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가 넘는 여성농민들, 농지·주택 소유는 20%도 안돼
오늘날 농촌의 여성인구 비중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여성농민도 늘고 있다. 여성인력의 농촌사회 인적자원으로서 중요성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 2012년 말 기준으로 농가인구 가운데 여성 비율은 51.1%(148만8000명)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농업주종사인구 가운데 여성 비율은 1970년 28.3%에서 53.0%(92만9000명)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농업인 노동 중 여성농업인 노동 비중은 더 진폭이 크다. 1970년 31.6%에서 2010년 60.5%로 2배나 증가했다. 국제결혼, 귀농촌 등으로 여성농업인의 유형도 다양해지고 있다. 농촌지역(읍·면)의 국제결혼비율은 10.3%로 전국 6.3%에 비해 단연 높다. 2005년 0.5%였던 여성농업인 중 결혼이민여성 비율도 2015년에는 3.7%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여성농업인 농업경영체 등록수 또한 2012년 100만3000명에서 2013년 9월 현재 114만5000명으로 증가 추세다. 정부는 경영주가 아닌 협업 여성농업인의 국민연금 가입을 유도하고 보험료도 지원하고 있다. 정책위원회의 여성 참여비율도 확대되고 있다. 농식품부 및 지자체 9곳 평균 30% 수준이다. 농협의 여성 조합원 및 임원 비율도 각각 31% 및 5%에 달한다. 일단 외형적인 수치로는 여성의 지위가 호전되고 있다. 또 정부는 여성농업인의 경영능력, 리더십 등 역량강화를 위해 연 10만 명 수준의 교육프로그램도 가동하고 있다. 여성농업인 주도 소규모·공동 창업활동, 귀농촌 여성, 결혼이민여성 등 신규 유입인력의 정착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여성농업인을 농촌 지역개발 리더, 복지서비스 인력으로 육성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도농교류·지역개발사업, 농가도우미 사업, 농촌형 사회적 일자리 창출의 주력 일꾼으로 육성한다는 정책목적이다. 특히 여성농업인의 삶의 질 향상은 농가 생활현장에서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지원책이다. 고령자 공동이용시설 확충(공동생활홈, 공동급식시설, 작은 목욕탕), 농업안전보건센터, 농촌공동아이돌봄센터, 농촌지역 보육교사특별근무 수당 지원 등이 시행되고 있다. 2014년 여성농업인 육성 시행계획은 새로운 농정기조를 핵심과제로 삼고 있다. 6차 산업화, 복지 공동체 활성화 등 여성가족부를 비롯한 농촌여성 관련 부처와 협업, 농촌 특화형 사업도 개발할 계획이다. 아울러 여성농업인센터, 지역농협 등 농업유관기관과 연계, 농촌특화 창업형 새일센터 등도 추진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여성농민의 현주소는 아직 안녕하지 않다. 편안하지 않다. 오늘날 안전한 먹거리를 원하는 소비자의 요구에 연동해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하는 여성농업생산자의 역할은 확대, 확장되고 있다. 특히 농산물 가공, 도농교류, 직거래 등 농업의 6차 산업화에서는 여성농민의 역할이 보다 다양화, 복합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여성농민의 역할이 커지고 있음에도 여성농민의 지위는 여전히 취약하고 불안하다. 농가의 핵심자산인 농지, 농가주택 등 부동산은 80% 이상 남성(남편) 명의로 소유권이 등기되어있다. 토지 매매, 영농자금 대출 등 의사결정에 여성이 관여하지 않는 비율은 40%에 달한다. 가정에서도 이런 상황인데 지역사회에서 여성농민이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도시도 크게 다를 게 없지만, 농촌남성들은 더욱 가부장적이다. 농촌에서도 여성의 경제·사회활동, 가령 마을 밖을 벗어나 활동하는 비중은 20% 정도에 그친다. 하지만 여성농민 스스로는 63%가 경제활동을 다른 어떤 활동보다 우선시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연령이 낮을수록 남성·여성의 일을 나누는 전통적인 성별 분업에 반대하는 의견이 높다. 하지만 현장에서 변화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여성 이장이 이제는 뉴스거리조차 되지 않는다. 농협의 여성이사, 지방의회 여성농민의원 등도 흔히 눈에 띈다. 이제 여성농민의 사회적 지위 향상은 시대적, 사회적 요구이자 당위다.여성농민이 '합당한 지위'와 '절반의 영농권'를 찾으려면
문제는 역시 돈이다. 여성농민 정책을 제대로 개발하고 시행하려면 역시 '돈'이 필요하다. 농식품부, 농진청, 산림청의 관련 사업에서 성인지 예산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2011년~2013년 이들 농업관련 3개 부처의 성인지 예산 비율은 1~3%로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여성농민 정책을 시행하는 데 충분한 예산이 편성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명백한 지표다. 법도 문제다. 여성농민은 안정되고 당당한 법적 지위부터 쟁취해야한다. 현재 여성농민의 법적 또는 서류상 지위는 농가경영체 등록 종사자 등재, 농지원부가족란 추가, 공동협약 확대 정도에 불과하다. 이것도 지난 2차 기본계획의 성과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팍팍하고 누추하다. 여성농민이 지역농협 조합원으로 가입하려면 본인 명의의 농지가 있어야 한다. 농지를 소유한 여성농민은 그리 많지 않다. 또 여성농민이 '농업경영체등록' 의 '공동경영주'로 등재될 수도 없다. 농업경영체 등록제는 '농장단위'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근본취지에 어긋나고 규정상으로도 어렵다. 이게 여성농민의 지위를 바라보는 농정 당국의 입장이고 의식수준이다. 여성농민의 정책 참여는 형식적이다. 현재 농식품부 여성농어업인 정책자문회의는 정책 심의 및 의결권한이 없다. 또 많은 지자체에 여성농업인육성지원조례가 제정되어 있지만 전담 인력과 부서가 없다. 실제 정책 집행과정에 여성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기회나 공간이 사실상 차단된 셈이다. 가령 중앙 및 지방에 여성농민정책 민관 거버넌스를 주도할 여성농업인정책협의회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여성농민 교육의 전문성, 다양성도 절실히 요구된다. 현행 농진청, 농협 등 특정단체 중심, 주도의 교육시스템 및 프로그램으로는 다양하고 전문적으로 여성농민들의 역량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특히 여성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는 농촌지역개발사업의 실무역량, 농업 후계세대 양성을 위한 실용적 교육프로그램이 시급하다. 이런 열악한 사회적, 경제적 처지의 우리 여성농민의 삶의 질이 높을 리가 없다. 다행히 여성농민의 노후생활을 위한 사업들이 속속 추진되고 있기는 하다. 여성농어업인 국민연금보험료 지원, 경로당·마을회관 등을 활용한 공동취사 및 가사도우미 지원, 취약계층을 위한 공동생활형 홈 모델 시범사업 등이다. 특히 농어촌 취약계층 주거지원을 위한 공동생활형 홈은, 독거노인, 고령 농어가 등 취약계층을 위한 특화된 공동생활형 주거 모델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어 고무적이다. 이른바 여성농민 주도형 6차산업 활성화도 중요한 과제다. 박근혜 정부에서 핵심 농정과제로 내걸고 있는 6차산업화는 여성농민들이 할 일이 많은 영역이다. 기능과 역할도 여성에 적합하다. 우선, 여성농민 주도의 농가단위 소규모 농식품가공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식품위생법 등 법과 제도의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 특히 이주여성농민, 귀농촌 여성, 노령여성농민 등 소농, 영세농들을 대상으로 농산물 생산 및 농식품, 가공 연계 소득창출지원 정책이 집중 지원되어야 한다. 여성농민에게는 농사 말고 다양한 일자리도 필요하다. 농가의 가계경영 안정을 위해 농업 외에 다양한 부업을 통해 농가소득을 보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이른바 '여성농민 일자리 발굴 및 알선 지원센터' 등 정보와 예산을 쥐고 있는 행정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아울러 여성 가사노동의 사회화도 고민과 실천을 구체화해야 할 때다. 지난 2007년 나주에서 '마을공동 급식지원 사업'이 시작됐다. 어느 정책토론회에서 한 여성농민의 문제제기가 발단이 됐다. 경북에서도 2007년부터 도 시책사업으로 '농촌마을 공동급식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후 각 전남 순천, 영암, 전북 완주, 무주, 경남 등에서 농번기 마을 공동급식 지원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처럼 여성농민이 농업노동과 가사노동을 병행하지 않도록 공적으로, 사회적으로 배려해야 한다. 가령 마을 단위로 공동급식을 운영해 가사노동의 일정 부분을 국가가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여성농민의 가사노동 부담 경감이라는 실리는 물론, 공동 급식을 통한 공동체 문화 활성화, 농민들의 건강 증진 등의 효과도 부수적으로 얻을 수 있다. 2012년 충북에서는 전국 최초로 '복지 바우처(Boucher)' 제도를 시행했다. 음성과 보은에서는 3000여 명의 여성농민에게 3억5000만 원 이상의 예산을 지원했다. 지원대상은 농어촌 지역에 거주하고 실제 영농에 종사하는 20세 이상 ~ 65세 미만 여성농어업인으로 자부담 2만 원을 포함해 연간 10만 원까지 지원한다. 기존 영화관, 서점 등 문화바우처 사용처를 포함, 병·한의원, 종합병원, 약국 등 실생활에서 여성농어업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소비처들이 주요 사용처로 지정되어 있다. 여성농민에 대한 공공의료 서비스도 취약하다. 2008년 충남지역조사 결과, 어깨 결림, 손발 저림 등의 농부증을 앓고 있는 여성 농민의 비율이 남성 농민보다 17.6%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도한 농업노동으로 가사노동에 대한 이중부담을 안고 있는 여성농민이 겪고 있는 질병에 대한 공공 의료의 질 개선이 시급하다. 여성·농민 관련 질병을 담당하는 의료 기관을 최소 1개 군에 1개소는 의무 설치할 필요가 있다. 면 단위 여성농민 건강권 증진을 위한 종합 건강복지센터도 절실하다. 마을단위 보건소 장비 및 인력도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여성농민 정책의 해법은 '여성농민 공동경영주 제도'부터
2009년 기준으로 현재 농업 주종사 인구 중 여성의 비율은 53.3%이지만, 농업경영주 비율은 18.3%에 그쳤다. 2009년에 여성농민의 직업적 지위 인정을 위해 농어업경영체 등록제도를 마련했지만 여성농민들은 그런 제도가 있다는 사실조차 잘 모르고 있다.
초고령화·공동화 사회, 우리 농촌의 최후 보루 '여성농민'
우리 농촌은 이미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다. 사방에 노인뿐이다. 게다가 육체적으로 나약한 여성농민들이 젊은이들이 떠난 논밭을 떠맡고 있는 양상이다. 고된 밭일은 온전히 여성농민 몫이다. 우리 여성농민의 문제는 농업이나 농촌의 문제를 넘어선다. 본질적으로 사회 문제다. 의식의 문제다. 성인지적 사고의 한계 문제다. 마땅히 여성농민은 농업정책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농사의, 농업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 연재 목록
1. [농민] '귀농촌'의 협동연대 대안 - 도시난민에서 '마을시민'으로
2. [농민] '농촌복지'의 사회적 서비스 해법 - 100세시대 '협동사회경제형'으로
3. [농민] '농민운동'의 연대 전략 - '사회연대적' 농민운동으로
4. [농민] '공익농업'의 국가기간산업화 -공익농민에게 '월급 기본소득'을
5. [농민] '여성농민'의 가치 - 여성농민에게 '절반의 영농권'을
6. [농업] '6차농산업화'의 정도 - 중소농 중심 '협동화 6차산업'으로
7. [농업] '기업화 농산업'의 대안 - '마을•지역 공동농업'으로
8. [농업] '먹거리 정의'의 중요성 - '농도상생형 사회복지'의 열쇠
9. [농업] '농산물 유통'의 혁신 대안 - 도시민이 책임지는 '농민의 생활'
10.[농업] '친환경농업'의 실천 방안 - '잘 먹고, 잘 사는' 지름길
11.[농촌] '농촌교육공동체'의 전망 - 마을을 살리는 '학교'
12.[농촌] '협동조합'의 사회적 경제 - '을(乙) 중심'으로
13.[농촌] '농촌마을만들기'의 출구전략 - 사회생태적 '마을살리기'로
14.[농촌] '농정협치(거버넌스)'의 가능성 - '한국형 농업회의소'의 법제화를
15.[농촌] '에너지자립마을'의 전환 - '지역순환농업' 기반으로
16.[농정] '식량주권'의 정책목표 - '양적 식량자급'과 '질적 먹거리 안전'
17.[농정] '농정 재정'의 개선 방향 - 중앙집중에서 '지방분권'으로
18.[농정] '도시농업'의 역할 -'국민농업'의 학교이자 전진기지
19.[농정] '지역공동체'의 발전전략 -'지방재정'의 균형부터
20.[농정] '농협'의 개혁 해법 - '경제협동조합'으로 환골탈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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