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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경쟁 치달으면 제주 동네병원 공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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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경쟁 치달으면 제주 동네병원 공멸" [언론네트워크] 5개 보건의료단체 영리병원 공동대응, 왜?

지난 4월29일 제주도의사회와 치과의사회, 한의사회, 약사회, 간호사회 등 5개 보건의료단체 임원진이 한자리에 모여 영리병원 도입에 따른 대응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도내 보건의료단체가 한자리에 모여 영리병원을 논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0년간의 영리병원 공방 속에 매번 단체들 의견이 엇갈렸지만 이번 만큼은 기류변화가 심상치 않다.

2008년 민선4기 김태환 도정은 "제주를 세계적 수준의 의료관광 목적지로 육성하겠다"며 영리의료법인병원(영리병원) 도입에 나섰다. 임시 반상회까지 개최하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2010년 7월 제주영리병원 반대와 의료민영화 저지를 위한 국민 29만7000여 명의 청원이 국회에 제출했다. ⓒ제주의소리

당시 제주도의사회는 공개적으로 영리병원 도입 찬성 입장을 밝혔다. 지역 일간지에 광고까지 싣고 영리병원 설립에 지지입장을 보였다.


그해 7월 제주도는 영리병원 찬반 여론조사를 진행했지만 찬성 38.2%, 반대 39.9%로 제도 도입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듬해 제주도는 특별법 4단계 제도개선에 영리병원을 끼워넣었다.

4단계 제도개선 핵심과제에 대한 동의안이 도의회로 넘어가자 당시 제주도치과의사회는 의회에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다. 제주도한의사회는 기자회견까지 열어 반대 목소리를 냈다.

그간 단체별로 영리병원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랐지만 최근에는 영리병원 도입에 따른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5개 보건의료단체가 비공개 간담회를 가진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2009년 7월17일 제주도 한의사회(회장 김태윤)가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도의 투자개방형 병원 추진에 반대 입장을 천명하는 모습. ⓒ제주의소리

현행 의료법 제33조에 따르면 국내 의료기관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또는 조산사',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의료법인', '민법이나 특별법에 따른 비영리법인'만 세울 수 있다.

일반적으로 외국영리법인은 국내에서 의료행위가 제한되지만 제주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제주특별법)에 따라 영리병원 운영이 가능하다.

제주특별법 제192조(의료기관 개설 등에 관한 특례법) 1항은 의료법 제33조2항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이 설립한 법인은 제주도지사의 허가를 받아 의료기관 개설을 허용하고 있다.

핵심은 제192조 4항이다. 이 조항에는 해당의료기관을 '국민건강보험법 제42조제1항에 따른 요양기관 및 의료급여법 제9조제1항에 따른 의료급여기관으로 보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우리나라 모든 병원은 개인의원이든 국·공립병원이든 설립 주체에 관계없이 국민건강보험을 의무적으로 받아줘야 한다. 이것이 국내 의료의 근간이 되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다.

영리병원의 경우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대상에서 빠져있다. 때문에 일반 시민들도 국민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다면 영리병원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도내 의료계는 정부의 각종 제도완화 움직임 속에 제주에서 외국 영리병원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일반 병원에도 타격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국내 자본의 우회투자다.

▲제주헬스케어타운 조감도. 녹지그룹은 서귀포시 토평동 제주헬스케어타운 2만8163제곱미터 부지에 778억원을 투입해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의 녹지국제병원 건립을 추진중이다. ⓒ제주의소리

실제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인 녹지그룹이 제주에 추진중인 녹지국제병원은 벌써부터 국내 의료자본의 우회투자 의혹에 휩싸였다.

녹지그룹은 헬스케어타운 2만8163㎡부지에 778억원을 투입해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의 녹지국제병원 건립을 추진중이다. 성형외과와 피부과 등 4개과에 근무 인력은 134명 규모다.

병원 운영과 홍보업무 등을 중국 성형병원 투자회사 등에 맡기기로 했다. 문제는 중국 성형병원이 투자한 최대 규모의 병원이 국내 성형외과 의사가 운영하는 영리병원이라는 의혹이다.

현행 제주특별법에는 도내 외국인 영리병원 설립 기준을 외국 자본 비율 50%, 투자금 500만 달러 이상, 외국인 의사 비율 10% 이상으로 하고 있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국내 자본이 외국자본과 손 잡고 우회적으로 영리병원을 설립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한 네트워크나, 의사 면허가 없는 사람이 '월급 의사'를 고용하는 이른바 사무장병원이 들어서면 '동네병원 줄초상'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 이미 제주에도 일부 사무장 병원이 영업중이라는게 의료계 내부의 시선이다.

영리병원은 건강보험 수가 적용을 받지 않는 만큼 진료비를 경영 논리에 따라 결정한다. 보험사들 조차 영리병원에 특화된 민간보험에 나서면 공공의료는 서서히 붕괴될 수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제주 영리병원 도입은 성공해도 문제, 망해도 문제다. 성공하면 대규모 자본의 공습이 시작되고 망하면 제도완화 요구가 더 높아져 공공의료를 위협하게 된다"고 밝혔다.

▲서귀포시 호근동에 들어설 예정이었던 외국인 영리병원 '싼얼병원' 조감도. 국내 1호 열리병원으로 사업이 추진되다 무산됐다. ⓒ제주의소리

의료계마저 자본경쟁으로 치닫게 될 경우 동네병원은 사지로 내몰릴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도내 의료계를 뭉치게 한 것으로 보인다.

외국 영리병원 도입을 위해 당국이 내세우는 명분이 그때마다 달라진 점도 도내 의료계의 불신을 샀다.

당국은 애초 영리병원 도입 이유로 국제자유도시에 걸맞는 '외국인 정주여건 조성'을 내걸었다. 이후 세계적 명문 병원 유치로 바뀌었지만 현재는 이름조차 생소한 중국 병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애초 제주에 세계적 의료명문 존스홉킨스병원 등을 유치한다더니 정체 모를 중국 싼얼병원에 이어 부동산 업체 투자가 이뤄져 본래 취지를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국내 의료계도 병의원 증가에 따른 경쟁으로 영리병원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다"며 "보건의료단체의 대응이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볼 대목"이라고 말했다.

싼얼병원에 이어 녹지국제병원까지 각종 의혹에 휩싸이면서 '국내 제1호 외국인 영리병원'이 도내 의료계의 집단반발에 직면할지도 모를 상황에 처했다.

녹지국제병원이 응급의료체계 구축을 위해 손잡은 제주대학교병원 내부에서도 파트너십 파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어 정부의 사업계획서 승인에도 난기류가 일 전망이다.

제주의소리=프레시안 교류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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