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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서 택시 타고 와 아이를 학원버스에 태워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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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서 택시 타고 와 아이를 학원버스에 태워야 하나 [기고] 초등 돌봄교실 학부모의 호소
지난 1월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부터 초등학교 돌봄교실이 많이 늘어납니다. 전국 약 6000개 초등학교에 돌봄교실이 설치돼 25만 명이 이용합니다. 지난해보다 8만6000명의 초등학생이 더 이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원하는 학생들을 모두 수용하게 됐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 같은 변화의 와중에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요즘 아이를 돌봄교실에 보내는 적지 않은 맞벌이 부모들의 불만이 목구멍까지 차올라와 있습니다. 그중에 한 가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저는 3월 신학기부터 매일 오후 4시경 직장에서 학교에 택시 타고 달려와 아이를 학교 정문 부근에 서 있는 학원 버스에 실어주어야 합니다. 보통 그 과정이 5분 정도 걸립니다. 이 짧은 시간을 위해 직장일이 엉망이 되는 겁니다. 도대체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난 걸까요. 예산이 적어서 생긴 일이라면 참을 수도 있겠는데요. 교육부 관리들의 상식에 맞지 않는 경직된 업무태도 문제여서 더욱 화가 납니다. 

제 아이가 다니는 서울 송파구 소재 학교의 경우를 보면, 지난해에는 돌봄교실의 보조교사가 아이들을 인솔해서 학원버스에 실어주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그것을 못하게 됐다고 합니다. 부모가 직접 동행해서 데려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도 학교 측에서 많이 봐준 것이라고 돌봄교사가 말하네요. 시교육청 방침은 오후 5시 전에는 데려갈 수 없다는 것입니다.  

초등학생 학부모가 아닌 분들 더구나 돌봄교실과 방과후학교가 어떻게 다른지 잘 모르는 분들에게는 제가 여기서 하는 말이 '소련말'처럼 어려울 것 같네요. 그래서 제 주장의 요지를 먼저 말씀드려야겠습니다. 이 문제는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의 역할에 대한 교육부의 규정과 학부모의 생각이 달라서 생긴 일입니다. 여기에서 그 쟁점에 이르는 과정을 취재했습니다. 

초등학교 돌봄교사의 설명이 이해가 되지 않아서 서울시교육청 돌봄교실 담당 장학사의 설명을 들었습니다. 그의 설명을 확인하기 위해 교육부 방과후학교지원과 연구사의 입장도 들었고요. 그의 말도 납득이 안 돼 새누리당 김희정 의원실 관계자의 설명을 들었습니다. 끝으로 오진아 마포구 구의원(정의당)의 대안을 소개했습니다. 이런 취재과정에서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제가 매일 택시 타고 와서 아이를 버스에 실어주는 일이 교육행정하는 사람들의 간단한 착오에서 생긴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교육관리들은 돌봄교실의 설립목표를 학부모들의 요구와 다르게 설정해두고 있습니다. 이 부분이 모든 문제의 근원인 것입니다.

교육부 돌봄교실 설립취지는 사교육 줄이기

매일 오후 시간을 초등학교에 쫓아와야 한다는 말을 듣고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런 결정을 내린 사람을 찾아냈습니다. 서울시 교육청의 돌봄교실 담당 A장학사가 그 장본인입니다. 지난달 18일 전화를 통해 그의 입장을 들었습니다. A장학사는 자신이 결정했다고 인정하면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돌봄교실의 설립취지는 사교육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돌봄교실을 이용하면서 학원에 가는 것은 취지에 맞지 않는다. 지난해에는 귀하의 자제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재량껏 편의를 봐주었던 것 같다."

저는 이런 결정에 동의할 수 없다며 돌봄교실은 사교육과 무관하게 돌봄기능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견이 있는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물었더니 서울교육신문고를 이용할 수 있다고 친절하게 안내하더군요. 여기에 덧붙이길, 신문고에 올리더라도 자신이 답을 해야 하는데 대답은 다르지 않을 거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이 분이 결정을 내린 실무책임자임이 틀림없는 것 같네요.  

한 가지 더 물었습니다. 그와 같은 결정의 근거가 무엇인가. A장학사는 교육부에서 내려온 돌봄교실 운영방침에 따른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다음날인 19일, 교육부의 방과후교육지원과 돌봄교실 담당 B연구사와 통화했습니다. 그리고 교육부에서 만든 돌봄교실 설립취지문을 달라고 요구했는데요. 우여곡절 끝에 다음 자료를 메일로 받았습니다. 17개 시도 교육청이 공동으로 개발한 '방과후학교 가이드라인'중 관련 부분입니다. 이게 교육부의 입장이라는 것입니다. 

3. (목표)
 ① 교과의 심화·보충, 소질·적성·진로 계발을 위한 예체능 등 다양한 사교육 수요를 흡수·대체하여, 사교육비를 경감한다.
 ② 도시 저소득층과 농어촌 소재학교 학생에 대한 방과후학교 수강 지원을 확대하여 교육격차를 완화한다.
 ③ 맞벌이·저소득층·한부모 가정 학생 등에 대한 보호 및 돌봄 서비스를 확대·제공한다.
 ④ 지자체, 대학 등 지역의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하여, 지역사회학교를 실현한다.

돌봄교실 설립 목표는 위와 같이 4가지인데요. 그중 1항에는 A장학사가 말한 대로 사교육비 경감이 보입니다. 그런데 3항에는 맞벌이 부모 가정 학생에 대한 보호 및 돌봄 서비스를 확대 제공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이 중에서 A장학사는 1항만을 중시하고 3항을 배척한 채 자의적으로 지시공문을 만들어 내려 보낸 것입니다. 

대통령의 공약과 교육관리들 입장이 엇갈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교육부의 돌봄교실 가이드라인은 박 대통령의 돌봄교실 공약과 일치하는 것일까요.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봤습니다. 박 대통령이 후보시기에 돌봄교실 강화 공약을 언급한 것을 찾았습니다.

"초등학교에서 온종일 학교를 운영하겠습니다. 맞벌이 가정 등 늦은 시간까지 돌봄을 원하는 경우는 오후 10시까지 무료 돌봄을 실시하겠습니다." 

대통령의 공약발언을 보면 돌봄교실의 설립 목표는 돌봄과 보호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봐도 그렇지 않나요. 아니 돌봄교실은 말 그대로 돌봄이 먼저여야지요. 제가 아는 어머니는 "방과후학교는 교육, 돌봄교실은 보육"이라고 한마디로 잘 정리해주셨어요. 학부모들 누구를 붙잡고 물어도 같은 대답이 나올 것입니다. 교육관리들의 오류를 입증하는 근거 한 가지 더 보여드리죠. 인터넷에서 지난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의 교육 관련 공약을 쉽게 찾을 수 있어요. 네 번째와 여덟 번째에 이런 항목이 보입니다.  

4. 초등학교를 온종일 돌봄학교로 운영. 희망하는 초등생을 학교가 오후 5시까지 책임지고 돌보는 '온종일 돌봄학교' 연차적 시행. 5시 이후에도 추가적인 돌봄 연장 운영.

8. 사교육비 경감정책 추진. '공교육정상화촉진특별법' 제정하여 각종 학교시험과 고교, 대학 입시에서 학교 교육과정을 넘어서는 문제 출제를 금지하고 위반 시 불이익 조치.

이 교육공약에서 보듯이 돌봄교실과 사교육비 경감을 별개항목으로 분리해놓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두 가지 공약중에서 앞의 것은 대통령의 육성과 취지가 같습니다. 뒤의 것은 최근 교육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보고한 소위 "사교육 금지법"으로 실행되고 있지요. 바로 이것입니다. 돌봄교실과 사교육 잡기는 별개입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불구하고 교육부 관리들은 돌봄교실 설립목표 중 첫번째에 사교육비 경감을 올리고 보호와 돌봄은 뒤쪽에 돌려놓았습니다. 대통령의 공약 취지를 잘못 이해했거나 다르게 해석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시교육청은 한술 더 떠서 첫 번째 항목만을 설립목표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이게 무슨 야료인 걸까요.

교육관료의 전횡 막으려면 국회가 나서야

교육부와 시교육청의 방침은 교육현장의 요구와 동떨어진 것입니다. 심지어 그들은 대통령의 공약을 왜곡시키는 전횡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국회 교육과학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김희정 의원실 곽준성 비서관은 이렇게 말합니다.  
 
"새누리당의 입장은 입법을 통해 이에 대한 규정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야 간에 합의가 되지 않아 법을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입장은 박인숙 의원이 지난해 발의한 돌봄교실 관련법인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에 잘 드러나 있다. 이 법안에 규정된 돌봄교실의 목표는 '학생 학부모 필요에 따라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사교육 받는 학생은 돌봄교실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알고 보니 교육 관리들과 새누리당의 갈등은 해묵은 것이네요. 교육부의 B연구사도 저에게 보내온 메일에서 "돌봄교실은 방과후학교의 일환으로 운영됩니다"라고 했는데요. 돌봄교실의 성격을 사교육을 대체하는 방과후학교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는 것입니다. 이같은 교육부 입장이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의 법개정안 취지와 충돌하고 있는 것이죠. 박인숙 의원실 권용재 비서도 양쪽이 대립각을 세워왔다고 말합니다.  

제가 보기에 교육관리들의 독단은 새누리당과의 갈등 차원을 넘어서 대통령에 대한 '항명'에 가깝습니다. 이런 것을 국회가 교육부 장관 불러다놓고 의논도 하고 호통도 치고 해서 바로 잡아줘야 하는데요. 그걸 안 하고 있으니 교육현장에서 비명이 터져 나오는 거죠. 

'브릿지 카페'가 합리적인 해결방법

이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은 오진아 마포구의원의 제안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브릿지 카페"가 그것인데요. 오 의원은 최근 <프레시안> 기고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서너 시쯤 학교 방과 후 교실을 마친 아이들이 태권도 학원이나 미술학원에 가기 전에 들러서 쉴 수 있는 '브릿지 카페'(bridge cafe)는 또 어떨까?" 돌봄교실에 학교에서 학원으로 연결시키는 기능을 부여하자는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합리적이고 현실적입니다. 오 의원은 초등학생 아이를 둔 어머니여서 돌봄교실 문제를 몸으로 겪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한 해결방안을 보태면요. 예산 때문에 보조교사를 쓰지 못한다면 자원봉사 대학생을 쓰면 되지 않을까요. 요즘 스펙을 쌓기 위해 필요한 일거리를 찾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작은 일들은 학교 사정에 맞게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합니다. "돌봄교실 학부모 모임"이 그것입니다. 교육청에서 일선학교에 보내는 공문에 학부모 모임을 정기적으로 갖도록 권장하는 글 한 줄을 넣으면 되는 일입니다. 이민 가는 사람들 붙잡고 떠나는 이유를 물으면 첫 번째가 자녀교육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이제는 도피하지 말고 우리 손으로 고쳐서 이 땅에서 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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