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지난 3일 내정한 천해성 안보전략비서관을 8일만에 전격 경질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신 전성훈 통일연구원장을 안보전략비서관직에 선임했다. 청와대는 통일부와의 협의를 거쳐 천 전 실장의 비서관 내정을 철회하고 통일부로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내정 철회 배경에 대해선 "통일부 측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고 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천 실장이 통일부의 필수, 핵심 요원이어서 청와대에서 근무하게 되면 통일부 업무에 지장이 있을 것으로 판단돼 다른 사람으로 대체했다"고 했다. 민 대변인은 "통일부 장관이 강력히 요청해서 똑똑하고 유능한 분이지만 (통일부로) 돌려 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경질'이 아니라는 설명이지만, 내정 발표를 한 지 8일 만에 뒤집힌 인사에 대한 해명으로는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의 설명과는 달리, 김장수 안보실장을 중심으로 한 기존 외교안보 라인과 천 실장 간의 내부갈등을 원인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에서 근무한 천 실장은 김장수 라인과 달리 대북 접근법에 있어 상대적으로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칙에 입각한 남북관계'를 강조하는 현재의 외교안보 라인과는 불협화음이 불가피했다는 것. 최근 남북 간의 고위급 회담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강온파 사이의 이견이 더욱 불거졌을 가능성도 있다. 이런 추론이 사실이라면 김장수 실장과 남재준 국정원장, 김관진 국방장관이 이끄는 군 출신 강경파들이 박근혜 정부 외교안보 노선을 배타적으로 장악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민 대변인은 "인사에 관해 추측성 얘기가 나오면 타격이 크다. 사실에 근거해서 기사를 써달라"고 단속했으나, 이번 일로 청와대의 인사 난맥상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청와대가 핵심 통일부의 필수 인력을 발탁하면서 사전에 부처와의 조율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 통일부는 이미 천 실장이 발탁된 이틀 후인 지난 5일 통일정책실장 직무대리로 김기웅 남북협력지구발전기획단장을 임명하는 등 후속인사까지 마무리한 상태다. 천 전 실장이 통일부로 돌아가도 당장 맡을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천 전 실장이 인사 검증 과정에서 경질 사유가 발생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지만, 청와대와 정부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그의 과거 이력에 비춰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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