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금지' 가처분 신청이 1일 기각됐다. 법원이 삼성 측 손을 들어준 것이다. 앞서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비율이 불공정하다"며 오는 17일로 예정된 두 회사의 주주총회를 막기 위한 가처분 신청을 냈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50부는 이날 엘리엇 측 주장을 기각하며 "합병에 있어 자본시장법 등에 따라 합병가액을 선정하고 그에 따라 합병비율을 정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그 합병비율이 현저히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엘리엇 측은 합병비율이 불공정하다는 근거로 "삼성물산의 주가가 저평가 돼 있고 제일모직의 주가는 고평가 돼 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상장회사의 경우 공개시장에서 다수 투자자들이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자유로운 거래를 한 결과 주가가 형성된다"며 "공개시장의 주가는 상장회사의 가치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반영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엘리엇 측은 삼성물산 시가총액이 이 회사가 보유한 자산보다도 적으므로, 삼성물산이 저평가돼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회사 보유자산은 주가 형성 요소 중 하나의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합병이 공시된 직후 삼성물산의 주가가 상당히 상승하는 등 시장에서 긍정적 평가가 나온 점 등으로 비춰보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삼성물산 주주에게 손해를 주고 제일모직 주주에게만 이익을 주는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엘리엇은 삼성물산이 자사주 899만주(5.76%)를 우호 관계에 있는 KCC에 넘기는 행위를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도 낸 상태다. 또 주식 거래가 끝나 KCC에 넘어간 지분이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해달라고도 요구했다. 법원은 이에 대한 판단도 곧 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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