의하려면 군청 담당공무원의 부연 설명이 필요했다. 바로 군청을 찾아가 마주앉은 적이 있다. 공무원을 보자마자 대뜸 중요한 자산을 맡겨놓은 채권자처럼 취조하듯 따져 물었다.

"그 마을은 듣기로는 군을 대표하는 선도 마을로 알고있었는데 막상 현장을 가보니 당황스러웠요. 그동안 중앙이나 지자체로부터 여러 가지 사업비도 적지 않게 지원받았는데 책임지는 사업주체도 없고. 군 입장에서도 그렇게 행정력을 들인 마을이 잘 돌아가지 않는 모습이 결코 보기에도 편하지 않았을텐데, 대체 마을이 저 지경이 되도록 행정에서는 무엇을 했고, 또 무엇을 하지 않았는지 궁금합니다. 앞으로 그 마을을 어찌 하실건가요. 어떤 대책은 가지고 계신건가요."

▲ 강평석 팀장. ⓒ정기석

박원순 시장이 '대한민국 최고'로 인정한 공무원

초면에 질문이 너무 공격적이 아니었나 걱정이 드는 순간, 그 공무원은 이미 예상한 질문이라는 듯 정리된 대답을 꺼내놓았다. 당황하거나 불쾌한 기색이 없이 "마을도 힐링이 필요하다"는 평소의 소신이자 지론을 털어놓았다.

"마을이 어려울 때, 행정은, 가까운 곳에서 따뜻한 시선을 놓치지 말고 차분히 지켜볼 수도 있어야 합니다. 마을 스스로 문제의 원인과 해법을 찾을 때까지 기다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행정에서 나서서 아무리 도와주고 챙겨줘도 마을, 마을사람 스스로 먼저 답을 갖고 있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경우를 많이 겪었습니다. 아무쪼록 마을이 슬기롭게 자가 치유되기를, 출구를 찾기를 애정과 인내심을 갖고 더 기다려줄 겁니다."

처음에는 예상한 답이 아니라 오히려 질문자로서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추가로 질문을 하는 대신, 곧 고개를 몇 차례 끄덕거리는 것으로 깊은 동의와 공감을 표시할 수밖에 없었다.

"이건 공무원의 입에서는 흔히 나올 수 없는 솔직하고 성의있는 대답이다. 이런 게 바로 지혜롭고 실질적인 해법이다."

만일 여느 공무원들처럼 "행정에서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 하고 있으나 마을 사람끼리의 갈등과 알력, 그리고 역량부족의 문제로 행정의 지원에도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혹 추가로 지원할만한 보조사업비가 있다면 우선적으로 지원하도록 하겠다"는 식으로 대답했다면 아마 화가 났을 것이다. "공무원이 안일하고 무능하다고, 공무원이 그따위로 일을 하니 마을이 그 모양 그 꼴이 되는 건 당연하다"고 뒤 돌아 조롱하고 비판했을 것이다.

▲ 완주군청 농촌활력과. ⓒ정기석

그는 여러 경로를 통해 듣던 대로 좀 달랐다. 실망스럽지 않았다. 왜 완주군의 마을공동체사업을 배우러 전국 각지에서 공무원들, 마을주민들이 다투어 찾아오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일개 공무원이 아니라 마을행정가로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완주군청 농촌활력과 마을회사육성담당 강평석 팀장(50세)이다.

강 팀장의 업무분장표에는 해야 할 일이 많이 적혀있다. '마을회사육성 업무 총괄, 마을공동체사업 정책개발, 마을공동체사업 추진계획수립, 마을공동체사업 평가계획 수립'. 완주군의 마을공동체사업과 관련한 행정업무를 사실상 총괄한다는 말이다. 곧 완주군 마을공동체의 오늘과 내일을 책임진다는 말이다.

대통령의 '최측근' 자리를 차지한 공무원

올초 청와대 영빈관에서는 농림축산식품부의 대통령업무보고회가 열렸다. 이 행사에서 대통령의 바로 옆자리는 국무총리, 농식품부장관, 지역구 국회의원, 전북도지사, 완주군수 등 높은 사람의 몫이 아니었다. 일개 6급 행정주사직인 강평석 팀장이 차지하고 있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우수 사례로서 '완주군의 농업혁신, 농촌활력창출 사례'를 완주군을 대표해서 대통령에게 보고하러 온 것이다.

"농업문제 해결 없이 지역발전은 요원합니다. 무엇보다 농촌주민의 눈높이에 맞춘 농정철학이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선진국의 지역공동체활성화사업(CB) 사업을 '완주군표' 지역공동체활성화 사업으로 선택,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마을공동체회사 101개소, 지역공동체회사 37개소, 두레농장 8개소는 그 성과물입니다.

또 마을회사와 두레농장 등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직거래 매장 2곳을 통해 판매하는 로컬푸드 사업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2012년 평균 6개월 운영으로 71억6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지금 소비자들은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욕구와 유통구조 개선에 너무 목말라 있습니다."


강 팀장은 우리 농민과 농촌을 대신해서, 그리고 대한민국 지방공무원을 대변해서 '대한민국 농정의 살 길'을 대통령에게, 국민 모두에게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로 전달한 것입니다.

"이같은 마을 공동체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는 비법은 따로 없습니다. 다만 이유와 요인은 분명히 있습니다. 무조건 행정에서 열심히 지원하고 주민들은 열심히 행정의 지침을 따라한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먼저 주민들부터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행정은 이를 뒷받침할 뿐입니다. 마을공동체사업의 주체이자 주민은 결국 마을주민입니다. 결국 지역주민이 주체가 돼서 지역문제를 비즈니스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주민 스스로 출자하고 일자리도 창조하는 자립형 공동체회사야말로 완주군 마을공동체사업의 열쇠이자 원동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강 팀장의 마을공동체사업에 임하는 평소의 철학과 소신은 대통령의, 국민들의 공감을 얻기에 충분했다.

"중앙정부가 해야 할 일을 지자체가 자주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높이 평가하고 완주군의 활력창출 사례가 다른 지역에도 확산돼 농촌이 더 잘살았으면 좋겠다"는 평가와 박수가 이어졌다.

이후 정부나, 국민들이 완주군의 사례를 더 열심히 공부하고 핵심 국정과제로 채택하기 시작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리고 남다른 완주군과 강 팀장의 노력과 성과를 후한 상으로 칭찬하고 보상했다.

'제2회 대한민국 농어촌마을 대상'에서 완주군은 지방자치단체 부문 1위인 대통령상을, 구이면 안덕마을은 마을 부문 국무총리상을, 경천면 요동마을의 홍성태 위원장은 마을리더 부문, 그리고 강평석 완주군 마을회사육성 담당은 공무원 부문에서 각각 농림수산식품부장관상을 받은 것이다.

▲ 전북 완주군청. ⓒ정기석

하지만 강 팀장이 자랑하는 훈장은 상이 아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공무원'이라는 칭찬이다. 바로 박원순 서울시장이 그에게 붙여준 별명이다. 박 시장은 희망제작소 시절 1년간 파견근무한 강 팀장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1년간 강 팀장과 함께 생활해보고 내린 결론이 '대한민국 최고의 공무원'이라는 덕담이다.

"희망제작소에서 벌이는 다양한 강좌프로그램에 그는 빠짐없이 참석했습니다. '여러문제연구소'라고 불릴 정도로 다양한 사업을 벌이는 희망제작소의 부서를 차례대로 돌아다니며 경험하고 지식을 쌓았습니다. 희망제작소에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인사하고 교류했습니다.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사진 찍고 기록했습니다. 혼자 공부한 것이 아니라 그 모든 것을 기록하여 완주군 직원들과 공유하였습니다. 이러고도 그가 대한민국 최고의 공무원이라고 단정하는 제가 틀렸습니까?"

강 팀장도 그 시절의 기억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은 더 많이 생겨났고, 가고 싶은 곳도 더 많이 늘어났고, 읽어야 할 책도 더 많아졌으며, 이웃과 만드는 아름다운 세상도 알게 되었습니다.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열심히 일하고, 많이 찾아가고, 꼼꼼히 책도 읽고, 나눔과 봉사를 통한 작지만 큰 실천도 해 볼 생각을 그때, 그곳에서 새겼습니다"

그 기억은 강 팀장에게 큰 자산이 되었다. 완주로 돌아와 그 기억을 밑천 삼아 매일, 새로 소중한 추억과 꿈을 생산하고 있다. 지역공동체 안에서, 강 팀장도, 완주군민들도 더불어 행복해질 준비를 차근차근 다져가고 있다.

▲ 용진 로컬푸드 직매장. ⓒ정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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