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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 걸린 채 출근?…'나쁜 사회' 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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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독감 걸린 채 출근?…'나쁜 사회' 징표!" [안종주의 건강사회] 건강한 사회에서는 나쁜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에서 끊임없이 계속되는, 참 나쁜 사고

좋은 사고는 없다. 하지만 사고는 일어난다. 그런데 피할 수 있는데도 일어나는 사고가 있다. 나쁜 사고다. 나쁜 사고가 얼마나 자주 일어나느냐, 얼마나 큰 규모로 일어나느냐가 그 사회의 건강성을 좌우한다. 나쁜 사고가 자주 일어날수록 건강하지 못한 사회, 즉 위험사회이다. 나쁜 사고가 일어나지 않거나 덜 일어날수록 건강사회다.

나쁜 사고가 일어났음에도 그 사회 구성원의 의식이 바뀌지 않거나 사고를 근원적으로 예방하고 줄이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실행에 옮기지 않는 사회는 위험사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위험증폭사회이다.

1994년 10월 21일 아침 8시 한강을 가로지르던 성수대교가 두 동강이 나 와르르 무너졌다. 32명이 숨졌다. 마치 전쟁 중 폭격을 당한 듯한 모습이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선하다. 그리고 이 사고 뒤 1년도 채 되기 전인 1995년 6월 29일 저녁 서울 서초동에 있던 삼풍백화점이 폭삭 주저앉았다. 사망 502명, 부상 937명, 실종 6명 등 14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났다. 우리나라에서 단일 사건·사고로는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난 것으로 기록됐다.

이 두 사건 모두 김영삼 정부 때 발생했다. 이들 사고 외에도 김영삼 정부에서는 대형 인명사고가 잇따라 터져 나왔다. 그래서 문민정부가 아니라 참사정부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이들 사고는 모두 돈에 눈 먼, 안전 불감증과 정부의 무능, 기업이 만들어낸 인재였다. 나쁜 사고의 전형이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정말 어처구니없는, 나쁜 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국민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20년이란 시차를 두고 엇비슷한 인재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소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는 대한민국에 날벼락들이 계속되고 있다. 나쁜 사고가 계속되는 사회는 나쁜 사회다. 이런 사회를 근본적으로 수술할 생각을 하지 않고 세월만 보내는 정부는 나쁜 정부다.

ⓒ프레시안(김윤나영)

판교 환풍구 추락 참사는 세월호 사건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탓

2014년 4월 16일 아침 진도 앞바다에 여객선이 침몰해 학생을 포함한 300명이 넘는 생명을 잃었다. 사고가 난 지 6개월이 지났는데도 아직 10구의 주검은 차디찬 바다 속에 누워 있다. 사고가 발생한 뒤 스스로 나온 사람을 제외하곤 배 안에 있던 승객을 단 한 명도 구해내지 못했다. 참 나쁜 구조였다. 우왕좌왕 해경에 무능 정부, 참사 발생 8시간이 되도록 대책회의 한 번 열지 않은 무능 대통령이 보여준 최악의 인재였다. 그 뒤 6개월이 넘도록 박근혜 정부가 국민들에게 보여준 것은 오직 불통, 불신뿐이었다.

이런 정부에서 나쁜 사고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아니나 다를까 우려하던 나쁜 사고가 또 발생했다. 아직 세월호 진상조사를 위한 특별법조차 처리하지 못하는 정치권에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는 가운데 10월 17일 저녁 경기도 성남시 분당 도심 한복판인 판교에서 공연을 관람하던 사람들이 걸그룹 가수 공연을 더 잘 보기 위해 환풍구 위에 올라갔다가 이것이 무너져 졸지에 16명이나 목숨을 잃었고 11명이 중상을 입었다. 어쩔 수 없는 사고가 아니었다. 일어날 사고가 아니었는데 일어났다. 전형적인 나쁜 사고였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언론사와 지자체 등이 사고 발생 1주일이 되도록 서로 네 탓 공방을 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과 구조 실패를 놓고 선장과 선원, 선주(유병언), 해경 탓만 하고 정작 반성해야 할 사람들은 반성하지 않는 일이 판교 환풍구 붕괴 추락 집단 사망 사고에서도 판박이처럼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사고 원인은 돈, 시민과 당국의 안전 불감증 등 종합적

세월호 침몰 참사와 판교 환풍구 붕괴 참사는 닮은 점이 매우 많기는 하지만 일란성 쌍둥이처럼 완전 판박이는 아니다. 세월호 참사 때 승객은 사건 발생과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이번 판교 환풍구 참사는 숨지거나 다친 사람들에게도 일말의 책임은 있다. 환풍구에 전혀 접근하지 못하도록 장치를 해놓은 것은 아니었지만 지상에서 1미터나 되는 높이에 설치했기 때문에 일부러 올라가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보도와 거의 같은 높이에 환풍구가 있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좀 더 안전에 대한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더더군다나 30명 가까운 성인이 한꺼번에 면적이 넓지도 않은 환풍구 위에 몰려들어 공연을 보았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몰리지만 않았더라도 사고가 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안타깝다.

물론 사람이 지나다니거나 올라갈 수 있는 환풍구에서 국민의 뇌리에 각인될 만한 사고가 그동안 없었다. 이 때문에 사고를 당한 사상자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동안 설마 철제 구조물이 무너지겠는가라는 생각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환풍구의 설계를 안전 위주로 했더라면 하는 지적이 뒤늦게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역시 여기에도 예산, 즉 돈 문제가 개입돼 있다. 이번 사고는 결국 환풍구 사고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 미비와 정부와 지자체, 소방당국 등의 허술한 안전점검과 관리, 그리고 여기에다 시민의 안전 불감증, 시민에 대한 안전 교육 홍보 소홀 등이 맞물려 대형 참사로 터져 나온 것이다.

이는 박근혜 정권과 우리 사회가 아직 세월호 참사에서 참 교훈을 얻지 못하고 세월호 유족들과 야당, 그리고 많은 대다수 국민의 요구를 무시하고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자기반성과 제도 개선을 하지 않은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김영삼 정부 때부터 외쳤던 안전 문제에 대해 역대 정권들은 떠들 때만 마치 혁신할 것처럼 사탕발림을 하고, 세월과 함께 망각을 쉬이 하는 우리 국민들의 나쁜 행태를 이용해 슬그머니 지금까지 그냥 넘겨왔다는 것이다.

▲ 19일 오후 환풍구 덮개 붕괴 사고로 16명이 숨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테크노밸리 야외광장의 환풍구 주변에 고인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인근 상가에서 마련한 국화 화분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건강하지 못한 사회에서는 생명과 건강을 시민이 챙겨야

건강사회에서는 국가와 사회가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져주지만 그렇지 못한 국가에서는 시민이 자구책으로 자신의 생명과 건강을 챙겨야 한다. 제품의 주의사항을 꼼꼼히 읽고 그 제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들어있는 성분은 인체에 어떤 경향을 끼치는지 알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는 환경보호나 위험에 대비하던 사전예방원칙(Precautionary principle : 위험하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더라도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원칙. 편집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즉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것이다. 뛰기 전에 앞을 내다보는 것이다.

하지만 평소 우리는 이런 것을 무시하거나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치부한다. 계단이나 산에서 두 손을 주머니에 넣는다거나, 길을 걷거나 지하철 역사에서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주위를 살피지 않고 휴대폰을 조작하는 데 여념이 없는 사람이 태반이다.

독감이나 감염병에 걸린 사람들이 집에서 쉬거나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지 않고, 학교나 직장으로 나가 동료들에게 이를 옮기는 일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파도 직장이나 학교에 나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긴다. 이들은 감염병 확산의 전도사들이다. 기침을 하거나 재채기를 하면서 손이나 소매로 입을 막지 않고 당당하게 공기 중으로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사람들도 있다.

사실 건강하지 못한 사회와 건강하지 못한 행동을 하는 사람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이들은 서로 연계돼 있다. 건강하지 못한 사회에서 시민들은 건강하지 못한 사고방식과 건강 행동을 보이게 마련이다. 거꾸로 건강하지 못한 건강 의식과 습관, 행동을 보이는 시민들이 많은 사회는 결코 건강 사회를 만들어가지 못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시민들로 하여금 건강한 습관을 지니도록 국가가 교육하고 홍보하고 소통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건강한 습관과 의식을 지닌 시민이 우리 사회에 다수를 차지한다면 그 어떤 성격의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국민의 안전과 생명, 건강을 돌보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를 위해 제도 개선과 함께 투자를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환풍구도 그렇게 안전하지 않은 상태로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시민들에 대해 환풍구가 위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대대적으로 알려왔을 터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비극은 바로 국가와 시민 모두에서 싹트고 있었던 것이다.

판교 환풍구 붕괴 추락 집단 사망사고는 바다, 육지, 하늘, 지하 어디에서도 우리는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그리고 무능한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것도 보여주었다. 그리고 사고가 생기고 난 뒤에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됐다. 스스로 깨어 있고 이를 바탕으로 무능한 정부를 을러대는 길 밖에 없다. 가장 좋은 길은 무능한 정부를 선택하지 않는 것이다. 건강사회는 저절로 오지 않는다. 깨어 있는 시민의식이 곳곳에서 넘칠 때 건강사회는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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