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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좋은 채소라도 맵고 짜면 말짱 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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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좋은 채소라도 맵고 짜면 말짱 꽝! [안종주의 '건강 사회'] 새해의 건강학 ②
몸에 좋은 음식이라고 다가 아냐!

전국이 조류인플루엔자(AI) 비상이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로 전북 지역에서 오리가 집단 폐사했다.

혹시 '닭이나 오리, 계란 등을 먹고 사람이 이들 질병에 걸리는 것이 아닌가' 하고 괜한 걱정을 하며 찜찜해 하는 이들이 많다. 그 때문인지 벌써 소비자들이 이들을 찾지 않기 시작해, 매출이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인수 공통 전염병이 발생하거나 유행할 때마다 빚어지는 낯익은 풍경이다. 또 얼마 지나면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나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국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하릴없이 식당에서 삼계탕이나 오리 구이를 먹는 장면을 연출할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건강을 위해 이처럼 무엇을 먹을 것인가에 관심을 쏟는다. 그래서 무엇이 좋다고 소문이 나거나 방송에서 전문가들이 강조하면 그 제품이나 식품이 동나고 값이 뛴다. 한때 포도주나 막걸리가 다른 술에 견줘 상대적으로 몸에 좋다는 이상한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퍼져 이들 술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하지만 그 어떤 술이든 좋은 것은 없다. 술은 그냥 알코올일 뿐이다. 건강을 위해 어떤 술을 즐기고 어떤 술은 피한다는 것은 아무런 과학적 근거가 없는 행위이다.

건강해지려면 '무엇을 먹을 것인가'에 물론 신경을 써야 한다. 하지만 이보다 먼저 어떻게 먹을 것인가에 일차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건강 전도사나 건강 평론가를 자처하는 의사나 식품 영양 전문가들은 고기를 덜 먹고 채소를 많이 섭취하라고들 한다. '포화 지방산이 많이 들어 있는 고기는 되도록 적게 먹어라'고 말한다. 하지만 채소를 먹더라도 소금에 푹 절인 채소를 먹으면 우리 몸에 좋을까? 포화 지방산이 적은 고기를 먹으면서 태워서 먹으면 좋을까? 그렇지 않다는 것은 이제 상식에 속하는 것이니 구구절절 말할 필요도 없다.

새해 전혀 건강 비결 같지 않은 건강 비결의 하나는 음식을 어떻게 해서 먹는 것이 좋은 것인가에 대해 잘 알아두는 것이다. 먼저 음식을 짜게 해서 먹지 말아야 한다. 꼭 한국인만의 전통은 아니지만 우리는 과거 음식을 신선하게 오래 보관할 수 없던 시절, 많은 음식을 소금에 절여 먹었다. 그 음식 문화의 DNA가 오랜 세월 우리 몸에서 활동한 까닭에 아직도 짠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갈치, 굴비와 고등어는 간이 잘 배어 있어야 제 맛이 난다고 생각한다. 어떤 음식은 싱겁게 해야 맛이 시원하고 어떤 음식은 좀 짜야 맛있다고 여긴다.

아직 우리 음식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찌개나 조림, 탕, 찜, 젓갈이 대표적인 짠 음식들이다. 김치찌개든, 육개장이든, 된장찌개든, 생선찌개든, 생선 조림이든 짜게 만들어야 엄마의 손맛이 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제 맛이라고 생각한다. 식당에서 '찌개는 좀 짜야 맛이 나지 싱거우면 무슨 맛이야!'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리 신선하고 좋은 재료를 사용했더라도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먹고 있는 것이다.

▲ 지난해 5월 12일, 청계광장에서 식품안전의 날 기념행사가 열렸다. 시민들이 나트륨 줄이기 운동 본부 앞에서 설치된 조형물을 지나고 있다. 투명박스에 마네킹을 세워놓고 350킬로그램의 소금을 채웠다. 한국인이 80세까지 평균적으로 섭취하는 소금의 양이 350킬로그램이라고 한다. ⓒ연합뉴스

매운맛으로 살 뺀다고? 운동이 진리!

매운맛도 마찬가지다. 어떤 이들은 보통 사람들이 먹고 나서 매워 입을 호호 거리며 연신 물을 벌컥벌컥 마시게 만드는 청양고추를 즐겨 먹는다. 언젠가부터 매운맛을 내는 고추의 캡사이신 성분이 지방을 분해해줘 다이어트에 좋다는 말에 매운 떡볶이, 매운 낙지와 주꾸미가 요즘 대세다. '○○낙지'와 '○○주꾸미'란 상호를 내건 체인점이 곳곳에서 성업 중이다. 어떤 음식점은 30~40분 기다려야 자리가 나올 정도다.

이들 식당에서 조리해 나오는 낙지와 주꾸미는 우리나라에서 키운 고추로는 도저히 나올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매운맛이다. 혀가 완전히 마비될 정도다. 이처럼 매우 매운 맛은 결코 인체에 좋게 작용하지 않는다. 위가 약하거나 위에 약한 염증이라도 있는 사람-대한민국 성인의 3분의 2가량은 가벼운 위염 증상을 지니고 있다-과 대장이 약한 사람은 배앓이를 하거나 위에 통증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음식점을 1년에 한두 번 이용하는 것이야 건강에 크게 해 될 것이 없겠으나 즐겨 찾는 사람들은 몸에 문제가 생길 위험성이 있다.

매운맛은 짠맛을 덮는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 매우 매운맛을 지닌 음식은 그 음식이 짜더라도 먹는 사람으로 하여금 짠맛을 못 느끼도록 만든다. 그래서 대개 식당에서 나오는 매우 매운맛의 음식은 거의 대부분 소금이 많이 들어갔다고 보면 된다. 여기에다 만약 MSG와 같은 인공 조미료도 함께 듬뿍 넣을 경우 짠맛을 더욱 느끼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이런 음식을 먹은 사람들은 매운 것만 기억하고 짠 맛은 기억하지 못한다. 그런 측면에서 매운맛은 맛의 1등이다. 세상은 1등만 기억하듯이 우리 혀와 뇌도 일등 맛만 기억하는 모양이다. 매운맛을 좇는 사람은 결코 건강하기 어렵다. 매운맛을 강조하는 음식은 결코 1등 음식이라 할 수 없다.

따라서 나물을 무치든, 찌개나 국을 끓이든, 음식을 할 때는 먼저 소금 간을 적절히 맞춘 뒤 고추나 고춧가루, 후춧가루를 넣어야 한다. 이들을 동시에 넣을 경우 매운맛에 가린 짠맛을 느끼지 못하고 간이 맞지 않다며 소금을 더 넣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집에서는 이런 건강한 음식 조리법으로 건강한 먹을거리를 만들면 되겠지만 외식을 할 때는 주방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매운 음식은 피하는 것이, 즐겨 먹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혹 매운맛의 음식으로 다이어트를 하려는 사람은 살찌는 음식을 적게 먹고 부지런히 움직이거나 운동하는 만고의 진리를 실천할 것을 권고한다.

튀김과 구이를 피하자

맵고 짠 음식 다음으로 피해야 할 것은 기름기가 많은 음식이다. 음식 속에 들어 있는 콜레스테롤 성분에 대해서는 많이들 신경 쓴다. 그래서 어떤 식품에 콜레스테롤이 많다거나 콜레스테롤에도 나쁜 놈이 있고 좋은 놈이 있다는 정도는 이제 거의 상식이 되어가고 있다. 동물성 지방보다는 식물성 지방을 섭취하라고 권유하기도 한다. 또 전문가들은 식용유 가운데에서도 나물을 무칠 때는 '○○식용유'가, 튀김을 하거나 구울 때는 '○○식용유'가 좋다고들 한다. 식용유의 선택은 어떤 음식을 하느냐에 따라 전문가의 조언대로 하면 될 터이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되도록 음식을 기름에 튀기지 말라는 것이다.

인체는 지방 성분도 필요하기 때문에 기름 그 자체를 백안시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기름과 관련한 절대 상식, 즉 '기름 성분은 공기 중에 노출되면 될수록 몸에 좋지 않다'는 점을 머릿속에 각인하기 바란다. 기름기가 많은 음식은 조리 뒤 오래된 것일수록 건강에 좋지 않다. 치킨이든, 훈제 오리든, 각종 튀김이든, 전이든 기름으로 가열하거나 조리한 뒤에는 최대한 빨리 먹는 것이 몸에 좋다. 가장 피해야 할 것은 한번 튀겨 놓은 것을 나중에 다시 따뜻하게 해 나오는 음식이다. 기름 성분은 그것이 동물성이든, 식물성이든 산소와 접촉하는 순간부터 몸에 나쁜 과산화물을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기름으로 튀긴 스낵 제품 등 가공 식품 등도 마찬가지다. 만약 이들 과자를 먹기 위해 사서 봉지를 뜯었다면 나중에 먹기 위해 몇 시간씩 또는 하루 이틀씩 두지 말고 즉각 먹는 것이 좋다. 이런 튀김 과자를 좋아하는 사람이 자그마한 봉지보다 몇 인분씩 들어 있는 대형 봉지를 구매하면 돈을 절약할 수 있을 것 같아 개봉한 뒤 두고두고 먹는다면 돈은 약간 아낄 수는 있지만 나중에 의료비는 더 들어갈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삼겹살 사랑은 세계 최고다. 삼겹살이 워낙 인기가 있다 보니 소비하는 양의 거의 절반가량을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가격도 목살이나 뒷다리 살과 같은 다른 부위에 견줘 상당히 비싸다. 삼겹살에 소주 한잔이 샐러리맨들의 일상적인 인사가 된 나라이다 보니, 고기를 구워먹는 고깃집이 즐비하다. 고기나 생선을 구워먹는 것은 맛의 측면에서는 최상일지 몰라도 건강 측면에서는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고기를 굽는 연료 가스에서 나오는 각종 질소산화물 등 연소물과 고기가 타면서 나오는 벤조피렌과 같은 발암 물질, 역시 발암 물질인 탄 고기 부위 등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고기를 집에서건, 식당에서건 피할 수 없는 위험이다. 과장해서 말하면 고기나 생선을 구워먹는 것은 약간 또는 상당한 위험을 감수하면서 맛을 즐기는 음식 섭취법이다. 여기에다 직접 고기와 생선을 구울 때는 사용하는 연탄이나 저질 숯, 번개탄 등에서 나오는 유독 물질을 들이마셔야 하는 위험도 있다.

탄 고기 부위는 먹지 않거나 잘라내 위험을 피할 수 있다. 또 각종 유해 연기는 후드를 사용해 흡입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주의한다 하더라도 생선이나 고기를 쪄 먹거나 삶아 먹는 것보다는 좋지 않은 조리법이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기는 하지만 어떤 이들은 삶거나 쪄서 먹는 것이 맛의 측면에서도 더 맛있다고 한다. 통닭보다는 백숙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지 않은가.

평소,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구워먹는 것에 길들지 않는 음식 조리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음식 문화도 그런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맵고 짜지 않고, 기름에 튀기거나 구워먹는 것을 줄이는 음식 문화가 건강 사회로 이끌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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