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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일병 사인은 구타…軍 사망시점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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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일병 사인은 구타…軍 사망시점 왜곡" 군인권센터 "'고의성' 드러내는 진술에도 살인죄 적용 안 해…사건 은폐 의혹"
육군 28사단 윤모(20) 일병 집단 폭행 사망 사건을 처음으로 폭로한 군인권센터가 7일 윤 일병의 사인이 '기도폐쇄에 의한 뇌손상'이 아닌 '선임들의 폭행'이라고 주장하며 전면적인 재수사를 촉구했다. 군 검찰의 수사기록 1200쪽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인데, 군 당국의 설명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주장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군인권센터(소장 임태훈)는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소재 센터 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윤 일병의 경우 기도폐쇄로 인한 사망 환자들의 일반적인 특성과 많은 차이점이 있다"며 냉동식품을 먹다가 기도가 막혀 저산소증을 일으킨 뒤 심정지에 이르렀다는 군의 부검 결과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윤 일병이 의식을 잃기 직전까지 말을 하고 이상 행동을 보이는 등 전형적인 질식사 증상과 다르고, 피고인들 역시 진술서에서 그 누구도 '피해자가 전형적인 기도폐색 증상을 보였다'는 진술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군인권센터는 "당시 피해자가 보인 운동장애 및 언어장애 증상은 흔히 뇌진탕이라고 부르는 경증외상성 뇌손상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소견"이라며 "(윤 일병이 보였던) 오줌을 싸는 증상도 의식 소실 시 흔하게 나타나는 소견"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런 정황들로 미뤄봤을 때 "사건 당일 피해자가 구타를 당한 과정에서 의식 소실이 선행됐고, 이어 2차적으로 의식 소실에 의한 기도폐쇄가 발생해 사망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냈다. 윤 일병의 의식 소실이 "심정지 이후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피고인들의 구타에 의해, 심정지 이전에 발생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임태훈 소장은 "이는 가해자들에 의한 상해와 윤 일병의 사인에 직접적인 연관관계가 있을 가능성을 의미하는 만큼, 군 검찰관은 공소장을 변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5일 오전 경기 양주시 육군 28사단 보통군사법원에서 윤 일병 사망 사건 가해자들이 호송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망 시점에도 의혹…'상해 치사' 기소한 군 검찰, 알면서도 은폐했나?

군 검찰이 '살인'이 아닌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한 근거가 됐던 가해자들의 심폐소생술 방식에 대해서도 의문점이 제기됐다.

기도 폐쇄 환자에게 시행해야 할 '하임리히법'이란 응급 처치를 하지 않았고, 이는 가해자들이 기본적인 인명구조 지식이 있는 의무병인 점을 감안한다면 이해가 되지 않는 심폐소생술이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임 소장은 "단순한 업무상 과실인지, 아니면 피해자가 사망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의도적으로 방치했던 이른바 '미필적 고의'가 있었던 것인지 전면적인 재수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고 했다.

윤 일병의 사망 시점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됐다.

군인권센터는 "윤 일병이 지난 4월6일 가해자들에게 집단 구타를 당한 뒤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다가 다음날 사망한 것으로 기록됐지만, 이는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며 "연천군보건의료원 의무 기록에 따르면 내원 당시 환자의 상태에 대해 'no pulse & no respiration'이라고 정확하게 적혀 있다. 이는 맥박과 호흡이 없는 상태, 즉 의학적으로는 'DOA(dead on arrival·도착 시 이미 사망)'라 불리는 상태로 연천군보건의료원 도착 당시 이미 사망한 상태였음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군 검찰관이 이런 사실을 파악했음에도, 가해자들이 심정지 환자에게 시행하는 심폐소생술을 윤 일병에게 했다고 진술했다는 이유로 살인죄 성립이 어렵다고 주장했다"며 헌병대와 군검찰이 수사를 축소·은폐했다는 의혹 역시 제기했다.

가해 선임병들 "뇌사 계속되면 가슴 멍은 심폐소생술 결과라고 하자"…사건 은폐 기도

주범인 이모(25) 병장이 윤 일병이 사망하길 기도하면서 사건을 은폐하려했다는 주변인 진술도 추가로 공개됐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사건의 목격자 김모 일병(입실 환자)은 4월6일 밤 윤 일병이 뇌사 상태에 빠져 병원으로 이송된 뒤, 이 병장으로부터 "뇌사 상태가 이어져 이대로 윤 일병이 말을 하지 못하게 되면, (폭행으로) 가슴에 든 멍은 심폐소생술을 하다가 생긴 것이라고 말을 맞추자"라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이를 두고 군인권센터는 "윤 일병의 사망이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라면, 윤 일병이 죽지 않고 살아나길 바라는 것이 인지상정"이라며 "이번 사건이 '상해치사'가 아닌 '미필적 고의에 따른 살인'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수사기록상 이런 진술들이 버젓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들을) 상해 치사로 기소했다는 것은 헌병대와 군 검찰을 비롯해 지휘관들이 사건을 축소·은폐하려는 의지가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라며 "이들에게 직무유기의 죄를 묻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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