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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방송(MBC)이 자사의 세월호 참사 보도에 대한 비판 글을 올린 피디(PD)와 휴대전화 메신저 창에서 자사 보도에 대한 우려 글을 쓴 기자에게 '정직'이라는 중징계 조치를 내려 과잉 징계 논란이 일 전망이다.

MBC는 10일 예능본부 권성민 PD에게 '회사의 명예를 훼손시키고 사규상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정직 6개월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권 PD는 지난달 17일 인터넷사이트 '오늘의 유머'에 "엠XX PD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올렸다. 권 PD는 이 글에서 "세월호 참사의 MBC 보도는 보도 그 자체조차 참사에 가까운 수준이었다"며 "지금 참을 수 없이 화가 나지만, 그 화를 못 이겨 똑같이 싸웠다가는 또 똑같이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뼛속 깊이 배웠기 때문에 치욕을 삼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엠XX을 욕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마음껏 욕해달라. 더 먹어야 한다"며 "그러나 얘기를 드리는 것은, 다시 싸움을 시작하려 할 때는 싸우는 이들과 함께 해주시길 부탁드리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 보기 : )

▲지난달 16일 이성주 언론노조 MBC 본부 위원장의 1인 시위 모습. ⓒ언론노조 MBC 본부

사측은 지난달 27일 권 PD에게 대기발령 명령을 내렸다. 이어 지난 9일 인사위원회를 소집해 품위 유지 규정 위반으로 정직 6개월의 징계 처분을 확정했다.

사측은 이번 징계에 지난 2010년 제정된 사내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을 적용했다. 가이드라인에 담긴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며 개인의 의견이 회사의 의견으로 보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소셜미디어를 사용할 때는 MBC의 공정성·신뢰성에 해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자신의 글이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도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는 이날 즉각 성명을 내고 "시대착오적 인사권 남용이자 민주적 가치에 대한 전면적인 도발"이라며 사측의 징계 행위를 비판했다.

MBC 본부는 "지금 'MBC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해사 행위를 하는 자'는 권성민 PD가 아니라 사과 대신 징계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는 경영진"이라며 "사측의 부당 징계의 전모를 밝혀내고, 무효화하는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노조뿐 아니라 평 PD 사이에서도 강한 반발의 목소리가 나왔다. 권 PD에 대한 대기발령 조치 다음날인 지난달 28일 <무한도전>의 김태호 PD, <아빠 어디가>의 김유곤 PD 등을 포함한 예능본부 PD 48명이 실명으로 성명을 발표했고, 이어 지난 8일에도 드라마, 라디오 등 PD 170여 명이 성명을 냈다.

'카카오톡' 대화창에 방송 예정 리포트 공유한 게 업무상 비밀 준수 위반?

사측은 이날 보도국 신모 기자에 대해서도 정직 1개월의 징계 처분을 확정했다. 사측은 신 기자가 '업무상 비밀준수 의무' 규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7일, 신 기자는 같은 기수들로 구성된 휴대전화 메신저 서비스 '카카오톡' 대화창에 이날 방송 예정인 박상후 부장의 초벌 기사를 올리고 우려를 표명했다. 신 기자가 동기들에게 공유한 리포트는 당일 방송된 <뉴스데스크> '분노와 슬픔을 넘어' 리포트다. 해당 리포트는 민간 잠수사가 사망한 원인을 '일부 유가족들의 조급증과 압박'으로 돌려 시청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은 바 있다. (관련 기사 : MBC 기자들 "MBC,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MBC 본부는 신 기자에 대한 사측의 징계에 대해 △사적인 의사소통 과정에서 생긴 일이었다는 점, △곧 시청자들에게 공표될 목적으로 작성된 '기사'라는 점 등을 들어 반발하고 있다.

아울러 사측이 사적인 공간에서 이뤄진 대화 내용을 어떻게 인지했는지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MBC 본부에 따르면, 사측은 신 기자의 대화 내용을 입수한 뒤, 회사 게시판에 공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MBC 본부는 "'카톡방'이라는 매우 사적인 대화의 공간에서 오간 내용을 '불상의 방법'으로 입수했고 전 사원이 볼 수 있는 게시판에 공개했다"며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주장하는 한편, 사측에 대화 입수 경위를 설명할 것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