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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때문에 울어도 안아주지 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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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CCTV 때문에 울어도 안아주지 못해요" [나는 어린이집 교사입니다②] CCTV, 정말 대안일까?
"절대 터치(touch) 하지 마."

요즘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많이 듣는 말이다. 학대 행위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이유다. 그런데 선생님들은 또 묻는다.

"우는 아이도 안아주지 말라고 하는데, 유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스킨십'이 가장 중요한 시기 아닌가요?"

인천 어린이집 학대 사건 이후 쏟아지는 학대 소식들, 학부모는 학부모대로 불안감에 떨지만, 교사들은 교사대로 하루하루가 힘겹다.

"저희 교사들끼리 그런 얘길 해요. 요즘은 우리가 세월호 사건 이후 우울했던, 그때 그 감정만큼이나 슬프고 기운이 없다고."

유정아(33, 가명) 선생님은 말했다. 아이들도 선생님들의 그런 기분을 안다. "선생님 오늘 어디 아파요? 기운이 없어요?" 물어보는 아이들에게, "아니야" 하면서도 '이렇게 일해야 하나' 마음이 무겁다.

"친구가 서울의 한 유치원에서 일하는데, 이사장님이 지침을 내렸대요. 안아주지도 말고, 머리 쓰다듬지도 말고, 머리도 빗겨주지 말라고요. 아이들에게는 백 마디 말보다 ‘쓰담 쓰담’ 머리도 만져주고, 안아도 주는 것이 더 중요할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CCTV(폐쇄회로) 영상으로 보면, 잘했다고 엉덩이 ‘토닥토닥’ 두드려 주는 것이 때리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으니까 하지 말라는 거죠. 지금 사회 분위기가 그렇게 만드는 건데…."

"의식 안 했던 CCTV, 영상 속 내 모습이 이상해"

서울의 한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신명선(51, 가명) 선생님은 뒤늦게 보육 현장에 취직한 새내기 선생님이다. 3년 차 교사인 신명선 선생님이 처음 어린이집에 '취직'했을 때부터 CCTV는 있었다. 그렇지만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 중에 CCTV를 떠올리는 순간은 없었다.

"CCTV는 늘 있었지만, 별로 상관 안 했거든요. 그런데 이 일이 터지고 나서는 굉장히 의식하게 되더라고요, 나도 모르게."

혹시 이런 행동이 '학대'로 비치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신명선 선생님은 지난해 만2세 반, 우리 나이로는 4세 아이들을 돌봤다.

"애들이 선생님에게 안아달라고 많이 그러거든요. 애들이 저 붙잡고 다리에 매달리고 그러면 '이러지 마, 떨어져 줘' 말하게 되더라고요. 확실히 아이들 안아주는 건 많이 줄었어요. 못 하게 된 거죠. 아쉽지만 어쩌겠어요."

같은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이수진(36, 가명) 선생님은 아이들과 몸 장난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 선생님이 함께 몸으로 구르고, 뛰고, 잡고 해 주니, 아이들은 그때마다 '까르르 까르르' 숨이 넘어가도록 웃으며 좋아했다.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들은 그렇게 한바탕 몸을 쓰고 웃고 나면 오히려 차분해지기도 한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장난, 절대 안 한다." 역시 CCTV 때문이다.

"6~7세 남자아이들은 격한 몸 장난을 좋아해요. 그런데 나중에 CCTV로 아이들이랑 제가 몸 장난을 하는 모습을 보니, 완전 학대 장면처럼 보이더라고요. 자칫하다가 학대 교사로 몰리면 어떻게 해요. 경찰이 전수조사한다고 어린이집들 돌면서 CCTV 메모리까지 다 가져간다는데, 무섭잖아요."

몸으로 하는 놀이만 못 하는 것이 아니다. 우는 아이가 있으면 전에는 머리도 만져주고, 어깨도 쓰다듬어주면서 "00아, 왜 울어?" 하고 물었는데, 최근에는 자기도 모르게 한 발 떨어져 서게 된다. 그리고 묻는다. "왜 우는 거예요?" 마음속에서 따라 나오는 말. ‘선생님 때문에 우는 거 아니잖아.’

선생님의 바뀐 태도를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영문을 모르니, '선생님이 나를 예전만큼 안 좋아하네' 혼자 상처받는 것은 아닐까? 선생님들의 얘기를 들으며 갑자기 아이들이 더 불쌍해졌다. 이수진 선생님도 말했다.

"어떤 학부모님은 교사가 너무 사무적으로 아이를 대하는 것 같다고 서운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어떡해요, 교사들도 학대한다는 오해는 받기 싫은데…."

▲보육교사 11년 차인 이수진(가명) 선생님이 프레시안과 만나 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보육교사 11년 차인 이수진 선생님은 최근 CCTV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난 뒤에는 자연스러운 수업이 더 힘들어졌다. CCTV 속 자신의 모습이 낯설었기 때문이었다.

"원장님이 CCTV 영상을 보고 자기반성을 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영상을 보니 내가 정말 이상하더라고요. 머리 위에서 찍은 영상이어서 그런지, 그 영상 속 나는 너무 커 보이고 아이는 너무 작아 보이고. 저는 원래 얘기하면서 손짓을 많이 하거든요. 그런데 영상에서는 그게 조금 위협적으로 보이더라고요."

CCTV로는 그때 어떤 상황이었는지, 어떤 말이 오갔는지, 어떤 분위기의 목소리로 선생님이 말을 했는지 다 알기가 힘들다. 오해의 소지가 많은 것이다.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CCTV 설치 의무화를 어떻게 생각할까?

그런데 정치권은 아동학대의 가장 손쉬운 예방책으로 CCTV를 내놓고 있다. 전체 어린이집의 21% 수준에 불과한 CCTV 설치율을 100% 설치하도록 의무화하겠다는 것이다. 찬반 여론은 팽팽하지만,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2월 안으로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미 자발적으로 CCTV를 설치하는 어린이집도 빠르게 늘고 있다.

4년제 대학에서 유아보육을 전공하고 지금은 민간 어린이집에서 일하며 교육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유정아 선생님은 "기본적으로는 반대지만, 지금 분위기에서 설치 자체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한다.

"엄마들이 ‘나는 CCTV 없으면 불안해서 못 보내겠다’고 교사들을 불신하고, 그런 불신 때문에 교사는 교사대로 힘이 든다면 설치 의무화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조금이나마 둘의 관계에 믿음이 생기게 해줄 수 있는 수단이 된다면요. 그렇지만 교사의 인권이 존중되어야 교사도 아이들의 인권을 존중해 줄 수 있어요. 어떤 사람이 내가 존중을 못 받는데 다른 사람을 존중하겠어요?"

유정아 선생님은 되물었다. 사실 CCTV가 학대를 막을 수 없다는 건 모두가 안다. 실제 인천의 어린이집 등 최근 학대가 벌어진 곳에도 CCTV는 이미 있었다. 그런데도 CCTV 설치 의무화 얘기가 나오는 것은 모든 어린이집 교사의 '학대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상이다. "우리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거잖아요"라는 선생님들의 조용한 항의는 그런 점에서 반박하기 어렵다.

"어쨌든 우리를 범죄자로 보는 거잖아요. '네가 학대할 수도 있잖아, 그때 너 잡아넣어야지.' 이런 거니까요."

이수진 선생님의 말이다. 물론 다른 목소리도 있다. 경기도의 한 국공립어린이집에서 일하는 10년 차 보육교사 김지혜(33, 가명) 선생님은 CCTV 설치 자체는 찬성한다.

"서로 신뢰가 있으면 제일 좋죠. 그런데 이미 신뢰가 이렇게 무너진 보육현장에서, 신뢰 회복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요? 교사 입장에서도, 저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이를 때리지 않았는데 때렸다고 학부모님들이 찾아오거나 물어보면, 'CCTV 보세요' 말할 수 있으니까요."

김지혜 선생님은 오히려 다른 문제를 지적했다. CCTV가 '교사 감시'의 차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이수진 선생님의 경험은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3년 전 처음으로 각 보육실에 CCTV가 설치된 후로 원장 선생님이 수시로 수업 중인 교실에 전화를 걸어 왔다고 했다.

"선생님, 지금 무슨 시간인데 그러고 있어? 애들은 뭐하는 거야?"

다른 엄마들이 '문제아'로 낙인 찍은 CCTV 속 그 아이, 내 아이가 될수도…

교사의 인권 외에도, 선생님들은 또 한 가지 중요한 대목을 얘기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선생님들 모두가 CCTV 얘기가 나오면 꼭 짚어주었던 대목이었다. 아이들의 인권 이야기다. 이수진 선생님의 설명이다.

"여러 아이가 모여 있는 곳이잖아요. 어떤 엄마는 내 아이가 장애가 있어 다른 부모에게 내 아이의 이런 모습을 보여주기 싫을 수 있잖아요. 그런데 CCTV 속에서는 그 아이의 모습이 다 드러나죠. 다른 부모 모두가 내 아이를 나쁜 아이로 낙인찍을 수도 있어요. 그게 과연 좋은 일일까요?"

유정아 선생님도 같은 문제를 제기했다.

"교실 마다 한두 명씩 일종의 '말썽꾸러기'는 있어요. 그 아이가 내 아이가 아닐 거라는 보장은 없죠. 실시간으로 부모님들이 CCTV를 본다고 해보세요. 엄마들끼리 모여서 얘기를 하다가, 'A가 우리 애를 불편하게 했나 봐' 한 엄마가 말하니까, 다른 엄마도 '우리 애도 그러던데' 얘기했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런 일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럼 엄마들은 모두 A에게 순간적으로 집중하게 돼요. 마침 CCTV를 보는데 A가 반 친구들을 치고 다니는 모습이 잡힌 거죠. 교사는 그 상황 속에 있으니 보는 관점이 달라요. 그렇지만 엄마들은 오로지 어른의 눈으로 보는 거죠. 심해지면 '선생님, 우리 애랑 A랑 같은 반 되지 않게 해 주세요' 이런 말도 나와요. 그 A가 내 아이가 될 수도 있어요."

CCTV 설치 자체도 그렇지만, 실시간으로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발상은 매우 위험하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지자체들은 이런 서비스를 확대하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경기도만 해도 도내 민간어린이집을 대상으로 '라이브 앱 TV' 설치 신청을 하면 설치비를 최대 130만 원까지 지원해주겠다며 희망원을 받고 있다. 인천시는 2월 중으로 시범사업을 한다고 한다.

교사들은 '실시간 CCTV 공개'의 부작용을 경고한다. 이미 그런 서비스를 하고 있던 어린이집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이수진 선생님이 전해줬다.

"아빠가 회사에서 실시간으로 어린이집 CCTV를 보는데, 직장 동료들과 같이 보는 거예요. 이 선생님 오늘 머리 스타일이 어쩌고, 키가 어쩌고, 옷차림이 예쁘네 마네 하면서. 실시간으로 전화하는 학부모님들도 있어요. '선생님, 저희 아이가 지금 00이한테 맞았어요. 선생님이 못 보신 것 같아서 전화 드려요' 이러기도 하고, '선생님, 우리 아이 콧물 좀 닦아 주세요' 전화하기도 하고요."

▲교사들은 'CCTV 실시간 공개'의 부작용을 경고한다. ⓒ프레시안(최형락)


800억 들여 CCTV 다 달면, 신뢰가 정말 회복될까?

이수진 선생님은 "CCTV는 존재 자체가 불신을 키운다"고 주장했다. "CCTV 있을 때랑 없을 때 경험을 비교해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사람을 못 믿고 기계를 믿는다는 건데, 보육 현장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로 유지되는 곳이잖아요. 어떻게 나를 못 믿으면서 나에게 아이를 맡기죠? 부모님들이 불신의 눈으로 교사를 바라보면, 교사도 아이를 사무적으로밖에 못 대해요."

신명선 선생님도 말했다.

"아이를 믿고 맡긴 거잖아요. 그러면 선생님을 믿어야지 누구를 믿겠어요. 그렇지 않고 서로 서로 감시해야겠다고 마음먹으면 문제가 풀리기는 쉽지 않아요. 오히려 더 꼬이기만 쉽죠."

김현숙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어린이집 전체에 CCTV를 설치하려면 약 800억 원이 들어간다고 한다. 800억 원을 들여 설치하는 CCTV가 이런 믿음을 단단하게 회복시켜줄까? 막대한 돈의 효용은 차치하더라도, 아이들은 무엇을 원할까? 다시 생각해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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