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기저귀가 일회용 기저귀보다 좋다는 건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천기저귀를 선택하는 엄마들은 많지 않다. 자주 갈아줘야 하는 번거로움과 세탁의 어려움 때문이다. 그 가운데 하나라도 줄여주고자 사회적기업 '송지'가 나섰다. 엄마들을 대신해 천기저귀를 세탁하고 집까지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기저귀 때문에 아픈 아이
1급 발암물질인 다이옥신, 강력흡수체인 폴리아크릴산나트륨, 환경호르몬으로 알려진 프탈레이트 등은 일회용 기저귀에 들어 있는 유해 화학물질이다. 그런데 막상 눈에 보이는 게 아니니 엄마들의 피부에는 잘 와 닿지는 않는다. 하지만 직접 피부에 닿는 아이들은 어떨까?
지난해 12월 중순 서울 용산구의 송지 사무실에서 만난 이선옥 팀장은 가장 먼저 아이들의 피부염을 걱정했다.
"미국의 자료를 보면, 일회용 기저귀를 사용하기 전에는 기저귀 피부염이 7퍼센트(%)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사용이 일반화된 1990년대 이후에는 78퍼센트의 아이들이 기저귀 발진을 겪는다고 해요."
물론 천기저귀를 써도 기저귀 피부염은 생기긴 한다. 하지만 천기저귀로 인한 피부염은 습기를 제대로 날려주지 않아 축축해서 생기는 가벼운 것이지만, 일회용 기저귀로 발생하는 피부염은 화학적인 민감도 때문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 아이들 건강에 위협적일 수 있다.
송지는 천기저귀를 손수 세탁해 집까지 배달해준다. 송지의 서비스를 이용하면 천기저귀를 일일이 빨아야 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어 편리하다. 그럼에도 천기저귀 사용을 포기하는 엄마가 많다. 일회용 기저귀는 몇 번 볼일을 봐도 새지 않지만, 천기저귀는 자주 갈아줘야 하기 때문이다. 송지의 황영희 대표는 일회용 기저귀를 사용하는 아이가 자못 안타깝다.
"세탁까지 해 주어도 천기저귀가 싫다는 엄마들은 두 번 세 번 빨리 갈아줘야 한다는 자체가 싫은 거예요. 그런데 바꾸어 생각하면, 두 번 세 번 싼 기저귀를 아이가 그대로 뭉개고 있다는 말인데… 내가 그러고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기분이 어떻겠어요? 아무리 일회용 기저귀가 획기적으로 잘 나왔다고 해도 이미 배설된 배설물에서 세균번식이 일어나지 않는 건 아니에요. 세균번식은 계속 일어나고 있습니다. 밖으로 새지 않을 뿐이지요."
천기저귀도 함께 제공하는 송지의 세탁 서비스 가격은 한 달 6만 원~10만 원 선으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서울시에서만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현재 연간 2만 명 정도가 70퍼센트 지원 혜택을 받고 있다. 가격 차이는 천기저귀 제공이 월별 몇 개(200개, 300개, 400개)냐에 따른 것으로, 3단계로 구분해 놓은 이유는 아이가 자라면서 인지가 생기면 대소변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단계가 끝나갈 때쯤에는 대변훈련에 들어가는데, 일회용 기저귀의 경우는 두 번씩 싸도 되니 아이들이 기저귀를 떼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이 팀장이 귀띔한다.
"요즘은 만 2년이 지나도 기저귀를 안 떼는 애들이 많은데, 심지어 3살까지도 차고 다니는 아이들이 있는 등 기저귀를 차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어요. 그런데 기저귀를 차는 기간이 길어지면 아이 정서발달이나 인지발달을 저해할 수 있습니다."
콜럼버스의 일회용 기저귀
아이의 건강을 위한 선택이 천기저귀라면, 아이가 살아갈 지구를 위한 선택도 당연 천기저귀다. 일회용 기저귀가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유아 1명당 사용하는 일회용 기저귀는 평균 25개월 동안 약 5000개인데, 이를 만들기 위해 천기저귀보다 249배나 많은 187킬로그램의 목재를 사용해야 한다. 또한, 일회용 기저귀는 천기저귀의 3배에 달하는 309킬로그램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뿐만 아니라 폐기물 발생량은 천기저귀의 10배나 된다.
"현재 종량제 봉투로 배출되는 쓰레기의 절반이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라 해요. 아직은 이 가운데 기저귀 비율이 높지 않지만, 앞으로 재활용이 지금보다 철저하게 이루어진다면 일회용 기저귀의 비율은 획기적으로 늘어날 겁니다."
게다가 일회용 기저귀는 잘 썩지도 않는다며 이 팀장은 세간에 떠도는 우스갯소리를 들려줬다.
"최적조건이라 해도 일회용 기저귀가 썩는 데는 250~500년이 걸린다고 해요. 그래서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해요. '콜럼버스가 일회용 기저귀를 찼다면 어딘가에선 그 똥이 아직도 썩고 있을 것이다'라고."
내 아이가 사용한 일회용 기저귀가 아이의 손자의 증손의 고손이 살아가는 미래에도 남아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일회용 기저귀 폐기물은 연간 20만 톤. 소각하자니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게 되고, 매립하자니 해마다 여의도 면적의 매립지가 필요하고 또 지구온난화 가스를 배출하게 된다. 일부 선진국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매립보다는 소각하는 추세지만, 사실 쓰지 않는 게 유일한 해답이다. 그래서 영국은 1990년대 후반부터 천기저귀 사용운동을 해왔다. 2004년부터는 대대적인 정책 장려를 시작해 현재는 30퍼센트 가까운 엄마들이 천기저귀를 사용한다고 알려졌다. 7퍼센트 정도로 짐작되는 우리나라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엄마의 마음을 담아
이렇게 일회용 기저귀의 각종 문제점을 알고 나면 모든 엄마가 천기저귀로 바꾸어야 할 것 같지만, 실상 주요 고객은 아직 개인보다는 어린이집이 대부분이다.
"홍보가 미흡하다 보니, 한 집에서 다음 집으로 가는데 구(區)를 넘기도 해요. 그리고 지금은 서울에만 서비스하는데, 젋은 부부들은 수도권에 많이 사시잖아요? 고양, 김포, 파주, 분당, 일산 같은 곳에서 문의 전화가 많이 오지만 서비스를 못 해 드리고 있습니다."
황영희 대표는 죄송하면서도 아쉬운 마음이 크다. 그래도 천기저귀 서비스를 받은 엄마가 둘째를 낳았다며 다시 연락이 왔을 때는 모든 직원이 뿌듯했다고 전한다.
송지는 엄마들의 선택에만 기대지 않는다. 자신들이 먼저 기저귀를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편리하고 덜 새는 일체형 기저귀를 개발하기도 하고, 고객들을 위한 세탁장 견학 프로그램도 준비하는 등 앞으로도 엄마의 마음으로 나아갈 길이 바쁘다. 하지만 때론 한계에 부딪힌다고 고백한다. 정부의 없다시피 한 지원 때문이다. 송지는 장당 5.5원인 일회용 기저귀의 폐기물 부담금으로 조성되는 연간 130억 원의 기금을 원래 사용해야 할 곳인 일회용 기저귀를 줄이는 데 쓰자고 제안한다. 더 좋은 천기저귀 개발에 투자하고 엄마들에게 홍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100퍼센트는 어려울 수 있어요. 하지만 10장 쓸 일회용 기저귀를 7장만 사고 나머지는 천기저귀를 사용한다면, 하다못해 어린이집에서만이라도 천기저귀를 사용한다면 크게 변하지 않을까요?"
대표의 입으로 전해 듣는, 우리 아이와 아이의 미래를 위한 송지의 간곡한 부탁이다.
* 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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