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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교육감, 학교 비정규직 처우 개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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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진보 교육감, 학교 비정규직 처우 개선할까? [박점규의 동행]<32>"조희연, 안전하고 차별 없는 학교 만들어야"
6.4 지방선거가 끝났습니다. 세월호 승객을 단 한 명도 구하지 않은 정권은 몰락하기는커녕 멀쩡히 살아났습니다. 사악한 여당에 분노한 민심은 야당의 무능 앞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세월호 몰살을 불러온 규제 완화, 민영화, 비정규직화는 멈추지 않고, 자본의 탐욕과 민관유착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다행히 세월호를 잊지 않겠다고 다짐한 사람들이 진보 교육감을 선택했습니다.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민교협)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신 13명의 교육감이 경쟁과 효율이 아닌 협동과 생명을 위한 교육을 약속했습니다.

선거운동 기간이었던 지난달 19일, 13명의 진보교육감 후보들은 △유아교육 공교육화 △혁신학교 확대 △친일독재 교과서 반대 등 3대 주요 공약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무명에서 일약 스타로 떠오른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제2의 고교 평준화 시대를 열겠다고 말합니다.

'가만히 있으라'고 했던 학교가 어떻게 달라질지 많은 사람이 설레는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진보 교육감에 대한 기대

진보 교육감에 대한 기대는 학부모와 교사만이 아닙니다. 누구보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기대가 큽니다. 아이들의 안전과 교육을 위해 일하지만 학교에도, 아이들에게도 존중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일해도 고용불안과 저임금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송파구에 있는 거여초등학교에서 특수실무사로 일한 지 10년 차를 맞이하는 조순옥(50) 씨는 이름조차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조희연 후보가 극적인 대역전 드라마를 펼친 끝에 당선된 순간을 잊지 못합니다. 출구조사에 환호성을 질렀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밤을 새워가며 개표 방송을 지켜봤습니다.

그는 문용린 교육감 시절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서울시가 학교 비정규직 처우 개선비로 40억 원을 증액해 책정했지만 문 교육감이 '부동의'해 집행하지 않았습니다. 서울지역 학교 비정규직 2만1000여 명의 명절휴가보전비, 초등 사서 자격수당, 회계직 영양사 위험관리수당도 집행되지 않았습니다.

모범이 되어야 할 서울특별시의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는 전국에서 꼴찌였습니다. 명절휴가비, 맞춤형복지포인트는 다른 지역의 절반도 되지 않고, 유급휴일도 가장 적습니다. 급식종사자의 위험수당은 17개 시도교육청 중에서 마지막으로 올해 5월에야 시행이 됐습니다.

경기, 전남, 강원교육청 등은 1년 365일을 기준으로 임금을 책정했는데, 서울은 방학을 뺀 275일을 기준일수로 삼았습니다. 월급이 다른 지역보다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순옥 씨와 동료들이 진보교육감의 당선을 간절히 바랐던 이유입니다.

▲서울시 학교 급식 종사자들의 위험수당은 17개 시도 교육청 중 마지막으로 올해 5월에야 시행됐다. ⓒ연합뉴스

서울 학교 비정규직 처우 전국 꼴찌

조순옥 씨는 2005년부터 거여초등학교에서 특수 교사와 함께 장애 학생의 학교생활, 안전, 수업, 통합교육을 지원하는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1년 차였던 그의 월급이 과학실에서 18년 동안 일했던 선배의 월급과 10원도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과학실, 교무실, 전산실, 특수반, 도서관, 급식실에서 아이들의 교육과 안전과 먹거리를 위해 일하지만 단 한 번도 교직원 회식에 초대받지 못했습니다. 학교에는 학생과 교사, 학부모만 있었습니다. 그와 동료들은 유령이었습니다.

그는 임금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유령이 아니라 교사와 함께 학교 교육의 주체라는 것을 인정받고 싶었습니다. 2009년 급식, 교무, 과학, 전산, 사서, 특수교육, 방과후수업, 행정 등 학교 회계에서 보수를 지급받고 있는 ‘학교 회계직원’들이 모여 노동조합을 만들 때 그가 앞장선 이유입니다. 지금 그는 공공운수노조 전회련 학교비정규직본부 서울지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으로 뭉치면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1년을 일하나 10년을 일하나 똑같다는 비판이 일자 교육청에서는 근속가산금을 책정했습니다. 3년 근속 5만 원에서 시작해 10년을 일하면 19만 원을 받습니다. 가족수당 교통비 조리원 위험수당도 생겼습니다.

"학생과 교사에게만 좋은 교육감이 아니라 우리 노동자들에게도 좋은 교육감이 되어줬으면 좋겠습니다. 교사들이 회의할 때 비정규직 노동자는 당연히 차를 타줘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 똑같은 사람으로 존중해달라는 것입니다. 진보교육감이 됐으니까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요?"

학교 비정규직 처우, 나아질까?

17개 광역시도 중에서 13개에서 진보 교육감을 배출했으니 이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은 달라질 수 있을까요?

지난 3월 18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급식조리원으로 일하던 노동자가 고무다라에 끓는 물을 부어놓고 분주히 움직이다 미끄러져 끓는 물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병원으로 옮겨진 그는 두 달 넘게 호흡곤란과 패혈증을 앓다 선거 열기가 뜨거웠던 지난달 28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서울시 교육청은 5년 동안 일하던 급식조리원이 병원에 입원해 생사를 넘나드는 고통을 당하고 있었는데도 이 사실을 전혀 몰랐고, 돌아가신 이후에야 보고를 받았다고 합니다. 피부이식수술 등 산업재해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치료비 때문에 큰 고통을 겪었지만 아무도 그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5년을 일하던 학교에서 산업재해로 쓰러지고 끝내 사망했지만 발인이 치러진 시간에도 함께 일했던 동료들은 일손이 부족해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하고 급식을 해야 했습니다. 사고가 난 초등학교에서는 5명의 급식조리원이 좁고 오래된 조리실에서 학생과 교직원 등 740명의 식사를 만들었습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의 2012년 조사결과에 의하면 허리, 손목, 목 등 근골격계 통증을 느끼고 있는 학교급식노동자가 95.8%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병원 치료를 받은 노동자는 51.7%에 불과했고, 휴가를 사용해본 경험이 전혀 없는 노동자가 67.7%에 달했습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휴가를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로 "학교 단위 고용으로 인하여 대체인력이 없거나"(78%), "관리자의 눈치가 보여서"(18%)를 꼽았습니다. 비용 절감과 효율성을 이유로 인력을 충원하지 않고 최소한의 인원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4월 교육부의 통계에 따르면 전국 학교의 급식실에는 학교 비정규직인 영양사 4947명, 조리사 7336명, 조리원 4만8999명, 배식전담 노동자 4504명 등 약 6만5000여 명의 비정규직이 일하고 있습니다.

화상 입고 무관심 속에 죽어간 학교 급식 노동자

<2013년 기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와 정규직의 월평균 임금 비교>

근무년차

영양사

교무, 행정

(365일 상시근무자)

조리원

(275일 방학중 비근무자)

영양교사

비정규직

비율

공무원(9급)

비정규직

비율

공무원(9급)

비정규직

비율

1

2,584,261

1,752,750

67.8%

1,849,619

1,567,588

84.8%

1,849,619

1,216,813

65.8%

2

2,643,565

1,752,750

66.3%

1,928,033

1,567,588

81.3%

1,928,033

1,216,813

63.1%

3

2,707,578

1,752,750

64.7%

2,011,606

1,567,588

77.9%

2,011,606

1,216,813

60.5%

4

2,771,551

1,802,750

65.0%

2,100,657

1,617,588

77.0%

2,100,657

1,266,813

60.3%

5

2,837,168

1,802,750

63.5%

2,191,543

1,627,588

74.3%

2,191,543

1,266,813

57.8%

6

2,995,890

1,812,750

60.5%

2,335,534

1,627,588

69.7%

2,335,534

1,276,813

54.7%

7

3,106,096

1,812,750

58.4%

2,427,039

1,627,588

67.1%

2,427,039

1,276,813

52.6%

8

3,217,672

1,822,750

56.6%

2,517,020

1,637,588

65.1%

2,517,020

1,286,813

51.1%

9

3,330,618

1,822,750

54.7%

2,604,719

1,637,588

62.9%

2,604,719

1,286,813

49.4%

10

3,444,111

1,832,750

53.2%

2,690,534

1,647,588

61.2%

2,690,534

1,296,813

48.2%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는 대단히 열악합니다. 2013년 10월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만든 <학교비정규직 정책변화 분석 및 제안> 보고서에 따르면 영양사의 연봉은 1938만 원, 행정보조 노동자는 1736만 원, 교무, 과학, 전산 노동자의 연봉은 1308만 원에 불과합니다. 가장 연봉이 높은 영양사의 월급이 150만 원 남짓에 지나지 않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오래 일할수록 정규직 노동자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진다는 사실입니다. '무상급식'을 담당하는 영양사의 경우 비정규직 영양사의 1년 차 월급은 175만 원으로 258만 원인 정규직 영양교사 월급의 67.8%였습니다. 하지만 10년 차 비정규직 영양사의 월급은 183만 원으로 영양교사(344만 원)의 53.2%에 불과했습니다.

비정규직 조리원의 1년 차 월급은 121만 원으로 9급 공무원의 65.8%였지만 10년 차 조리원은 129만 원으로 정규직(269만 원)의 48.2%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교무, 행정업무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도 1년 차 월급이 9급 공무원의 84.8%였다가 10년 후에는 61.2%로 떨어졌습니다.

10년 동안 일해서 오른 월급이 영양사와 조리원은 7만 원, 교무․행정업무 노동자는 10만 원입니다. 정규직 노동자가 한 해에 오른 월급입니다. 아이들이 가장 먼저 만나는 세상인 학교는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이 아닙니다. 온갖 차별과 멸시와 설움이 가득한 세상입니다.

10년 동안 오른 월급은 7만 원

공공운수노조와 전교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현재 전국 국공사립 학교(유치원 포함)에는 96만2103명의 교직원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비정규직 노동자는 35만9367명으로 37.4%에 이르렀습니다.

기간제 교원이 3만9401명, 학교회계직(교무보조, 조리원 등)은 14만989명, 각종 강사직(스포츠강사, 방과후강사 등)이 16만2196명, 지자체 간접고용 1만6781명이었습니다.

비정규직 비율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학교회계직만 떼어보면 2008년엔 8만8689명이었는데 2013년엔 14만989명으로 5만2300명이 늘어났습니다. 최근 5년간 증가율이 무려 59.0%에 이릅니다.

<전국 학교 내 정규직과 비정규직 교직원 현황>

정규직

인원

비정규직

인원

총인원

비정규직 비율

교원

50만5086

기간제 교원

3만9401

54만4487

7.24

사무직원

9만7650

학교 회계직

14만989

23만8639

59.08

 

 

강사직

16만2196

16만2196

 

 

 

간접고용

1만6781

1만6781

 

60만2736

35만9367

96만2103

37.35


공공운수노조 전회련 학교비정규직본부는 지난 5월 13일 <서울교육감 후보에게 바라는 정책요구안>을 보내 △교육청 직접고용 △무기계약직 전환·채용 △교원업무 정상화 추진 계획, 후속 조치 △임금 및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했습니다. 전국 17개 교육감 후보들에게도 비슷한 요구서가 전달됐습니다.

선거 기간 동안 진보 교육감들은 공약을 통해 학교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약속했습니다. 김병우 충북도교육감 당선자는 연간 80억 원의 예산을 책정해 호봉제 도입과 수당 현실화를 약속했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자는 학교 비정규직을 '교육공무직'으로 전환하는 조례 제정을 공약했습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당선자와 장만채 광주시교육감 당선자는 각각 학교비정규직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단계적 추진과 장기근무가산금 상한제 폐지를 내걸었습니다. 하지만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교육 공무직 전환과 실질적인 처우개선이 교육부의 지침이나 예산 부족을 이유로 차일피일 미뤄질 가능성도 높습니다.

교육청 직접 고용 언제쯤?

학교에서 채용한 근로자의 사업주는 독립 법인격이 있는 지방자치단체이고(대법원 92. 4. 14 선고91다45653),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제2조, 제3조 및 제18조에 의거 "교육 등에 관한 사무" 에 대해서는 교육감이 지방자치단체를 대표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교육 사무" 등과 관련된 근로자(공무원 제외) 의 근로조건 결정권에 대한 교섭권자는 시도 교육감이라고 할 것입니다.

2012년 2월 7일 고용노동부의 질의회시 내용입니다. 조희연 당선자를 비롯해 17개 시도 교육감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사용자입니다. 지금까지는 노동자를 대표하는 전교조 조합원이거나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일했던 민교협 회원이었지만, 이제부터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명백한 사용자입니다.

전국 13개 시도의 진보 교육감이 지금까지 한국에서 봐왔던 악질 사용자가 아니라 좋은 사용자가 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6월 9일 전회련 학교비정규직본부는 "학교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안전하지 못한데, 아이들도 안전할 수 없다"며 "교육감 당선자들은 학교의 유해·위험 요인에 대한 전면적 실태점검과 노동환경 개선대책을 최우선적으로 수립하라"고 요구했습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서울시 교육감 조희연 당선자가 세월호 합동분향소를 찾아 눈물을 흘렸던 것처럼 아이들에게 안전한 급식을 제공하기 위해 일하다 쓰러진 노동자의 유족과 동료들의 손을 잡아줄 것을 바라고 있습니다. 그동안 유령처럼 지내왔던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줄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육감을 믿고 가만히 있다가는 교육 관료들과 보수 진영의 공세로 인해 소박한 바람마저도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미 새누리당과 한국교총은 교육감 직선제 폐지에 착수했습니다.

그래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 9일부터 서울시 교육청을 비롯해 전국의 교육청 앞에서 촛불을 들기 시작했습니다. 안전한 학교, 차별 없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촛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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