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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만 원짜리 유모차보다 '하루 세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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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만 원짜리 유모차보다 '하루 세 시간'! [민들레 교육 칼럼] 육아 특집 ② 발달의 결정적 시기에 정작 중요한 것은
아이는 저절로 자라게 되어 있다

부모라면, 아이의 발달과정에서 '결정적 시기'가 있다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생후 3년 동안 핵심 영역의 발달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이 중요한 발달은 신체 전체에서 일어나지만 그 중에서도 뇌의 발달이 두드러진다. 하지만 이 시기에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정확하게 아는 부모는 많지 않다. 그저 인간을 다른 동물보다 우월한 존재로 만드는 지능이 급속도로 발달되는 정도로만 이해하는 것 같다.

인간은 생후 3년까지는 동물과 다름없다. 태어난 직후에는 동물과 다름없이 무력한 아기를 3년 동안 빈틈없이 보호해주고 사랑해주면, 비로소 인간으로서 최상급의 발달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진다는 면에서 ‘발달의 결정적 시기’라고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부모들의 교육열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2살만 되어도 한글공부를 시키고 4살이 되면 영어유치원에 보내려고 한다. 그러나 부모가 먼저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부모가 난리치지 않아도 아이는 때가 되면 공부를 한다는 사실이다. 모든 아이는 선천적으로 저절로 자라게끔 프로그래밍 되어서 세상에 나온다. 100년 이상 너끈히 살 수 있는 능력을 유전자 속에 갖고 태어난다.

우리는 배 속에 있는 아기에게 "지금은 심장을 만들어", "지금은 발을 만들어"라는 식으로 명령을 한 적이 없다. 당연히 잘 클 것으로 알았고 한 달에 한 번씩 산부인과 검진을 통해 안심한 것이 전부이다.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면 왜 그렇게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라고 명령을 내리는 걸까? 우리는 아이에게 뒤집으라고, 앉으라고 말한 적이 없다. 아이는 때가 되면 스스로 일어나고 걷고 뛰며 말을 한다. 마찬가지로 아이는 때가 되면 알아서 공부를 하게 되어 있다. 지적인 호기심과 욕구는 인간의 천성이기 때문이다.

출산은 태어나서 3년까지

아이가 이렇게 스스로 자랄 수 있다면 발달의 결정적 시기가 왜 필요할까? 스스로 자라기는 하지만 최적의 발달과 성장을 위해 가장 효율적인 뇌 구조를 최대한 빨리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무로 비유하자면 씨앗이 땅에 뿌리를 내리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튼튼한 뿌리를 내려야 싹이 돋고 줄기가 나오고 꽃과 열매를 맺듯이, 아기는 태어나서 3년 동안 부모를 통해 파악한 세상에 자신의 뿌리를 내린다. 더 정확하게는, 부모에게 자신의 뇌를 맞춘다.

▲ 이현수 힐링심리학아카데미 원장이 쓴 책 <엄마 냄새>(김영사 펴냄). ⓒ김영사
모든 아기들은 기본적으로 동일한 뇌 구조를 갖고 태어나지만 어떤 집, 어떤 부모에게서 태어났는지에 따라 뇌 구조를 재정렬한다. 동물은 태어난 후 걷고 뛰고 먹이를 찾고 위험상황으로부터 도망가는 정도의 기능만 발달시키면 되지만, 인간은 도구를 사용하고 말을 하며 인간관계를 맺고 문명을 이루어내는 기능까지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태어난 후의 상황과 맥락에 맞게 뇌를 맞추어야 하는 것이다. 태어난 후 경험할 수 있는 수천가지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아이는 태어나고 나서 뇌를 발달시키도록 되어 있다. 태어난 후 2~3일 안에 일어서고 걷고 먹이를 찾는 동물과 달리 인간의 아기만 오랫동안 누워 있는 이유도 동물보다 몇 천 배 뛰어난 뇌를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그 뇌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한마디로, 아이는 미완성의 상태로 태어난다. 어떻게 보면 아기는 너무 일찍, 설익은 채로 세상에 나온다고 할 수 있다. 그럼 왜 뇌를 완성해서 나오지 않을까? 뇌를 완성해서 나오려면 뇌의 크기가 훨씬 더 커져야 하며, 그렇게 되면 엄마의 좁은 질을 빠져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작은 뇌로 태어난 아기가 인간으로서 살기에 적합한 크기와 기능을 갖춘 뇌를 일차적으로 완성하는 데 3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출산 과정은 태어나서 3년까지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모든 생명체 중에서 오직 인간만이 긴 어린 시절을 갖고 있다. 이 어린 시절 동안 아이가 받아야 할 것은 '지적 자극'이 아니라 '온전한 보살핌과 사랑'이다.

발달에서의 핵심은 '애착'이다

'결정적 시기'라는 것은 단순히 이 시기에 중요한 발달이 일어난다는 뜻만이 아니라, 충분한 돌봄을 받지 못하면 이후의 발달 과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뜻도 포함한다. 예를 들어, 만약 아이가 태어난 후 안대로 눈을 가려놓는다면 시각신경 회로가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못하여 심각한 시각장애를 보일 수 있으며, 나중에 안대를 푼다고 해도 시각능력을 정상적으로 회복하지 못한다. 시각능력 손상의 예는 동물 실험을 토대로 한 가정일 뿐이다. 실제로 3년 내내 안대로 눈을 가린 채 지내는 아기는 없다. 그러나 외현으로 관찰되는 감각과 지능 발달 이면의, 보다 중요한 심리적 발달 부분에서는 결정적 시기를 간과해서 파생되는 많은 문제들이 실제로 발생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문제가 애착과 관련된 것이다. 애착이란 아이와 양육자 간의 정서적 유대를 말한다. 이는 아이가 따뜻하고 친근하고 지속적인 관계를 통해 만족과 즐거움을 느낄 때 형성된다. 생후 3년 동안 안정적인 애착이 형성되면 선천적으로 프로그래밍된 심리적 발달과정이 순조롭게 순서대로 제 시간 내에 펼쳐진다. 살다가 어려움에 처해도 애착을 통해 튼튼한 마음을 갖춘 아이는 잘 헤쳐 나간다. 서서히 엄마는 1시간 외출이 가능하고 아이는 3시간 동안 어린이집에 있을 수 있으며, 좀 더 익숙해지면 아침에 학교에 가서 오후 서너 시까지 엄마를 찾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에 있다가 올 수 있다. 아이의 심리적 독립은 이렇게 서서히 이루어지며, 스무 살을 넘은 어느 시기에 마침내 부모로부터 거의 완전히 심리적 독립을 하면 비로소 부모는 큰 짐을 내려놓을 수 있다.

반면, 불안정하게 애착이 된 아이는 조금만 어려운 일이 생겨도 쉽게 흥분하고 울고 보채고 자주 아프며, 스트레스 상황에 처하면 스스로 대처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계속 의존한다. 어렸을 때 3년의 투자를 아꼈다가 30년 내내 뒤치다꺼리를 할 수도 있다. 불안정한 애착의 정도가 심하거나 아예 애착이 안 되면 마음이 튼튼하게 뿌리를 내리지 못해 건강한 줄기를 뻗지 못한다. 그 결과 성격과 정서에 문제가 생겨 삶이 위태로워진다. 사회생활을 잘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다.

아이가 애착을 형성하는데 필요한 것은 오로지 ‘부모의 시간’이다. 부모가 옆에 있을 때 아이는 안심하고 성장한다. 안전해야 발달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모든 생명체는 발달과 보존 두 가지 기제를 갖고 있다. 안전하면 발달을 하고, 안전하지 않으면 보존 본능이 발동해 발달을 멈추고 웅크리고 있게 된다. 하버드대학의 한 뇌과학자는 자신의 아이를 대상으로 이것을 직접 실험했다. 그는 아이가 태어난 후 매일 머리둘레를 쟀는데 날마다 조금씩 커지던 머리가 17~19주 사이에 정체되어 그 원인을 살펴보았더니 아이가 감기를 앓았던 것이다. 아이는 안전감을 느끼지 못하면 몸과 마음이 위축되어 정상적인 발달을 해나갈 수 없다.

정말 내 아이가 훌륭한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면 부모는 무엇보다 아이에게 시간을 내어주어야 한다. 그런데 많은 부모들은 아이의 미래만 쳐다보며 여러 가지 준비를 하기에 바쁘다. 그런 준비를 위해 부모는 돈을 버느라 주로 밖에 있고, 부모가 나간 사이에 아이는 다른 사람 손에서 키워지거나 때로는 혼자 있게 된다. 혼자 있는 아이는 예외 없이 불행감, 결핍감을 느끼고 심지어 분노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렇게 자란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아이만 바라보며 헌신해온 부모의 가슴에 강펀치를 날린다.

"도대체 엄마, 아빠가 해준 게 뭐야? 학원 가라는 말만 했지, 날 사랑하긴 했어?"

부모 또한 아이만 두고 나가야 하는 현실이 편치 않지만 자식의 미래를 위해 현재의 불편함을 참고 돈을 벌어 장난감을 사주고 학원비를 낸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부모는 자식에게 말하곤 한다. "엄마가 사랑하는 거 알지?"라는 말에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지만, 그런 척하는 것이며 사실은 모른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즐거움을 포기하는 추상적인 사랑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으려면, 추상적 사고능력이 형성되는 시기인 12세가 넘어야 한다. 그 전의 아이들은 눈으로 볼 수 있고, 직접 만질 수 있고, 냄새 맡을 수 있는 사랑만 느낄 수 있다. 특히 3세 이전의 아이는 엄마 품에서 엄마 냄새를 맡을 때 자신이 사랑받고 안전한 곳에 있음을 느낀다.

그냥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부모는 돈이 필요하지만 아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이는 부모와 함께한 시간을 통해 마음의 종잣돈을 만드는 것이다. 마음의 종잣돈이 만들어지면 아이는 이제 세상을 향해 나아갈 준비가 된 것이다. 이때까지 생후 3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며, 이 시기가 발달의 결정적 시기이다. 이 기간 동안 충분한 사랑을 받은 아기는 "나는 돌봄을 받을 만한 사람이야. 내가 필요할 때는 언제나 엄마가 있네. 세상은 살만한 곳이네"라고 생각하면서 자신 있게 자기 인생을 펼쳐나간다. 어렸을 때 돌봄을 잘 받은 아이는 '나는 소중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갖게 되고 이는 내적 개념으로 자리 잡아 소년에서 청년을 거쳐 노년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영향을 미친다. 평생 동안 자신을 괜찮은 사람이라고 여기며 살 것인지, 하찮은 사람이라고 여기며 살 것인지가 이미 3세 무렵이면 결정된다.

발달의 결정적 시기가 이렇게 중요하다면 엄마는 아이 옆에 하루 종일 있어주는 것이 맞다. 이것이 안 된다면 최소한의 시간만큼은 주어야 할 것이다. 나는 두 아이의 엄마로서, 또 심리학자로서 오랜 임상경험을 통해 하루 최소 세 시간은 아이와 같이 있어주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 말은, 부모가 낮에 열심히 일을 하더라도 저녁 세 시간은 아이에게 주라는 뜻이다. 아이는 낮에 잠시 동안은 다른 사람의 냄새를 맡으며 자라도 큰 문제가 없게끔 놀라운 적응능력을 갖고 태어난다. 하지만 하루 일정한 시간은 자신을 낳은 근본체인 부모에게서 사랑의 에너지, 생명의 에너지를 받아야 아무 탈 없이 자랄 수 있다. 부모 중 한 사람은 저녁 세 시간은 반드시 아이에게 줄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고 방안을 짜내는 것이 아이가 태어나기 전 갖추어야 할 출산 준비물 1호이며, 어떤 장난감이나 책보다도 먼저 주어야 할 양육에서의 핵심 사항이다.

그렇다면 하루 세 시간, 무엇을 해야 하나?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다. 부모가 옆에 있기만 해도 엄마 냄새가 자동으로 전달되어 아이들은 행복감을 느낀다. 아이들이 가장 행복감을 느끼는 때는 엄마, 아빠와 같이 크게 웃을 때이다. 아이들이 놀이동산에 간 것을 일생의 가장 행복한 기억으로 꼽는 이유도 그곳에서는 엄마와 아빠가 모두 활짝 웃기 때문이다. 아이가 열 살이 될 때까지 만이라도 아이가 즐거워하는 것을 같이 하고, 아이의 눈이 향하는 곳에 같이 있으면 부모의 할 일은 끝이며, 진정 최고의 부모 역할을 한 것이다. 좀 더 욕심을 내본다면 부모가 먼저 웃었으면 좋겠다. 엄마가 웃어야 아이도 웃기 때문이다.

▲ 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연합뉴스

아이가 행복감을 느끼는 로얄석은 따로 있다

부모가 이미 갖고 있는 사랑의 냄새를 충분히 주기만 해도 아이는 건강하고 즐겁게 잘 자랄 수 있다. 아이가 발달의 결정적 시기를 보내는 동안 부모가 바로 옆에서 지켜봐주는 것 외에 특별히 해야 할 일이 없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인가. 그저 많이 안아주고 많이 웃게 해주기만 해도 아이가 알아서 쑥쑥 잘 큰다는 것은 양육의 짐이 무거운 대한민국 부모들에게 얼마나 큰 선물인가. 단, 이 선물은 아이가 갖고 태어나는 놀라운 발달 잠재성을 믿는 부모만 받을 수 있다. 열 살까지는 마음껏 뛰어놀면서 '평화롭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경험해봐야 한다. 이렇게 자란 아이들이 정말로 인생을 행복하게 꾸려나간다.

이것은 단순히 듣기 좋으라고 희망을 주입하는, 자기 암시적 예언이 아니라 명백히 과학적인 연구에 기초한 사실이다. 지적 발달을 포함한 인간의 모든 발달과정은 정서적 안정이 먼저 갖춰져야 순조롭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부모의 인생에서 평화롭고 행복한 시간은 의외로 많지 않다. 하지만 자식이 즐겁고 행복해하면 부모는 행복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식들에게 충분히 놀면서 어린 시절을 즐겁게 누리라고 말하지 못하는 데에는, 그렇게 놔두면 미래의 행복이 오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오늘 행복하게 사는 것이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방법이라는 것을 확실히 안 이상, 망설일 이유가 전혀 없다.

언젠가 대구에서 지하철을 탄 적이 있는데, 어떤 엄마가 300만 원대 가격으로 유명한 고급 외제 유모차에 잠든 아기를 태워 승차했다. 대구 지하철은 서울과 달리 통로의 폭이 좁아 문 앞에 유모차를 세워야 했던 엄마는 네 좌석 건너에 자리가 나자, 아이를 유모차에 놔둔 채 그 자리에 가서 앉았고, 이내 스마트폰에 빠져들었다. 잠시 후, 유모차 안에서 아기의 작은 손이 나왔다. 손가락을 계속 꼼지락대며 무언가를 애타게 찾고 있었다. 엄마였다. 엄마는 고급 유모차를 볼 때마다 아이를 세상에서 가장 좋은 자리에 앉혔다는 자부심을 느끼겠지만, 아이는 그런 자리에는 관심이 없으며 커서 기억도 못한다. 행복감을 느끼는 최고급 로얄석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바로, 엄마 품과 엄마 무릎이다. 돈 한 푼 없어도 줄 수 있는 엄마 품, 엄마 냄새가 아이에게 가장 큰 선물임에도, 우리는 너무 많은 돈을 쓰고 너무 멀리 돌아가며 필요 이상으로 어려운 육아를 하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볼 일이다.

* 위의 글은 <민들레> 92호 "육아, 시장의 유혹을 넘다"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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