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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킨 TJS, 르나우의 판단은 옳은 것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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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킨 TJS, 르나우의 판단은 옳은 것이었나 [베이스볼 Lab.] 선의의 피해자 만든 잘못 남는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 최고의 화제는 전체 1픽으로 지명된 브레디 에이킨과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계약 불발 사태였다.
당시 휴스턴의 단장 제프 르나우는 에이킨의 팔꿈치 측부 인대가 정상적인 선수에 비해 작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휴스턴 측은 '팔꿈치 측부 인대가 작은 선수는 토미 존 수술을 받을 확률이 높다'는 이유로 에이킨의 계약금을 낮추려 했다.
반면 에이킨의 에이전트 케이시 클로즈는 '에이킨의 팔꿈치 측부 인대가 작은 것은 사실이지만, 토미 존 수술을 받을 확률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저명한 팔꿈치 수술 관련 의사 제임스 앤드류스의 의견도 첨부했다.
양측 모두 의료진의 진단 결과에 의거한 주장이었다. 결국 에이킨과 휴스턴은 계약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관련 종사자들은 지명한 선수의 건강상의 문제를 의도적으로 노출했다는 이유로 르나우 단장을 비난했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지난 등판에서 채 20구도 던지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던 브래디 에이킨이 27일(한국시각) 팔꿈치 부상으로 토미존 수술을 받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르나우 단장의 판단이 옳았던 것일까.
# 1. 5라운드 지명자 제이콥 닉스
그렇지 않다. 르나우 단장의 판단이 옳았다는 주장은 지나치게 단편적인 부분만 바라본 것이다.
▲ 제프 르나우 휴스턴 애스트로스 단장 ⓒEricEnfermero
드래프트 초반 휴스턴은 브래디 에이킨과 슬롯 머니(790만 달러)보다 낮은 금액(650만 달러)로 계약하는 대신, 아낀 돈을 활용해 5라운드에 지명한 제이콥 닉스와 150만 달러에 계약을 맺을 생각이었다.
실제로 휴스턴과 닉스는 임시계약까지 맺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에이킨과 계약이 틀어지면서 닉스와의 계약도 파기됐다.
1라운드 1번픽의 슬롯 머니인 790만 달러가 사라지면서 휴스턴이 드래프트에서 쓸 수 있는 계약금이 540만 달러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행 CBA룰(노사규약)에 따르면 메이저리그의 드래프트는 라운드별로 쓸 수 있는 돈의 제한(슬롯 머니)이 있으며, 1라운드에서 10라운드까지의 슬롯 머니를 더한 금액을 넘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계약을 해야 한다.
임시계약까지 맺고 대기 중이던 닉스는 졸지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에이킨과 닉스의 공동 에이전트였던 케이시 클로즈는 휴스턴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명백한 휴스턴의 잘못으로 드러났다. 휴스턴이 합의금으로 150만 달러를 지급한 것이 그 증거다.
제프 르나우의 판단은 선의의 피해자를 만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 2. 21라운드 지명자 맥 마셜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21라운드 지명자 맥 마셜의 존재 때문이다.
맥 마셜은 대학에 진학할 확률이 높다는 이유로 21라운드까지 떨어졌으나, 잠재력을 높게 평가받던 선수다.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휴스턴에 입단하게 하려면 더 많은 금액을 제시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드래프트에 쓸 수 있는 돈은 정해져 있다. 따라서 마셜을 영입하기 위해선 기존 선수들에게 주기로 한 돈을 깎을 수밖에 없었다.
에이킨의 '소형 팔꿈치 측부 인대'라는 상태가 의도적으로 언론에 노출됐을 당시 휴스턴은 21라운드 지명자 맥 마셜과 접촉 중이었다.
에이킨에게 기존의 650만 달러에서 300만 달러가 낮아진 350만 달러를 제시하면서 동시에 일어난 일이다. 이는 팔꿈치 이상을 핑계로 계약금을 낮추는 대신 또 다른 유망주를 영입하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미국의 스포츠전문매체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의 벤 라이터에 의하면, 휴스턴은 마지막까지 에이킨에게 접촉했다고 한다. 마지막 오퍼는 협상 기간이 끝나기 5분 전에 이루어졌으며, 금액은 500만 달러라는 사실까지 밝혀졌다.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에이킨이 거절하기 힘든 금액이었지만, 에이킨 측은 단호하게 제의를 거절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대학 진학을 포기한 채 단독으로 훈련해왔다.
이런 정황을 따져봤을 때, 르나우가 에이킨이 토미 존 수술을 받을 것을 예언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오히려 팔꿈치 상태는 에이킨의 계약금을 깎기 위한 핑계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 결론
이런 일도 있었다.
휴스턴은 2014시즌 개막을 앞두고 외야 유망주 조지 스프링어에게 7년 2300만 달러 계약을 제시했다. 놀라운 사실은 휴스턴이 스프링어의 에이전트에게 이 계약에 동의할 경우 바로 메이저리그에 데뷔시켜주고 아니면 못 해준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메이저리그 데뷔를 빌미로 유망주를 협박한 이 사건은 스프링어의 에이전트가 언론에 공개하면서 만천하에 드러났다.
26일 <포브스>는 메이저리그 구단 자산 가치를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구단 가치가 낮은 팀들은 대부분 중소형 도시에 위치한다. 그런데 2번째로 인구가 많은 텍사스주에 위치한 휴스턴의 구단 가치는 30개팀 중 26위에 그쳤다. 평균 관중이 28위에 그쳤으며, TV 시청률은 0.0%대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에 르나우 단장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합리성과 효율성에만 집착하는 르나우의 방식은 문제가 없는 것일까.
에이킨이 결국 토미 존 수술을 받게 되면서 '르나우 단장 재평가'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에이킨이 팔꿈치 측부 인대가 작았기 때문에 토미 존 수술을 되었다 하더라도, 르나우와 휴스턴이 옳은 결정을 내렸다고 할 수는 없다.
르나우 단장과 휴스턴은 닉스를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만들면서 개정된 드래프트 체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안 좋은 선례를 남기게 됐다. 언론에 신체검사 자료를 공개하면서도 뒤에서는 계약금을 낮춰 제시하는 선례도 남겼다.

이런 상황에서 에이킨과 계약하지 않은 것이 "르나우 단장의 신의 한 수"라고 말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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