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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표 세법개정안, 정치적 함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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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최경환표 세법개정안, 정치적 함의는 [Inside Story] 급조된 세법 개정 '부작용' 우려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의 새출발을 알리는 '2014년 세법개정안'이 6일 윤곽을 드러냈습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 후 20여일 만에 내놓은 세법개정안은 여당인 새누리당의 세금정책 기조를 그대로 옮겨온 모습인데요.
새누리당의 핵심 유권자인 노인과 농어민을 향한 세금 지원이 봇물처럼 터졌고, 중산층과 서민의 세부담을 덜어주는 항목도 담겼습니다. 직장인이나 자영업자 등 유권자들이 싫어할만한 '증세(增稅)' 방안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대기업들의 이익을 가계로 흘러가게 만드는 '기업소득 환류세제'가 등장했지만, 투자와 배당만 충실히 진행하면 세금 부담은 '제로'에 수렴되는 방안입니다. 지난해 사상 초유의 '리콜' 사태로 욕을 먹었던 세법개정안을 올해는 최대한 안전하게 욕 먹지 않는 쪽으로 고심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오후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47차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비즈니스워치

◇ '착한 세법'…야당은 불만 가득
매년 세법개정안이 나올 때마다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쪽에서 불만이 터져나오지만, 올해는 별다른 조세저항이 눈에 띄지 않습니다. 이익을 투자와 배당으로 내놔야 하는 일부 재벌 대기업들이 인상을 찌푸리는 정도입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논평에서 세금이 기업 투자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배려해달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대기업 접대비 한도를 늘리고, 고용창출투자 기본공제율 인하를 재검토해달라는 요구도 있었죠. 그나마도 새누리당에서 기업소득 환류세제를 손봐주겠다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어 상당히 누그러질 가능성도 높아 보입니다.
노인과 농어민에 대한 세금 혜택은 내년에도 더욱 풍성해질 전망입니다. 65세 이상 노인들은 '비과세 종합저축'을 통해 세금을 내지 않는 한도가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늘어납니다. 자녀로부터 생활비를 받아도 5000만원까지는 증여세를 내지 않습니다.
농어민들은 연간 144만원 한도의 이자소득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는 목돈마련저축을 비롯해 농어업용 기자재 부가가치세 영세율을 계속 누릴 수 있습니다. 축사용지와 농어촌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과 영농자녀에게 농지를 물려줬을 때 증여세를 면제하는 규정도 3년간 더 지속됩니다. 8년간 직접 가꾼 농지를 팔 때 양도세를 깎아주는 제도의 '재촌' 기준 거리는 20km에서 30km로 늘려 농민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해줬습니다.
야당에서는 정부와 여당의 세법개정안을 '부자감세 2탄'으로 규정하고, 아예 세제개편안을 따로 내놨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5일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세를 철회하는 대신, 고용을 늘리거나 임금을 올리는 중소기업에는 풍성한 세제혜택을 주기로 했습니다. 연말 국회에서 정부의 세법개정안과 함께 심사할텐데, 여야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됩니다. 양측의 이견은 결국 협상을 통해 '카드 교환' 방식으로 결론을 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 중장기 계획은 어디로?
올해부터 정부는 중장기 조세정책 운영계획을 국회에 제출해야 합니다. 눈앞의 현실에 급급한 세법 개정을 개선하기 위해 국세기본법에 명시된 사항입니다. 지난해 세법개정안에서도 중장기 조세정책방향이 함께 나왔지만, 정작 올해는 중장기 세금 플랜이 나와있지 않습니다.
정부 실무자들이 새롭게 부임한 경제부총리의 지시사항에 맞추느라 중장기 계획을 짤 시간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중장기 방안으로 제시한 지하경제 양성화와 비과세·감면정비, 금융소득 과세 강화 등의 큰 줄기가 달라진 게 없다는 점도 작용했다고 합니다.
어차피 국회에만 제출하면 되기 때문에 세법개정안과 함께 공개하지 않아도 법 위반사항은 아닙니다. 다만 국민들이 세금의 큰 그림을 볼 수 없다는 점이 아쉬운 대목입니다. 내년에 또 세금 제도가 어떻게 바뀔지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은 '불확실성'이라는 부작용을 낳게 됩니다.
세법개정안 발표 이틀 전이었던 4일에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중장기 아이디어를 제시했습니다. 금융투자소득 과세제도와 소득세 물가연동제를 도입하고, 광범위한 부가가치세 면세를 줄이거나 개별소비세 과세 품목을 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들 방안은 세금의 합리적 개선을 위해 필요한 사안들이지만, 당장 시행하면 기존 수혜계층들의 반발이 뻔한 내용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진정 국민을 위한 세법개정은 무작정 세금을 깎아주는 것이 아니라 공평한 과세가 우선입니다. 정부의 세법개정안이 점점 새누리당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변질되는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 시점입니다.

비즈니스워치=프레시안 교류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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