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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적자에 시달리는 지자체들, '평창'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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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적자에 시달리는 지자체들, '평창'의 미래?

[프레시안 books] 김태일·좋은예산센터 <재정은 어떻게 내 삶을 바꾸는가>

평창 동계올림픽 분산 개최 여부가 논란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그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적잖은 전문가와 환경 단체 등은 분산 개최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분산 개최 주장의 핵심 근거 중 하나는 세금 낭비 문제다. 단 며칠의 행사를 위해, 그것도 그 시설 중 상당수는 대회가 끝나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할 공산이 큰데도, 더욱이 대규모 환경 훼손까지 감수하며 지금 같은 방식으로 어마어마한 세금을 쏟아부을 이유가 있느냐는 것이다. 호기롭게 국제 대회를 유치했다가 빚더미에 눌려 허리 휜 사례가 국내외에 많다는 점에서도 이러한 주장을 가벼이 여기는 건 곤란하다. 올림픽 개최의 기쁨이 지자체 재정 파탄 및 중앙 정부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 지원이라는 악몽으로 귀결되지 않도록 차분히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관련 기사 : "평창 동계올림픽, 분산 개최 논의해야")

그런 작업에 도움이 되는 책을 한 권 소개하고자 한다. <재정은 어떻게 내 삶을 바꾸는가>(코난북스, 2014년 7월 펴냄)가 바로 그것이다. 저자는 '시민을 위한 예산 정책 전문 집단'을 지향하는 좋은예산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다.

"한국 사회 필수 지식 지방 재정 교양 강의"라는 표지 문구처럼 이 책은 지방 재정에 대해 시민들이 알아야 할 사항을 정리한 교양서다. 지방 정부는 어떻게 구성돼 있고 무슨 일을 하는지, 지방 재정은 어떻게 이뤄져 있고 그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지방 재정은 왜 위기를 맞았는지, 지자체 파산 제도가 필요한지 등 지방 재정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를 차근차근 정리했다. 그러면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 금융 위기 이후 가속화된 정부의 시장화,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는 민자 사업,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한 국제 스포츠 행사 유치 붐, 호화 청사, 강고한 풀뿌리 카르텔을 형성해 지방 자치를 좀먹는 토호 등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한다.

이 책의 장점으로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은 교양서의 기본에 충실하다는 점이다. 지방 재정과 관련해 짚어야 할 다양한 주제를 놓치지 않고 다룬 것에 더해 잘 읽히도록 정리한 점이 무엇보다도 눈에 들어온다. 사실 재정은 세금 및 일상에서 경험하는 행정 서비스와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시민의 삶에 매우 중요한 사안이지만, 딱딱하게 다가오기 십상이다. 용어의 장벽(예컨대 교부금과 보조금의 차이를 정확히 설명할 수 있는 시민이 얼마나 될까?), 중앙 정부 사무와 지방 정부 사무의 구분을 비롯한 복잡한 행정 체계 같은 것에 더해 재정 문제는 그 속성상 숫자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점만으로도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일반 시민이 접근하기 어렵다는 것을 다른 말로 하면 지자체 고위층을 중심으로 한 관료가 자신들만의 장벽을 치기가 쉽다는 것이다. 그 장벽이 두꺼울수록 일부 인사들이 시민의 피 같은 세금을 제 주머니 쌈짓돈으로 여기고 분탕질하다 재정 파탄을 초래할 위험도 커진다. 그런 파국을 막으려면, 저자도 거듭 강조하는 것처럼 투명한 정보 공개와 시민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 재정 문제에 대한 시민의 관심과 이해도를 높이는 작업이 절실한 이유다. 이 책은 그러한 작업에 도움이 되는 기본 교양서 역할을 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무거운 주제임에도 술술 읽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구체적인 사례를 풍부하게 제시했다는 점이다. 예컨대 지방 재정 위기를 다루는 장에서는 성남시 모라토리엄 선언 사건, 인천시 부채 책임 공방, 인천·화성·천안시의 분식 회계, 처참한 실패로 끝난 용인시 경전철 사업, 재정 파탄 위기에 처한 태백시 같은 국내 사례에 더해 경제성 없는 개발 사업을 거듭하다 파국으로 치달은 일본 유바리, 한때 자동차 산업의 메카였으나 몰락해 파산한 미국 디트로이트 같은 해외 사례까지 다양하게 제시한다. 한편으로는 황당하게, 다른 한편으로는 참 뻔뻔하게 세금을 낭비하고 심각한 재정 문제를 일으킨 사례들을 다른 장들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렇게 엉뚱한 데로 줄줄 샌 세금을 다른 곳에 제대로 썼다면 서민들이 삶의 팍팍함을 조금은 덜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게 만드는 사례들이다.


지방 재정에 대한 접근 막는 장벽을 낮출 교양서

ⓒ코난북스
물론 저자의 분석과 주장에 남김없이 동의하는 건 아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대목도 만나게 된다. 예컨대 "교육 자치 분리는 통합으로 바꾸는 것이 맞다"고 이야기하는 부분도 그렇다.

유독 지방 정부의 교육 정책에 한해서만 단체장이 책임자가 될 수 없고 별도로 교육 전문가 중에서 책임자를 뽑아야 할 마땅한 근거는 없다. (…) 단체장들이 경제 개발에 치중하는 데는 유권자들에게 달리 어필할 수 있는 게 마땅치 않다는 이유가 크다. 교육이 단체장 관할이 된다면, 그래서 교육 정책의 품질로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면 무리할 정도로 경제 개발에 치중하는 일도 상당히 줄어들 수 있다. (258∼260쪽)

저자는 헌법이 보장한 교육 자치가 교육 행정을 일반 행정에서 분리하라는 뜻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교육감 직선제 대신 지자체장이 교육감을 임명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행정학계 전반의 분위기와 일맥상통하는 주장이다. 그에 더해 저자는 "학교의 전문성, 자주성, 정치적 중립성이 제대로 지켜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와 관련,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의 새로운 시도를 번번이 막아섰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교육을 단체장의 업무로 하자는 것과 지역 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제안은 탁월하다"며 이 책을 추천한 건 의미심장하다.)

그러나 이 문제는 조금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나라당(오늘날 새누리당)이 사력을 다해 무상 급식, 학생 인권 조례 등을 반대한 것이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고, 지난해에는 진보 교육감이 대거 당선되자 박근혜 정부가 바로 교육감 직선제 폐지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런 현실에서 교육감 직선제 폐지가 "학교의 전문성, 자주성, 정치적 중립성" 증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데 의문을 품을 독자가 적지 않으리라고 여긴다. 아울러 많은 지자체장이 개발 사업에 과도하게 치중하는 이유가 교육 행정이 분리돼 있기 때문이라고 볼 근거가 충분한지도 의문이다.

이처럼 의문이 드는 대목들도 담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방 재정 문제에 대한 시민 교양서로서 이 책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덧붙이면, 오건호(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박사가 국가 재정 문제를 진보적인 시각에서 파헤친 <대한민국 금고를 열다>(레디앙 펴냄)를 함께 읽을 것도 권한다. (프레시안 북스 해당 서평 바로 가기)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김태일 교수의 이야기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분산 개최 주장에 쌍심지부터 켜는 이들이 다시 한 번 이 문제를 차분히 생각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올림픽이 재정 파탄이라는 악몽으로 마무리되는 건 누구도 바라지 않는 일 아닌가.

평창 동계올림픽 역시 브랜드 효과와 국민들의 정서적 만족감이 꽤 클 것이라고 믿는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대회를 치르느라 막대한 재정 부담과 손실이 발생한다면 마냥 좋을 수는 없다. 치밀하고 알뜰한 계획과 사후 관리로 비용을 최소화하지 않는다면 잠깐의 기쁨을 위해 두고두고 허리가 휜다. (…) 지금껏 유치한 국제 대회 중 최고였다고 누구나 인정하는 2002년 한일월드컵마저도 아직까지 지방 재정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당시 지자체에서는 총 2조 원을 들여 경기장 10개를 신설했다. 이 경기장 상당수가 현재는 지역의 애물단지가 되었다. 서울 상암경기장 등 네 곳을 제외하고 여섯 곳이 만성 적자 상태다. 2009∼2012년 대전구장에서는 63억 원, 제주구장에서는 33억 원 적자를 봤다. 축구는 인기 종목이고 프로 구단이 있는데도 이 지경이다. 동계올림픽 종목은 대부분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별로 없다. 사후 활용 방안이 더욱 마땅치 않다. 그런데도 기존 시설을 활용하겠다든가 하는 비용 절감을 위한 노력도 그다지 기울이지 않는다. (…) 최근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도시 중에서 나가노와 밴쿠버는 올림픽 이후에 엄청난 재정 적자 탓에 크게 고생했다. 소치는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구체적인 상황은 아직 모르겠지만 역시 막대한 적자를 봤을 것이고 후유증이 꽤 크리라고 예상된다. (…) (평창 동계올림픽) 잔치가 끝난 뒤 뒤치다꺼리가 너무 힘들지 않도록 미리미리 대비하기를 바랄 뿐이다. (177∼1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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