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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1억 올려달라"?…최경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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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1억 올려달라"?…최경환 책임이다 [주간 프레시안 뷰] 나성린이 전월세 상한제를 주장하다니
안녕하세요? 경제 흐름의 맥을 짚어 드리는 <프레시안> 도우미 정태인입니다. 열어 놓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타자를 치는 손가락이 시릴 정도의 계절이 됐습니다. 기온만큼 경제 온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얘긴 몇 달 전부터 했습니다만, 서민들에게 그 고통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나성린'이 전월세 상한제를 주장하다니

▲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이 16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기재위의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월 16일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귀를 의심할 만한 발언이 튀어나왔습니다. 주인공은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입니다. 이한구 의원과 함께 새누리당에도 몇 명 안 되는 '순수 시장만능론자'인데, 그의 입에서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 겁니다.

그는 "내년에는 전셋값이 급등할 우려가 있다"면서 "야당과 합의해 정치적 리스크에 대해 공동책임을 지든지 해서 한시적으로라도 전월세 상한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서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지금 전월세상한제를 하면, 다음에 못 올리니까 이번에 한꺼번에 올리는 문제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전월세 상한제를 추진하면 집 주인들이 몇 년 치를 한꺼번에 올릴 거라는 얘기죠. 하여 "시행이 불가능한 정책을 예고하면 시장에 값만 폭등시키고 효과를 못 본다"는 겁니다.

최 부총리는 짐짓 세입자들을 걱정하는 척했지만, 속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을 겁니다. 그의 정책 기조란, 1) 전셋값이 계속 올라서, 예컨대 집값의 70퍼센트(%)를 넘어서면 세입자도 집을 사는 게 낫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2) 돈이 없는 게 문제라면 집을 살 수 있도록 돈을 빌려 주면 된다(금융규제 완화), 3) 700조 원에 이르는 부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에 유입돼서 집값이 오르기 시작하면 본격적으로 주택 매입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4) 금리까지 내리면 금상첨화라는 겁니다. 바야흐로 건설 붐도 일어나서 현재의 경기 침체를 타개하는 그림이 그의 머릿속에 있습니다. 전셋값 파동은 그의 시나리오 중 한 단계에 불과하니까 속으론 은근히 반기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 시나리오가 벌써 어긋나서 애가 타기 시작했겠지만….

시장주의자 나 의원이 도대체 왜 전월세 상한제 같은 '가격 규제'를 들고 나왔을까요? 그는 "집주인이 전세금을 1억 원 올려달라고 해서 죽겠다"고 솔직하게 대답했습니다. 실제로 전셋값은 폭등의 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 전셋값 월별 동향. ⓒ국민은행

위 표를 보면 전국의 아파트 전셋값은 작년 말 대비 3.27%, 작년 9월 대비 6.08% 올랐습니다. 물론 서울은 더 많이 올랐죠.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전셋값은 16% 가까이 뛰었다고 합니다. 서울뿐 아니라 전국이 다 그렇습니다. 전국 146개 시군구 가운데, 가격이 상승한 지역은 119곳인 반면, 하락한 지역은 11곳에 불과했습니다.

현재 서울의 아파트값 평균이 5억 원을 넘어섰습니다. 전셋값을 집값의 60%로 잡아도(실제론 70%에 육박하고 있죠) 3억 원이고 1년에 6%면 1,800만원, 2년 치를 복리로 계산하면 4000만 원이 넘을 것이고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로 치면 평균 5000만 원 이상 올랐습니다. 물론 집주인들은 이보다 더 많이 올려 달라고 합니다. 전세 수요가 워낙 크기 때문입니다. 중하층으로부터 상류층으로 돈(전세금 인상분의 이자만큼)이 넘어가고 있는 겁니다.

주먹구구로 계산해서 1000만 세대가 전셋값을 5000만 원씩 올려 줬다면 천만세대가 이자분인 150만 원(5000만 원*0.03)씩 집 주인들에게 준 셈이니까 무려 15조원이 부자들에게 이전된 겁니다. 그에 비례해서(집주인과 세입자의 소비성향의 차이에 비례해서) 경제성장률도 떨어지겠죠.

이번 전셋값 상승은 최경환 부총리 작품

최 부총리는 이명박 정부의 산업자원부 장관부터 부총리가 된 지금까지 일관되게 "부동산 가격이 너무 낮다, 부동산으로 경기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남아 있는 부동산 관련 규제를 전부 풀었습니다. 박 대통령의 '줄푸세란 바로 이런 것'이라는 모범을 보여 준 거죠.

과연 부동산 경기가 꿈틀거렸습니다. 9월 들어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집값이 올라가기 시작했고 거래도 다소 늘었습니다. 항상 부동산 붐 신호탄 역할을 한 신도시 청약은 최 부총리 정책의 성공을 보장하는 듯했습니다. 경기도 위례 신도시 청약은 평균 139대 1, 최고 경쟁률 370대 1이었고 부동산 투기를 상징하는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도 등장해서 분양권에 1억∼2억 원의 웃돈이 붙었습니다.

과연 중산층들이 이 흐름에 편승하고 다시 여윳돈을 가진 자산가들이 집을 몇 채 더 사는 일이 이어질까요? 현재 전셋값 인상에 허덕이는 중산층은 그럴 여유가 없고, 돈을 쥐고 때를 기다리는 자산가들은 아직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그렇다면 현재의 정부 정책은 오히려 더 빠른 집값 하락을 유도할 수도 있습니다. 반짝 올랐을 때 집을 팔아야 손해를 덜 볼 테니까요. 물론 이 가능성도 당장 현실화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말하자면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형국이랄까요(제 생각엔 후자가 실현될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이런 상황이 전셋값 폭등으로 이어진 겁니다. 집주인들은 경기가 나쁜 데다 금리까지 낮아져서 돈을 굴릴 곳이 별로 없으니까 기존 전세를 대폭 올리든지 아니면 월세로 바꾸려고 합니다. 들어갈 수 있는 집은 고정되어 있으니 사람들은 더 작은 집이나 외곽에서라도 전세를 구하려 할 테고, 이 때문에 수도권의 경우 경기도 신도시 아파트의 전셋값이 폭등을 하게 된 겁니다.

그래서 '전세 난민'이라는 말까지 등장했죠. 이삿짐을 싣고 하남, 성남, 용인, 광명, 수원으로 전전하는 난민 행렬…. 결국 동탄과 같은 곳은 전세가가 90%에 이르게 됐습니다.


도대체 전세가 뭐길래…

전세는 집을 빌려 사는 거니까 임대의 일종인데 일정액을 미리 내고 나중에 돌려받는 겁니다. 실은 전셋값의 이자분만큼 월세로 내는 제도죠. 한국과 몇몇 나라에만 있는 희귀한 제도인데 그 이유가 있습니다. 실제로 서울의 인구가 폭증하던 시기, 그러니까 현재의 70~80대 때부터 50대까지는 월세로 살다, 돈을 모아 전세로 옮기고, 다시 운이 좋아 아파트 당첨이라도 되면 어엿한 주택 보유자가 되는 경로를 걸었습니다. 제 아버지도, 저도 그랬죠.

그러니까 1960년대에서 90년대 중반까지가 전세의 전성시대였다는 얘기죠. 이 시기는 다 아시다시피 한국이 고도성장하던 시기였습니다. 전세라는 제도는 고성장과 고금리가 공존하는 조건에서만 성립합니다. 고성장과 도시 집중으로 살 집을 구하는 사람이 많아야 하고, 동시에 목돈을 받아 굴릴 데가 많아야 한다는 얘기죠.

▲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습니다. ⓒ연합뉴스

집주인들의 (기대) 수입은 집값 상승에서 오는 이익과 전셋돈을 굴려서 들어오는 소득으로 구성됩니다. 그러므로 집값이 빠르게 오르는 상황에서는 대체로 전셋값에는 관대합니다. 집값이 몇 억 원 올랐고 계속 오를 게 확실하다면, 괜히 얼굴 붉히며 몇 천만 원 올릴 필요가 없겠죠.

하지만 집값이 정체하거나 심지어 떨어진다면, 상황은 돌변합니다. 집값 하락은 대체로 경기하락 시기와 겹치기 때문에 금리도 떨어집니다. 더구나 2000년대 중반 부동산 투기 광풍으로 돈을 빌려서 집을 산 사람들은, 집값이 떨어지면 담보가치가 줄어들기 때문에 원리금도 빨리 갚아야 합니다. 이른바 디레버리징(Deleveraging, 레버리징(leveraging, 빚을 지렛대로 한 투자법)의 반댓말)이 시작된 겁니다. 그래서 보통 집값과 전셋값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만, 집값이 정체하거나 하락하면 반대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정책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이런 움직임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합니다. 해서 참여정부 때는 부동산 투기 억제 정책을 만들 때마다 정책이 성공할 경우에 대비해서 전셋값 상승에 대한 대책도 마련했습니다. 공공임대주택을 늘리는 게 가장 확실한 대책이죠. 물론 집값을 잡지도 못했고 공공임대주택 건설도 그리 크게 늘리지 못했습니다만….

모조리 거꾸로 가는 정부

그동안 말씀드린 대로, 국내외 경기는 모두 좋지 않습니다. 어쩌면 대위기에 대비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런 상황에선 전셋값 인상 요구에 시달리더라도 2~3억 원을 빚내서 집을 사려는 사람은 없습니다. 또 대부분은 1억 원 가까운 돈을 빚내서 전셋값을 올려주기도 힘들 테고, 직장마저 불안정하다면 월세 전환도 감당할 수 없을 겁니다. 그래서 전세 난민이 양산되는 겁니다. 서민들은 몸으로 때우는 수밖에 없는 거죠.

다만 직장이 안정된 중산층이라면 금리도 떨어졌고 각종 혜택도 준다고 하니, 또 2년마다 이사하는 게 힘들어서(제 경우입니다) 빚을 내서라도 전셋값을 올려 주려고 할 겁니다.

10월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 등 시중은행의 9월 말 현재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14조86억 원으로 지난해 말(10조5509억 원)보다 무려 3조4577억 원(32.8%)이나 늘어났습니다. 이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9월말 현재 274조8802억 원으로 올해 들어 7.2% 증가했으니까 전세자금 대출이 주택담보 대출보다 4배 이상 늘어나고 있는 겁니다.

"전셋값이 오르면 차라리 집을 사려고 할 것이다, 그러면 전세파동은 해결되고 집값 상승에 따른 경기활성화가 가능하다, 그러므로 전세자금이나 매입자금을 충분히 빌려 주면 된다"고 생각한 최 부총리, 서승환 국토부장관의 생각은 어디서부터 엇나간 걸까요?

경제의 흐름을 잘못 짚어서 충분한 물적 인센티브만 주면 국민들이 그들의 뜻대로 우르르 몰려다닐 것(이른바 '허딩'(herding, 떼로 집단을 형성하는 현상))이라고 생각한 것부터 틀렸습니다. 물론 이들은 앞으로도 더 많은 금전적 혜택을 줘서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려고 할지도 모릅니다. 여러 번 얘기했지만 여기에 속아 넘어가지 않는 것이 우리가 살 길입니다.

"설마, 그렇게까지"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정부는 대표적인 서민주거 정책인 행복주택을 대폭 축소했고, 심지어 공공임대 주택 등을 짓기 위해 보유하고 있던 토지도 민간 건설사에게 팔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서민들의 퇴로를 막아 버린 거죠. 이제서 정신을 차려서 임대주택을 짓겠다고 해도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당장의 고통을 덜어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나 의원까지 '전월세 상한제'를 들고 나온 겁니다. 경제가 나쁘면 고통을 골고루 부담해야 합니다. 그런데 집 주인들이 자신의 힘을 이용해서, 더구나 당장 살 집을 구해야 하는 세입자의 곤경을 이용해서 전월세를 대폭 올리려 합니다. 당연히 국가가 나서야 합니다. 그것이 최소한의 사회정의니까요. 하지만 이 정부는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잘못된 경제 전망, 부동산 신화에 대한 과신, 그리고 시장에 맡기면 모든 게 해결될 거라는 그릇된 믿음, 이것이 최 부총리와 서 장관의 실체입니다.

당면한 문제를 얘기하다 보니, 우리 삶을 장기적으로 좌지우지할 얘기를 할 여유가 없군요. 그중 하나가 TPP(환태평양 동반자 협정)입니다. <위키리크스>에서 지적 재산권에 대한 협상문 초안을 폭로했는데요. 한미 FTA 때부터 이 주제를 추적해 온 남희섭 변리사의 이야기를 꼭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온 인류의 자산인 지식까지 상품화해서 지적 재산권으로 제도화하려는 시도는 '글로벌한 수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간 프레시안 뷰>는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만의 차별화된 고급 칼럼지입니다. <프레시안 뷰>는 한 주간의 이슈를 정치/경제/국제/생태/세월호 등으로 나눠 각 분야 전문 필진들의 칼럼을 담고 있습니다.

정치는 임경구 프레시안 기자 및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번갈아 담당하며, 경제는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국제는 박인규 프레시안 편집인이 맡고 있습니다. 생태와 세월호는 각각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과 김익한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원장이 격주로 진행합니다.

이 중 매주 한두 편의 칼럼을 공개하고자 합니다.

※ 창간 이후 조합원 및 후원회원 '프레시앙'만이 열람 가능했던 <주간 프레시안 뷰>는 앞으로 최신호를 제외한 각 호를 일반 독자도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주간 프레시안 뷰> 내려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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