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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회고록, 정치세력화 '신호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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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회고록, 정치세력화 '신호탄' 될까? MB 후속 정치적 발언 시사…친이계 재결집하나
이명박 전 대통령이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을 펴내면서 자화자찬 및 민감한 외교안보 기밀 누설 등의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 전 대통령이 이 시점에 회고록을 펴낸 의도가 무엇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퇴임 후 2년 만에 회고록을 발간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자원외교 국정조사에 대한 공세적 방어"

회고록 발간 과정을 총괄한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30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예정대로 진행해서 나온 것"이라면서도 "언제 나오든 정치적인 문제가 된다"고 '너무 이르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그러나 김 전 수석의 말과는 달리, 회고록이 자원외교 사업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를 앞두고 나온 것이 우연이겠냐는 의심이 제기된다. 정치평론가인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지난 연말부터 계속된 야권의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위산업 비리)' 국정조사 주장 때문에 수세에 몰려서 일종의 '공세적 방어'를 한 측면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전 수석은 간담회에서 이같은 시선을 의식한 듯 "자원외교에 대해서는 굉장히 절제해 원론적 입장을 넣은 것"이라며 "(분량이) 길지 않다"고 하면서도, "그 부분이 빠져 있으면 마치 자원외교에 문제가 있어서 빠진 것처럼 보이지 않겠느냐"고 정면 대응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또 "4대강 사업은 분명한 철학이 있었다"고도 했다.

새해 들어 구 친이계인 정병국·권성동·조해진 의원 등이 언론 인터뷰에서 이명박 정부 자원외교 사업이 뭐가 잘못됐느냐는 취지로 적극 대응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철희 소장은 "이 전 대통령이 여권 내부에서 다시 'MB 그룹'을 만들어 볼 생각이 있는 게 아닌가"라며 "친박계에 눌려 있다가 지금 강력한 차세대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세력화를 하려는 게 아닌가 싶다"고 평하기도 했다. 회고록 발간을 계기로 구 친이계를 결집해 현실 정치에 영향력을 발휘하려 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날 김두우 전 수석은 간담회에서 기자들에게 "현실 정치에 개입하는 것은 이 전 대통령이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정치적인 부분을 앞으로 (발언을) 전혀 안 할 것인지, 이 부분이 회고록이 될지 말씀으로 하실지 확정된 것은 없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이 정치적 사안에 대해 추후 어떤 형식으로든 발언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그는 발언 대상이 될 '정치적 부분'과 관련 "회고록에는 정치적 내용이 별로 없고, 정치적 충돌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빠져 있다"며 "대통령이 '3김 정치'를 극복하고 싶어했고 재임 중 선거구 개편, 개헌 등의 제안이 있었는데 결국 이루지 못했다. 그 부분들에 대해 말씀을 하든 의사를 표현할 기회가 언젠가 오리라 본다"고 했다.

"남북 대화 진전, 정상회담 추진에 대한 견제"

이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북한의 정상회담 제의 사실 등 남북관계의 숨은 뒷얘기를 다 꺼내놓은 것 역시 정치적 관측에 힘을 싣는다. 북한 붕괴론 및 대북 강경정책에 대한 보수층의 지지를 지렛대로 삼아 박근혜 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한다면, 국정조사로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벗어남은 물론 현실 정치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날 <중앙일보> 등 대다수 언론이 민감한 외교 기밀을 공개한 것을 비판하고,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 역시 "형법상 외교기밀누설죄 소지가 있다"며 "지금이라도 책 출판이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하는 등 강한 역풍이 예상되는 속에서도 이 전 대통령 측이 이같은 내용의 발간을 감행한 이유 역시 주목된다. 북한의 비공개 제의를 폭로한 것은 남북관계를 경색시킬 수 있는 문제로, 정부의 대북정책을 일정한 방향으로 제한하는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남북관계 전문가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이 전 대통령의 메시지는 대북 강경론, 즉 '나는 원칙을 지켰다. 박근혜 대통령 당신도 함부로 정상회담 하려 하지 마라'는 것"이라며 "최근 남북 정상회담 얘기가 오가는 상황 속에서 청와대 내부의 대화파, 정상회담 추진파에 대한 정치적 견제로 보인다"고 했다. 김 교수는 "'나도 5년 동안 5번이나 정상회담 제의가 있었지만 대가를 요구하면 안 했다'고 과시하면서 자기 임기 5년에 대한 정치적 정당성을 주장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김두우 전 수석은 이날 간담회에서 "정부가 승계되는 과정에서 정보나 정책이 전달되는 것이 마땅하지만 한국사회가 아직 취약해 제대로 전달이 안 되고 끝나는 부분이 많다. 그래서 (남북관계 비사를) 이야기했다"며 회고록이 현 정부에 주는 '훈수'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김 전 수석은 "이 전 대통령 당선 시절로 돌아가 보면 '퍼주기 그만하라'는 국민의 공감대와 시대적 요구가 있었다"며 "북한에 대해 '퍼주기' 형태의 남북 대화를 더 이상 하지 않겠다, 경제 지원을 전제로 한 남북 정상회담을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또 이날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을 사실상 주도했다는 평을 듣는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관련기사 : 한일군사협정 '밀실 추진' 책임, 김태효까지 갈까?)은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북한은 2011년 우리가 정상회담을 하자고 애걸했다고 주장했는데 그건 말이 안 되는 것이고, 오히려 (천안함·연평도 사태에 대한) 사과 수위를 낮춰 달라고 애걸한 쪽이 당시 북한이었다"라고 주장했다.

김 전 기획관은 특히 민감한 내용을 공개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되냐는 취지의 질문을 받고 "박근혜 정부에게 오히려 좋은 교훈이 될 수 있다"면서 "지금 엇박자를 내면서 국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전 기획관은 "정상회담을 꼭 해야 하는 것인지, 대화를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인지, 그리고 남북관계에서 무엇을 목표로 해야 하는지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기 때문에, 지금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면 고쳐질 수 있고 좋은 길로 가려고 마음 먹었다면 훨씬 더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자료가 될 수 있다"고까지 했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이 '엇박자'를 내거나 '잘못된 길'로 가고 있어서 '국민이 불안해 하고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김두우, 세종시 부분 관련 朴정부 청와대 반발에 "오해"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 김 전 수석은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회고록 중 세종시 수정안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고 한 것(☞관련기사 : 靑, MB 회고록 정면 반박…신·구 정권 마찰)에 대해 "청와대에서 이 회고록을 정밀하게 보시면 상당 부분 오해가 풀리지 않을까 싶다"며 "(회고록에는) 정운찬 총리를 견제하기 위해 박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한 것이라는 내용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프레시안>이 입수한 회고록에는 "세종시 수정을 고리로 정운찬 총리 후보자를 2012년 여당의 대선 후보로 내세우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의심을 사게 됐다. 돌이켜보면 당시 여권의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 전 대표 측이 끝까지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한 이유도 이와 전혀 무관치는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적혀 있다.

김 전 수석은 회고록과 함께 나온 '에피소드북' <나는 오늘 대통령에게 깨졌다>에 대해 "다루는 주제가 다소 무거워 사람들이 어려워할 수도 있다는 출판사의 지적이 있어서 만든 것"이라며, 에피소드북에는 회고록 발간 과정에서 김 전 수석 등 예전 청와대 참모들이 이 전 대통령과 나눈 대화, 뒷이야기 등이 담겨 있다고 했다.

한 기자가 '현재의 청와대 내부가 소통이 안 된다는 지적이 있는 상황에서, 에피소드북에 담긴 소통과 토론을 보여줌으로써 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를 차별화하려는 것인가?'라고 묻자 김 전 수석은 "별도의 답변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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