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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버려졌구나, 다 잊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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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버려졌구나, 다 잊혔구나…" [민들레 교육 칼럼] "평생 과업은 세월호 참사 후 남은 아이들을 지키는 일"
예은이 아빠 유경근입니다. 무슨 말씀을 전해 드려야 할까 고민이 많았지만 생각나는 대로 말씀을 드리는 게 좋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결혼한 다음 해에 예은이를 낳았습니다. 17년을 키웠고, 잘 자라줬습니다. 예은이는 가수를 하고 싶어 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유명한 가수가 될 거라고 했는데, 그 또래는 누구나 그런 꿈을 갖기 때문에 그냥 귀엽게만 봤습니다. 중학교에 진학하고 고등학교에 가서도 꿈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할까 고민을 했지만, 결국 하고 싶은 것을 못해서 평생 후회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지원해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예은이는 학교에서 늦게까지 공부하고 노래를 배우고 연습하면서 힘들지만 재미있어하고 항상 밝은 얼굴이었습니다.

▲ 유경근 대변인은 6.4 지방선거 당일

많은 분이 사고 당일, 그 이후의 이야기를 궁금해하십니다. 그래서 몇 차례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이야기를 하다 보면 많이 힘이 듭니다. 대변인을 맡고 있지만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무엇을 해야 가장 바쁠까', '무엇을 해야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정신없이 살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자원을 하게 됐습니다. 덕분에 아침부터 새벽 2~3시까지는 너무 바빠서 예은이 생각도 잘 못하면서 지냅니다. 하지만 일이 끝나고 분향소에 가서 아이 얼굴을 보고 들어가 아침까지 혼자 있는 시간은 견디기 힘이 듭니다.

저희 가족들이 견디지 못하는 제일 큰 이유는, 그 아침에 다 살릴 수 있는 아이들을 그냥 수장시켰기 때문입니다. 해경이 와서 다른 조치를 취할 것도 없었습니다. 그냥 소리만 한번 치면 되는 거였어요. "빨리 나와라, 바다로 뛰어들어라!" 이 한 마디만 외쳤어도 아이들은 살았습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과연 우리의 아픔을 공감해주는 사람이 누가 있는가. 저는 공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뿐만 아니라 우리 이웃도 마찬가지입니다. 저희들의 상황과 마음을 내 상황과 마음으로 알고 공감할 때, 진정한 처방이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공감한다고 말하고 눈물도 흘렸지만, 결과를 놓고 보면 정말 우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너무 힘듭니다.

얼마 전 대국민 담화가 발표되는 그 시간, 진도에 남아 있던 실종자 가족들은 목을 놓아 통곡했습니다. 그래도 대통령은 우리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우리는 버려졌구나, 우리는 다 잊혔구나….

세월호 참사는 이제 저희들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희생된 300여 명과 그 가족들만의 일이 아닙니다. 이 일은 이제 모든 국민의 일이 되었습니다. 지금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또다시 다른 재난이 일어나서 내 아이에게, 나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이것은 여당, 청와대, 대통령의 문제가 아닙니다.

만일 정치인, 대통령을 바꿔서 해결된다면 대통령 물러나라고 소리쳐야겠죠. 그렇게 해서 해결된다면 강제로라도 내려오라고 해야겠죠. 그러나 이것은 정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침몰하느냐 다시 소생하느냐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꼭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이미 여러분이 이 일을 자신의 일로 받아들이고 계시니, 한 걸음 더 나아가 영원히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분이 걱정하고 위로해주십니다. 하지만 와 닿지 않습니다. 진심은 알지만, 실제로 마음에 와 닿지 않는 목소리입니다.

제가 제 딸을 이렇게 억울하게 잃었는데 어떻게 견딥니까. 어떻게 잊습니까. 이겨낼 수 있겠습니까? 이겨낼 수 없습니다. 제 딸이 없는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스스로 적응하고 최면을 걸어야 합니다. 어떤 말도 위로가 될 수 없습니다. 다만 이렇게 이야기해주십시오.

"한 달 뒤에도 잊지 않겠습니다. 1년 뒤에도, 10년 뒤에도,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그것이 저희에게는 가장 큰 힘이 됩니다. 저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잊히는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잊히고 우리가 잊히는 것입니다. 그러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잊혀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잊지 않겠다고 위로해주십시오. 그리고 함께 목소리를 내주셔야 합니다. 무엇이라도 해주셔야 합니다. 이것은 강요가 아니라, 이미 그렇게 마음먹고 계시기 때문에 말씀드립니다. 노란 리본을 달아주십시오.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을 세상에 보여주십시오.

지금 서명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전국은 물론 세계 각지에서 서명을 보내오고 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렇게 잊지 않기 위한 행동을 해주십시오. 저도 24시간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야만 희생자들을 위로할 수 있고, 그렇게 해야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주 작은 힘들이 모이면 큰 힘이 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많이 도와주시고 참여해주셔서 대한민국을 '살고 싶은' 나라로 만들고 싶습니다. 이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마무리되지 않는다면, 저도 마찬가지고 유가족 중 상당수는 이 나라를 떠날 것입니다. 그래도 대한민국에 남은 아이들을 지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런 결정을 내리지 않기 위해서 제 모든 것을 바칠 것입니다. 제 평생의 과업입니다.

▲ 고(故) 윤예은 양과 또래인 최혜빈 양이 지난 5월 17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추모제에 참석한 뒤 자신의 마음을 담아 그린 그림. ⓒ민들레

* 유경근 씨는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대변인이자, 단원고 유예은 양의 아버지입니다. 지난 5월 21일 서강대 이냐시오 성당에서 열린 희생자 추모 미사에서 한 이야기를 본인 동의와 수정을 거쳐 전합니다. 이 글은 대안교육 격월간지 <민들레> 93호 "잊을 수 없는, 세월"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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