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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거슨 사태'로 본 미국 경찰, '미친 로보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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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거슨 사태'로 본 미국 경찰, '미친 로보캅'? [주간 프레시안 뷰] 오바마 정부에서 심화된 인종갈등과 불평등
미국에서 피부색이 하얗지 않다면, 한국에서처럼 경찰에 함부로 대하다가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모양입니다. 최근 미국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외곽의 퍼거슨이라는 조그만 도시에서는 한 10대 흑인 소년이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했습니다. 경찰의 지시에 고분고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년의 오른팔에 네 발의 총알, 그것도 부족해 고개 숙인 소년의 머리에 두 발의 총알을 박아 넣었답니다.

이 사건은 지금 '퍼거슨 사태'로 불리며, 미국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드러낸 상징적인 사건이 되고 있습니다. 당장은 이 소년이 흑인이고, 퍼거슨 시 주민이 대부분 흑인이면서도 지역사회의 권력과 부는 소수 백인들에 집중된 '인종차별'적인 구조 속에서 벌어진 '흑백 갈등' 사건으로 초점이 맞춰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통계를 보면, 미국 경찰에 걸리면 죽음을 면치 못하는 백인도 부지기수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경찰에 의해 살해되는 것은 유색인종'이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물론 유색인종이 백인보다 살해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은 이미 통계로도 확인된 바 있습니다.

지금 미국 경찰은 군부대처럼 중장비로 무장한 채 "일상적인 비상사태"처럼 활동하고 있다는 비판과 경고가 비슷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따라서 '퍼거슨 사태'는 인종 갈등의 측면과 함께 미국 공권력이 일부 시민을 무자비한 진압 대상으로 여기는 '경찰국가'의 성격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는 점이 복합된 사건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 미국 퍼거슨 총격사망사건 규탄 시위. ⓒ연합뉴스

미국 정부와 주류언론, 흑인사회 분노 김 빼기

우선 인종 갈등 측면에서 '퍼거슨 사태'는 미국 전역에서 흑인사회가 분노가 들끓을 만한 요소들이 많습니다. 마이클 브라운(18)이라는 흑인 소년은 비무장, 무저항 상태로 경찰의 총탄을 여섯 발이나 맞고 사망했습니다.

퍼거슨 시의 흑인 주민들이 격렬하게 항의하자, 경찰은 '정당방위'였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브라운과 그의 친구 도리안 존슨이 인근 상점에서 담배를 절도하다 경찰의 제지에 불응해 일어난 사건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퍼거슨 시 경찰의 이런 대응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었습니다. 절도용의자라고 해서 경찰이 살해할 이유가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브라운에게 총격을 가한 경찰인 대런 윌슨이 두 명을 불러 세운 이유 또한 이들이 절도용의자임을 알았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도로 한가운데로 걷는 등 교통 방해 행동을 했다는 것이 경찰이 이들을 불러 세운 이유였습니다. 경찰도 나중에 인정한 내용입니다. 따라서 이런 이유로 시작된 사건이 경찰이 시민을 살해한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은 정당방위로 보기 어렵습니다.

궁지에 몰린 경찰은 1차 부검 당시 총알을 몇 발이나 맞았는지 등 자세한 내용을 밝히지 않았고, 브라운이 경찰의 총을 빼앗으려 했기 때문에 발포하게 되었다는 등 '진실게임' 양상으로 몰아가려 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의 해명은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브라운의 가족이 1차 부검을 믿지 못해 사적으로 전 뉴욕시 검시관 마이클 베이든에게 부검을 의뢰했습니다. 그 결과 머리에 두 발, 오른팔에 네 발 등 최소 여섯 발의 총알이 관통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목격자들의 증언처럼 브라운이 양 손바닥을 펴 머리 위로 들어 올리면서 '쏘지 마라'는 자세를 취했으나 경찰이 이를 무시하고 총을 쏜 것이라는 데 무게를 실린 부검 결과였습니다.

흑인 소년 사망 사건 이후, 퍼거슨 시에서는 격렬한 항의시위가 벌어졌습니다. 급기야 미주리 주는 지난 8월 16일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이 일대 야간 통금령까지 내렸습니다. 하지만, 흑인 사회는 주 정부의 주의에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더욱이 브라운이 살해된 이틀 뒤 로스앤젤레스에서 경찰 검문에 저항했다는 이유로 흑인 청년 이젤 포드(25)가 또다시 살해당하면서 "이건 흑인 주민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살인 경찰'을 규탄하는 시위에 백인 주민도 동참하고 있습니다. 지난 17일 수백 명의 시민들은 LA경찰국 본부 앞에서 "살인 경찰, 이제 그만(Stop, Killer Cop)"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항의하는 등 미국 전역에 경찰의 과잉 대응을 질타하는 시위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미 지난 1992년 LA 폭동 도화선이 됐던 '로드니 킹 사건'을 겪은 LA경찰은 자신들의 '전과' 때문인지 시위대에 길을 터주며 자극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심지어 미국 주류 언론들은 갑자기 '흑인 영웅' 만들기에 나서며 흑인 사회의 분노 달래기에 나섰습니다. 이른바 '3S 정책' 중 하나인 '스포츠'를 통해 대중의 무관심을 유도하려는 고전적인 수법이죠.

지난 16일 열세 살 흑인 소녀 모나 데이비스가 2014 리틀야구 월드시리즈 내셔널리그 테네시 대표팀과의 조별리그 경기에 선발 투수로 등판해 6이닝 완봉승을 따낸 이후, 미국 주류 언론들은 "남자의 전유물인 야구 경기에서 여자가 최초의 완봉승을 거뒀다"며 대서특필하고 있습니다. 남자 일색인 야구경기에서 여자 투수가 완봉승을 거둘 정도의 대단한 실력을 보였다는 것은 물론 화제가 될 만합니다. 하지만 미국 주류언론들이 일제히 데이비스의 일거수일투족을 부각하는 것은 흑인 사회의 관심을 돌리려는 '언론 플레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이미 체면을 구긴 오바마는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통해 시위대의 자제를 당부하는 한편, 연방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에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고 밝혀 사태를 진정시키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미국 최초의 흑인 법무부 장관 에릭 홀더을 20일 퍼거슨 시 현장에 보내기도 했습니다. 또한 법무부는 연방정부 차원에서 브라운에 대한 '2차 부검'을 실시했습니다.

하지만, 연방정부건 주 정부이건 당국이 진정성을 갖고 대응하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브라운 가족들과 주민들은 경찰의 과잉대응을 주장하며, 윌슨의 즉각적인 기소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미주리 주 정부는 법무부가 주도하는 2차 부검의 결과 발표가 우선이라면서도 발표 계획은 잡지 않고 있습니다. 미주리 주 정부는 야간 통행금지(17,18일 오전 0~5시) 조치가 전혀 먹히지 않자, 18일 새벽 주 방위군 투입이라는 더욱 강력한 무력대응으로 대체했습니다.

흑인 대통령 정부에서 더욱 심해진 인종차별과 불평등

경찰의 대응이 전혀 먹히지 않는 이유가 뭘까요? 불평등에 시달리는 흑인 사회의 분노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기 때문이죠. 인구 2만 1000명의 퍼거슨 시에서 주민 3분의 2가 흑인입니다. 이들 대부분은 빈곤층이며, 시의원이나 경찰 간부 등 지역 사회의 권력은 소수 백인들이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경찰에 체포된 퍼거슨 시 주민 중 흑인은 483명, 백인은 36명이라는 통계를 보면, 확실히 흑인이 차별받고 있습니다.

불평등이 '피부 색깔'로 정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피부 색깔'이 큰 요인이 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인종차별에 따른 불평등은 교육과 취업 등 사회 전체에 뿌리 깊이 자리해 있습니다. 2012년 미국 센서스에 따르면, 미국 내 흑인 인구는 전체 중 14.2퍼센트(%)이지만, 미국 전체 부(富)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7%에 불과합니다. 미국 인구 중 64%를 차지하는 백인들이 전체 부 가운데 88%를 차지하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더구나 흑인 가계 빈곤 비율은 28.1%로 전체 평균 11.1%를 크게 웃돌죠.

그런데 말입니다. 인종차별 때문이든 다른 요인 때문이든, 미국 사회에서 빈곤층으로 전락한 사람들은 누구나 경찰에 의해 쉽게 '체포'되고 '살해'될 위기에 놓여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합니다. 미국 경찰이 '미친 로보캅'으로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죠.

2000년대 들어 미국 경찰의 수는 급증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20년간(1992년~2012년) 200만 건을 육박하던 폭력 범죄가 최근 100만 건 초반으로 급감했습니다. 하지만, 이 기간 경찰의 이른바 '정당방위에 의한 살인'은 강력 범죄 1만 건 당 1.92건에서 3.38건으로 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미 하원 군사위원회 소속 민주당 행크 존슨 의원은 "지역 경찰이 군대화되고 있다"며 9월 의회에서 '경찰무장 제한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연방 상원의원들도 "경찰의 군대식 대응이 사태를 악화시켰다"며 이에 동의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 역시 경찰의 군대화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시사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8일 백악관 긴급 기자회견에서 "경찰의 과도한 공권력 사용에 대해서는 어떠한 변명도 있을 수 없다"며 "경찰과 군대 사이의 경계선이 흐려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나아가 오바마 대통령은 "연방 정부가 경찰에 지원하는 무기 구입비 정책을 재검토할 필요성을 느낀다"고 덧붙였습니다. 연방정부는 1997년부터 경찰에 기관총 등 중화기는 물론 경장갑차, 지뢰방호차량 등 군사무기를 지원해 왔고 그동안 지원된 금액만 43억 달러(약 4조 3900억 원)에 이릅니다.

흑인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가 2008년부터 시작되었지만, 인종 갈등이나 불평등 문제는 더욱 심화된 미국. 이제 미국은 '군대화 된 경찰'이 아니면, 유지하기 힘든 사회가 됐다는 것을 '퍼거슨 사태'가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요?

<주간 프레시안 뷰>는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만의 차별화된 고급 칼럼지입니다. <프레시안 뷰>는 한 주간의 이슈를 정치/경제/남북관계·한반도/국제/생태 등 다섯 개 분야로 나눠 정리한 '주간 뉴스 일지'와 각 분야 전문 필진들의 칼럼을 담고 있습니다.

정치는 임경구 프레시안 정치 선임기자 및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번갈아 담당하며, 경제는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남북관계·한반도는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국제는 이승선 프레시안 국제 선임기자, 생태는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맡고 있습니다.

이 중 매주 한두 편의 칼럼을 공개하고자 합니다.

※ 창간 이후 조합원 및 후원회원 '프레시앙'만이 열람 가능했던 <주간 프레시안 뷰>는 앞으로 최신호를 제외한 각 호를 일반 독자도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주간 프레시안 뷰> 내려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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