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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전문 기자 강양구의 변심이 반가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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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과학 전문 기자 강양구의 변심이 반가운 이유

[프레시안 books] 강양구 <세 바퀴로 가는 과학 자전거 2>

강양구 기자에게.

잘 지내시죠? 그러고 보니 강 기자의 미국 생활도 얼마 남지 않았네요. 기자로서 이런 엄한 시절에 현장을 떠나 있는 마음이 어떨지 짐작이 갑니다. 그래서 새로 펴낸 <세 바퀴로 가는 과학 자전거 2>(뿌리와이파리, 2014년 12월 펴냄)의 서문도 세월호 이야기로 시작한 것이겠지요. 하지만 그런 단절이 또 다른 시각과 관점을 강 기자에게 던져주리라 생각합니다. 귀국해서 그 절실함을 실천으로 펼쳐내시면 되겠지요.

그동안 강 기자가 그리웠습니다. 문득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때가 생각나기도 하네요. 강 기자가 대학교 4학년 마지막 학기를 막 시작할 무렵이었죠 아마? 강 기자는 대학 생활의 마지막 학기를 좀 익숙하고 편하게 지낼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제가 맡았던 '독서와 토론'이라는 과목을 수강했었지요. 저는 그때 짧은 연구소 정규직 연구원 생활을 마감하고 다시 대학교에서 강의를 시작하던 때였습니다. 과학책을 읽고 토론하고 글을 쓰는 '독서와 토론'이란 과목을 맡아서 의욕 넘치게 수업을 진행했던 기억이 납니다. 자신이 잘 아는 과학책을 읽고 편하게 좋은 학점을 받으려던 강 기자의 의도를 무력화할 만큼 제 의욕이 넘쳤던 것 같네요. 강 기자도 고생을 많이 했을 거예요. 2학점에 어울리지 않는 과도한 학습량을 요구했으니까요.

제 기억에 강 기자는 전형적인 모범생이었어요. 최소한 그 과목에서는 말이죠. 제가 요구하는 독서를 해냈고 글을 썼고 토론에 적극적으로 참여를 했었지요. 저는 그에 합당한 최고 학점을 부여했구요. 언젠가 글쓰기 강연을 할 때 강 기자의 글이 학생 때보다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강 기자가 제출했던 보고서 중에서 글을 발제해서 강 기자의 <프레시안> 기사와 비교를 해봤었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학생 때 이미 기자처럼 글을 쓰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자는 학생들에게 학생 때도 글을 잘 썼던 강 기자 칭찬만 하고야 말았습니다.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그저 강 기자의 글솜씨를 칭찬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새로 낸 책 이야기를 하기 위한 워밍업이라고나 할까요.

ⓒ뿌리와이파리
사실 <세 바퀴로 가는 과학 자전거 2>를 읽으면서 좀 지루했습니다. 그동안 여러 차례 강 기자와 공적·사적으로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책의 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도 끝까지 정독했습니다. 서평을 쓰는 필자로서 저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춘 것이기도 하지만 이 책에 실린 글 속에서 강 기자의 변화를 읽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물론 예나 지금이나 세상을 보는 강 기자의 실천적 문제의식에는 근원적인 큰 변화가 없는 듯합니다. 너무 당연한 소리인가요? <세 바퀴로 가는 과학 자전거 2>의 '들어가며'에 이렇게 적어 놓았더군요.

"바로 이것이 이 책을 펴내는 이유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백 명의 친구들을 저세상으로 보내고서 망연자실하는 어떤 친구가 있겠죠. 이 책이 그런 친구에게 도대체 지금 세상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 한 단면을 알려 주는 역할을 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그리고 늘 강 기자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 속에서 강 기자가 그동안 썼던 글과 달라진 미묘한 변화를 감지했습니다. 질문이 늘었더라구요. 강 기자의 글이 깔끔하고 논리적이고 정치적으로 올바르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이 말을 다른 각도에서 보면 빈틈이 없다는 것이 돨 것입니다. 틈이 없으니 비집고 들어가기가 좀 민망했죠. 그런데 이번 책에서는 뭐랄까 틈이 보였다고나 할까요. 좋은 빈틈이었습니다. 형식적으로는 강 기자의 글에서 단정보다 질문이 늘었다는 것입니다. 설득하려는 노력보다 보여주고 공감하려는 태도가 비췄다고나 할까요. 같이 생각해 보자는 호소를 한다고나 할까요. 어쨌든 질문을 던진다는 것은 자기 자신에게는 물론 다른 사람에게 같이 길을 걷자는 프로포즈를 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강 기자가 나이가 더 들었고 아이가 생겼고 이 땅을 떠나 있다는 시공간의 변화가 그 주된 원인 중 하나겠지요. 하지만 세월이 간다고 환경이 변한다고 모든 사람이 변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강 기자의 변화가 아주 와 닿았고 좋았습니다. 혼자서 대단한 발견을 했다고 흐뭇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나가며'에 그런 이야기를 써놓았네요. 같은 생각을 해서 기쁩니다.

"물론 달라진 모습도 있습니다. 지난 8년간 수많은 현장을 누비면서 다소 추상적이었던 고민이 구체성을 띠게 되었습니다. 어떤 한 가지 문제를 둘러싼 현실의 복잡한 사정에 눈을 더 뜨게 됐고, 어떤 문제를 단칼에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에 더 많은 의심을 품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책에 비해 이 책이 질문에 답하기보다는 또 다른 질문을 던지는 경우가 많은 것은 이 때문입니다."

강 기자의 세상에 대한 관심은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과학기술의 문제점을 파헤쳐서 진실에 접근하는 것일 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파헤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실천 전략을 짜고 투쟁해왔겠지요. 하지만 때로는 자신이 변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자신의 신념을 바꿔야 할 때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 시점에서 사람들은 의외로 현명한 선택을 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강 기자는 현명한 선택을 한 대목이 보여서 반가웠습니다.

"잡식 동물로 진화해 온 인류가 채식만 혹은 고기만 고집하는 일은 그 자체로 자연스러운 일은 아닙니다."

<세 바퀴로 가는 과학 자전거> 1권에서 채식주의에 힘을 실었던 강 기자의 변심이 반가웠습니다. 강 기자의 말대로 복잡한 현실을 복합적으로 보는 혜안이 생긴 것 같아서요.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신이 내뱉은 말을 바꾸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절감하는 입장에 강 기자의 고백에 경의를 표합니다. 자신에 대한 태도라는 측면에서 말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요즘 유행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유행하는 '공기 반 소리 반'이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강 기자의 글에서 그동안 글을 읽었다면 <세 바퀴로 가는 과학 자전거 2>에서는 글과 함께 연민도 읽었습니다. 더 성숙해진 강 기자의 세상을 향한 태도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책이지요.

한 가지 욕심을 부리고 싶습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세 바퀴는 과학과 기술과 사회입니다. 이 책에는 주로 기술과 사회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강 기자가 당연히 과학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과학'을 일부러 누락한 이유는 이 책에서는 과학의 근원적인 덕목인 '경이로움'에 대한 이야기가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책의 의도가 과학기술의 문제점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는 것이니 과학의 경이로움을 양념 넣듯이 끼워 넣는 것도 어색한 일일 것입니다. 강 기자가 다른 작업을 통해서 나와 함께 과학의 경이로움에 대한 해석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압니다. 하지만 이런 욕심을 부려봅니다. <세 바퀴로 가는 과학 자전거 3>에서는 과학의 경이로움까지 포괄하는 그야말로 세 바퀴가 된 글을 보고 싶다는 꿈 말입니다. 이 책에서 목격한 변화에 더해서 이런 변화를 또 보고 싶습니다.

양구야, 그동안 너와 함께 우정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았어. 남은 미국 생활 잘 마무리해. 곧 볼 수 있겠네. 사랑해.

한번쯤은 강 기자를 '양구'라고 부르고 싶었습니다. 강 기자의 책 마지막 구절을 인용해서 제 마음을 대신합니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길에서 그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2014년 1월 9일

이명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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