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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대전 지하철 90%…새정치연합 어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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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대전 지하철 90%…새정치연합 어쩔건가 [박점규의 동행]<34> 광주·대전 지하철, 위험천만 민간위탁
지난 5월 28일 오전 10시 51분, 서울 지하철 3호선 매봉역을 출발해 도곡역으로 진입하던 전동차 안에서 한 승객이 미리 준비한 시너를 뿌리고 불을 질렀습니다. 전동차 안에 타고 있었던 19년 차 역무원은 누군가 "불이야" 하고 지르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는 주위 사람들에게 119에 신고하고 비상벨을 누르라고 한 뒤, 열차 안에 있던 소화기로 불을 껐습니다. 방화범이 다시 불을 지르자 소화기를 달라고 소리친 후 화재를 진압했습니다. 그는 승무원과 함께 400여 명의 승객을 무사히 대피시켰습니다. 역무원과 승무원은 서울메트로에 소속된 숙련된 정규직 노동자였습니다.

19개 역 중에서 17개 역의 운영을 민간에 위탁해 비정규직 역무원을 고용하고 있는 광주광역시 지하철에서 이런 사고가 발생했어도 승객들이 무사히 탈출했을까요? 22개 역 중에서 20개 역을 민간에 넘긴 대전광역시 지하철역에서 불이 났어도 아무도 다치지 않았을까요?

퇴직 공무원이나 전자제품 대리점 운영자가 역장이고 최저임금을 받는 2년짜리 비정규직 역무원들이 근무하는 '비정규직역’에서도 사람들은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을까요?

광주나 대전 지하철역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면?

2010년 7월 1일, 6기 민선 지방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지하철역 민간위탁 문제로 광주광역시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2004년 개통한 광주 지하철은 올해로 10년을 맞았습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전체 지하철 역무 업무를 민간에게 맡겼습니다.

광주 지하철의 19개 역 중에서 종점인 평동과 소태역을 제외한 17개 역이 '비정규직역' 입니다. 광주도시철도공사는 스크린도어(안전문)가 설치돼 상대적으로 관리가 쉬운 5개 역은 2개씩 묶어 위탁해 12명의 위탁 역장이 17개 역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17개 역에서 일하는 170명의 비정규직 역무원들은 승차권 판매·승차권 개표·집표 및 교통카드 보충, 영업수입금 관리, 역사 시설물 및 편의시설 유지 관리, 장애인 승강기 사용, 안전관리와 인명 구조 등 업무를 정규직 역무원과 똑같이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공사 소속이 아닙니다.

광주도시철도공사(사장 이호준)는 올해 7월부터 2016년 6월 30일까지 2년 동안 11개 역에서 역무운영을 맡을 사업자 9명을 선발하기 위해 후보자 18명을 발표했는데 이들의 전직은 퇴직한 시 공무원, 전자제품 대리점 운영 등 지하철 업무와는 무관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공사는 시민들과 노동자들의 직영 전환 요구를 외면하고 6월 30일로 계약이 종료되는 민간 사업자 선정 절차를 강행했습니다.

광주 시민들은 주인이 '아르바이트생'들을 데리고 운영하는 편의점처럼 개인 사업자 신분인 비정규직 역장이 역마다 9명의 비정규직 역무원을 데리고 일하는 '비정규직역’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 28일 오전 서울 대치동 도곡역 지하철 3호선 열차 내 객실 의자가 방화 용의자 조모씨가 뿌린 인화성 물질로 그을려 있다. ⓒ연합뉴스

광주도시철도공사 역무 민간위탁 강행

광주 지하철의 한 역에서 역무원으로 일하는 이재훈 씨(가명)는 작업복인 조끼를 입고 근무합니다. 파란색 근무복 뒤에는 큰 글씨로 '광주도시철도공사'가 새겨져 있고, 앞에는 'OO역 이재훈'이라고 쓰인 명찰을 달고 일합니다.

2004년 4월 광주 지하철이 개통할 때 학동역에서 첫발을 내디뎌 만 10년 동안 역무원으로 일했습니다. 승객들은 그를 보면 공사 직원인 줄 알고 이것저것 요구합니다. 부당한 일을 당했다는 승객에게 쌍욕을 듣는 일도 허다합니다. 하지만 그는 광주도시철도공사의 직원이 아닙니다. 그는 2년 계약직 개인사업자인 역장이 채용한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

비정규직이지만 그는 온종일 시민들의 안전을 염려하며 일을 합니다. 역무실에서 6~7개나 되는 모니터를 보고 일할 때도 있지만, 요즘은 주로 승강장 근무를 합니다. 유동인구가 많은 이 역엔 스크린도어(안전문)가 설치되어 최근에는 안전사고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늘 조마조마합니다.

선로에 내려 터널 안으로 들어가는 승객도 있고, 승강장을 잘못 내려 철로를 건너 반대편으로 뛰어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승강장에 있어도 그 순간을 보지 못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엘리베이터 틈 사이에 물건이 끼어 승객이 갇히는 일이 있었습니다. 승객의 전화를 받은 공사는 역에 전화를 걸어 신속히 조치를 하라고 지시합니다. 하지만 자격증이 없는 사람이 승강기에 손을 댔다가 사고가 생기면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래도 갇힌 승객들 때문에 응급조치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비정규직 역무원으로 보낸 10년

그는 9명의 동료와 1조에 3명씩 3조 3교대로 주간, 야간, 비번 근무를 번갈아가면서 일합니다. 주간일 때는 승객들이 많아서 정신이 없지만 야간일 때도 취객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힘듭니다. 누군가 월차를 내면 단둘이서 근무해야 합니다.

열차가 끊기는 밤 12시가 되면 숙직실로 들어갑니다. 하지만 잠금 장치가 문제가 되어 세콤(경보음)이 울리거나 역 주변에서 시끄러운 일이 발생하면 숙직실로 전화가 옵니다. 밤에도 제대로 쉴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공사는 정규직 역무원에게는 수당을 지급하면서 비정규직 역무원에게는 대기 시간이라며 수당을 주지 않습니다. 이렇게 야간근무까지 해서 11년 차인 그가 받는 월급은 150만 원 정도입니다. 10년 일한 역무원과 1년 일한 역무원의 월급 차이는 3만 원밖에 나지 않습니다.

만약 대구지하철이나 서울에서처럼 화재사고나 추돌사고가 일어난다면? 그는 상상할 수조차 없습니다.

10년 일한 역무원 월급이 150만 원

전국 6개 도시에서 7개 공사가 지하철을 운행합니다. 서울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와 부산 지하철의 역은 모두 직영입니다. 서울메트로는 승객이 아주 적은 8개 역을 빼고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고, 대구와 인천도 직영 역이 훨씬 많습니다.

역 대부분이 민간위탁으로 운영되는 곳은 광주와 대전뿐입니다. 2004년 광주도시철도공사가 전면적인 민간위탁을 시작하자, 2년 뒤에 출발한 대전도시철도공사는 지하철 1호선 22개 역 전부를 민간위탁으로 운영했습니다.

감사원은 2008년 대전도시철도공사가 역 위탁관리로 예산을 절감했다며 공기업 모범사례로 선정했으나 2010년 공기업 선진화 조직진단에서는 직영으로 운영할 것을 권유했습니다. 대전도시철도공사는 지족역과 정부청사역을 직영 체제로 바꿨지만 비정규직역 비율이 91%로 가장 높습니다.

대전도시철도공사도 도시철도 1호선 1단계 개통구간인 11개 역의 민간위탁 역장 10명을 모집해 지난 1월 22일 계약을 마쳤습니다. 이틀간의 교육을 마치고 인수인계 과정을 거쳐 2월 1일부터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9개 역장은 대전광역시 퇴직 관료들입니다.

2012년에는 도시철도 역사의 비정규직 역무원으로 대전시와 도시철도공사 직원의 부인 등 친·인척을 채용하고, 역장이 바뀔 때마다 '빽'이 없는 비정규직 역무원을 해고해 시민단체로부터 비판을 받았습니다. 대전도시철도공사는 내부조사를 통해 위탁 역의 비정규직 역무원 중 공사 직원 부인 4명의 사표를 받았습니다.

대구 지하철도 민간위탁 16곳 가운데 15개 역장이 모두 대구시와 도시철도공사 출신 퇴직 공무원들입니다. 민간위탁 비정규직 역이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퇴직 관료들의 손쉬운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표]7개 지하철-도시철도공사 역무위탁 현황(2014.4)

구 분

위탁현황

운영인원(명)

전체 역

위탁 역

위탁율

총인원

역당 인원

서울메트로

120

8

6.67%

75

9.4

서울도시철도

157

-

-

-

-

부산교통공사

120

-

-

-

-

대구도시철도

59

16

27.12%

160

10

인천메트로

29

6

20.69%

100

10

광주도시철도

19

17

85%

169

9.9

대전도시철도

22

20

91%

189

9.5


광주, 대전 지하철, 민간위탁 비율 85~91%

광주와 대전은 6.4지방선거에서 모두 새정치민주연합이 당선됐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방자치단체의 공공부문 상시적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의 '제대로 된' 정규직으로 전환을 우선하여, 전체 비정규직의 고용불안과 차별 해소 △상시적 업무는 정규직 채용 원칙과 관행 확립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적용으로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다음 달 1일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광주광역시장 윤장현 당선자는 후보 시절 '지방정부와 좋은 일자리 위원회'가 보낸 질의서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당하는 업무는 언제나 상시 준비해야 하는 자리이며, 국민의 안전과 생명에 대해서 책임을 지고 있는 자리가 되어야 하므로 반드시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습니다.

윤장현 광주시장 당선자 "생명과 안전업무 정규직 고용 타당" 약속

하지만 산하 기관인 광주도시철도공사가 시장의 공약을 어기고 민간위탁을 계속하고 있고, 시민사회단체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지만 윤장현 당선자는 이를 방치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광주전남지부 김범규 사무국장은 "윤장현 당선자 측에서는 임기가 시작된 이후 T/F팀을 꾸려 대책을 논의해보자고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후보 시절 질의서에 대해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당하는 업무의 비정규직 비율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서울메트로 8개 민간위탁 역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 광주, 대전의 민간위탁 역 직영화는 박근혜 정권의 공약 파기를 비판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시험대입니다. 세월호 참사를 겪고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예산 절감과 효율화를 우선할 수는 없습니다.

10년 동안 비정규직 역에서 비정규직 역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이재훈 씨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아래 '필자의 다른 기사' 를 클릭하면 [박점규의 동행] 전편을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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