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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재선충의 저주… 애국가 개사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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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재선충의 저주… 애국가 개사 위기? [김성훈 칼럼] 국가재난사업으로 지정해야
올해도 어김없이 필자 내외는 유한킴벌리사가 1984년부터 시행해온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달 28일 '신혼부부 나무 심기' 행사에 사회지도자 자격으로 참여했다. 500여 명의 신혼부부들과 함께 경기도 양평군 단월면의 한 산골에서 9000그루의 잣나무를 심고 돌아왔다. 바야흐로 조국의 산하가 재선충병(材線虫病)에 의해 전국의 소나무와 해송, 잣나무가 초토화되고 있는 시점에 재선충의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의 주 타겟 중 하나인 잣나무를 심었다는데 의미가 컸다. 특히 올해 식목일에는 시군 지자체와 산림관계자들이 소나무와 해송, 잣나무 묘목의 식재를 기피하고 있다. 모두들 소나무 재선충병의 저주를 피하려 발버둥치는 와중에 거행된 소나무·잣나무 심기 행사라 더욱 의미 심장하다는 뜻이다.

전국에 확산된 소나무 에이즈病

지난해(2014년 5월~2015년 3월)에만 전국 소나무류의 158만 그루가 감염되어 잘려나갔다. 2013년에는 208만 그루나 죽어갔다.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처음 발생한 이래, 해마다 평균 20만 그루가 감염되다가 이 정부가 들어선 이래 무려 7~10배의 소나무들이 재선충병에 걸리는 등 극성을 부리고 있다.

2월 말 전국 93개 시군구에서 소나무 재선충병이 발생했다. 서울도 지난해 7월 북한산에서 재선충병이 발생했다. 2012~13년 정부가 피해목 제거와 항공 방제 등 재선충 방제에 무성의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몇년 후면, 전국 산림면적의 4분의 1인 160만 핵타의 산에서 소나무가 완전히 사라질 전망이라고 한다. 그중에서도 과반이 훨씬 넘는 100만 헥타의 산지는 소나무 외에는 나무가 잘 자랄 수 없는 척박한 땅, 즉 암석지대이기 때문에 1960년대처럼 조국의 산하가 민둥산들로 꽉 들어설 전망이다.

'소나무 에이즈병'이라 불리는 재선충병은 걸리기만 하면 100% 붉게 말라 죽는다. 일단 재선충병에 감염되면, 무조건 그 나무를 잘라내, 재선충 벌레 크기보다 작게 분쇄해야 한다.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는 5월부터 활동을 시작하는데 하늘소가 죽은 후에도 죽은 소나무에서 재선충이 번식한다. 그러니 감염된 나무를 이동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또는 잘못 불태우다가, 자칫 오랜 가뭄에 불쏘시개로 변한 산야에 제2의 재앙인 산불 재난을 유발할 수도 있다.

지금 산림청을 비롯 산림조합중앙회 조합원들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소나무 재선충 확산 방지에 안간힘을 다하고 있지만, 지난 27년간의 실적으로 봐서는 그리고 2012~14년과 같은 빈약한 예산과 행정체계 그리고 중앙정부와 지자체 단체의 한심할 정도의 무관심도로 미뤄 볼 때 이 세기가 끝날 무렵에는 애국가의 제2절 "남산 위의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이라는 구절을 개사(改詞)해야 할지도 모른다.

애국가를 고쳐 부르지 않으려면

지난해 여론조사 기관 '한국 갤럽'이 전국의 남녀 1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인이 좋아하는 자연'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나무(46%)가 가장 좋아하는 나무로 1위를 차지했다. 그만큼 소나무는 우리 한반도의 역사와 문화 생태학적으로 애환을 함께 해온 국민수(國民樹)다. 그래서 남북관계가 완전히 단절된 상태였던 '국민의 정부' 초기에도 금강산의 낙락장송들이 솔잎혹파리로 공격받고 있는 현장을 금강산 첫 여행객으로 방문한 산림임업사랑 동호인들의 보고를 접하고, 농림장관이 직접 통일부 장차관을 찾아가 고개를 숙여 솔잎혹파리 제거 남북협력을 허용해 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 그 결과 남북 민간인 수준의 협력을 허가받아 금강산의 소나무를 보호·보전할 수 있었다.

고(故) 박정희 대통령은 남달리 식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전국민을 나무 심기 운동에 적극 동원했다. 심지어 산림청을 농림부 산하에서 내무부 소속으로 이전해 나무를 대대적으로 심고 벌목 방지를 위해 경찰력까지 동원했다. 각 가정에 나무 연료 대신 무연탄 구공탄 대체에 적극적이었다. 그리하여 FAO(국제식량농업기구)가 한국을 제2차 대전 후 식목에 성공한 모범 국가로 추천해 독일과 함께 명성을 날렸다.

그 후 김대중 대통령은 유난히 꽃과 나무를 사랑하던 평소 지론에 따라 '농림부(農林部)를 임농부(林農部)'로 인식할만큼 IMF 환란 위기 중에도 나무 사랑 산림가꾸기에 적극적이었다. 취임하자마자, 매년 1500억 원씩 투입해 '숲 가꾸기 근로 사업'을 펼쳤고 박정희 대통령이 길러 놓은 나무를 선진국형의 울창한 숲으로 만드는 일에 앞장섰다. 그리고 IMF 치하에서 정부 기관으로서는 유일하게 '국립수목원'을 창설해 세계적인 수준의 수목 종자 종묘 박물관을 설치했다. 강원도 삼척 산불 사태 당시에도 총리를 현장에 파견해 역사상 처음으로 국가재난사업으로 지정하고 경상북도 울진까지 번진 광복 후 최대의 산불 사태를 효과적으로 진압했다. 임기 말 4월 5일의 식목일 행사에도 직접 참석해 퇴임 후 5년간 7500억 원을 숲 가꾸기 예산으로 확보한다고 선언했다.

이렇듯 역대 대통령들이 나무 심기(식목)와 숲 가꾸기(육림)에 적극적으로 나선 데에는 산을 살리고 환경 생태계를 복원해야 삶의 질을 높이고 농업 기반을 튼튼히 하는 등 문자 그대로, 선진국으로 가는 지속가능한 사회가 이뤄질 것이라는 폭넓은 비전과 원대한 국가 백년지대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공통점은 국가와 전 국민 모두 산림과 임업의 존재 가치와 보전에 대한 사명감을 국민 공감대로 받들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재난사업으로 지정해야!

우리 정부와 대통령은 입만 열면 '농업이 미래성장산업'이니, '수출 농업' 이니 또는 '6차 산업'이라는 등 실체(콘텐츠)가 없는 공허한 말 잔치만 한가하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당장 진행되고 있는 산림의 황폐화, 국토의 폐허화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나라의 기본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필요하면 국가재난사업으로라도 지정해 모든 정부부처와 국민들의 에너지를 총동원해 소나무 에이즈병 퇴치와 산불 방지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조선시대 정조대왕이 사도세자 묘역(경기도 화성 위치) 소나무에 출몰하는 솔충을 보고 "감히 네가?"라고 크게 화를 내며 송충을 손수 잡아 씹어 먹었다는 '소나무 사랑'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소나무와 해송, 잣나무가 사라질 몇 년 후의 모습을 상상해 보라! 우리나라 농림업과 국가 국민의 미래를 진정 걱정한다면, 박근혜 대통령부터 소나무 재선충 방제에 솔선수범 앞장서야 할 것이다.

이 글은 2015년 4월 7일 자 <한국농어민신문> '농훈칼럼'에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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