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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삶’은 자연처럼, 사람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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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두 번째 삶’은 자연처럼, 사람답게 [마을주의자]<7>보은 기대리 선애빌 마을명상가 이종민
도시에서 마을로 집단 하방한 그들은 보기에 좀 수상했다. 보은 기대리 주민들은 그들을 사이비종교 신도 취급을 하기도 했다. 물론 전적으로 생태공동체마을이 금시초문인 촌로들의 몰이해에서 비롯된 오해였다. 하지만 이들이 세속의 주류가 아닌 건 어차피 일상의 언어로 부인하기는 어렵다. ‘위기의 지구, 희망을 말하다’라는 일종의 문명계도서는 움직일 수 없는 명백한 물증이다. “명상 상태에서 조우한, 시리우스 성단 2번째 항성의 4번째 행성에 사는 젊은 우주인 로운과 6개월에 걸쳐 텔레파시로 나눈 대화를 정리한 기록”이라니. 저자인 이종민 소장이 정신이상자로 신고를 당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다. 이 소장을 비롯한 이들은 요즘도 늘 지구 환경과 문명의 위기를 경고하고 있다. 위기의 지구를 살릴 대안을 줄기차게 모색하고 있다. 때로 전기 없는 날을 정해 생활의 안이함을 다그치기도 한다. 그렇게 희망적인 미래의 모습을 단호하게 그려나가고 있다. 물질문명의 위기를 극복하면서 새로운 우주시대로 접어드는 게 이소장의 간절한 바램이다.

“지구 온난화와 환경파괴로 인한 대위기가 임박한지 오래됐어요. 그럼에도 우리는 이를 깨닫지 못하고 있어요. 이 책은 지구 인류에게 던지는 우주인의 경고와 사랑 메시지라고 할 수 있어요..”

▲ <생태공동체연구소 뮨> 이종민 소장 ⓒ정기석

도시의 환경운동가에서, 생태공동체마을의 연구원으로

이종민 소장(46세)은 이른바 386세대 환경운동가이자 명상수련가다. 마을에서 맡고 있는 역할과 책임이 많고 무겁다. 보은 기대리 선애빌 생태마을 고문이자 운영원장, 선애 대안학교 교사, 명상가, 그리고 생태공동체연구소 ‘뮨’의 소장까지. 서울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도시에서 감당한 전직도 범상치 않다. 환경운동연합 간사, 숲해설가협회 사무국장, 풀빛문화연대 운영위원, 에코샵 홀씨 이사 등을 지냈다. 이른바 명문대 출신 대기업 월급쟁이의 길이 아니라 남이 잘 가지 않는 환경운동가의 길을 자초했다. 생태적 인류의 표본이다.

“어느깊은 명상 상태에서 신비스런 존재와 조우하게 됐어요. 자신이 시리우스에서 온 우주인이라고 밝힌 그 존재는 지금 지구가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죠. 온 우주가 알고 이를 염려하고 있는데 오직 지구에 사는 사람들만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고. 이 위기 상황을 알려주기 위해 말을 걸었다고요.”

한때 사회와 세상을 변혁하려던 이소장의 남다른 열정은 자연으로 그대로 옮겨갔다. 자연이 인간이 더불어 사는 삶의 원형질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조화로운 삶을 위한 근본적 해법을 찾다가 명상을 알게 되었다. 곧 명상을 통해 자연과의 진솔한 교감을 시작했다. 지구의 심각한 환경에 대해 지속적으로 깊은 관심을 갖고 명상에 몰입했다. 명상에 빠진 그에게 지구의 위기를 알리는 우주인의 메시지가 날아왔다. 이후 그는 지구별에서 함께 살아가는 생명의 가치를 새롭게 깨달았다. 나아가, 평소 명상으로 교류하고 교감하던 지인들과 생태공동체마을에서 함께 살아보기로 결심한 것도 그 무렵이다. 그리고 마을로 하방했다. 산, 강, 숲 등 온통 자연에 둘러싸인 기대리로 내려온 지금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나 하나 물을 아껴 쓴다고 지구 저편의 가뭄에 도움이 될까. 나 하나 음식을 아낀다고 굶주리는 이들에게 양식이 될까. 나 하나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다고 지구 오염이 줄어들까.” 그때마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묵직하게 들려오는 대답은 한결같다. “도움이 된다.”

“꼭 농촌이나 산골로 생태귀농을 해야 지구환경을 지킬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지금 처해있는 자신의 생활주변에서도 얼마든지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이 많죠. 도시에서 '실내 텃밭'을 가꾸는 일,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는 일, 자건거를 타고 통근하는 일 등. 정작 중요한 건 실천방법이 아니라, 위기에 처한 지구를 위하는 생태적이고 선량한 마음가짐일 겁니다.”

이 소장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생태적인 삶을 사는 생태공동체를 확산시켜야 한다고 역설한다. 선애빌 생태공동체마을의 목표도 에너지 자립과 친환경유기농법을 통해 자급자족을 실천하는 대안적 삶의 길을 찾는 것이다.

“최근 지구온난화 등으로 급증한 자연재해의 원인은 ‘지구의 자정작용’이라고 봐요. 과도한 자원 채취와 삼림 파괴, 무분별한 소비와 쓰레기 매립 등으로 중병에 걸린 지구가 죽지 않으려고 자신을 정화시키는 것이죠. 인간으로서는 무시무시한 재앙이지만 지구의 입장에서는 자연스러운 치유 작용인 셈이죠.”

인간에게는 위험하지만, 지구의 자정작용, 치유작용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 자연재해 때문에 식량위기, 에너지위기가 닥친다고 그는 진단한다. 이는 결국 경기침체로, 산업 전반의 파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이런 생태적 위기를 근본적으로 극복하려면 지구 인류는 문명의 미망과 혼돈에서 깨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삶의 방식을 전환해야한다고 다그친다. 인류는 어서 반환경적인 도시문명의 문제점을 철저히 자각해야한다고 강조한다. 생태공동체로 함께 돌아가자고 손을 내민다. 이때 이 소장에게 생태공동체란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대안적인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을을 뜻한다. 곧 직접 만들고 살고 있는 선애빌 같은 마을이다. 특히 오랫동안 도시에서 환경운동에 복무한 이 소장은 오늘날의 도시문명에 대해 할 말이 많다. 그럴 자격과 권리가 있다. 일단 문제점이 심각하다는 진단부터 내린다.

“앞으로의 지구는 더 이상 지금과 같은 시스템을 유지할 수 없어요. 수백만, 수천만이 좁은 도시에 몰려들어 생산자를 알 수도 없는 신원미상, 정체불명의 불안전한 먹거리를 먹고 사는 현실이니까요. 지나치게 많은 인간들과 상품들, 산더미같은 쓰레기들, 대기를 가득 채운 더러운 공기와 어지러운 소음들은 마치 도시의 종언을 예언하는 듯 보이지 않나요?”

▲ 마을인문학교를 진행하는 이소장과 선애빌 마을주민들 ⓒ정기석

생태적인 지구인, 귀농촌인들의 명상공동체마을 ‘선애빌’ 가는 길

그래서 이 소장은 치열하게 해법과 대안을 찾았다. 바로 ‘사랑’이다. 지구와 생명체에 대한 관심과 사랑의 마음을 일으키는 게 유일한 해법이라고 확신한다. 지구와 생명체에 대한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생태공동체가 결국 답이라는 것이다. 이게 지구 문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확신이다. 기대리 선애빌 생태공동체마을에서 앞장 서, 몸소 실천하고 있다.

“생태적인 삶은 흙과 함께하는 삶입니다. 흙에는 생명을 잉태하고 키우기 위한 모든 기운이 응축되어 있습니다. 흙은 생명이고 뿌리이며 고향입니다. 인간의 비극은 땅에서 멀어지면서 생겼습니다. 흙을 만지는 순간 인간은 DNA 속에 자리하고 있는 본질적인 생명의식과 공명하게 됩니다.”

모두 농사를 짓는 농부가 되자는 말이 아니다. 공동체 안에는 아이들을 가르칠 교사도 있어야하고 , 아름다운 예술을 창조할 예술가도 있어야 한다. 다만 학교 교사라도 땅을 일구면서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어야 하고, 예술을 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선애빌 주민들은 다 그렇게 산다. 마을은 충북 보은군 마로면 기대리에 자리잡고 있다. 원주민이 사는 마을과는 강을 사이에 두고 적당히 떨어져있다. ‘선을 사랑하는 이들이 일군 마을’이라는 뜻이다. 27세대 55명의 귀농촌인들이 모여 살고 있다. 보은 말고도 충주, 전남 영암·나주·고흥 등 4곳에 선애빌 마을이 더 있다. 기대리 선애빌마을은 2010년에 조성됐다. 환경, 에너지, 인간성 회복 문제를 극복하려는 데 뜻을 모은 명상동호인들이 ‘2번째 삶(Second Life)’을 살아보려는 목적을 공유하고 있다. 약사, 교사, 만화가, 법무사, 명상가, 목수, 의사, 환경운동가 등 주민들의 경력도 다채롭다. 일부는 5도 2촌 생활을 한다. 독신 가구도 있다. 주민들 대부분은 도시에서 붙들고 있던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내려왔다.


“구성원 대부분 도시에서 생활할 때 명상동우회인 ‘명상학교 수선재’ 회원들이예요. 5년여 남짓 함께 하면서 환경, 인간성 회복 문제 등 의견을 나누다 생태마을을 함께 만들어 살자고 의기투합했어요. 이후 적당한 마을 터를 찾아다니다가 기대리에서 땅을 발견한 거죠. 배산임수의 청정하고 쾌적한 자연환경에다 수도권에서도 멀지 않은 게 장점으로 판단했죠.”

▲ 선애빌 마을 ⓒ정기석

공동체마을을 꾸리기까지 꼬박 5년이 걸렸다. 돈을 모으고 2만 평의 땅을 사고 20채 넘는 집을 한꺼번에 짓고. 땅을 구입하고 부지를 조성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토로한다. 마을에는 마을기업도 있다. ‘농업회사법인 (유)선애마을 보은’이다. 대안학교도 마을 안에 자리 잡고 있다. 마을주민들이, 학부모들이 교사 노릇을 감당하고 있다. 집은 모두 22평 정도로 평등하고 공평하게 지었다. 재활용 생태건축, 초저에너지 패시브하우스 방식을 채택했다. 화장실은 밖에 두었다. 공동 생태화장실이다. 마을주민인 에너지기술자와 목수가 애를 썼다. 농사는 업으로 삼지 않는다. 처음부터 자급자족 정도가 목표였다. 7천 평 정도의 농지에서 전담팀을 꾸리고 공동으로 놀며, 쉬며 농사를 짓는다. 쉽지 않지만, 먹고사는 데 필요한 웬만한 건 마을 안에서, 마을주민들 손으로 직접 해결하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아직 선애빌 주민들은 ‘먹고 사는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주곡 등 기본식량은 자급자족 농사로 감당하지만 세금도 내고 책도 사려면 얼마든 돈은 벌어야 한다. 농촌체험프로그램도 운영하고 농식품을 가공해 내다팔기도 한다. 이렇게 마을 살림은 교육 사업과 강연, 명상 스테이, 생태 체험 운영 등이 주요 수입원이다.

“일 때문에, 돈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않으려고 마을로 내려왔잖아요. 한마디로 ‘나누고 비우자’는 게 선애빌 주민들의 기본적인 경제철학인거죠. 선애빌에서는 ‘돈’보다 ‘사람’‘이 먼저예요. 가장 중요한 자산이죠.”

이 소장을 비롯한 선애빌 주민들은 결코 특별하지 않다. 유별나지 않다. 그저 자연과 조화롭게 하나 되고 사람들과 협동과 연대의 관계를 맺고 싶을 뿐이다. 궁극적으로 삶과 죽음이 하나임을 깨닫고 자연스러운 마무리를 하기를 바랄 뿐이다. 남은 ‘2번째 인생’ 만큼은 ‘사람 사는 마을’에서 그냥 사람답게 살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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