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는 한국 주민의 안전을 위한 것인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드의 한국 배치 논의는 기괴하다. 사드는 북의 미사일을 공중에서 요격하여 파괴하는 방어무기체계이다. 이러한 방어무기 체계가 한국에 배치된다면 당연히 한국민의 안전을 위한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한국민의 안전을 위한 방어용 무기 체계라면 한국 정부는 당연히 이를 적극적으로, 공개적으로 떳떳하게 추진하는 것이 정상적이지 않을까? 국민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이러한 무기 체계를 도입할까 검토 중이라고. 한국민의 안전을 위해 이런 무기 체계를 제공한다면, 설령 돈을 주고 판다고 해도 미국은 홍보를 해야 정상이 아닌가? 동맹국이기 때문에 미국에도 모자란 무기 체계를 우선적으로 공급하기로 했다고. 하지만 미국 정부는 사드 배치 논의를 한국정부와 했다고 했다가, 하지 않았다고 하며 '치고 빠지기'를 되풀이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아예 한 걸음 더 나가 요청도 없었고, 협상도 없었고, 결정도 없다며 삼세번 부인하고 있다. 한국 주민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면 왜 이런 비정상적인 행태를 보이는 것일까.
그 이유는 사드가 한국 주민의 안전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가 될 위험성이 농후하다. 한반도 군비 경쟁을 가속화하여 한반도 위기 수준을 높이고, 동북아시아에서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대립을 첨예하게 하고, 일본이 군사력을 영토 밖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드는 '종말단계고고도 지역 방어(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것과 같이 적의 미사일을 상공 40~140킬로미터의 고도에서 요격하도록 설계되어진 미사일 방어체계이다. 적의 미사일을 일찌감치 포착하여 그 탄두의 위치와 궤도를 정확히 추적하는 레이더(AN/TPY-2)가 주요한 구성 요소의 하나이다. 또 최대 속도 마하 8.2, 최고 요격고도 140킬로미터, 사거리 200킬로미터인 요격 미사일이 또 하나의 요소이다. 이 요격 미사일 앞에 부착된 단단한 요격 비행체(kill vehicle)가 적 미사일 탄두와 직접 충돌해 이를 산산조각 내도록 설계되어 있다.
총알을 총알로 맞춘다는 것이다. 이동 발사대는 이런 요격 미사일을 8대까지 장착할 수 있으며, 사드 1개 포대는 발사대를 최대 9개까지 운용할 수 있다. 이 발사대와 레이더, 지휘부대를 연결해주는 화력통제‧통신소가 마지막 구성요소다. 사드를 미사일방어 무기라고 하지 않고 무기 체계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와 같이 레이더, 요격 미사일, 발사대, 화력통제‧통신소 등 4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중 한국의 방어와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사드의 요격 미사일이 상공 40킬로미터 이하에서는 그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설계조차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북이 1000기 이상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단거리 미사일은 고도 40킬로미터 이상 비행하지 않기 때문에 사드는 이 단거리 미사일에는 완전히 무력하다. 또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직접적 위협이 되는 장사포에 대응해서도 완전히 무력하다. 다시 말해 한국 국민 입장에서 가장 시급한 위협인 단거리 미사일과 장사포를 막도록 설계조차 되어 있지 않은 것이 사드이다. 사드는 개발과 시험이 완료되지도 않았고, 한국과 같은 자연환경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지도 검증이 되지 않았지만 정작 더 큰 문제는 아예 설계 자체가 한국에 유용하지 않도록 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설령 북이 단거리 미사일을 고고도로 쏴주고, 사드가 제대로 작동을 한다고 가정을 하더라도 한국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는 사드 1개 포대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는 분석도 있다. 예를 들어 스탠포드대학 국제안보협력센터의 딘 윌케닝은 북의 스커드미사일 100기를 50%이상 신뢰도로 방어하기 위해서는 한국에 사드 요격 미사일 520기가 배치되어야 한다고 추산한다.1)
이에 비해 사드 체계는 포대당 최대 72발의 요격미사일을 탑재하는데, 현재 논의되고 있는 것은 사드 1개 포대이다. 북이 보유하고 있는 스커드미사일 등 단거리 미사일이 1000기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사드로 이를 요격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말이다. 사드 포대 80개가 배치되어야 북의 단거리 미사일 모두를 요격할 수 있는 확률이 50% 정도 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북의 노동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서 사드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마치 이런 문제를 회피하기 위한 명분같이 등장했다. 2014년 3월에 실시한 북의 노동미사일 발사 시험이 ‘기존 탄도미사일 요격체계를 회피하기 위한 실험’이라는 분석결과가 3개월이나 지난 6월 19일 등장한 것이다. 국방부 대변인은 "당시 노동미사일이 고도 160km, 최고 속도 마하7로 비행했기 때문에 패트리어트 PAC-3로도 요격이 쉽지 않다"고 했고, 언론에서는 북한이 노동미사일로 남한을 타격할 경우에 대비하려면 사드를 전력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2) 6월 3일 있었던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의 '사드 배치 검토' 발언을 뒷받침하는 분석결과가 묘하게도 그 2주 후 발표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은 탄도비행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생긴 것이다. 설령 북의 핵탄두가 대형이라서 추진력이 강한 중거리미사일 (노동미사일)을 이용해야 한다고 하더라도3) 발사각도를 반드시 고각도로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아래의 그림과 같이 탄두의 무게가 같고 미사일의 초기 속도가 같더라도 동거리를 비행할 수 있는 각도는 고각도와 저각도의 두 가지가 있다. 북이 노동미사일로 한국을 공격하려 한다면 굳이 고각도로 발사해 사드의 먹잇감이 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저각도로 발사하면 사드와 패트리엇을 동시에 무력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프는 초기 모멘텀이 같은 경우 45도도 투사될 경우 비거리가 가장 길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 외에는 같은 비거리를 비행할 수 있는 각도가 고각도와 저각도 2개씩이다. 즉 발사각도 60도와 30도, 75도와 15도는 각각 같은 비거리를 비행한다. 미사일은 공기저항의 영향을 받지만 기본적인 물리는 같다.
위의 분석에 비춰 볼 때 사드는 한국의 방어를 위해서는 하등의 도움이 되는 바가 없다. 단거리 미사일은 요격이 불가능하고, 중거리 미사일도 저각도에는 눈 뜨고 당하는 수밖에 없다. 사드의 군사적 필요성을 주한미군 보호로 제한시켜도 그 결과는 마찬가지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도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는 것이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것이다.
사드는 미국 방어를 위한 것 아닌가?
사드가 한국 방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미국은 과연 왜 사드 배치를 추진하는 것인가? 사드 배치를 둔 논의에서 두 번째로 기이한 점은 사드가 미국 방어에 기여하는 바가 논의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 국방부와 국무부가 사드 배치를 위해서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사드가 미국 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라면 오히려 이상하지 않은가?
사드가 사용될 수 있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평가해보면 사드의 한국 배치가 미국 방어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두 가지다. 첫째, 북이 미국을 겨냥하고 발사한 ICBM이 북극을 통과하는 경우이다. 이 '북극궤도'는 아래의 지도에서 보는 것과 같이 중국 동북부와 극동 러시아 및 알래스카 상공을 지나 미 본토에 도착한다. 이 경우 사드용 레이더로 추적하여 미국 미사일 방어 지휘통제전투관리통신(C2BNC)에 전달하는 것이다. 미국은 이 정보를 이용하여 알래스카나 캘리포니아에 배치된 육상배치 요격미사일로 요격을 시도할 수 있다. 한국의 레이더로 발사 직후 이를 포착하고, 일본 샤리키(車力)의 레이더로 추적하여 알래스카에서 요격하는 릴레이도 가능해진다.
<그림 2> 북 ICBM의 북극궤도(위)와 남극궤도
두 번째, 미국을 겨냥하고 발사한 ICBM이 남쪽을 향하는 경우이다. 이 '남극궤도'는 2012년 12월 은하3호의 비행궤적과 비슷하다. 서해 연안과 필리핀을 지나 남극을 돌아 미국 본토에 도착한다.4) 이 경우 한국의 사드용 레이더로 추적하여 서해나 남해에서 이지스함에 배치된 요격미사일로 요격을 시도할 수 있다.5) 북이 하와이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는 경우에는 한국에서 이를 포착·추격하여 동해상에 배치된 이지스함에서 요격할 수 있다.6)
이 가운데 어느 경우든지 탐지거리가 600킬로미터인 AN/TPY-2 종말모드가 빛을 발휘하게 된다. 북 미사일 요격을 가능하게 할 정도의 해상도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일본에 배치된 레이더는 전방모드로 작동되어야 하기 때문에 제공할 수 없는 기능이다. 특히 북이 미사일이 남극궤도를 따라 갈 경우 속수무책인 미국에게 사활적이다. 지상배치 요격미사일로 지키고 있는 북극궤도와는 달리 남극궤도는 현재 아무런 방어수단도 없는 무방비 상태이다.7) 필리핀이나 괌 인근에서는 ICBM의 고도가 너무 높아 이지스함에서도 요격이 불가능해지므로, 한국과 동중국해 사이가 최후의 마지노선인 셈이다. 그 마지노선에서 한국 배치 사드는 그 어떤 무기체계도 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사드는 한국에 배치되더라도 그 핵심 방어대상은 미국이다. 미국이 사드 배치를 주도하고 있는 것도 이 맥락에서야 제대로 이해가 된다. 사드 논란이 한참이던 2015년 3월 마틴 뎀프시 미 합참의장이 방한, ‘통합 미사일 방어체계’를 두 차례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그의 발언은 미 미사일 방어국이 지난 몇 해 동안 추진하는 미사일 방어체계 통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2012년부터 미국은 패트리엇, 사드, SM3, 지상배치요격미사일과 같이 지금까지 개발한 다양한 미사일 방어체계들을 통합, 시너지효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드용 레이더는 여기에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고, 사드가 한국에 배치된다면 통합 미사일 방어체계에 핵심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 통합 미사일 방어체계의 우선적 목적은 북 미사일로부터 미국을 방어하는 것이다.
미사일 방어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언제부터 폭증하기 시작했는가를 검토하는 것도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한다. 미사일방어가 미 국방성의 주요한 과제로 부각이 된 것은 1998년 북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였다. 그 이후 또 하나의 결정적 계기는 2012년 12월이었다. 북이 평안북도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은하 3호 로켓 발사에 성공하여 광명성 3호 2호기 위성을 궤도에 올린 것은 미국에 큰 충격을 줬다. 그 궤도가 바로 위에서 말한 ‘남극궤도’였기 때문이다. 이후 리온 패네타 미 국방장관은 일본, 한국 같은 동맹국들과 함께 지역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하는데 박차를 가했다. 그 후임 척 헤이글 장관은 2013년 유럽미사일방어계획 4단계를 취소하면서까지 아시아 미사일 방어체계를 강화한다는 결정을 내리기에 이른다.
이상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미국은 북의 핵 미사일 가능성을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다. 2013년 초부터 아시아에서 미사일 방어능력을 급속히 확장하고 있다. 미사일 방어의 예산도 이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 사드는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왜? 핵무기 없는 세상을 추진하겠다던 오바마 대통령이 북과는 제대로 된 협상조차 해보지 못한 채 오히려 미국이 북의 핵위협에 노출되는 결과를 만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사드는 이 위협 앞에 손 놓고 있지 않았다는 오바마의 정치적 '면피'용은 아닌가?
어떻게 할 것인가?
사드의 한국 배치가 한국의 안전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지만 미국의 안보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고려해 볼 만하다. 동맹국으로 미국에 확실한 기여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지 않은가. 특히 아베 정부의 일본이 미국의 안보를 위해서 기여를 해야 한다며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늘리고 있으니, 일본에 뒤질 수도 없는 일 아닌가.
유감스럽게도 한국에는 그러한 선택이 불가능하다. 비용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비용은 간접적 비용과 직접적 비용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간접적 비용은 이미 언론에서 많이 다루어진 것과 같이 중국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이 반대하는 이유는 두 가지로 보인다. 첫째, 사드용 레이더를 한국에 배치하면 랴오닝성(遼寧省)이나 안후이성(安徽省) 등에서 발사된 ICBM을 추적하여 알래스카나 캘리포니아에서 요격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레이더의 유효거리가 타이완 해협까지 미치므로 이 지역에 배치된 중국군의 활동을 감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한국이 미국과 일본 중심으로 형성된 지역미사일방어 체계에 편입되어 중국을 감시하는 첨단기지로 기능할 가능성을 우려할 것이다.8)
중국의 핵심적 전략억제력을 약화시키고, 사활적 국가이익인 타이완 해협을 위협한다면 중국 정부는 그에 상응하는 보복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 조치가 경제적인 것이던, 외교 군사적인 것이던 한국으로서는 큰 후폭풍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직접적 비용은 이 보다 더 심각하다.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왜? 상호억제 상황에서 방어수단은 공격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은 북에 대해 선제 핵공격을 하지 않겠다는 ‘소극적 안전 보장’을 해주지 않고 있다. 선제공격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북의 공격을 사전에 억제한다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응해서 북도 핵무기를 개발해서 선제공격을 운운하고 있다. 북이 실제로 그럴 능력이 있는 지와는 상관없이 북도 핵무기로 미국을 압박해서 공격을 억제한다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즉 한반도 전략대치상황은 대량살상무기로 서로를 위협하는 ‘상호억제’의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드와 같은 미사일 방어 체계를 설치하면 북의 핵무기를 무력화할 수 있고, 이는 결국 북의 억제력을 무너뜨리는 것이 된다.
실제로 한미연합사는 ‘맞춤형 억제전략’, ‘킬체인’, ‘4D 작전계획’으로 북의 핵 미사일 뿐만 아니라 비대칭적 군사력도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다. 북이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 선제적 타격하기 위한 작전계획을 수립하고 무기체계를 도입하고 있다. 북은 이에 대응해서 미사일에 고체연료를 도입하고,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등 불의의 장소에서 불의의 시간에 선제적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하고 있다.
사드가 제기하는 본질적 문제는 바로 거기에 있다. 이러한 한반도 군비경쟁을 가속화할 것인가, 중단할 것인가? 미국의 안보를 위해 미국의 ‘핵무기 받이’로 나설 것인가, 핵무기 대결을 종식시키기 위해 한반도 비핵지대화로 나설 것인가? 한국의 안보를 위해 선제공격적 전략으로 나설 것인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 평화체제를 구축할 것인가? 사드를 배치하느냐 거부하느냐의 문제는 한국이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편을 드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한반도의 안보를 어떻게 설계할 것이냐의 문제인 것이다.
그러한 선택은 안보의 개념을 재정립하는 데서 출발할 수 있다. 이러한 절대안보 개념을 바꾸자는 것은 북의 군사력에 굴복하자는 것이 아니다. 북의 군사력 앞에 한국이 무방비로 노출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단지 한반도 질서는 상호억제로 규정된다는 불편한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가 북의 군사력을 위협으로 느끼는 것과 같이 북도 한미 당국의 군사력을 위협으로 느낀다는 상대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한반도에서 지난 60여 년간 '전쟁도 아니고 평화도 아닌' 상태가 이어진 것은 이러한 위협이 균형을 이루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 불편하고도 불안한 역사를 솔직히 대면하는 것이다. 더불어 염두에 둘 사실은 한미 군사당국이 북에 비해 월등한 군사력으로 북을 압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위협의 균형'으로 상호억제가 이뤄지고 있다는 현실을 인정하면 군사적으로 해결책이 없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한국과 미국이 국방비를 퍼부어 북의 '위협'을 제거하려고 하는 만큼, 북도 이들의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기를 쓸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당장 시급한 것은 '위협'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위협의 균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상황을 악화시키는 조치를 중단해야 한다. 삐라를 북에 살포하는 것을 중단하는 것을 비롯해서 사드 및 킬체인 등의 도입을 중단 내지 동결해야 한다. 이러한 무기체계 도입을 추동하는 ‘맞춤형 억제전략’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 또한 필요하다. 동시에 군사 핫라인을 복원시키고 북 관계당국과 여러 급의 대화와 만남을 시작해야 한다. 우선적으로 상호적 안보의 한 형태인 군비통제적 조치들이 우선적으로 시급하지만, 어느 누구도 여기에는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는 것도 현 상황의 심각성을 반증한다.
한편 군비통제적 조치들은 군비감축과 연결되어야 한다. 군비통제만으로는 '위협의 균형'을 영구화하기 때문이다. '위협의 균형' 자체를 없애기 위해서는 '위협'을 어떻게 동시적·균형적으로 감축·제거할 것인지 중기적 과제로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 안보구조의 특성을 고려할 때 유일한 방안은 북의 ‘핵위협’과 미국의 ‘핵위협’을 동시적·균형적으로 감축·제거하는 것이다. 그 제도로서는 이미 '한반도비핵지대화'가 제시되어 있다. 또한 이것은 '위협의 균형'을 재생산하고 있는 정치적 구조인 정전체제가 종식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6자회담의 틀에서 비핵화를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평화체제와 관계정상화가 후순위로 밀렸다면, 이제는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동시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는 '위협의 균형'의 원인인 전쟁상태를 우선적으로 종결시키고, 이를 비핵지대화로 이어가는 경로를 모색해볼 수 있다. 지난 5월 4일 유엔에서 국내외 인사 400여 명이 서명하여 발표한 '한반도 평화 지구선언'은 이러한 경로를 촉구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한반도에서 평화체제와 비핵지대화는 동전의 양면이다. 또 한반도에서 한국의 안보와 북의 안보는 동전의 양면이다. 한반도 평화는 공동안보를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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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Dean A. Wilkening, "A Simple Model for Calculating Ballistic Missile Defense Effectiveness," Science & Global Security, Vol. 8, No. 2 (2000), pp. 183-215.
2) 김호준, ""北 지난 3월 노동미사일 시험발사는 요격회피 실험"(종합)," 연합뉴스, 06.19 2014. 2015년 유승민과 김무성 등 정치권에서 사드 필요론을 제기한 것도 같은 이유이다.
3) 김무성은 사드 도입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북핵) 소형화 기술이 얼마 만큼 발전했는지 모르지만 소형화에 시간은 걸릴 것"이라며 "결국 북한이 보유한 핵폭탄은 대형일 수밖에 없는데 저고도 미사일에 탑재할 수 없고 고고도 미사일 탑재가 유력하다. 약 150㎞ 상공에서 요격할 수 있는 방어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은 기본 상식"이라고 주장했다.
4) 물론 통상적으로는 보다 단거리인 북극궤도를 이용하겠지만, 탄두가 대기권 밖 궤도에 올라 갈 수만 있다면, 비행거리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북극궤도를 비행할 수 있는 ICBM은 더 먼 거리인 남극궤도를 비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5) 사드 요격 미사일은 종말단계용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에 이륙단계에서 요격하는 것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ICBM은 이륙단계에서 속도가 가장 느리고 포물선을 그리며 상승하기 때문에 발사지점에서 300킬로미터 비행하는데 200초가량 걸리며 그 지점에서의 고도가 150킬로미터 정도 된다. 북의 발사 장소에 따라서 한국에서 요격을 시도할 골든타임이 있는 셈이다.
6) 미국 과학아카데미의 보고서는 미사일 추진단계에서 요격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고 결론을 내리면서 한 가지 예외를 인정했다. 그 예외의 경우는 바로 북에서 하와이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는 경우이다. Committee on an Assessment of Concepts and Systems for U.S. Boost-Phase Missile Defense in Comparison to Other Alternatives, Making Sense of Ballistic Missile Defense: An Assessment of Concepts and Systems for U.S. Boost-Phase Missile Defense in Comparison to Other Alternatives (Washington, DC: National Research Council of the National Academies, 2014), 51.
7) 미군은 지금에서야 서둘러서 사드 포대를 미 남부지방에 집중 배치하려 하고 있다. ‘남극궤도’를 상정하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든 조처이다. 현재 텍사스주의 댈러스와 루프킨에 각각 1개 사드 포대를 운영 중이며, 2017년까지는 앨러배마와 플로리다, 캘리포니아, 아칸소 주에 각각 1개 포대씩 모두 4개 포대를 추가 배치해 미 본토 남부에 6개 포대를 운용한다는 구상이다. 서동욱, 오세중, 황보람, 이현수, 박광범, 박소연, "새누리, '사드' 본격 공론화···북 핵·미사일 '방패' 될까," 머니투데이, 04.01 2015.
8) 단 중국의 우려가 과장된 면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중국 서쪽에 있는 윈난성(雲南省)이나 칭하이성(靑海省) 등에 배치된 ICBM은 한국에 배치된 레이더로도 감시가 불가능하다. 또 감시가 가능한 지역에서 발사된 ICBM은 이미 일본에 배치된 두 기의 레이더로도 추적이 가능하다. 한편 대만해협에 대한 감시는 이미 이지스함 등을 이용해서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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