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비리 앞에선 '일단 멈춤'
서울중앙지검 형사 3부는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실과 교육문화수석실, 민정수석실, 총무비서관실 등 네 곳에서 청와대 비서관들이 전방위적으로 채 전 총장 혼외자로 지목된 채 모 군의 개인 정보 조회를 시도한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나 현재 관련 비서관은 단 한명도 소환해 조사하고 있지 못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청와대에서 검찰 수사를 막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된다.청와대 고용복지수석실은 채 전 총장 혼외자 의혹이 <조선일보> 보도를 통해 제기되기 2개월 여 전인 지난해 6월 경,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해 임 모 씨의 산부인과 진료 기록을 조회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문화수석실은 비슷한 시기 서울강남교육지원청 교육장을 통해 채 군의 초등학교 학교생활기록부를 조회한 것으로 확인됐다.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는 청와대 파견 경찰이 서울 반포지구대에 채 군의 주민등록번호 조회를 부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 총무비서관실에서는 조오영 행정관이 조이제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에게 "채 군의 가족관계등록부를 조회한 후 팩스로 보내달라"는 취지의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 수석실 등이 관련 기관을 총동원해 채 군의 개인 정보 불법 조회를 의뢰한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청와대가 지난 9월 "혼외자 관련 보도 이후 사실 확인 차원에서 감찰에 착수했을 뿐 언론 보도 전 민정수석실에서 어떤 확인 작업도 벌인 바 없다"고 해명했던 것과 정면 배치된다. 이미 3개월 여 전에 청와대가 민정수석실뿐 아니라 사정 업무와 관계 없는 수석실 등을 동원해 채 군에 대해 전방위 조사를 했으면서 거짓으로 해명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조사는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청와대가 검찰 수사를 고의 지연시키거나 방해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산다.
옷 벗은 전직 총장은 '일사천리'
반면 채 전 총장의 내연녀로 지목된 임 모 씨에 대한 비리 의혹 수사는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 6부는 임 모 씨 측 계좌로 삼성 계열사 자금 2억 원이 유입된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돈을 보낸 인사는 채 전 총장의 동창인 이 모 씨다. 이 씨는 2010년 삼성 계열사 임원이었다. 이 씨가 삼성에서 빼돌린 돈을 임 씨의 계좌에 넣었다는 것이다.
이 씨는 지난 2010 년 삼성 계열사 임원을 지낼 당시 임 씨의 아들 채 군의 계좌에 1억2000만 원을 보냈고, 삼성을 나와 코스닥 기업의 부사장을 지내던 지난해 8월에는 8000만 원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정황은 지난 2월 삼성 측이 갑자기 이 씨에 대한 수사 의뢰를 하면서 윤곽이 드러났다.
삼성 측에 따르면 이 씨는 수 년 동안 회사 돈 17억 원을 횡령하다 내부 감사에 적발돼 지난 2012년 삼성을 나왔다. 최근 삼성 계열사 돈이 이 씨를 통해 임 씨 측에 전달 된 흔적이 나오면서, 문제의 돈이 삼성과 무관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이 씨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했다는 게 삼성 측의 설명이다. 자칫하면 채 전 총장을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관리했다는 정황으로 보일 수 있어, 이를 미리 사전 차단했다는 의미다.
삼성 측이 채 전 총장 사건에 진정서를 내면서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수사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관심은 이 씨에게 쏠리고 있다.
일부 보수 언론은 그가 채 전 총장의 '스폰서' 역할을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결국 이 사건이 채 전 총장 개인 비리 의혹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채 전 총장은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총 지휘했던 검찰총장이었다. 청와대와 법무부 등 '인사권자'들과 갈등을 빚은 끝에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원 전 원장 재판 과정에서도 검찰은 국정원에 대한 수사를 멈추지 않았다. 그러던 중 <조선일보>에 의해 혼외자 의혹이 제기되면서 채 전 총장은 결국 낙마하게 된다. 당시 채 전 총장은 "저의가 있다"며 자신에 대한 의혹 제기가 기획에 의한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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